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권 15화 (15/207)

? 1권 15화

제15편_ 전속 대장장이

“여, 여긴 어디. 아니, 어디죠?” 당황할 만하다.

반말하려다 헤맨의 존재감을 느 끼고 존대로 바꾼다. 드워프는 가 진 재능 때문에 오랜 시간 수탈을 당해서 그런지 눈치가 굉장히 빨 라졌다. 특히, 강자에게 숙이는 건 아주 타고났다.

게다가 헤맨에게 종속이 된 상 태라 더욱 빠르게 반응했다.

“요섭?”

연우가 물었다. 둥글둥글한 슬 라임 모양의 요섭은 헤맨과 연우 를 번갈아 보더니 금방 누가 위인 지를 깨달았다.

“네, 맞습니다. 제가 요섭입니 다.”

연우는 흐뭇하게 웃었다.

에고석이 잘 정착했다. 헤맨은 10단계 마스터니 실패할 리가 없 었다.

아다만티움 몸체, 아귀의 특성, 쓰리 클래스 마스터였던 드워프의 영혼. 이 정도면 어디 가서 맞고 다니진 않을 거다.

“앞으로 이곳에서 새로운 삶을 살 거다. 우리 므깃도의 농장의 전속 대장장이가 되는 거지.”

“대, 대장장이요? 그게 가능한 겁니까? 이, 이 몸은 어떻게……

“그건 헤맨이 알려 줄 거다. 천 천히 적응하고 마스터했던 스킬도 되찾아야지. 당장은 힘들겠지만, 한 번 갔던 길이니 어렵지 않을

거야.”

“가,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 다.”

옆에 있는 헤맨이라는 요정. 얼 핏 봐도 포 클래스 마스터는 된 다. 그 외에도 중상급 스킬이 많 아 보인다. 한때 쓰리 클래스 마 스터였던 요섭이었고 수많은 강자 를 만나 봤기에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앞에 있는 인간.

어디서 많이 본…….

“세, 센느 님?”

“ 알아보는구나.”

“어, 어떻게 된 거죠?”

연우는 설명해 줬다.

거대 이벤트에서 마족 침공으로 드워프가 사는 지저 세계가 무너 졌을 때였다. 마침 농장에 필요한 물건을 만들기 위해 들렀을 때, 부유하는 영혼 몇 개가 있어서 수 집 했다.

“그쪽 대장장이 실력이 좋았으 니까. 버리기는 아쉬웠지.”

요섭은 연우를 멀리서나마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드래곤이나 마왕이 설설 기던 인간은 처음이었으니 기억에 남지 않을 리가 없었다.

“전 에고석이 된 거고, 이곳에 서 슬라임의 몸으로 다시 태어난 거군요.”

“그런 거지. 슬퍼하지 마. 농장 생활도 꽤 재미있으니까.”

“…… 그럼 혹시, 제가 만들게 될 것도 농기구인가요?”

“그렇지. 우리 삽부터 다시 하 나 만들자. 저기 배설물 나르는 게 필요해. 조금 더 크고 단단한 걸로.”

“…… 아, 알겠습니다.”

요섭은 한때 지저 세계에서 이 름을 날렸다. 그의 장비가 하나 풀리면 대륙급 경매가 시작될 정 도로 명성이 자자하던 요섭이다.

그런데 이제 배설물 나르는 삽

이나 만들게 됐다.

후후. 후르릅.

“아우, 맵다.”

인스턴트 면 요리다. 맵기로 유 명한 이 요리는 시원한 맥주와 함 께 먹으면 일품이다.

요섭은 이상한 요리를 먹는 연 우와 헤맨에게 시선을 떼어 앞에 있는 이상한 음식을 봤다.

“드래곤 비늘, 최상급 마력석, 다크 아다만티움.”

요섭이 먹어야 하는 거다.

아무리 아귀 특성을 지니고 있 어도 해도 한번에 많은 걸 흡수하 긴 힘들다. 한번에 먹는다고 모두 흡수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 다.

“마, 맛있게 먹겠습니다.”

참고로 말하지만, 아직 몸을 바 꾸진 못했다. 적응이 덜 된 거다.

뀽!

≪ o ≫

게다가 먹을 때, 이상한 소리도 난다. 몸에서 자연적으로 나는 소 리다. 굉장히 거북했지만 아직은 어쩔 수 없다.

드래곤 비늘을 먹자 피부가 단 단해지는 걸 느꼈고, 최상급 마력 석을 먹자 전신에 가득 차오르는 마력이 느껴진다. 다크 아다만티 움은 요섭의 몸을 더욱 검게 만들 어 줬다.

‘제련해 보고 싶다.’

다크 아다만티움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어서 먹어. 먹고 더 먹어도 돼.”

“네, 넵!”

아무런 힘도 없는 사람인 줄 알 았다. 헤맨의 태도를 보고 바로 눈치를 챈 게 다행이었다. 이 평 범한 사람이 센느 님이었다니!

추억이다.

툭하면 마왕이 와서 가격을 후 려쳐 가져가고, 드래곤이 와서 협 박한다. 그래도 재료값은 주니까 참기는 했다.

하지만 노력의 산물을 평가 절 하당하는 기분은 절대로 좋을 수 없었다.

그때 센느 님이 나타났다.

그가 나타나자 갑질하던 드래곤 이 고개를 푹 숙이고, 거뭇한 마 기를 뿌리며 협박하던 마왕이 꼬 랑지를 말고 도망갔다.

게다가 가격도 제대로 쳐준다.

얼마나 존경스러운 분인가!

“요섭. 아직 스킬은 다 1단계 지?”

“네, 빠르게 올리겠습니다.”

“대장간도 있어야겠군.”

식구가 한 명 늘어서 세 명이 다. 아니, 헤르메스도 식구라고 할 수 있으니 네 명인 건가.

연우는 잠깐 요리하는 걸 걱정 하다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헤르메스는 피를 먹는 다. 진혈이라 몇 백 년 안 먹어도 죽진 않는다. 힘이 좀 빠질 뿐. 슬라임 몸인 요섭도 마찬가지다.

“식량이 없어. 식량이.”

“사냥 좀 해 올까요?”

“오, 좋지.”

농장 주인의 기본 소양 중 하나 가 사냥이다. 농장의 구성 가축들 은 대부분 몬스터고 그들을 잡으 려면 사냥이 가장 효율적이고 빨 랐기 때문이다.

덕분에 헤맨도 사냥 실력이 꽤 괜찮다.

“슬라임 울타리가 하나 남았어.”

아다만티움 슬라임이 들어 있는 울타리 하나, 그리고 아다만티움 아귀 슬라임을 넣으려던 울타리는 지금 비어 있다.

“어장도 채우고.”

아직 해가 중천이다.

오늘은 바쁜 하루가 될 것 같았 다.

가장 먼저 한 건, 요섭이 사용 할 대장간을 만드는 것이었다. 건 물은 건설 3단계와 마법 2단계를 합해 강화한 블러드 우드를 사용 했다.

대장간은 강줄기 옆에 있어야 좋지만, 이곳은 마법관망이 설치 된 곳이다. 어디든 물은 쉽게 끌 어올 수 있었다.

그래서 생각한 곳이 강줄기 반 대쪽. 산 쪽으로 한 층 정도 올라 간 높이의 둔덕이었다.

집이나 식당 옆에 두기엔 시끄 럽다는 게 이유였다.

지반을 다지고 기둥을 세웠으며 안쪽은 방열 약품을 연금술로 만 들어 발랐고, ‘최상급 냉기 속성 석’과 ‘최상급 열기 속성석’을 중 심으로 제작에 필요한 장비를 만 들었다.

쓰리 클래스 마스터였던 요섭이 있었기에 대장간 설계는 쉬웠고 마법 용품은 헤맨이 만들었다. 다 행히 마지막 데블리스 평야를 쓸 면서 얻었던 대장장이 전용 망치 와 모루도 있었다.

“우와. 괜찮은 장비입니다!”

아직 사람의 몸을 만들지 못해 슬라임으로 있는 요섭이 살을 푸 들푸들 떨며 말했다.

연우의 조리 기구처럼 엄청난 사치 아이템은 아니었지만, 웬만 한 ‘전설’ 등급은 되는 장비들이었 다.

“몸 조절하는 것부터 연습하고.”

“아, 알겠습니다.”

몸이 없으면 어차피 제작도 못 한다.

대충 대장간이 완성됐다. 주변 으로 방음 마법진까지 설치했으니 시끄러울 일은 없을 거다.

“헤맨, 여기 지도 보이지?”

연우는 구글 지도를 보여 줬다.

“네, 이곳입니까?”

“응. 쌍뿔 멧돼지라는 건데, 4단 계 정도는 되나 봐.”

“금방 잡아 오겠습니다.”

헤맨이 연우 곁에서 멀리 떨어 지지 못하지만, 분신 정도는 쉽게 만들어 보낼 수 있다. 포 클래스 마스터다. 헤맨의 분신 하나면 절 대 부족할 일은 없었다.

“일은 대충 끝났네.”

“네, 어장만 채우면 될 것 같습 니다.”

“낚시는 내가 할 테니까 요섭이 몸 만드는 것 좀 도와줘.”

“알겠습니다.”

할 일이 정해졌다.

헤르메스는 블랙 카우의 젖을 짜기 시작했다. 이번에 맡은 새로 운 임무다.

‘블랙 카우 치즈는 엄청나지.’

좋은 안주이기도 했다.

연우는 낚싯대를 잡았다.

오늘은 어장에서 맛있는 몬스터 를 잔뜩 잡아 놔야겠다. 그래야 매일 다른 음식을 먹을 수 있을 테니까.

휜 스 O O O I

팽!

몇 번의 입질이 오가고 어장엔 벌써 열 종류의 어류 몬스터가 들 어가 있었다.

연어 맛이 나는 살몬테르. 어장 바닥에 조성한 진흙과 바위 사이 에 숨어 있는 전기를 뿜는 민물 장어류 몬스터 ‘쇼크 일(Eel)’. 손 바닥만 한 크기지만 아주 빠르고 강한 이빨을 지닌 ‘인비져블 피라 냐’ 등등.

갖가지 어류 몬스터로 어장을 채웠다.

물의 요정 호른이 있기에 여러 환경이 필요한 어류를 쉽게 적응 시켰고, 중재자와 길들이기를 이 용해 몬스터 간의 싸움을 막았다.

‘아직 어장이 작아서 많이는 못 넣겠어.’

연우의 힘이 조금 더 돌아온다 면 공간 왜곡을 이용해 수십 배는 넓혀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후 에 그것까지 부족해질 때면 므깃 도를 연동해서 훨씬 좋은 환경의 어장을 구성할 수 있을 거다.

연우는 시선을 돌려 요섭을 봤 다.

그새 몸을 구성하고 적응하는 훈련 중이다. 해멘이 옆에 딱 달 라붙어서 가르치고 있었다.

“요섭!”

“네! 주인님!”

헤맨에게 교육받은 모양인지 센 느가 아닌 주인님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첫 작품으로 양은 냄비를 좀 만들어 봐. 여기서 산 건 샐러맨 더 불을 잘 못 버티네.”

그렇다고 식당에 있는 팬이나 냄비를 쓰기엔 양은 냄비의 분위 기가 나오지 않는다.

“아, 알겠습니다.”

“색이나 찌그러짐도 비슷하게. 그래야 라면이 더 맛있거든.”

“…… 네, 알겠습니다.”

요섭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하 라면 해야 했다.

연우는 문득 든 생각에 침을 꿀 떡 삼켰다.

어느새 식사 시간이다.

역시 농장 일의 꽃은 삼시 세끼 다.

“피라냐를 넣고 매운탕을 끓이 자.”

그 양은 냄비를 닮은 ‘골드 드 레이크 비늘 냄비’의 첫 요리는 라면이 들어간 매운탕이다.

인비져블 피라냐는 살점이나 비 늘이 보이지 않는다. 뼈만 아주 흐릿하게 보인다. 게다가 회로 먹 기엔 육식이라 비린 맛이 심하다.

하지만 그 비린 맛만 잘 제거하 면 끝내주는 국물을 가진 매운탕 이 된다.

요섭은 바로 제작에 들어갔다. 아직 제작 스킬 단계가 낮은 요섭 은 10단계 마법을 지닌 헤맨의 도움이 있어야 골드 드레이크의 비늘을 가공할 수 있었다.

열전도와 같은 요리에 적절한 특성은 헤맨이 마법진을 새겨야 했다.

그사이, 연우는 인비져블 피라 냐 한 마리를 꺼냈다.

지하 어장에선 따로 낚시하지 않아도 원하는 몬스터를 마법으로 쉽게 꺼낼 수 있다.

퍽.

스스 ◎◎스

- ?1 . -? ?1 .

마왕의 뿔로 만든 회칼이 피라 냐를 순식간에 분해하기 시작했 다. 내장을 깨끗이 제거하고 후추 와 소금을 후하게 뿌렸다. 동시에 2단계 마법으로 비린내를 다시 한번 제거한다.

그때, 금방 만들어진 양은 냄비 를 헤맨이 들고 왔다.

불을 붓고 끓인다.

고춧가루, 다진 마늘, 청양고추, 국 간장, 다진 생강, 후추와 분주 살짝. 그리고 미나리까지 있으면 딱이지만, 미나리가 없다. 대신, 대파를 더 썰어 넣는다.

다시다를 넣어야 더 맛있다.

하지만 라면을 넣을 거니, 필요 없다.

보글보글.

매콤한 향이 올라온다.

연우는 끓는 냄비를 들고 식당 밖으로 나왔다. 역시 매운탕은 모 닥불이다.

집 앞 모닥불을 살려서 푹, 주 저 앉았다.

헤맨이 식당에서 차가운 두 병 의 소주를 들고 왔다. 모닥불 근 처에 마법으로 자잘한 얼음산을 만들어 꽂았다.

킁킁.

냄새가 죽여준다.

요섭이 쭈뼛거리며 옆으로 섰 다. 두 눈엔 간절함이 묻어난다. 헤맨이 그 모습을 보고 연우를 바 라봤다. 허락을 요청하는 거다.

살짝 끄덕인다.

헤맨이 요섭에게 미각과 후각을 부여했다.

극한에 이른 10단계 마법 중 하나다. 일시적인 감각이 아니라 영구적인 감각이다. 요섭은 미각 을 찾은 기쁨에 몸을 부르르 떨었 다.

저 멀리 헤르메스는 별 관심 없 는 눈치다.

“한잔 하자.”

음식은 맛있어야 하고, 술은 차 야 한다.

그리고 그걸 나눌 사람이. 아 니, 존재가 있으면 더욱 좋다.

나만 플레이어다

:절대자의 귀농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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