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1권 10화
제10편_ 스킬 북의 힘(2)
협회는 물론이고 경매장을 이용 하는 사용자들은 난리가 났다. 저 녁 8시 뉴스는 물론이고 외신들 까지 두 아이템을 입에 거품을 물 며 보도하고 있었다.
[소드 마스터를 만들어 주는 마 검? 역대급 장비!]
[마검, 역사로 증명된 광증(狂 症) 부작용. 누가 가져갈 것인
가?]
[불타오르는 입찰 열기! 1,000 억을 돌파!]
[중상급의 듀라한? 그 언데드가 갖는 힘은?]
[듀라한, 소드 마스터와 대등한 힘을 가진다.]
가장 관심이 쏠린 건 당연히 검 과 소환수의 성능. 소드 마스터를 만들어 준다는 말은 있는데 부작 용이 확실치 않다.
하지만 사용자라면, 재능이 부 족한 검사라면.
부작용이 어떠한들 누가 거부할 수 있을까. 영혼을 팔아서라도 그 힘을 가지고 싶어 하는 이들은 넘 친다.
듀라한은 또 어떨까.
현재 밝혀진 듀라한의 서식지는 5단계 중급 던전부터 중국에 있 는 8단계 던전의 중상급 보스 몬 스터까지 다양하다.
외신이 보도했듯이 소드 마스터 의 검을 막을 수 있는 방어 능력 을 보유한 듀라한이라면? 게다가 마력도 들지 않고 죽지 않는 이상 역소환되지도 않는다.
만약 그 모든 정보가 정확하다 면?
[판매자 ‘센느’는 누구?]
[협회, 절대로 신원을 밝힐 수 없다. 익명은 반드시 지켜진다]
[한국 정부, 국가 안보와 직결 되는 문제. 협회가 협조하지 않아 도 따로 조사하겠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정부 의 사용자 스카우터 방한!]
[협회, 한국 정부의 뜻을 받아 들일 수 없다. 강경 대응]
“으흠…… 이렇게 파장이 클 줄 이야.”
연우가 인상을 썼다.
“저도 이렇게 될 줄 몰랐습니 다. 그래 봐야 원 클래스도 마스 터할 수 없는 능력인데.”
“아직도 이해가 안 되네. 여기 사용자 힘의 기준이 게임이랑 같 은 건가?”
애매하다.
사용자라는 건 50년 전부터 있 었고, 아스가르드는 10년이 됐다.
게임에서의 무력 기준을 현실에 서 따 온 거다. 단위를 ‘단계’로 정하고 하나를 10단계까지 찍으 면 마스터가 된다.
연우가 6개를 마스터했다. 다른 플레이어도 1, 2년만 플레이하면 1개에서 2개 정도는 쉽게 마스터 한다.
그런데 현실에선?
원 클래스 마스터라는 것도 찾 기가 너무 힘들었다.
인터넷에 뒤져 보니 손가락에 꼽을 정도는 있다는 것 같다.
“너무 안일했어.”
게임과 현실의 괴리가 클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로 클 줄은 몰랐 다.
기준이 똑같다는 건, 게임의 원 클래스 마스터랑 현실의 원 클래 스 마스터랑 같다는 것. 그런데 게임에선 마스터하기가 쉽고 현실 은 극악이다.
그 정도의 차이다.
아이템이나 장비도 마찬가지다.
게임이다. 현실보다 쉬워야 하 고 빠르게 강해져야 한다. 아이템 이나 장비도 모두 0과 1로 만들 어진 가상의 것이니 찍어 내듯 만 들 수 있다. 게다가 10년이나 된 게임이다.
툭하면 소드 마스터, 대마법사 다.
그런데 그 시스템을 가지고 온 게 연우다.
‘미쳤네.’
정말 미쳤다.
속된 말로 하면 ‘개사기’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오히려 안심된다. 연우야 아직 힘이 없지 만, 헤맨이 있다. 포 클래스 마스 터는 현실에서 신과 같은 능력을 지닌 것이나 다름없다.
연우는 이제야 확실하게 실감이 났다.
“어쩔 수 없지.”
크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두 아이템이 얼마에 팔릴진 모 르겠지만, 한동안 돈이 부족할 일 은 없을 듯했다.
연우는 마트에 들러서 식재료를 샀다. 쌈에 필요한 채소와 쌈장. 그리고 후추와 올리브유까지.
‘오늘은 드레이크 고기를 먹어 야겠어.’
5단계지만, 헤맨의 도움이 있으
면 어렵지 않게 꼬리 살을 저며 낼 수 있을 거다.
드레이크 고기는 상당히 질기지 만, 지방을 저장하는 꼬리 살은 기름기가 상당하다. 살짝 구워 먹 으면 굉장한 별미.
‘아, 볶음 라면도 더 사 놔야 지.’
짜장 라면은 덤이다. 가끔 인스 턴트가 당길 때가 있는 법이다. 그런 걸 참으면 병이 된다.
연우는 차를 끌고 농장으로 향 했다.
[‘하급 마족의 초급 마검’
1,000억에 낙찰!]
[‘죽음의 붉은 목걸이’ 3,350억 에 낙찰!]
경매 시간은 짧았다. 덕분에 초 반부터 입찰 과열이 시작됐고 여 러 전문가가 예상한 가격에 낙찰 됐다.
기사가 그렇듯이 과장이 있었 다.
듀라한 중 가장 강한 게 소드 마스터와 대등한 8단계 보스급 몬스터였고, 원래는 5단계부터 시 작한다. 소환되는 몬스터를 감정 했다고 하지만, 정확할 순 없었다. 알 만한 사람은 알기에 많은 돈을 지불하지 않은 것이다.
마검이 더 싸게 낙찰된 이유는 단 하나였다.
기사와는 다르게 그 이름이 갖 는 악명은 엄청났다. 과거에도 몇 번 마검이 등장해 많은 사용자를 미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협회는 중계를 할 뿐, 아이템을 보증하진 않는다.
결과는 금방 나타났다.
[초급 마검 낙찰자, 광기에 미 쳐 날뛰다!]
[출동한 ‘십 룡’에게 제압. 결 국, 사망]
[사상 최악의 마검이 등장했 다!]
[6 단계에 이르던 검사! 과연, 마검을 사용할 조건을 가진 사용
자는?]
수많은 기사가 한반도는 물론이 고 전 세계로 퍼졌다. 세계사용자 협회에선 단호한 입장 표명을 했 다.
[마검의 부작용은 누구나 예상 했던 것. 판매자나 협회는 책임이 없다]
[최악의 마검! 세계 거부들, 한 국으로 몰려!]
[소장 가치 급상승? 전문가, 가 격이 최소 두 배는 오를 것으로
예상]
예상과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졌 다.
마검을 사용하면 부작용이 있는 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이미 몇 번이나 그런 사고가 있었기 때 문이다.
오히려 ‘최악의 마검’이라는 타 이틀과 ‘소드 마스터의 힘’은 거부 들의 수집 욕구를 자극했다. 전엔 부작용 가득한 ‘장비’라는 인식이 었다면 이번엔 최고의 ‘수집품’이 라는 인식으로 변한 것이다.
사건은 그대로 일단락되는 듯했 다.
[듀라한, 소환자를 죽이고 탈출 을 감행하다]
[소환된 듀라한, 8단계 소드 마 스터급 무력!]
[역소환되지 않지만, 말을 듣지 도 않는다]
[우리의 영웅, 십 룡! 다시 출 동. 듀라한을 제압하다]
죽음의 붉은 목걸이도 마찬가지 였다.
협회는 이번 사건에도 모든 책 임은 낙찰자의 부주의라고 못 박 았다. 강한 아이템을 가지기 위해 선 걸맞은 자격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거기에 확실한 소드 마스터급 듀라한!
또, 그 말이 거부들의 수집 욕 구를 자극했다.
세계 각국의 거부들이 한국으로 몰렸다.
두 낙찰자 모두 사망했고 대금 결제가 최종까지 이뤄지지 않았기
에 경매는 다시 진행돼야 했다.
“?????? 이런.”
연우도 기사를 봤다.
이건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곳의 사용자는 ‘감정 마법人}’ 가 ‘감정’하는데, 그들의 수준으로 는 힘들었던 모양이다. 아니면, 게임 아이템이 갖는 특수한 무언 가가 있을 수도 있었다.
“…… 이건 실수다.”
솔직히 이 정도 차이가 날 거라 곤 생각하지 못했다.
처음 올린 장비가 아베른 장비 였는데 현실과 별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족이라는 게 태어날 때부터 인간의 수백 배의 마력을 지닌다. ‘부담이 없을 정도의 마력’은 마족 의 기준이었고 인간, 게다가 게임 이 아닌 현실에서의 기준을, 연우 는 전혀 몰랐다.
단순히 검색으로 알 수 있는 정 도가 아니다. 현실에 비슷한 아이 템도 없었고 아스가르드 장비나 아이템 설명은 불친절한 것으로 유명했다. 그 덕에 현실성 있다고 호평을 받기도 했으니까.
“…… 죄송합니다. 저도 생각하 지 못했습니다.”
헤맨이 그렇게 말했지만, 연우 도 헤맨 잘못이 아니라는 걸 안 다. 이런 하급 장비 때문에 미칠 지 누가 알았겠나.
또, 듀라한.
기본적인 ‘지배력’이 필요한 건 당연한 거 아닌가? 아이템으로 아 무런 요구 조건 없이 소환할 수 있다면 그 몬스터를 힘으로 제압 할 수 있어야 하는 건 상식이다.
“여긴 상식적인 세상이 아닌 것 같아.”
정작 자신이 상식적이지 않은 건 생각하지 않는 연우다.
“그런 것 같습니다. 상식 이하 로 너무 멍청하네요.”
그 주인에 그 노예. 아니, 부하 다.
연우는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 했다.
협회의 일 처리가 마음에 들었 다. 세계 각국의 정부와 사용자의 모든 질서를 새로 세웠으며, 공명 정대하다고 명성이 자자했다. 그 런데 이번 일을 보니 그게 확실히 와 닿았다.
‘여차하면 목줄 몇 개 사용하려 고 했는데 그럴 필요는 없겠군.’
귀찮아지는 일은 질색이다.
죽은 사람이 있었지만, 그것까 지 연우가 책임질 필요는 없었다. 검을 팔았는데 그걸로 누군가를 죽인다고 판매자 책임이 되는 건 아니니까.
연우가 식당으로 가자 쪽지가 하나 있었다.
To. 므깃도 식당의 주인분께.
음식 정말 맛있었습니다. 그 ‘힘’도 대단했습니다. 보답하고 싶 었는데, 큰 부상자가 있어서 바로 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에
꼭 들르겠습니다.
암살자 한소영.
연우는 그 쪽지에 살짝 웃었다.
고마움을 아는 손님을 만났을 땐 뿌듯하다. 이런 인연은 나중에 긍정적인 일로 돌아온다. 큰 부상 자라면 힐러의 힐로도 쉽게 치료 되지 않은 중상일 거다.
“헤맨, 그 뱀파이어는 어때?”
“좋습니다. 슬슬 일을 시켜도 될 것 같습니다.”
“그래? 빠른데?”
“특히, 청소에 재능이 있습니 다.”
“좋네, 어차피 블랙 카우 배설 물 좀 퍼야 했는데.”
“그럼 그 일부터 시킬까요?”
“내일 아침부터 시키면 되겠다. 식당 청소부터 하고 배설물 옮기 는 것 좀 시켜. 그리고 오후엔 요 리랑 청소 스킬 연습시키고.”
“알겠습니다.”
뿌듯하다.
벌써 일꾼이 생겼다. 게다가 진 혈의 순종 뱀파이어라 태양 아래 서도 별 제한 없이 움직일 수 있 을 거다.
연우는 의자에서 일어나 모닥불 앞으로 갔다. 이미 꺼져 버린 불 을 샐러맨더로 살렸다.
이번엔 직화 구이다.
기존 불판을 치우고 철사로 된 불판을 올렸다.
오면서 헤맨에게 부탁한 드래이 크의 꼬리 살을 꺼냈다. 붉은 살 보다 하얀 지방이 더 많다. 하지 만 워낙 살이 질겨서 이 정도는 돼야 부드럽다.
치이이익.
달아오른 철사에 올라간 꼬리 살이 기분 좋은 소리를 냈다.
“헤헷. 주인님. 오늘은 이거 어 떠십니까.”
헤맨이 아공간에서 작은 호리병 을 들고 나왔다.
“오, 그게 있었지.”
고주망태의 호리병이다. 색, 향, 맛이 좋아 삼절(三絶)로 불리는 분주('아酒)가 끊임없이 나오는 마 법의 호리병.
음주를 즐기는 연우와 제임스가 가장 좋아했던 아이템이다.
“좋아. 오랜만에 먹어 보자.”
“크으. 냄새 죽입니다.”
헤맨이 아공간에서 걸어 나오며 옆에 앉았다. 드래이크 꼬리 살에 서 지방과 단백질이 타는 냄새는 끝내준다.
얇게 저며 양쪽으로 살짝만 익 혀 주면 된다.
우우웅. 우우웅.
한두 점 먹고 분주를 한 잔 마 셨다.
“역시, 좋네.”
“와 맛있다.”
헤맨이 감탄했다.
“이것도 가끔 먹어야 맛있지.”
맛있지만, 기름지기도 하다. 쌈 을 싸서 먹거나 올리브를 발라서 구워 주면 더욱 맛있다.
연우는 입에서 사르르 녹는 꼬 리 살을 또 하나 집었다. 분주를 작게 한 잔 들곤 건배했다.
오늘도 여유로운 밤이다.
4,350억. 경매를 다시 하면서 낙찰가는 두 배 이상 오를 거라 예상한단다.
9,000억에 가까운 돈이라고 해 도, 그게 어느 정도인지 감도 잡 히지 않는다. 그저 부족하지 않아 서 다른 걸 올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만족할 뿐.
‘한동안 장비 올리는 건 그만둬 야겠어.’
돈이 더 필요할 일도 없겠지만, 괜히 구설에 휘말리는 꼴은 싫었 다. 어차피 이보다 더 하급 장비 도 없다.
나만 플레이어다
:절대자의 귀농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