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권 19화
제19편_ 시원한 여름 나기(1)
“여긴 아스가르드와 다르니까.”
게임에선 죽이는 것보다 워프 불가능한 지역에 고립시키는 게 효율적이다.
그래야 사람이 미친다. 게임을 접속했는데 아무것도 할 수가 없 다. 접속 종료해서 누군가를 불러 와야 하는데 그마저도 몇 주는 걸 리는 곳이니까.
한 단계 더 잔인한 방법으로는 그런 곳에 상태 이상을 걸어 버리 는 거다. 마비, 중독, 압박, 무호 흡 등등. 재생력이 있으니 죽지는 않지만, 육체에 이상이 생겨 비상 상황이 아닌 이상 로그아웃도 할 수가 없다.
거기에 캡슐엔 로그아웃하지 않 고 한 달까지 육체를 최상의 상태 로 유지하는 기능도 있으니 미칠 수밖에.
“묻지는 않았지?”
“네, 그냥 떨구고 왔습니다.”
잘했다.
이 세상에서 살인해서 좋을 건 없으니까.
“밥이나 먹자.”
“네, 알겠습니다. 요섭도 불러올 까요?”
“그러자.”
친구를 만나면서 밥을 먹었지 만, 술이 부족했다. 차를 타야 해 서 해독 포션을 마셨기 때문이다.
오늘도 밤하늘이 참 밝다.
쏘:k 米
오늘 아침도 상쾌하다.
헤르메스는 완전 농부가 다 됐 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울타리 청 소부터 배설물 분배까지 완료하고 젖을 짠다.
블랙 카우 우두머리가 자신의 암컷을 만지는 걸 좋아하지 않아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원 클래스 헤르메스에게 우두머리가 반항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역시 못해도 원 클래스 마스터 는 돼야 쓸 만하지.”
“맞습니다. 요섭도 빠르게 스킬 을 찾고 있습니다.”
“그래야지. 하루에 마력석 몇 개를 먹는데.”
그뿐이랴, 이미 표피는 드래곤 비늘처럼 단단해졌고 어둠 속이면 아예 보이지 않을 정도다. 게다가 아공간에 있던 폴리모프 마법이 담긴 장비를 착용했다. 그래서 지 금 보기엔 완전 인간과 다를 바 없었다.
“길 닦는 건 조금 미루고.”
차를 샀으면 길을 닦는 건 인지 상정. 하지만 아직 연우의 땅이 아니기에 조금 미뤘다. 공인중개 사와 변호사에게 일을 맡겨 놨다. 보수도 넉넉히 챙겨 줬으니 잘해 줄 거다.
“자자, 오늘도 놀고만 있을 순 없지.”
항상 놀긴 했다.
“오늘은 어떤 걸 하시겠습니 까?”
“이제 상급 마력석이 하나 공개 될 거니까. 이 하늘의 중계석 좀 안 보이게 하고.”
너무 튄다. 얼마에 팔릴지, 얼 마나 관심을 받을지는 모르겠지 만, 굳이 다 보이는 곳에 둘 필요 는 없다.
“친구들하고 강에서 놀 수도 있 으니까. 적당하게 수영장을 만들 자.”
“좋습니다. 지반 공사를 할까 요?”
연우는 강줄기를 바라봤다.
꽤 넓다. 가장 깊은 곳은 10m 가 넘고 낮은 곳은 lm 정도 된 다. 낮은 곳을 골라서 유속이 높 은 곳과 분리하고 근처로 몬스터 를 오지 못하게 하는 게 좋다.
“응. 어차피 어장도 채워야 하 니까. 범위를 지정해 통째로 옮기 는 것도 나쁘지 않지.”
사실 낚시는 심심해서 한 거다. 그냥 마법으로 옮겨도 된다. 안쪽 흙과 식물들까지 말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는 동화 율이 다.
그보다 중요한 건 업적.
능력치나 스킬이 제자리를 되찾 아가기 전에 잠재 능력치를 올려 야 한다.
‘업적이라, 업적.’
첫 번째로는 농장을 키우는 것.
몬스터와 건물을 늘리고 판매와 방문객을 이용해 인지도와 규모를 늘리는 것.
두 번째는 몬스터. 새로운 몬스 터를 잡아 길들이고 사육하며 교 배하는 거다. 그 안에는 이종교배 도 포함된다.
세 번째는 다른 플레이어처럼 사냥하는 것.
몬스터를 잡고 업적을 세우는 거다. 다른 직업에 비해 이 방법 은 효율이 떨어지고 어렵다. 농장 주인이기에 그런 거다.
‘게다가 한 가지 방법만으론 안 되지.’
농장을 키우고 몬스터를 모으며 사냥을 하는 것까지. 업적은 한 방향으로만 가면 다른 분야에서 발목이 잡힌다.
쉽게 말하면 농장만 죽어라 키 운다고 업적이 계속 생기는 게 아 니라는 거다. 고루고루 활동해야 업적이 잘 오른다.
“이번엔 사냥할 차롄가.”
제임스에게 가장 먼저 배웠던 게 목축이라면 옆집 사냥꾼인 세 이지에게 배운 게 사냥이다. 중년 의 여성 사냥꾼이었는데 도시에서 꽤 유명했다.
“세이지 아줌마 보고 싶네.”
아마 그녀도 쓰리 클래스 마스 터였을 거다. 연우와 처음 시작할 땐, 평범한 아줌마였는데 말이다.
“일단, 물놀이할 수 있는 것부 터.”
뜨거운 햇살이다. 연우야 능력 치가 오르면서 더위를 느끼지 않 게 됐다. 하지만 그래도 여름 기 분은 내고 싶다.
게다가 랩실 사람들과도 모임을 하기로 했으니, 준비는 확실하게 해야 한다.
연우는 강 옆으로 다가갔다.
게헨나르가 벌써 허리까지 자랐 다. 넝쿨인데 검붉은 반점이 찍혀 있다. 1년에 한 번 꽃을 피우는데 마계의 게헨나르 산 전체가 붉은 빛을 뿜는다.
마계에서도 몇 안 되는 장관이 라고 알려진 아름다움이다.
“헤맨, 미스릴 있나?”
“중급 자재라 없을 겁니다.”
미스릴 합금은 있을 테지만, 아 직 연우가 건설 스킬로 이용할 정 도는 아니다.
“아, 호른의 비늘 있나?”
물의 요정 호른의 비늘이다. 미 스릴보다는 못하지만 투명하고 단 단해서 건설 재료로 많이 쓰인다. 특히, 물속에서는 이보다 좋은 재 료는 찾기 힘들다.
“네, 충분할 겁니다.”
건설 스킬이 낮아도 쓸 수 있 다. 등급이 높은 게 아니라 희귀 한 재료니까.
특히, 물의 온도와 모든 환경을 원하는 대로 유지하는 원천 마법 력이 담겨 있다. 따로 마법을 걸 필요도 없을 정도로 완벽한 환경
을 제공한다.
-지반을 다지기 시작합니다.
-물속 몬스터가 흥분합니다.
-중재자 스킬이 발동됩니다.
-지배자 스킬이 발동됩니다.
?절대자 스킬이 발동됩니다.
-몬스터가 도망칩니다.
쿵. 쿵. 쿵.
물속 지반을 다지는 건 절대로 쉽지 않다. 물의 저항을 받고 흐 르는 물 때문에 지반이 흩어지기 도 한다.
하지만 연우다. 이런 건 수백 번도 더 해 봤다.
마법으로 고정하고 연금술로 고 정제를 만든다. 전에 지하 어장으 로 들어가는 문을 만들었던 것과 다르게 물 저항 마법을 추가했다.
“좋아, 지반은 됐고 안전지대를 만들어야지.”
적당히 자리를 잡았다. 기둥을 박고 호른의 비늘을 엮어 보이지 않은 벽을 세우는 거다.
-호른의 비늘을 가공합니다.
-건설 스킬, 연금술 스킬, 마법 스킬이 조합됩니다.
?호른의 비늘(희귀)이 호른의 벽(희귀)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동화율이 대폭 올라갔습니다.
-수중 벽을 세웠습니다.
강물이 크게 흔들린다.
연우의 집이 중앙이고 뒤쪽은 대장간, 앞으로는 강줄기를 옆에 낀 식당이 있다. 그리고 식당 앞 으로 물놀이할 수 있는 곳이 만들 어진 거다.
깊이 50cm에서 2m까지 깊어진 다. 너비 10m에 길이만 50m 정 도 되는 크기가 만들어졌다.
“음. 뭔가 아쉬워.”
보이지 않는 벽이라 휑하다. 물 속에서 보면 다른 곳보다 높고 안 정적인 지반이라 차이가 나지만, 밖에선 전혀 아니다.
“헤맨, 물에 발을 담그고 음식 을 먹을 수 있는 곳을 만들자.”
“기둥이 필요하겠군요.”
“응. 물살 저항 마법도 필요할 것 같다.”
생각은 길었지만, 행동은 빨랐 다.
‘수영장’이라고 이름 붙인 물놀 이 구역의 가장 상류에 지반을 더 올렸다. 깊이 30cm 정도 될 정도 로. 상류에서 내려오는 물줄기에 물 저항 마법진을 설치해서 잔잔 하게 만든다.
괜히 어린아이들이 놀다가 넘어 지면 안 되니까.
“안전 바를 만들자. 이건 보이 게 하는 게 좋겠어.”
물속에서는 호른의 비늘을 사용 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괜히 불안할 수도 있다. 물에 젖지 않 게 코팅된 블러드 우드를 사용했 다.
어른 팔뚝 두께의 기둥을 주르 륵 꽂았다.
수중 테이블이 있는 구역을 기 준으로 지반 높이가 확 차이 나기 시작하는, 그러니까 상류를 뒤로 하고 쭉 둘렀다. 앞쪽 수영장으로 들어가는 길은 계단 형식으로 블 러드 우드를 댔다.
“꽤 괜찮네.”
“그럴듯합니다.”
“수영장을 중심으로 안전 바를
쭉 두르자.”
“알겠습니다.”
헤맨이 블러드 우드를 더 꺼냈 다.
연우는 바지를 허벅지까지 올리 고 물속으로 들어가 작업했다. 보 이지 않는 손으로 기둥을 심고 마 법과 건설 스킬을 사용했다.
-‘수영장’과 ‘수중 테이블’을 완 성했습니다.
?‘물놀이 파크’로 명명합니다.
-현재 능력을 벗어나는 업적을 세웠습니다.
-잠재 능력치가 1 올랐습니다.
-동화율이 대폭 올랐습니다.
동화율이 오르면서 스킬도 몇 개 올랐는데, 사용하지 않는 것도 동시에 올랐다.
‘너무 빠르긴 하지만.’
이렇게 빠르게 오르면 잠재 능 력치를 올릴 기회도 줄어든다. 하 지만 업적을 세울 때, 동화율이 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
“캬, 좋다.”
정말 그럴듯하다.
너비 10m에 길이 60m가 된다. 길이 10m 정도는 평상이 있고 나 머지는 알맞은 깊이의 수영장인 거다.
뿌듯하다. 이게 바로 농장을 짓 는 보람이다. 여기서 사람들이 논 다는 생각을 하면 그렇게 좋을 수 가 없다.
‘친구들도 곧 온다고 했으니까.’
예전에 그런 말을 했다.
돈을 많이 벌어서 동해안이나 서해안 쪽에 작은 마당이 있는 집 을 사자고. 친한 친구들이나 모임 애들을 데리고 시즌마다 놀러 갈 수 있는 곳. 잠시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아지트를 만드는 것. 낚시도 하고 물놀이도 하며 모닥불을 중 심으로 둘러앉아 고기를 먹으며 노는 것까지. 다들 성공해서 꼭 해 보자고 했다.
‘내가 먼저 이뤘네.’
누가 먼저 이룬 게 중요한가. 다 같이 마음 편하게 놀 수 있으 면 된 거다.
아직도 뜨거운 여름이다.
여름엔 물놀이도 좋지만, 술이 빠질 수 없다.
“좋아, 내친김에 술도 조금 담 가야지.”
사냥도 해야 하는데, 업적이야 조금 미뤄도 된다.
원래 인생이란 그런 거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는 것. 내일 의 자신을 믿을 수 없으면 절대로 할 수 없는 대단한 일이다.
“헤맨, 담가 놓은 술 좀 있나?”
“네, 다행히 이번에 아공간이 2 단계로 올랐습니다.”
“그렇군.”
몇 개의 스킬을 제외하고 대부 분 한 단계 올랐다. 아공간이 오 른 건 고무적인 일이다.
“장식장에 넣을 거 몇 개만 꺼 내 오자.”
“알겠습니다.”
농장에서 괜찮은 부업 중에는 술을 담가 파는 것도 있었다. 애 주가라면 사족을 못 쓰는 담금주 다.
쑤욱.
헤맨이 허벅지만 한 담금주를 한아름 들고 나왔다.
만년설삼, 만년산삼, 만년하수 오, 반도복숭아, 만년지주의 내단, 에이션트 드래곤 하트, 정령왕의 눈물, 히드라의 심장??????.
“안 돼. 이거 너무 눈에 띄잖 아.”
“가장 눈에 띄지 않는 것만 골 라 보겠습니다.”
이런 걸 되묻지 않아서 좋다.
헤맨은 다시 들어갔다.
만년 시리즈와 드래곤 하트나 히드라의 심장은 눈에 너무 띈다. 주변을 잡아먹을 듯 강렬한 오라 는 물론이고 생긴 것도 만만치 않 다.
그리고 언뜻 느껴지는 마력만 해도 웬만한 성룡급이다.
“여기 있습니다.”
헤맨이 몇 가지 담금주를 꺼내 왔다.
“만드라고. 팔뚝만 한 산삼같이 생기긴 했지만, 이 정도는 괜찮지. 마계 이무기 담금주. 꽤 세긴 해 도 보기엔 뱀처럼 보이니까……
마계를 들렸다가 잡았던 이무기 를 마법으로 줄여 놓은 거다. 통 째로 넣어 놓은 덕분에 마력이 거 의 느껴지지 않는다.
“공청석유에 대환단 몇 개 넣어 놓은 것도 있네.”
먹어 보진 않았다. 퀘스트를 깨 면서 몇 개 얻긴 했는데 필요 없 어서 술로 담가 버렸다. 이것도 생각보다 평범하게 생겼다.
영약이라는 게 마력이 대놓고 느껴지는 그런 게 아니니까.
“이 정도면 나쁘지 않네.”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여기서 구한 재료로 담금주를 만들고 대 환단과 공청석유를 조금 섞으면 괜찮은 술이 나올 것 같았다.
술을 담그는 것도 꽤 쏠쏠한 재 미가 있다.
나만 플레이어다
:절대자의 귀농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