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권 18화
제18편_ 방파제를 획득하셨습 니다!(3)
다시 한 번 느꼈다.
연우는 진짜 지질했다.
“잘 지내고.”
“…… 연우 너도 잘 지내. 많이 성공했구나.”
“아니야. 그냥……
그걸로 끝이었다.
점장이 괜찮으면 쇼핑 도우미를 붙여 준다고 했지만, 연우가 거절 했다. 아멕스 블랙의 기본 혜택이 라지만, 굳이 받고 싶진 않았다.
가끔 이런 상황을 상상해 본 적 이 있었다.
많이 원망했으니까 통쾌할 줄 알았다. 오히려 더 찝찝하고 미안 함이 든다.
“에라, 오늘 쇼핑은 여기까지만 해야겠다.”
기분이 나지 않았다.
어차피 곧 있으면 친구들과 약 속 시간이다. 연우는 지하 식품 매장으로 가서 회전초밥집으로 갔 다. 이 친구들과 약속은 항상 식 사를 하고 만난다.
그래야 바로 술을 마실 수 있으 니까.
저녁때가 되고 친구들과 일본식 술집에서 만났다. 회사 일 시작하 고 거의 못 봤으니까 3년 정도 됐을 거다.
키는 작지만 덩치가 있는 이혁 재, 통통하지만 이목구비가 뚜렷 해 잘생긴 전상수, 몸은 말랐는데 얼굴이 통통한 문지영, 문지영과 6년째 연애 중인 잘생긴 김동혁. 늘씬한 몸매를 가졌지만 남자다운 여자 최혜영.
“사용자 된 거 정말이야?”
동혁이 물었다. 연우는 끄덕이 기만 했다.
“회사는 그만둔 거고?”
“그렇지.”
“이제 뭐하게? 레이드라도 하 게?”
걱정하는 거다. 다른 친구들도 연우에게 집중하고 있다.
“아니, 나 귀농했어.”
“…… 미친놈.”
문지영이 중얼거렸다. 문지영도 사용자다. 근딜이고 1단계로 각성 해서 재능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 래서 지금은 평범한 회사에 다니 는 중이다.
“정말이야. 소랑 닭도 키우고 작은 식당도 하나 해.”
몬스터라는 말은 아직 하지 않 았다.
“…… 진심이냐? 돈은 되고?”
“돈이 크게 필요한가. 배고프면 닭 하나 잡아먹고, 식당에서 간단 하게 해 먹으면 돼. 아, 이번에 돼지도 몇 마리 들였어.”
그 말에 친구들이 웃기 시작했 다.
“하긴, 연우가 뭘 하는데 걱정 할 필요 있나. 알아서 잘하겠지.”
“그럼 우리 이번 모임은 그 농 장에서 해도 되는 거야? 잘 곳은 있어?”
“있지. 바비큐장도 하나 만들 거야. 너희들 몸만 와. 내가 다 대접할게.”
블랙 카우와 블랙 쿡 그리고 쌍 뿔 멧돼지를 보고 어떻게 반응할 지 기대가 된다.
“우리 연구소 애들도 한번 다 부르자.”
이 친구들은 대학교 랩실이라는 연구소 친구들이다. 후배도 있고 선배도 있다. 꽤 오랫동안 유지돼 온 연구실이라 서로 사이가 좋다.
“괜찮지. 지금 재학생만 10명은 될 거고 사이에 후배들까지 하면 20명은 되겠다.”
“차만 빌려서 태우고 와, 술이 랑. 먹을 것하고 잘 곳은 내가 준 비할게.”
좋다. 어차피 농장을 운영하면 서 식당도 운영해야 하고 사람들 도 오가기 시작해야 한다.
암살자 한소영이 왔다 가고 아 직 한번도 다른 사용자가 와 본 적은 없다.
하지만 굳이 홍보하고 싶지는 않았다. 인지도가 올라가고 사람 이 많아지면 동화율 올라가는 것 도 빨라지겠지만, 급하진 않으니 까.
간간이 오는 손님을 맞이하는 게 더 여유롭고 좋을 거다.
“이야, 귀농한 친구 있으니까 좋네. 이런 여행도 가능하고. 거 기 풍경은 좋냐?”
“그럼, 뒤로는 산. 앞으로는 강 줄기도 있으니까.”
“오오! 그럼 물놀이도 가능?”
가능은 하다. 몬스터 밥이 되고 싶다면.
연우는 일단 가능하다고 했다. 자칫하면 헤맨이 나서서 실드를 구성하면 되니까 어려울 건 없다.
“자, 한잔 하자.” 차가운 소주를 따르고 건배를 했다. 이런 여유도 좋다. 회사 나 갈 걱정도 없고 돈이나 미래 걱정 할 필요도 없다. 연우는 당연히 그렇고, 친구들도 나름 잘 적응하 며 살아가고 있는 거다.
낮에 찝찝했던 기분이 다 날아 갔다.
?위이 이이 이잉!
비상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했 다.
“젠장, 몬스터 출현인가.”
꽤 자주 있는 일이다. 친구들은 짜증이 났지만 당황하지 않고 기 다렸다. 어디서 나타난 건지, 어 디까지 대피해야 하는 건지, 얼마 나 위험한 건지 듣고 판단하기 위 해서다.
어플을 보던 상수가 중얼거렸 다.
“이곳에서 500m 5단계 몬스터 8마리 출현. 가장 가까운 방공호 강남 역. 사용자 출동 시간은 1분 50 초.”
“음. 여긴 안전할 것 같은데?”
100% 안전한 곳은 없다. 연우 는 잠시 화장실을 다녀온다며 자 리를 비웠다.
아공간을 살짝 열어 헤맨을 불 렀다.
“네, 주인님.”
“어때, 여기 위험하진 않겠지?”
“네, 이쪽으로 향하는 몬스터 몇이 보이지만, 역시 위험할 정도 는 아닙니다.”
“…… 이쪽으로 온다고?”
“네, 빠르게 날아오는 걸 보니 까 10초 안에 도착할 거 같은데, 5단계라 주인님의 보이지 않는 손만 이용해도 금방 제압할 겁니 다.”
연우는 한숨을 깊게 쉬곤 아공 간을 닫고 친구들에게 달려갔다.
“야, 당장 나가자. 몬스터 이쪽 으로 온다!”
“뭐? 미친! 왜? 500m라며!”
“내가 아냐. 이쪽으로 날아온다 잖아!”
“어떻게 그걸! 아니, 그게 중요 한 게 아니지.”
꺄아아아!
밖에서 비명이 울려 퍼졌다.
쿠우우웅. 콰자작!
끄아아악!
이미 근처에 도착한 거다.
연우는 고민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친구들 만 챙겨 도망가도 된다. 연우가 직접 막아도 되고 헤맨의 분신을 이용해도 된다. 헤맨이라면 아무 에게도 들키지 않고 해결할 수 있 다.
“일단, 나가자. 이대로 있으면 도망칠 곳도 없이 죽을 수 있어!”
연우가 소리쳤고 친구들도 잘 따라왔다.
문을 열고 나왔을 때였다.
휘이이잉.
하늘에서 거대한 불덩이가 떨어 지고 있다.
‘매직 고스트’라는 몬스터였다. 마법을 사용하는 5단계 몬스터. 고작해야 5단계라고 하지만 일반 사람이나 이하 단계 사용자들에겐 괴물 같은 놈들이다.
지이잉.
불덩이뿐이 아니었다.
곳곳에 마법진이 빛을 내고 시 체와 건물 잔해가 공중으로 떠오 른다. 한마디로 지옥도가 펼쳐지 고 있었다.
“그, 그……
지영은 그 자리에 쓰러졌고 다 른 친구도 발을 떼지 못하며 헛구 역질을 해 댔다.
연우는 5단계 사용자다. 5단계 스킬 두 개에 마력이나 육체 능력 도 그 정도는 될 거다. 충분히 막 을 수 있다. 하지만 직접 움직이 는 걸 보여 주고 싶지는 않았다.
연우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헤맨.”
후욱.
한 번의 호흡이 채 가시기도 전 에 모든 게 멈췄다.
떨어지는 불덩이, 빛나는 마법 진에서 솟아나는 거대한 넝쿨, 흐 물거리던 고스트, 건물 벽과 아스 팔트에 퍼지는 사람의 피, 뒤에서 헛구역질하는 친구들까지.
모든 게 허공에 멈췄다.
마법 클래스 마스터. 10단계의 [타임 스톱]이 발동된 것이었다.
“조용히 처리한다.”
“네, 알겠습니다.”
피비빅!
작은 파란 마력 바늘이 매직 고 스트를 모두 찔렀다.
헤맨은 아공간으로 다시 들어갔 고 시간이 흐르기 시작하며 고스 트가 사라졌다. 하늘에서 떨어지 던 불덩이, 곳곳에 생성되던 마법 진까지 모조리 말이다.
“야, 정신 차려. 다 사라졌어.”
연우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능청스럽게 연기하며 친구들에게 다가갔다.
당연히 그날 친구들과는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오랜만에 만남이 금세 끝나 버 린 게 아쉬웠지만, 금방 농장에 놀러 온다고 약속한 것으로 만족 했다.
연우가 차를 몰고 농장으로 돌 아갈 때, 헤맨이 나와서 말했다.
“주인님, 뭔가 이상했습니다.”
“나도 느꼈어.”
“분신 하나 보냅니까?”
“…… 조용히 처리할 수 있겠 지?”
“네, 충분합니다.”
“깨끗하게 정리하고 와.”
“협회장님, 큰일 났습니다.”
“ 또야?”
“네, 미국, 러시아, 일본, 중국, 유럽의 몇 개국 정보국에서 항의 가 들어왔습니다.”
이진철은 관자놀이를 지그시 눌 렀다.
자국 정보 요원과 연락이 끊겼 다는 것이다. 아무런 흔적도 없이 순식간에.
감이 오는 게 있다.
신연우라는 사람. 그리고 집 요 정이라 소개했던 헤맨.
‘분명 그분들이겠지.’
각국 정보국 요원들은 은행의 모든 계좌 흐름을 조사하고 있었 을 거다.
그런데 9천억이 넘는 돈은 한 국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그렇다 는 건 협회와 스위스가 협약해 쌓 아 온 계좌에 잠들어 있다는 것. 언젠간 협회에서 그 사람을 찾아 가든지 그 사람이 협회로 찾아올 게 분명했다.
그래서 24시간 대기했다.
각 나라 정보국의 한국 분실, 위성, 수십 명의 요원을 모조리 동원했다. 한 명 한 명 협회를 출 입하는 모든 이의 신분을 조사했 고 조금이라도 의심되면 추적했 다.
그러다 걸린 게 신연우라는 사 람이 다.
아무것도 없었던 평범한 가정의 사람이 갑자기 협회를 다녀오더니 수십억의 차를 사고 롤렉스 매장 까지 갔다.
심중은 생겼다.
하지만 확실히 움직일 수는 없 었다.
협회의 힘은 어떤 한 나라도 쉽 게 건들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 서 몬스터를 이용했다. 주변에 생 길 몬스터 출현을 자극해 연우라 는 사람이 있는 곳으로 유도한 거 다.
그런데 5단계에 이르는 매직 고스트가 사라졌다.
연우라는 사람 바로 앞까지 간 후에 생긴 일이다.
원 클래스 마스터가 그 광경을 지켜봤지만, 아무런 흔적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이해할 수 없는 기이한 광경이었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그렇게 추적만 하면 되니까.
그런데.
“관련된 정보를 가진 모든 이들 이 사라진 거지.”
“ 네?”
“아니야. 혼잣말이야.”
“어떻게 대응할까요?”
“우리는 전혀 모른다고 해. 정 보국에서 신분을 속인 위장 여권 을 빌미로 밀입국으로 항의하고 정보국 협정을 들먹여.”
“알겠습니다. 하지만 미국이랑 러시아가 가만히 있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중국도 경제 쪽으로
“감히 세계사용자협회 한국 지 부를 상대로? 내가 있는데?”
협회장 이진철은 피식 웃었다.
“아, 아닙니다.”
“제대로 전해. 한국 정부가 아 니라 한국 사용자협회를 건드는 거라고. 앞으로 이 일로 어떤 보 복이라고 들어온다면 내가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이진철은 입꼬리를 올린 채 차 가운 얼굴로 말했다.
어이가 없었다.
그 무시무시한 괴물 앞이라 약 해 보인 거지, 세계 어딜 가더라 도 꼻리지 않을 강자가 이진철이 다. 사용자 힘뿐이 아니다. 영향 력, 권력, 세력. 그 어떤 것도 세 계 정상급이다.
‘후, 이제 개나 소나 날 무시하 는군.’
이진철은 앞에 놓인 서류철을 집어 들었다.
완벽하게 사라졌다.
어떻게 한 건지도 모르겠다. 마 법이라도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건가? 그들이 보고한 각 정보국에 보고한 내용마저도 변형되고 그 보고를 받은 상급자까지 기억을 잃었다.
아예 연우라는 사람과 관련된 ‘정보’ 자체가 사라진 거다. 바로 한국 지부 세계사용자협회 이진철 협회장만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절대, 절대로 건들면 안 된다.’
어떻게든 튼튼한 방파제가 돼 그를 자극하는 일을 원천 봉쇄시 켜야 했다. 이진철은 그게 세계 평화를 지키는 일이라고 굳게 믿 었다.
“해결했지?”
“네, 현장 요원들은 외딴 섬에 데려다 놓고 기억도 모두 지웠습 니다. 보고받은 상급자를 이용해 모든 정보를 지우고 그들의 기억 까지 완벽하게 지웠습니다.”
“외딴 섬?”
“네, 탈출하려면 몇 달은 걸릴 겁니다. 죽으면 금방 부활...... 하 지 않죠?”
“…… 웅. 여긴 죽으면 끝이야.”
아무래도 적응 기간이 더 필요 할 것 같았다.
나만 플레이어다
:절대자의 귀농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