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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21화 (21/207)

- 1권 21화

제21편_ 시원한 여름 나기(3)

‘얼마나 쓸까? 300억? 350억?’

연우가 입을 열었다.

“290 억.”

연우는 이재운을 보며 피식 웃 었다. 시비를 거는 거다. 자존심 을 건들고 해 볼 수 있으면 해 보 라고 부추기는 것.

“300억!”

현금은 많지만, 당장 유동할 수 있는 현금에 한계가 있다. 이거 말고도 뒤에 하나가 더 있다. 이 번에 최대한 가격을 올리고 다음 을 노리면…….

“낙찰! 300억에 낙찰됐습니다!”

연우는 한 번 비웃어 줬다.

하나? 가지라지. 아무리 잠재 능력치가 급해도 이거 하나에 300억이나 쓸 생각은 없었다.

이재운은 당했다는 걸 깨닫고 두 다리에 힘이 쭉 빠져 버렸다.

“이제 하나 남았습니다!”

장서진은 가격에 기가 질린 표 정이었고 이재운은 어이가 없다는 듯 넋을 잃었다.

“이번엔 50억입니다. 50억에 낙 찰됐습니다. 한 사람이 9개를 가 져가는군요!”

연우는 유유히 경매장을 빠져나 왔다. 분명 얼굴을 본 사람은 많 았지만,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거 얼마나 오를까?”

“9개를 전부 먹어도 4개 정도 오를 것 같습니다.”

한계가 아예 없지는 않은 거다. 완전한 시스템 설정으로 ‘1’이 오 르는 건 아니었으니까.

“638 이라.”

엄청난 수치다.

아스가르드 플레이어라면 누구 나 알 수 있을 거다. 630이 된 연 우는 대륙급 이벤트를 홀로 해결 해도 잠재 능력치 하나가 안 오를 정도다.

“바로 먹어 보고 싶지만, 인내 의 과실은 언제나 달콤하지.”

“클로닝 트리(Cloning tree)의 씨앗을 준비할까요?”

“좋지.”

한국어로 번역하면 ‘복제 나무’ 다. 마령석, 마법보다는 신성력. 어떤 신의 힘으로 만들어진 거다. 그래서 연우나 헤맨도 쉽게 복제 할 수 없다. 그쪽 스킬은 없기 때 문이다.

하지만 ‘신들의 정원’에서 구했 던 클로닝 트리를 이용하면 쉽게 복제할 수 있다. 물론 쉬운 건 아 니지만, 므깃도의 주인인 연우다.

“9개니까. 한 달에 9개씩은 만 들 수 있을 겁니다.”

가장 초기의 진짜 마령석에만 씨앗을 심을 수 있고, 복제품에는 씨앗을 사용할 수 없다.

“딱 좋네.”

이러니 100억이 아깝지 않았다.

이걸로 무한정 올릴 순 없을 거 다. 한계 잠재 능력치에 영향이 적다고 해도 아예 없을 순 없으니 까.

‘뭐, 몇 개만 올려도 이득이지.’

주목적은 담금주다.

“헤맨, 아무래도 사냥을 해야겠

어.”

“알겠습니다.”

무언가를 사기엔 제대로 된 물 건이 없다.

중국의 한 산맥. 수백 개의 산 봉우리가 솟아 구름을 뚫고 하늘 에 닿아 있다.

산봉우리 곳곳에 박힌 밝은 마 력석이 보인다. 얼핏 봐도 어마어 마한 크기를 지닌 8단계 이상의 마력석. 이곳의 몬스터는 이 마력 으로 강해졌고 성장했다. 오랜 시 간 많은 마력을 머금은 생물체는 진화했다. 약초는 영초가 되고 동 물은 영물이 돼 내단을 얻는다.

끼릭끼릭.

단단한 껍질, 노란 줄무늬, 강 한 턱과 독침. 말벌. im는 가볍게 넘어가는 몬스터였다. 한 마리, 수천 마리, 수십만 마리가 산봉우 리 곳곳에 퍼져 있다.

더듬이를 움직이고 호르몬을 뿜 어 서로 대화한다.

‘때가 됐다. 여왕의 명이 왔다.’

‘인간, 인간이 필요하다.’

‘끼릭, 더 강해져야 한다. 인간 을 더 먹어야 한다.’

시야가 더 넓어지며 수만 마리 의 말벌이 보였다.

그들이 이 산맥의 왕이다.

먹이사슬의 최상위 천적.

처음엔 아니었다. 수많은 몬스 터가 난무하던 곳이었고 수십 년 동안 서로 죽이고 죽이는 잔혹한 전쟁이 지속됐다.

말벌 몬스터는 마력석에 직접 붙어 마력을 흡수했고 영초를 먹 었으며 영물을 사냥했다. 그러면 서 점점 강해졌고 많아졌다.

그렇게 최상위 천적이 됐고.

이제 이 산맥에는 먹이가 부족 했다.

그러자 시선이 밖으로 흘렀다. 마력을 다루는 인간을 사냥했고 그동안 먹었던 그 어떤 먹이보다 영양이 풍부하다는 것을 본능적으 로 느꼈다.

수십만 마리. 지금도 여왕은 알 을 낳는다. 그 알에선 더욱더 강 력한 말벌 몬스터가 태어난다.

‘때가 됐다.’

여왕의 강력한 명령이 수십만 마리의 말벌 몬스터에게 퍼졌다.

우우웅! 우우웅!

날개가 들썩거리며 흥분했다.

오랜 시간 준비했다. 이제 인간 세상으로 향할 때다. 많은 먹이가. 더 풍부한 마력을 지닌 인간이 기 다리고 있다.

우우우우웅!

‘가라! 가서 먹이를 구하라!’

수십만 마리의 8단계 이상의 말벌 몬스터가 인간 세상으로 나 갔다.

그건 인류의 재앙을 알리는 거 대한 외침이었다.

정말 그런 줄만 알았다.

그때까지는.

[긴급 속보입니다. 중국 상해에 수십만 마리의 말벌 몬스터가 등 장했습니다]

[중국은 긴급 재난 사태를 선포 하고 중국 전역의 모든 사용자를 징집했습니다]

[한국, 러시아는 1급 경계 태세 를 갖추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습 니다]

“…… 무슨 일이야.”

연우는 말벌 관련 몬스터를 찾 다가 뉴스를 봤다. 폰으로 검색하 던 도중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와 본 거였다.

“마침 잘됐네.”

자그마치 8단계 말벌 몬스터 수십만 마리다. 현재 드러난 중국 의 전력이면 막을 수 없다. 원 클 래스나 투 클래스 마스터가 등장 한다면 어찌어찌 막긴 할 거다.

하지만 그사이 죽어 나가는 사 람은 수백만 명은 더 될 거다. 그 많은 수가 한곳에 몰려 있진 않을 테니까.

“헤맨.”

“네, 주인님.”

“ 양봉 (養!峰) 하자.”

벌을 키우며 벌꿀과 밀랍을 생 산하는 일을 말한다.

“준비하겠습니다.”

말벌 술과 노봉방(露峰房) 술도 좋지만, 양봉도 괜찮은 부업이다. 특히나 8단계나 되는 말벌 몬스 터? 이보다 좋을 수 없다. 보통 말벌은 꿀을 만들지 않아 양봉이 불가능하지만, 몬스터 말벌은 다 르다.

이참에 여왕 말벌까지 잡아서 로열젤리를 만들어야겠다.

‘여름 보양으로 이만한 것도 없 지.’

헤맨이 아공간에서 빠져나오며 연우와 함께 사라졌다.

“막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 으라고!”

우웅! 화악!

콰아아앙!

수천 명의 사용자가 거대 말벌 을 막고 있었다. 탱커, 실드가 전 면에서 말벌을 막고 원거리 딜러 가 공격한다. 마법과 활이 대부분 이고 근접 딜러의 활약도 대단하 다.

하지만 적은 하나같이 8단계에 이르는 개체. 게다가 수도 어마어 마하다.

“끄아아악! 살려 줘!”

“젠장! 젠장 할, 너무 많아. 끄 악!”

독침이 배를 뚫고 독이 퍼지며 죽는다. 단단하고 강한 이빨로 머 리통을 깨 버린다. 마력이 잔뜩 담긴 사용자의 검도 마찬가지로 버티지 못했다.

너무 강하다.

중간중간 원 클래스 마스터가 끼어 있어서 겨우 막기는 한다. 하지만 그걸로 턱도 없다.

우우웅! 우우웅!

날갯짓 소리가 사방에서 들린 다. 하늘은 이미 시꺼멓게 물들었 다.

“후욱. 후욱. 틀렸어. 너무 많 아.”

중간중간 더 약한 개체도 있고 강한 개체도 있었다. 그래서 평균 이 8단계다. 마스터라는 말이다. 게다가 더 중요한 건 숫자가 너무 많다는 것.

갑자기 이런 놈들이 어디서 나 온 것일까.

절망이다. 이건 중국뿐 아니라, 전 인류를 위기에 몰아넣을 거다.

“뭐, 뭐야 저건?”

하늘에서 말벌 수만큼 많은 잠 자리가 등장했다.

우우웅!

거대 말벌의 날갯짓 소리보다 수십 배는 큰 소음이 주변을 흔들 었다.

우웅! 우웅!

“자, 잠자리?”

그뿐이 아니었다.

끼이익? 끼긱!

오소리와 두꺼비였다.

“뭐야 도대체?”

모두가 곤충의 최상위 포식자라 는 말벌의 천적이었다.

콰직! 끼이이익!

오소리 한 마리가 거대 말벌을 씹어 삼켰다. 두꺼비도 마찬가지 로 혀를 날름거리며 빠르게 거대 말벌을 삼킨다. 거대한 잠자리와 말벌은 일방적인 천적이 아니라 엉켜 싸우기 시작했다.

“이건 대체……

말이 안 된다. 이런 몬스터가 있다는 건 들어 봤다. 그런데 갑 자기 어디서 나타난 거란 말인가. 게다가 왜 몬스터들끼리 싸우는 거지?

모두가 말이 안 된다.

하지만 상황은 더 말도 안 될 정도로 좋아졌다.

우우웅! 우우웅!

거대 말벌이 갑자기 엉덩이를 치켜들고 흔들기 시작했다. 무언 가 서로 의견을 조율하는 거다. 명령일 수도 있다.

‘여왕이 위험하다!’

‘돌아간다! 둥지로 돌아간다!’

거대 말벌은 뒤에서 자신을 노 리는 천적을 무시하고 빠르게 날 아가기 시작했다. 그곳에 남은 사 용자는 허탈하게 입을 벌리고 바 라볼 수밖에 없었다.

“에헤헤! 주인님! 슬슬 들어오 기 시작합니다.”

헤맨이 웃으며 검은 호리병을 흔들고 있었다. 헤맨의 키는 고작 1.5m. 하지만 호리병에서 형성되 는 거대한 소용돌이는 수 킬로미 터를 삼키고 있었다. 그 안에는 수십만 마리의 거대 말벌이 있었 다.

[채집 호리병(전설급)]

설명 : 대륙의 현자이자 곤충 생태계 전문가인 파브로가 초록 마탑에 의뢰해 만든 채집 호리병. 9단계 이하의 중소형 곤충 몬스 터를 모조리 빨아들일 수 있다.

“효과는 좋구나.”

연우는 웃으며 노봉방. 즉, 벌 집을 채집하고 있었다. 말벌이 큰 만큼 벌집과 알도 컸고 그 안에 꿀도 어마어마했다. 옆으로 얌전 하고 대기하고 있는 9단계 여왕 벌은 이미 헤맨에 의해서 ‘목줄’이 채워졌다. 어느 정도 정리가 돼 간다.

“좋은 작전이었습니다. 헤헤.”

헤맨이 웃으며 아부했다.

말벌은 단순하면서도 다루기 쉽 다. 여왕과 집이 위험하면 모조리 달려올 수밖에 없다. 그래도 몬스 터라 도시에 남아 있을 걸 생각해 서 천적들을 잡아다 풀었다. 아마 중국에 있는 말벌들도 거의 정리 가 끝났을 거다.

“오소리는 조금 아쉽지만, 도시 밖으로 나가서 길들이기 풀리게 하고.”

5단계였던 몬스터들. 연우가 길 들이기를 하고 헤맨이 강화 마법 을 걸었다. 8단계 말벌 정도는 어 렵지 않게 잡을 거다.

“깔끔하게 정리하겠습니다.”

‘노봉방에 로열젤리를 넣어서 술을 담가야겠어.’

애벌레도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말벌 주도 담근다. 원래 2년 이상 담가야 하지만, 연우에 겐 해당하지 않는 말이다.

“바로 가자.”

헤맨이 호리병을 닫고 연우와 함께 농장으로 워프했다.

헤맨이라 가능한 워프였다.

양봉은 나중이다. 호리병 안에 말벌들은 살아 있으니까 천천히 해도 된다. 연우와 헤맨은 애벌레 가 잠자는 벌집과 말벌 수십 마리 를 꺼내며 아이템을 사용했다.

[스케일 다운 폼]

예전에 술을 담그기 위해 구했 던 마법 아이템이다. 강한 마력만 있으면 누구나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축소 마법 장비다.

우우웅!

그러자 거대했던 말벌들이 일반 말벌보다 약간 큰 정도로 줄었다. 벌집도 마찬가지였다.

‘술병은……

독을 품고 있으며 아직 살아 있 어서 힘도 강하다. 8단계 이상의 몬스터 아닌가.

“헤맨, 오리할콘 합금으로 만든 병 있지?”

“네, 아공간이 2단계가 돼 가져 올 수 있습니다.”

다행이다.

이 정도는 돼야 쉽게 버틸 거 다.

연우는 계속 움직였다.

졸졸졸.

술은 담금술을 사용하는 게 맞 지만, 독성이 강해서 최고급 해독 포션을 조금 섞었다. 거기에 대환 단과 공청석유로 담근 술도 조금 나눠 담았다.

치이익.

술에 담긴 말벌의 꼬리에서 검 은 김이 피어난다. 연우는 그 연 기가 빠져나가기 전에 뚜껑을 닫 았다.

“이번 모임은 꽤 재미있겠어.”

마침 이번 주말에 애들이 모여 서 온다고 연락이 왔다.

“헤맨, 인도에 지네 한 마리 나 타났다더라. 8단계라는데.”

“분신 하나 보내겠습니다.”

연우는 끄덕였다. 약한 육체로 장거리 워프를 했더니 피곤하다. 오늘은 조금 쉬고 내일부터 강과 농장을 한번 정리해야겠다고 생각 했다.

“자, 오늘은 뭘 먹을까.”

연우는 산을 넘어가는 붉은 해 를 보며 모닥불을 피웠다.

나만 플레이어다

:절대자의 귀농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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