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권 16화
제16편_ 방파제를 획득하셨습 니다!(1)
며칠을 농장 관리에 집중했다.
아침을 먹고 블랙 카우와 블랙 쿡을 둘러보고 낚시를 잠깐 했다. 어장에 몇 마리 잡아넣으며 어장 을 한 번 점검한다. 그리고 아다 만티움 슬라임의 배설물을 확인하 고 상급 마력석을 자동 먹이 지급 기에 넣는다.
‘여기 싼 마력석을 조금 사야겠 어.’
이곳 기준으로 3, 4단계 마력석 이면 먹이로 충분할 거다. 귀찮아 서 그냥 쓰고 있었는데, 조금 아 깝기는 하다.
그리고 남아 있던 하나의 울타 리.
그곳엔 쌍뿔 멧돼지라는 허리까 지 오는 거대한 두 개의 뿔을 가 진 돼지가 있다. 이놈들은 먹이가 많이 필요하다. 다행히 게헨나르 와 마력 발전기에서 나오는 마력 이 상당하기에 따로 마력을 보중 할 필요는 없었다.
그래도 직접 먹을 먹이가 필요 했고 연우는 돼지 사료를 가져다 먹어야 했다.
순식간에 헤르메스의 할 일이 늘어났다.
요섭은 헤르메스와 잘 지냈는 데, 종일 스킬 올리는 것에 열중 하다가 잠깐 쉴 때면 헤르메스와 이야기했다.
주로, ‘생각보다 농장 생활이 좋다’는 이야기였다.
한 번은 요섭이 센느라는 존재 에 관해 이야기해 줬는데, 헤르메 스가 입에 거품을 물었다고 했다.
물론, 직접 본 건 아니다.
“헤맨, 오늘도 잠깐 나가야겠 다.”
“네, 알겠습니다.”
연우는 항상 냉장고 바지와 시 원한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하지 만 오늘은 다르다.
“이게 좋겠어.”
허벅지와 종아리를 부드럽게 감 싸며 복숭아뼈까지 오는 핏의 슬 랙스. 위로는 남색 티셔츠를 입고 신발은 티셔츠보다 조금 진한 남 색 스웨이드 로퍼를 신었다.
왼손엔 90만 원이 조금 넘는 론진 하이드로콘퀘스트 쿼츠 모델 을 착용했다.
머리도 조금 만졌는데, 7대 3 가르마에 드라이로 볼륨을 줬다. 나쁘지 않다.
“어디 신마 대전이라도 나가십 니까?”
헤맨이 진지하게 물었다. 헤맨 이 보기엔 몇 십 분이나 신경 써 서 착용할 장비를 고르는 모습일 거다.
연우는 웬만한 전투엔 장비를 대충 걸친다.
한 번, 대륙급 이벤트인 ‘신마 대전 : 최후의 전쟁’이라는 이름 만 그럴듯한 대규모 난투극에 나 갈 때 이 정도 시간을 들이긴 했 다.
“…… 친구들 만나러 간다.”
“친구분들이 혹시 마왕이라거 나……?”
이 녀석, 진심이다.
“…… 인간이다.”
연우는 차에 올라탔다. SM5 모 델이다. 탄 지 3년이 넘었다. 그 동안 관리를 잘했는데, 농장 오는 산길을 타면서 잔뜩 헤졌다.
연우는 창을 열고 바람을 맞으 며 서울로 향했다.
문득 설레기 시작했다.
옷을 이렇게 입고 친구들을 만 난다는 생각을 하니, 농장 주인 연우에서 30살 평범한 직장인 연 우로 돌아온 느낌이다.
그런데 9천억이 넘는 엄청난 돈이 있고, 그런 돈을 아주 쉽게 벌 수 있다.
손목에 찬 시계, 타고 가는 차.
월급을 쪼개며 모았던 돈으로 벌벌 떨며 샀다. 아직 차 할부가 남아 있을 거다.
‘돈을 좀 써 볼까.’
써 보고 싶었다.
연우는 협회로 향했다.
연우가 도착했을 땐, 해가 중천 이었다.
강남에 20층짜리 건물 전체가 협회였다. 지하 주차장에 차를 놓 고 1층으로 올라갔다. 많은 사람 이 오갔다. 사용자로 보이는 이들 도 있었고, 아닌 이들도 많았다.
“저기요.”
연우가 안내 데스크로 가 직원 을 불렀다.
“네, 고객님.”
“음, 돈 찾으러 왔는데요?”
“ 네?”
직원의 얼굴엔 황당함이 가득했 다.
“아, 맞아. 이거 보세요.”
연우는 문자가 찍힌 액정을 보 여 줬다. 직원은 깜짝 놀라 급하 게 어디론가 연락을 취하기 시작 했다.
연우는 주변을 둘러보며 기다렸 다.
누군가 내려왔다. 다른 이들은 아무도 그를 인식하지 못했다. 그 에게 [인식왜곡장]이 펼쳐져 있었 기 때문이다. 연우가 마계의 흙을 구했을 때 사용했던 마법이다.
8단계 이상의 고위급 마법.
연우는 헤맨의 도움으로 바로 알았다.
“반갑습니다. 혹시 신연우 씨 맞나요?”
“네, 반갑습니다.”
앞에 다가온 푸근한 인상의 아 저씨는 원 클래스 마스터. 그리고 한 개의 스킬 8단계. 그리고 두 개의 스킬이 5단계 이상이다. 이 정도면 헤르메스와 비교해서 전혀 꿇리지 않을 힘이다.
“한국 지부 협회장, 이진철입니 다.”
먼저 손을 내밀었고 연우는 웃 으며 잡았다.
“반갑습니다.”
“정말 여유로우시군요. 자랑은 아니지만, 저를 이렇게 마주 보고 도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은 절대 흔하지 않거든요.”
예전의 연우였으면 쩔쩔맸을 거 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어렵지 않 았다. 두렵지도, 부담스럽지도 않 다. 그저 동네 아저씨를 보는 느 낌이 다.
“돈 받으러 왔으니까요.”
장난처럼 말했다. 그러자 협회 장이라는 이진철도 재미있다며 웃 는다.
“아하하. 그렇죠. 그러네요.”
이진철은 연우를 자신의 사무실 로 데려갔다. 연우도 이런 곳보다 는 둘만 있는 곳이 편했다.
연우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돈은 어떻게 받을 수 있죠?”
연우의 목적은 돈이다. 굳이 이 협회장이라는 사람과 꽁냥거릴 필 요는 없다.
“음. 원하시는 대로 드리겠습니 다. 한국 계좌에 넣을 순 있지만, 추적을 아예 피할 순 없습니다. 한국 정부는 물론이고, 중국, 일 본, 러시아, 미국, 유럽의 정보국 에서 계좌를 지켜보고 있어요.”
“스위스 계좌에서 바로 빼서 사 용할 수 있는 카드는 없나요?”
“중간 수수료랑 회비가 좀 들긴 하지만, 그럴 수 있습니다. 특히,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와 협회에서 공동 발급하는 카드는 가장 보안 이 뛰어나죠. 물론, 혜택도 좋고 요.”
“말 잘하시네요. 지금 영업하는 건 아니죠?”
“하하. 영업 맞습니다. 제가 사 용자 되기 전에는 영업직이었거든 요.”
유쾌한 사람이다.
이진철이 보기에 연우는 평범한 사람일 거다. 마력이 느껴져도 5 단계 정도가 전부. 그런데 연우의 무례(?)를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 들인다.
그래서 마음에 들었다.
“그럼 그걸로 할게요. 회비는 어떻게 되죠?”
“원래 연 1,000만 원에 수수료 0.01%를 떼 갑니다.”
“ 으음.”
다른 곳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 로 비싸다. 회비야 그렇다 치지만 수수료가 0.01%면 엄청난 거다. 환전이나 기타 혜택을 보면 그리 비싼 건 아니지만, 다른 곳과 비 교하면 크다는 거다.
“비싸죠? 혹시 장비 구한 경로 만 알려 주시면 모두 무료로 해 드리겠습니다.”
“그냥 내죠. 뭐 어려운 것도 아 니고.”
그걸 알려 줄 순 없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으시네요.”
“보안만 확실하다면요.”
“좋습니다. 그건 협회의 명예를 걸고 약속드릴 수 있습니다. 여기 카드와 혜택 책자입니다.”
“…… 미리 준비해 놓으셨군요.”
“이걸 원하실 거라고 생각했습 니다. 아, 스위스에서 바로 빠져 나가기 때문에 따로 세금은 내지 않습니다. 그 0.01%에 환전이나 한국 정부의 세금 관련 문제가 해 결될 겁니다.”
그 정도면 전혀 아깝지 않다.
“이걸 안 쓰면 안 되겠네요.”
“그럼요. 사실 우리 쪽에서 엄 청 손해 보는 장사랍니다. 제가 이걸 발급하려고 얼마나 떼를 썼 는데요.”
책자를 대충 훑었다.
유명한 아멕스(Amex) 블랙의
모든 혜택은 기본이다.
-비행기 예약 시 자동으로 퍼 스트 클래스로 업그레이드(모든 항공사 적용).
?세계 주요 대도시에서 쇼핑할 경우 쇼핑 도우미 대절.
-세계 최상위급 여행사 및 관 광 안내원 대절.
-주요 콘서트, 스포츠 이벤트 시 VIP석 예약 대기.
-세계 유명 상점 및 옷가게 영 업 시간 이후 개인 쇼핑 서비스 제공.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블랙’ 카 드 발급 조건을 보면, 연간 카드 지출 금액이 25만 달러 이상. 가 입비 5천 달러에 연간 회비 2,500달러다.
그런데 이 카드는 세 배쯤 더 높다.
여기에 협회의 인증이 들어간 이 카드는 자격 조건으로 8단계 인 마스터급 이상의 사용자 무력 수준이 있고, 각국 지역 협회장 이상 간부의 추천이 필요하다. 각 종 재무 상태가 최상급에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도 자격 조건에 들 어간다. 추가 혜택으로는 협회에 서 제공하는 블랙 등급의 보안 시 설까지 마음대로 출입할 수 있는 자격이 제공된다.
“…… 이건 좀 과한 거 아닌가 요?”
“아아. 이 부분. 보안 시설 출입 은 아직 개방되지 않았습니다. 지 금 등급이 VVIP인데, WVIP 이 상으로 올라가면 사용 가능할 겁 니다.”
“ 그렇군요.”
“정부군 시설과 정보국 시설. 그리고 세계 각 최고 대학에 공짜 로 입학할 수 있는 자격도 있습니 다. 졸업은 다른 문제지만요.”
“…… 이거 영업 맞죠?”
“그럼요. 이런 주요 고객님을 그냥 보내 드릴 순 없으니까요. 저도 노력한 겁니다. 이 카드. 정 말 아무에게나 발급하는 게 아니 에요.”
불쌍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면 서도 전혀 밉지 않을 정도로 능청 스럽다.
“뭘 원하시는 거죠?”
“솔직하게 말할게요. 이번에 판 매됐던 정도의 아이템을 다시 판 매하는 것. 아니면 원 클래스 이 상의 무력을 증명하고 협회 가입. 딱 그겁니다. 둘 다면 좋고요.”
“제 힘이 어느 정도인지 보이지 않아요?”
연우는 고작해야 5단계 정도의 무력을 지녔다. 협회에서 탐낼 정 도도 아니고, 이 아멕스 카드의 발급 조건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그런 아이템을 구하는 것만 봐 도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죠. 전 제 감각을 믿거든요.”
“감각을 꽤 과신하시네요.”
“조금 그런 편이죠.”
연우는 그런 이진철의 말에 씨 익, 웃었다.
이진철 협회장. 마음에 들었다.
“조금 더 들어 보죠.”
“좋아요! 감사합니다.”
협회장 이진철은 몇 가지 이야 기를 더 했다. 협회에서 관리하는 7단계 이상급 레어 장비를 무료 로 대여할 수 있고 몬스터 시장 10% 할인 등등 수많은 혜택이 있다.
“만약 제가 거부하거나, 그런
아이템이 없다면요?”
“그래도 VVIP의 권리는 제 선 물입니다.”
“…… 휴. 정말 영업 잘하시네 요.”
“사실, 처음에 저를 보고 그 여 유 있는 표정에 감이 딱 꽂혔습니 다.”
“근데 이걸로 막 써도 괜찮은 거 맞죠?”
“네, 협회가 전적으로 모든 돈 의 흐름을 관리합니다. 그것도 정 보 관련 사용자가 직접이요. 100% 믿어도 됩니다.”
연우는 웃음이 났다.
정말 괜찮은 사람이다. VVVIP 이상의 혜택은 솔직히 탐나지 않 는다. 필요도 없고, 있어도 사용 하지 않을 거다. 사람 대 사람으 로 정말 마음에 들었다.
“한 가지만 물어볼게요.”
“네, 물론이죠.”
“여기서 있던 모든 일을 비밀로 지켜 줄 수 있습니까?”
“…… 이거 갑자기 긴장되는데 요. 어떤 말을 하시려고……
“조금 받아들이기 벅찰 수도 있 습니다. 지키지 못할 거면 보여 주지 않을 거고, 지킬 수 있다고 약속하시면 보여 드릴게요.”
“…… 저도 100% 확신할 순 없 습니다. 제가 말을 안 하더라도 정신을 읽거나 생각을 빼내는 건 가능할 테니까요.”
사실, 100%. 모조리 비밀로 할 생각은 없었다. 그저 책임을 지고 앞에서 막아 줄 힘이 있는 사람이 필요한 거다. 한마디로 방파제(防 波提)가 필요했다.
“그럼 누군가 이 정보로 절 억 압하려 했을 때. 그걸 앞서서 막 아 줄 수 있습니까?”
“지금도 미국과 러시아의 압박 을 견디느라 진이 다 빠집니다.”
“제가 당신을 믿어도 될까요?”
답답하고 짜증 날 정도로 물었 다. 신경이 거슬릴 만도 한데, 이 진철 협회장은 더 긴장하며 진지 해졌다. 연우의 낮은 단계의 심안 으로도 훤히 보일 정도도 진심이 었다.
“그건 연우 씨께서 판단할 문제 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됐습니다.”
연우는 결정했다.
나만 플레이어다 :절대자의 귀농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