- 1권 22화
제22편_ 시원한 여름 나기(4)
일찍 일어나 아침을 맞았다.
할 일이 많다. 헤르메스는 역시 나 블랙 카우 곁에 있다. 이제 진 짜 농부가 다 됐다.
“쟤 설마 농장 스킬 익히고 있 어?”
“네, 어떻게 배울 수 없냐길래 스킬 북 몇 개 줬더니 열심히 익 힙니다.”
“천성이었나.”
“그런가 봅니다.”
“요섭은?”
“세 개 스킬 중상급까지 올렸습 니다. 슬슬 힘들어지는 모양입니 다. 그래도 고급 재료랑 최상급 장비가 있으니 숙련도는 꾸준히 오르고 있습니다.”
연우도 마음만 먹으면 더 빠르 게 회복할 수 있다. 그저 잠재 능 력치 때문에 여유를 가지고 있던 거다.
“마령석에 클로닝 트리 씨앗부 터 심자.”
헤맨은 대답하고 아공간으로 들 어 갔다.
어제는 술을 담그느라 신경을 못 썼다.
연우는 주변을 둘러봤다. 적당 한 장소를 찾는 거다. 클로닝 트 리는 주체가 되는 물건에 따라 모 양이 바뀐다. 신비롭게 빛나는 게 꼭 은하수를 보는 느낌인 마령석 인지라 트리가 되면 꽤 예쁠 것 같았다.
“집 옆에다 심어야겠어.”
누구에게 들켜서 문제가 될 거 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헤맨이 있고 요섭이 있고 헤르 메스가 있다. 게다가 연우도 점점 힘을 찾아간다.
“여기 있습니다.”
헤맨이 마령석 9개와 주먹만 한 클로닝 트리 씨앗을 들고 왔 다. 연우가 심을 곳을 알려 줬고 헤맨이 마법을 사용하기 시작했 다.
[결합], [발아(發芽)], [성장 촉진], [마력 응집], [중계].
최상급 마력석을 사용한 발전기 와 중계석으로 이용되는 상급 마 력석에서 마력을 끌어모은다. 상 당량의 마력이 필요하다.
‘하긴, 이곳이 아니면 키우지도 못하겠네.’
농장을 운영하는 것엔 많은 마 력이 필요하다.
화악. 쑤욱.
집 옆으로 아홉 그루의 나무가 자라기 시작한다.
연우 키만 한 줄기가 올라오는 데 줄기 곳곳에 수억 개의 별이 박힌 반점이 보였다. 나뭇잎은 반 짝이는 회색이었고 가장 위에 반 투명한 봉오리가 맺혔다.
아름답다. 한 달 정도 후 봉오 리가 마령석의 모양을 하게 되면 더욱 아름다울 거다.
“괜찮네, 장식용으로 둬도 되겠 어.”
그래도 한 달에 하나씩은 채취 해야 한다. 헤르메스의 일이 늘었 다.
어제 말벌주와 노봉방주를 담그 고 몬스터가 된 영물 지네를 잡아 다 술을 담갔다. 각 3L 병으로 총 9L를 담갔다.
헤맨의 마법으로 숙성 기간도 없애 버렸다. 그렇더라도 숙성 기 간이 지나야 더 맛이 깊어지지만, 당장은 시간이 없었다.
“술은 이 정도면 됐고.”
담금주야 맛만 볼 정도로 먹는 게 좋다. 이후로는 소주나 분주 정도를 대접하면 될 거다.
‘시간 되면 맥주도 만들어야겠 어.’
“일단, 친구들이 잘 숙소를 만 들어야지.”
친구도 묵고 손님이 왔을 때 재 워 줄 곳도 필요하다.
“헤맨, 자재 좀.”
“알겠습니다.”
건설은 빠르게 진행됐다. 집에
서 약간 떨어진 곳이다. 강줄기에 서 반대편이니까 대장간이랑 가깝 다.
지반을 두드리고 기둥을 박으며 층을 나눈다. 일부로 널찍하게 만 들었다. 2층으로 이뤄진 세 개의 건물을 붙였다. 총 6개의 펜션이 됐다. 안에 작은 방도 딸려 있다.
“화장실도 만들고.”
부엌도 만든다. 당연히 마법을 이용했다. 이런 건 아스가르드 안 에서 수백 번도 더 했다.
“그럴듯하군.”
블러드 우드로 지었기에 분위기 가 있다. 창문은 역시 헤맨의 영 구 실드를 이용했다. 각 층과 방 마다 테라스가 있기에 쉬기도 편 할 거다.
“너무 큰가.”
뭐, 상관없다. 헤르메스가 잠을 따로 자지 않아서 식당이나 연우 집에서 잠시 쉬게 했었는데, 펜션 중 하나를 쓰라고 해야겠다. 요섭 도 마찬가지다. 대장간에서 지냈 는데 이참에 방 하나를 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래도 4개가 남으니 손님을 대접하기에 부족하진 않을 거다.
“수영장을 한번 다듬어야겠어.”
문득 생각난 게 있다.
수중 테이블은 30cm 깊이, 거 기서 아래쪽으로 2m까지 내려간 다. 그 2m가 있는 부분 끝을 3m 까지 내리고 다이빙대를 만들 생 각이다.
“놀 거면 제대로 놀아야지.”
물이 투명해서 2m와 3m를 구 분하는 건 어렵지 않다. 어차피 다이빙을 해 봐야 2m까지 내려갈 일도 없지만 말이다.
?‘다이빙대’를 만들었습니다.
-동화율이 올랐습니다.
어렵지 않았다.
연우는 오랜만에 상태 창을 확 인했다.
[플레이어 상태 창]
이름:신연우
닉네임 : 센느
직업 : 농장 주인
칭호 :
-므깃도의 주인(모든 능력치 + 10, 지배력 +10)
능력치 :
힘 45, 민첩 45, 체력 41, 지능 51, 마력 53, 지배력 71
잠재능력치 : (306/634)
특이 사항 :
?동화가 진행 중입니다.
-진행률 : 6.021%(남은 시간 1,807 일)
스킬 :
길들이기(6단계), 보이지 않는 손(6단계), 은신(2단계), 사냥(2 단계), 절대자(1단계), 요리(3단 계), 건설(4단계), 정령사(4단계), 목축(3단계), 므깃도(1단계), 심 안(3단계), 마력 지배(4단계), 중 재자(3단계), 마법(3단계), 검술 (2단계), 아공간(2단계), 지배자 (1단계), 연금술(3단계), 흑마법 (3단계)
“나쁘지 않네.”
잠재 능력치는 634다. 사실 이 보다 욕심을 내는 건 정말 과도한 욕심일 수도 있다. 이것만 채워도 아스가르드에서 ‘신화’나 ‘전설’이 라 불렸던 센느를 훨씬 초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걸 하지 않 는 것도 아깝다.
‘동화율 올리는 걸 조금씩 자제 해야겠어.’
이왕이면 헤맨을 시키고 업적 위주로 작업해야겠다고 결정했다.
연우는 주변을 둘러봤다.
“헤맨, 요섭한테 수중 테이블에 달 화로 좀 만들자고 하자.”
“알겠습니다.”
수중 테이블만으로도 좋지만, 거기에 화로가 있으면 더 좋다. 시원하게 발을 담그고 화로에 고 기를 굽는다.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수중 테이블에 천막도 올리고 양봉장도 바로 만들어야겠어.”
6단계 이상의 몬스터고 9단계 여왕벌이다. 축소했다지만 가진 힘은 그대로다. 이럴 땐, 여왕벌 을 제대로 지배하고 보통 말벌처 럼만 움직이게 하는 게 최고다.
먹이가 문제지만, 주변 마력 농 도를 올려놨기에 어렵지 않게 알 아서 수급할 거다.
“여기서 만들어지는 꿀이나 로
열젤리도 일품이겠지.”
연우는 이번 주에 올 친구들을 생각하며 작업에 몰두했다. 수박 이나 참외가 생각났다. 어떻게 구 할까 하다가 이건 그냥 마트에서 사기로 했다.
학교에서 출발한 재학생은 중간 휴게소에서 졸업생을 만났다. 중 소형 차를 합해서 총 3대. 하나는 봉고 렌트였고 두 대는 졸업생의 자가였다.
총 18명이다.
“꽤 많이 들어가네.”
운전병이었던 동혁이 운전대를 잡고 중얼거렸다.
길이 구불구불하다. 슬슬 시골 마을이 보이고 중간중간에 몬스터 위험 표시도 보였다.
“저, 저거 뭐야? 여기 몬스터 위험 지역이야?”
빨간 해골 마크가 사방에 보인 다.
“이거 맞는 길이야?”
혜영이 연우에게 전화를 걸었 다.
“여보세요? 여기 길 맞는 건지 좀 물어보려고. 응, 여기 위험 표 시 있는데? 아 괜찮다고? 응응. 알겠어.”
전화를 끊은 혜영이 동혁을 봤 다.
“맞대?”
“어.”
“…… 이상한데.”
그래도 일단 계속 들어갔다. 흙 길이었고 곳곳에 마을이 있었으며 장비를 착용한 사용자도 보였다.
그러다 갑자기 길이 좋아졌다. 이런 곳에 이런 길이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로 잘 정돈된 길이었 다.
“응? 그냥 지나가는 길이었나.”
슬슬 목적지다. 다시 산으로 올 라가는 길이다. 옆으로 계곡이 보 인다. 강으로 볼 정도로 꽤 컸다.
“와, 이런 곳도 있었네?”
“대박. 풍경 완전 좋아.”
지영과 혁재가 소리쳤다. 다른 친구들도 자연 그대로인 풍경에 넋을 놨다.
“도착한 거 같은데?”
차가 멈췄다. 연우가 마중 나와 있었다.
우르르.
험한 길 때문에 어지러웠는지 애들이 빠르게 내렸다.
“…… 뭐, 뭐야?”
“…… 우와. 이거. 무슨.”
“진짜 농장인데? 야, 너 이거 무슨.”
반응도 가지각색이었다.
보통 농장이 아니다. 뒤에는 산 이 옆으론 넓은 강이 있다. 게다 가 저 울타리 속에 커다란 소와 닭.
“뭐해, 빨리 가자. 덥다.”
해가 강하게 내리쬐고 있다. 에 어컨으로 식었던 땀도 바로 흐르 기 시작할 정도다.
친구들과 재학생들은 연우를 졸 졸 따라왔다. 오르막이다. 잔디는 잘 관리돼 신발을 넘지 않았다.
“저거 뭐야. 소가 뭐 이리 커?”
“저거 소 아닌데? 블랙 카우 아 니야? 아, 저건 블랙 쿡?”
“맞아. 블랙 카우야.”
연우가 담담하게 말했다.
사용자가 몇 명 있었지만, 딱히 레이드로 활동하는 애들은 없다. 그래도 TV는 본다.
“…… 저걸 어떻게 길들인 거 야?”
혜영이 물었다. 시선이 집중된 다.
“나 사용자 직업이 농장 주인이 야.”
“…… 뭐?”
“농장 주인의 기본 소양이지.”
연우는 빙긋 웃었다.
“와, 대박. 저 사람 누구예요?”
재학생 여자애들이 놀라며 소리 쳤다. 블랙 카우의 배설물을 치우 는 헤르메스를 본 거다.
작업복을 입고 배설물이 곳곳에 묻었지만, 빛나는 외모는 가릴 수 없었다. 아무리 해가 강해도 타지 않는 하얀 피부에 8등신을 넘어 9등신은 되는 비율.
미(美)가 공격 스킬 중 하나인
진혈의 귀족 뱀파이어다.
“농장 잡부야.”
연우가 퉁명스레 말한다.
“자, 잡부요?”
“응. 그냥 배설물 담당. 어서 가 자.”
연우는 강줄기를 타고 올라갔 다.
“와! 대박! 우리 여기서 노는 거야? 이 물에서?”
“수영장이야? 다이빙도 할 수 있네?”
“이건 뭐야. 수중 테이블? 대박
이다.”
재학생들은 감탄하기에 바빴다.
“연우, 이거 뭐야? 너 어떻게 된 거야?”
혜영이 옆에 딱 붙어서 물었다.
“뭐가? 나 귀농했다고 했잖아. 이게 내 농장이야.”
“이게 농장 수준이야? 이건…… 말이 안 나온다.”
“농장 주인이 꽤 좋은 직업이더 라고.”
연우가 다시 소개를 시작했다.
“여긴 식당이야. 점심은 여기서 먹을 거고, 숙소는 저기.”
“와아. 완전 펜션인데요? 대박!”
애들이 난리가 났다. 보기만 해 도 감탄이 나올 만큼 좋았기 때문 이다. 마침 날씨까지 좋았다.
옆에 붙어 있던 혜영은 잠시 연 우를 바라보다 입술을 달싹였다. 무언가 할 말이 있지만, 참는 모 양이었다.
연우는 애들에게 방을 배정해 줬다.
“다 점심 먹고 물놀이할 준비하 고 내려와.”
“알겠습니다!”
신이 난 후배들이 소리쳤다. 연 우보다 선배는 없었다. 몇 명 있 지만, 이번 엠티는 오지 않은 까 닭이다.
다른 애들이 다 올라가고 연우 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점심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으음. 점심은 살몬테르 코스로 간다.”
사실 살몬테르가 너무 많이 남 았다. 냉동을 잘했지만, 너무 오 래 둬도 좋진 않다.
기분이 좋았다.
농장에 손님이 온 것도, 오랜만 에 친구들과 후배를 본 것도 좋았 다. 또 친구들이 농장을 보고 감 탄하는 것도 굉장히 뿌듯했다.
연우는 냉동 살몬테르를 큼지막 하게 꺼내고 해동기에 넣었다. 이 런 날에 헤맨을 부를 수 없기에 미리 만들어 놓은 거다.
머리는 없다.
하지만 살몬테르 살만으로도 꽤 많은 요리가 가능하다.
해동된 살몬테르를 길게 썰어 회로 먹을 걸 나눴다. 연우까지 19명이다. 테이블 하나에 6명까지 는 앉을 수 있다.
“3개로 나눠야겠어.”
한 명은 껴서 앉으면 된다.
이 접시는 냉기를 잔뜩 머금은 화이트 드래곤의 비늘로 만들었 다. 냉기 억제와 유지 마법을 걸 어 적당한 냉기가 유지된다.
“살몬테르 구이랑 살몬테르 샐 러드. 살몬테르 조림까지.”
이 정도면 점심으로는 부족하지 않을 거다. 거기에 미리 끓여 놓 은 해물탕이 있고 밥도 있었다.
나만 플레이어다
:절대자의 귀농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