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권 17화
제17편_ 방파제를 획득하셨습
니다!(2)
이 사람이라면 조금 믿어도 될 것 같았다. 어차피 알려진다고 해 서 나쁠 것도 없다. 헤맨은 강하 고 연우가 힘을 찾으면 더 강해진 다.
괜히 시끄러워지는 게 부담스러 웠던 것뿐이다.
하지만 농장을 계속 운영하고 경매로 번 돈을 사용하다 보면 정 보가 새어 나갈 수밖에 없을 거 다. 결국, 언젠간 밝혀진다는 거 다.
“헤맨, 나와라.”
쑤욱.
화아악.
거대한 기세가. 포 클래스 마스 터라는. 이진철이 감히 쳐다볼 수 조차 없는 강한 힘이 방 안을 점 령 했다.
“네, 주인님.”
헤맨이 연우에게 공손하게 고개 를 숙이며 인사한다.
‘정말 눈치는 빨라.’
이진철의 눈을 의식한 거다. 연 우는 당황해 하는 이진철을 보고 잠시 기다려 줬다.
“이, 이게……
이진철은 느낄 수 있었다. 원 클래스 마스터에 투 클래스를 목 전에 두고 있는 강자다.
그런데 그런 그가 어린아이가 된 기분이다.
헤맨이라는 존재가 허락하지 않 으면 고개를 들어 바라볼 수도 없 다는 걸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 다. 이진철도 투 클래스 마스터보 다 강한 자는 한번도 본 적이 없 어서 확신할 순 없다.
하지만 못해도 쓰리 클래스 마 스터다.
그의 감각은 그보다 훨씬 강하 다고 외친다. 하지만 쓰리 클래스 보다 강하면 포 클래스다. 그게 현실에 존재하는 수준일까?
절대 그럴 리 없다.
그의 상식선에선 아무리 강해 도, 이렇게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도, 상상할 수 있는 한계가 쓰리 클래스 마스터였다.
그때 연우가 입을 열었다.
“상급 마력석 하나 가져와.”
궁금했다.
이 마력석의 가치가 얼마나 될 까.
현실에서 나왔다는 가장 고위급 마력석이 원 클래스 마스터라 불 렸던 몬스터의 10단계 마력석이 다.
그런데 이건 그보다 최소 두 배 는 많은 마력량을 가진다.
최상급 마력석이 ‘게임 설정상’ 의 드래곤 해츨링의 마력량 정도 라면, 상급 마력석은 ‘현실’에서의 드래곤 해츨링급이라고 보면 된 다.
원 클래스라고 해도 모두 같은 원 클래스 마스터는 아니니까.
헤맨이 금방 들어가 주먹만 한 보석을 하나 가져왔다.
잘 세공된 마력석. 은은한 오라 가 주변까지 번지며 황홀한 빛을 뿌려댄다.
“이걸 하나 팔게요.”
“…… 누구신가요. 혹시 드래곤 입니까?”
현실에도 드래곤이 존재한다. 비공식적으로는 종종, 공식적으로 는 딱 한 번 사람들에게 모습을 드러냈다고 한다.
“풉. 아니에요. 전 사람입니다.”
“전 집 요정입니다.”
헤맨이 덧붙였다.
하긴, 맞는 말이긴 하다. 아공 간 요정이긴 하지만.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건지.”
“제가 말했죠. 이 비밀을 유지 해 주고, 제가. 아니 헤맨과 제가 세상일에 나설 일이 없었으면 좋 겠다는 겁니다.”
무슨 말인지 충분히 이해했을 거다.
“앞에서 방파제가 돼 주세요.”
“…… 반드시, 제가 해야겠네요. 무조건.”
끔찍한 상상을 해 봤다.
이런 강자가, 헤맨이라는 요정 이 가진 힘 그리고 요정이 주인으 로 모시는 이 앞의 연우라는 사람 이 나쁜 마음을 먹는다면?
세계 제패가 불가능할까?
쓰리 클래스 마스터다. 그리고 연우라는 사람은, 솔직히 모르겠 다. 약하다고 느꼈었는데, 이제 끝이 보이지 않는 산으로 보인다.
지금 헤맨의 힘이 전혀 느껴지 지 않는다는 걸 본 후로 더욱 확 신했다. 8단계에서 9단계로 넘어 갈 때 반박귀진이라는 경지에 도 달한다.
그 아래 경지의 사용자가 보기 에 일반 사람처럼 보이는 거다.
지금이 그랬다.
투 클래스 마스터를 바로 코앞 에 둔 이진철이, 앞에 두 사람의 경지를 전혀 못 느끼고 있다. 연 우는 5단계로 보이지만 이젠 보 이는 것도 믿기지 않는다.
‘막을 수도 없어.’
강한 힘은 잠재적 위험이라고 하기도 한다. 각국 정보국이나 협 회의 강경파들은. 그런 힘을 가진 이는 아군이 아니면 제거해야 한 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앞의 압도적인 무력 은.
그런 상상조차 하지 못하게 만 든다.
9단계 100명이 원 클래스 한 명을 이기지 못한다.
8단계 1,000명. 아니, 10,000명 이 덤벼도 원 클래스 한 명을 이 길 수 없다. 그런데 쓰리 클래스 마스터다. 혹은 더 강할지도 모른 다.
그런 이를 죽이려면 얼마나 많 은 강자가 필요할까.
단순 계산으로 2단계 클래스 마스터 100명 이상이 있어도 이 길 수 없다는 거다. 그런데 전 세 계에 2단계 클래스 마스터는 손 에 꼽는다.
일반 사람들은 원 클래스가 가 장 강한 줄 안다. 이것도 협회장 이니까 각국과 협회의 최고 전력 에 대한 정보가 있기에 아는 것. 그래서 더욱 확신할 수 있다.
이 사람은 아무도 막을 수가 없 다.
결코, 적대해선 안 된다.
“제가 모든 걸, 나서서 막겠습 니다.”
아까는 두려웠다. 하지만 지금 연우라는 이의 눈을 보곤 안심이 됐다.
그리고 이 앞에 마력석.
이건 지금까지 들어 본 적도 없 는 최상위급 마력석이다. 얼핏 느 껴지는 마력만 해도, 원 클래스 마스터 힘의 두 배는 넘어선다. 지금까지 나왔던 마력석 중 가장 마력량이 높았던 10단계 마력석 도 이만큼은 안 된다.
“이걸 정말 판매하시겠습니까?”
“네, 얼마에 팔릴지도 궁금하고 요.”
시험한다는 의미도 있다.
이 협회장이 연우의 믿음을 저 버리지 않을 수 있을까? 만약 이 걸 빼돌리고 정보를 내다 판다고 해도. 세계의 그 어떤 강자를 데 려온다고 해도 상관없다.
므깃도를 열 필요도 없다.
헤맨이면 처리가 가능하다. 도 망? 잠수? 헤맨의 분신 하나면 지 구 끝까지라도 쫓아가 제거할 수 있다.
만약, 연우의 믿음에 더 큰 믿 음으로 보답한다면?
이 협회장이라는 이진철은 기연 을 만날 수도 있을 거다. 방파제 하나쯤 높게 쌓는다고 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그럼 잘 부탁합니다.”
연우는 그렇게 말하곤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진철은 손에 ‘상급’이라 불리 고 드래곤 하트라고 추정되는 마 력석을 멍하니 들고 있었다.
“얼마에 팔릴까.”
검색을 해 보니 10단계 마력석 하나가 7조에 팔린 전적이 있었 다. 그보다 이 마력석의 마력량과 농도가 2배는 더 많겠지만, 가격 의 형성은 그것보다 더 복잡하다.
‘협회장이 알아서 잘하겠지.’
연우는 신경을 껐다.
돈 때문에 판 건 아니다.
최상급도 아닌, 상급 마력석 하 나가 세상에 나가면 어떤 일이 벌 어질까 궁금했을 뿐이다.
얼마 정도에, 어떤 나라가 아 니, 누가 그걸 살 수 있을까? 그 걸 산 후에는 그걸로 뭘 할까? 최 악의 무기? 영구적인 청정에너지? 아니면 수집품?
한번 지켜보고 싶었다.
“차부터 사야겠어.”
벤츠, 아우디, BMW.
그런 흔한 외제차뿐이 생각이 안 난다.
검색해야 했다.
포르쉐, 마세라티, 재규어, 페라 리, 람보르기니, 애스턴 마틴, 부 가티, 롤스로이스, 벤틀리. 엄청 많다.
“…… 도대체 뭘 사야 하는 거 야?”
이렇게 행복한 고민이 또 있을 까.
그래도 역시 농장 주인은 랜드 로버나 지프가 아닐까. 볼보도 괜 찮지만, 디자인이 생각보다 별로 다. 차체가 낮은 스포츠카야 농장 에 들어갈 수도 없다.
‘가는 길을 좀 닦아야겠어.’
길이 험하다? 그럼 도로를 만들 면 된다. 연우 땅이 아니라 조금 아깝다. 그럼? 그 땅까지 모조리 사 주면 된다.
얼마 되지 않는다.
포장도로가 끝나고 농장으로 들 어오는 길은 천천히 10분 정도다.
“그냥 다 사자.”
이왕에 쓰기로 한 거 통 크게 써야 하지 않겠는가.
“이거랑 이거랑 이거랑 주세요.”
“ 네?”
딜러가 되묻는다. 잘못 들었는 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연우는 아무 말하지 않 고 아멕스 블랙을 꺼냈다. 딜러가 그 카드를 보다 깜짝 놀라더니 고 개를 푹 숙이고 한쪽으로 달려간 다.
점장이랑 몇 명의 직원이 붙어 오는 게 보였다.
‘부담스러운데.’
나쁘진 않다. 즐길 수 있을 때 즐겨야지. 센느였을 땐 한 번 쇼 핑에 수십 명이 뒤에서 줄줄 따라 다닐 때도 흔했다.
연우는 두 시간 만에 총 8대의 차량을 샀다.
랜드로버 3대, 지프 2대, 포르 쉐 스포츠카 1대, 롤스로이스 1 대, 벤틀리도 1대. 총 52억이 들 었다.
므깃도 농장의 주소를 알려 주 고 이것저것 서류를 작성했다. 최 소 한 달에서 세 달까지 걸린다고 했으니까. 잊고 기다리면 될 것 같다.
롤스로이스에서 그때까지 팬텀 하나를 빌려 준다고 했는데, 굳이 받지는 않았다.
“얼마 안 들었네.”
지름신이 들렀다. 농장 주인 연 우와는 스타일이 전혀 다를 것 같 지만, 그것도 아니다. 아스가르드 안에서 연우의 사치는 더했으니 까.
그다음은 서울에서 가장 크다는 백화점으로 이동했다.
“시계를 사자.”
90만 원짜리 쿼츠 모델이다.
이걸 살 때도 벌벌 떨었는데, 지금은 롤렉스 매장으로 들어간 다.
더 비싼 하이엔드급 파텍필립, 바쉐론 콘스탄틴, 오데마 피게, 랑에운트죄네, 브레게도 있지만, 한참 시계에 관심 있을 때 가지고 싶었던 게 있다.
롤렉스 서브마리너 흑콤.
블랙과 골드의 조화. 롤렉스 제 품 중에서도 가장 긴 웨이팅이 필 요한 제품이기도 했다.
매장에 들어간 연우는 다른 모 델을 구경하다 직원 한 명에게 물 었다.
“혹시 서브마리너 혹콤 모델 있 나요?”
“네, 고객님. 웨이팅 하셔야…… 연우?”
“…… 민영이구나.”
하필 여기서 이런 모습으로 만 나다니. 대학교 때 사귀던 여자 친구였다. 못 본 지 5년이나 돼서 그런지 별 감흥은 없었다.
그때, 연우는 게임에 빠져 있었 고 민영은 취직을 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누굴 만난 건지, 연우에 게 이별을 고했다.
여전히 예쁜 얼굴이긴 했다.
“반갑네. 5년 만이지?”
“그러게. 잘 지냈어?”
별 의미 없는 말들이다. 연우는 기분이 묘했다. 물론, 좋다는 건 아니다. 헤어지고 한동안 SNS를 통해 지켜봤다. 지질한 짓이긴 했 지만, 그렇게라도 보고 싶었으니 까.
금방 다른 남자와 연애를 시작 했다. 결혼이니 평생 함께하자니, 그런 말들이 오가는 걸 지켜봤다.
‘나, 진짜 찌질했구나.’
아마 새벽에 몇 번 술 먹고 전 화했던 것 같다.
순간 그 생각이 들자 무지하게 부끄러웠다.
“크흠. 하여튼 흑콤은 얼마나 기다려야 해?”
“대기자가 많아서 못해도 6개월 은 걸려. 다른 모델은 어때?”
민영이 연우에게 모델을 추천했 다.
“그럼 이거나 사야겠다. 웨이팅 도 예약해 주고.”
“……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 야?”
사귈 때 습관이 나온 거다.
민영도 자기가 오지랖을 부린 걸 알았는지, 당황하며 미안하다 고 한다.
연우는 고개를 저었다.
같은 대학이라 겹치는 친구도 있고 어떻게 사는지 이야기도 들 었을 거다. 연우는 민영의 소식을 일부러 듣지 않았지만, 민영은 충 분히 들었을 수도 있다.
괜히 전 여자 친구 앞이라 무리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아니야. 이걸로 결제해 줘.”
“어머.”
민영은 아멕스 블랙을 보더니 깜짝 놀랐다.
“…… 자, 잠깐만. 점장님 좀 불 러 올게.”
“그래.”
금방 민영과 점장이 다가왔고. 점장은 상체를 깊게 숙이며 인사 했다.
“반갑습니다. 진작에 불러 주셨 으면 편의를 봐 드렸을 텐데요.”
“아닙니다. 눈에 띄고 싶진 않 아서요.”
“그렇군요. 이 검정 서브마리너 제품과 흑콤 웨이팅 하셨다고요?”
“ 네.”
“WVIP 고객님은 따로 웨이팅 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물건은 따 로 준비돼 있으니까요.”
“모두 살게요.”
기분 좋게 웃으며 연우에게 설 명한다. 연우는 민영을 슬쩍 봤다. 쪼잔하고, 지질하고, 없어 보이지 만, 민영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 주는 게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했 다.
그때 이별을 고하고 다른 사람 이랑 잘 지냈다는 걸 후회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나...... 진짜 찌질하구나.’
나만 플레이어다 :절대자의 귀농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