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권 13화
제13편_ 몬스터 교배(1)
헤맨도 게임 속 캐릭터이기에 능력치나 스킬을 올리고 상태 창 으로 확인할 수 있다.
“원래 이 세상의 사람이 사용자 가 되면 직업을 얻고 그 직업에 대한 기본적인 ‘길’을 인식하게 되 지.”
그래서 처음 사용자들은 정해진 틀 없이 마구잡이로 훈련했고 사 냥을 하며 강해졌다.
하지만 원래부터 명인(名人)이 나 고수(高手)였던 무예인들 또는 천재라는 사람들은 빠르게 강해졌 다. 아니, 원래부터 강했다.
몸에 찬 마력, 머릿속에 떠오르 는 ‘길’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금은 그런 사람들이 학원을 차렸어. 마치 입시 학원들처럼. 일정한 훈련으로 실력을 올려 주 고 마력석이나 마법으로 마력을 늘리지. 또, 마력과 마법. 과학을 이용해 만든 장비로 강해지기도 해.”
그러면서 50년이라는 시간 동 안 사용자의 수준은 굉장히 많이 올랐다.
그래서 마스터라고(원 클래스 마스터) 불리는 사용자는 대부분 50년 전 초창기 사용자였는데, 요 즘은 10대, 20대에서도 원 클래 스가 나타났다는 말도 들렸다.
물론, 그것도 몇 명 안 된다.
“하여튼, 그래서 이 현실의 사 용자와 몬스터를 기반으로 ‘아스 가르드’라는 게임이 만들어진 거 지.”
“그래서 이렇게 비슷한 거였군 요.”
세계관은 아예 판타지였지만 기 본적인 단계나 몬스터는 현실의 것을 그대로 따왔다. 물론, 이후 엔 업데이트되면서 비현실적으로 변했지만 말이다.
생각해 보면 연호나 연지가 ‘길’ 이 보인다는 것도 사용자와 비슷 하긴 하다. 물어본 바에 의하면 확실히 더 세세하고 명확하며 배} 른 건 있었다.
“애들은 잘하고 있으려나.”
연우는 차창에서 불어오는 바람 을 만끽하며 중얼거렸다.
끼이익.
차를 세웠다.
넓은 주차장을 가진 긴 건물. 축구 경기장 세 개는 합해 놓은 듯한 크기다.
“엄청나군.”
서울 중앙에 이런 건물이 있다 는 것 자체가 놀랍다.
“주인님, 여기가 그 ‘몬스터 시 장’이군요.”
“그래, 몬스터 사체부터 마력석. 살아 있는 몬스터까지 파는 곳이 지.”
누군가는 공식적인 블랙 마켓이 라고 부르기도 한다.
모순적인 이름이지만, 일반인들 의 출입은 완벽하게 통제하고 사 용자들만의 세상이라며 불법 거래 도 암묵적으로 행해지는 걸 보면, 아예 틀린 말도 아니었다.
연우가 다가가자 사용자인지 확 인하기 위한 카메라가 따라왔다.
‘마력을 인식하는 거였군.’
전에는 몰랐는데, 센느 캐릭터 의 능력을 지니고 나니 마력의 흐 름을 읽을 수 있게 됐다.
“반갑습니다. 사용자님.”
문 앞에 대기하던 직원이 인사 했다.
연우는 미소를 띤 얼굴을 끄덕 이곤 안으로 들어갔다.
와글와글.
엄청난 인파였다.
천장은 50m가 넘어 보였고 양 옆으로 길게 이어진 상점들 그리 고 층은 5층까지 나뉘어 있었다. 다른 한쪽으론 에스컬레이터가 지 하 5층까지 이어져 있었다.
“자자, 오크 이빨 팝니다. 싸게 박리다매!”
“슬라임의 정수 팝니다! 살아 있는 슬라임도 있습니다! 공격력 0으로 만드는 마력 구속 팔찌도 함께 팝니다! 30만 원부터!”
“요정의 날개 팝니다! 장당 10 만 원!”
시끄러웠다. 필드나 던전에서 협회가 중심으로 저렴한 가격에 사서 이곳으로 가져온다. 그리고 이곳에선 개인 사용자나 연구소, 기업에 소속된 사용자들에게 판매 한다.
정부나 대기업의 독점을 막고 협회가 공정하게 중개하기 위함이 었다.
연우가 원하는 건 이곳이 아니 다.
“다크 슬라임이 나왔다고 들었 는데.”
슬라임은 아주 약하고 쓸모없는 몬스터다. 연우의 므깃도 안에도 슬라임은 몇 마리 없다.
하지만 새로운 종이라면 또 다 르다.
다크 슬라임이라는 게 발견됐다 는 인터넷 기사가 떴다. 무력, 마 력량 등을 제외한 ‘희귀’, ‘새로운’ 키워드만 찾은 덕분이다.
한쪽 구석에 다크 슬라임을 파 는 상점이 보였다.
역시나 아무도 그곳에 관심이 없었다.
“어서 오쇼.”
꽤 후덕한 인상의 상점 주인이 연우에게 인사했지만, 별 관심 없 는 눈치였다.
“다크 슬라임. 마법 없이 보관 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대단하시 네요.”
연우는 투명한 젤리 속에 갇힌 검은 젤리 같은 슬라임을 보며 말 했다. 연우의 눈에는 호기심이 가 득했고 상점 주인도 그걸 봤다.
“오호, 젊은 친구가 보는 눈이 있네.”
“그럼요. 슬라임이 보관하기가 얼마나 어려운데요. 이거 일주일 은 더 살겠는데요?”
“그렇지? 역시! 내가 이 맛에 몬스터 사냥한다니까. 이 산성 젤 리 얻으려고 ‘액시드 던전’에서 얼 마나 고생했는데……?”
연우는 모두 알고 있는 내용이 었다. 게임과 현실의 차이를 살피 고 상점 주인의 호감을 얻기 위해 물어본 거였다.
슬라임 보관은 매우 어렵다.
게다가 쓸모도 없으니 아무도 사지 않는다. 수집하고 싶어도 일 주일간 살리는 것조차 어려운데 누가 사겠는가. 그저 몬스터 연구 실에서 연구용으로 데려가는 게 전부다.
“ 얼마예요?”
“캬, 이 젊은이 보관 장치에 관 심이 있는 거지? 이건 내가 쉽게 줄 수 없는데.”
“저는 슬라임 사고 싶다는 건데 요.”
“어? 이거 가져가는 게 쉽지 않 을 텐데? 보관 용기까지 같이 사 야 해.”
가격을 올려 보겠다는 수작. 아 니, 사실이긴 했다.
“저 마법사예요.”
연우는 용기에 몇 가지 마법을 사용했다. 아직 2단계에 불과하지 만, 어려울 게 없었다.
화악.
투명 젤리 용기에 갖가지 마법 진이 새겨졌다.
5만 원짜리 용기가 50만 원짜 리 용기로 탈바꿈했다.
“…… 대, 대단하구만. 젊은 나 이에.”
“용기 만들어 드린 값으로 슬라 임은 그냥 가져가도 될까요?”
“어? 어. 그, 그래도 되지.”
당황한 상점 주인은 그냥 허락 했다. 간단 계산으로도 다크 슬라 임이 훨씬 싸다. 연우야 손짓 한 번이니 손해 볼 것도 없었다.
“혹시 다음에도 새로 발견된 몬 스터 있으면 부탁할게요.”
“그, 그럴까? 내가 잘해 줄게!”
약간의 뇌물이기도 했다. 이 정 도 전문 지식에 베테랑 사냥꾼이 면 어렵지 않게 희귀한 몬스터를 발견할 수도 있을 거다.
연우는 번호를 넘기고 따로 대 충 만든 마법 보관 용기에 넣었 다. 그리고 다른 상점으로 이동했 다.
연우는 총 3마리의 몬스터를 구매했다.
모두 저렴하지만 희귀한 몬스터 였다.
첫 번째로 연우도 처음 보는 다 크 슬라임.
두 번째는 모체(母體)가 될 ‘슬 라임 맘’.
세 번째는 아귀(獸鬼)라는 몬스 터의 살아 있는 살점.
“오랜만이네.”
흥미가 돈다. 농장 주인의 몇 가지 기본 소양 중 하나가 흑마법 이다. 여러 몬스터를 교배해 이종 (異種) 몬스터를 만드는 것.
엄청난 숙련도는 물론이고 업적 을 세우면 잠재 능력까지 오른다. 게다가 재미있다.
“ 해보자.”
헤맨이 옆에서 혹시 모를 상황 에 대비했다.
“ 결합(結合)
-‘다크 슬라임’과 ‘아귀의 살점’ 을 결합합니다.
-DNA 교합률 75%.
?길들이기(5단계)가 보정합니 다.
-지배자(1단계)가 보정합니다.
-절대자(1단계)가 보정합니다.
-중재자(1단계)가 보정합니다.
이후에도 몇 가지 스킬들이 교 합률을 보정한다.
-DNA 교합률 150%
-100%를 초과합니다.
-이종(異種) 교배를 위한 몬스 터가 탄생합니다.
?‘무엇이든 먹어 치우는 다크 슬라임’이 탄생합니다.
?가진 능력을 초과하는 업적입 니다.
?잠재 능력치가 1 올랐습니다.
연우는 살짝 웃으며 묵묵하게 이어 갔다.
?‘무엇이든 먹어 치우는 다크 슬라임’과 ‘슬라임 맘’을 교배합니 다.
-상극(相刺) 상성을 가졌습니 다.
허공에 마법진이 두 슬라임을 감싸고 있다. 연우는 때를 놓치지 않고 흑마법을 사용했다.
“교배 (交配)
검은 마력이 주변을 잠식한다.
-교배를 시작합니다.
-자연적인 교배가 아닙니다.
-강제 교배를 시작합니다.
-‘슬라임 맘’이 수정(受精)을 완료했습니다.
-‘슬라임 맘’이 약해집니다.
“헤맨, 육체 강화와 힐 좀.”
헤맨은 조용히 마법을 사용했 다. 연우보다 높은 수준의 마법이 필요할 때 헤맨이 필요한 거다.
“좋았어.”
연우는 주변의 마력을 받아들이 고 있는 두 슬라임을 바라봤다.
집 옆이었다. 그곳에 슬라임 사 육장을 만들어 놨다. 가로세로 5m씩 되는 작은 크기였지만, 수 박만 한 슬라임을 키우기엔 부족 함이 없다. 당연하게도 슬라임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한 시간 정도를 기다렸다.
-‘슬라임 맘’이 출산을 시작합 니다.
?‘새끼 아귀 슬라임’이 탄생했 습니다.
-업적으로 인정됩니다.
-잠재 능력치가 1 올랐습니다.
-동화율이 대폭 올랐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10 올랐습니 다.
?흑마법이 2단계로 올랐습니 다.
“역시 슬라임이 초반 교배 몬스 터로 좋지.”
잠재 능력치 1과 동화율이 대 폭 올랐다. 다른 능력치가 오르긴 했지만, 동화율이 오르면서 채워 지는 것에 불과했기에 딱히 감응 이 없었다.
하지만 잠재 능력치는 엄청난 거다.
600에서 1을 올리려고 수백 마 리의 마족을 학살하고 수십 개의 던전을 올 클리어하며 대륙급 이 벤트 기여도 1위를 해내야 했다.
그런데 지금은 슬라임 몇 마리 교배하는 것으로 쉽게 오른 거다.
‘바로 이거지!’
능력치 :
힘 35, 민첩 35, 체력 31, 지능 41, 마력 40, 지배력 51
잠재능력치 : (233/633)
특이 사항 :
?동화가 진행 중입니다.
-진행률 : 1.021%(남은 시간 2,8()1 일)
이제야 이해가 된다.
진행률이 거의 오르지 않았는데 일수는 대폭 내려갔다.
진행률 1.021%는 633이라는 어마어마한 힘을 따라가는 연우의 힘이다. 그래서 잠재 능력치가 올 라가서 진행률이 확 떨어진 것.
하지만 결국 연우가 강해졌기에 진행 속도는 가파르게 가속된 거 다. 어느 정도 힘을 더 되찾으면 퍼센트와 남은 일수가 맞춰지기 시작할 거다.
“그것보다 너무 빠른데.”
능력치와 스킬이 낮을 때 업적 을 이루기 더 쉽다. 굳이 업적을 꾸역꾸역 더 채우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이왕이면 업적 위주로 작 업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연우는 새로 탄생시킨 슬라임의 설명을 봤다.
[새끼 아귀 슬라임]
설명 : 이종교배로 태어난 새로 운 슬라임. 먹어서 강해지는 아귀 의 특성을 받았기에 무궁무진한 성장 가능성을 지녔다. 슬라임이 라는 종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 을지도 모른다.
“나쁘지 않네.”
슬라임이라는 몬스터가 초반에 좋은 이유가, 이종교배가 쉽다는 거다. 어떤 DNA를 가져다줘도 교 합률 50%는 넘는다.
뀨우
아귀의 살점을 흡수한 다크 슬 라임이 점을 찍은 듯한 두 눈으로 연우를 바라본다.
먹이를 달라는 의미다.
뀨우우!
거뭇한 줄무늬가 있는 아귀 슬 라임과 투명한 슬라임 맘도 마찬 가지였다. 옆으로 와 고개를 갸웃 하며 이상한 소리를 내는 게 정말 귀여웠다.
연우는 슬라임이 좋아하는 마력 석 가루를 살살 뿌려 줬다. 상급 마력석이라 약간의 가루만으로도 포만감을 느꼈는지, 옆으로 푹 퍼 져 눈을 감았다.
“이번엔 자연 교배다.”
상극인 두 종족은 마법을 이용 했다. 하지만 한 세대를 거친 슬 라임끼리는 어렵지 않게 자연 교 배를 할 수 있을 거다.
연우는 므깃도를 열었다.
가장 먼저 헤맨이 가져다 놓은 호른이라는 물의 요정을 어장에 넣었다. 동시에 환한 빛이 퍼지며 곳곳에 작은 생물들이 탄생했다.
하나의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한 기초적인 준비였다.
그리고 또 하나.
아다만티움 슬라임을 꺼냈다.
나만 플레이어다
:절대자의 귀농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