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권 9화
제9편_ 스킬 북의 힘(1)
아스가르드 안에서는 자신의 스 킬을 이용해 스킬 북을 만들 수 있다. 물론,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빈 스킬 북]이라는 아이템과 5단계 이상의 마법 실력자 그리 고 스킬에 대한 깊은 이해. 즉, 기본적으로 6단계 스킬은 찍어야 한다.
물론, 플레이어마다 기준이 조 금씩 다를 순 있다.
스킬 단계가 높고 [빈 스킬 북] 아이템 등급이 높을수록 완벽하게 스킬이 복제된다.
“내가 만들었던 스킬 북이 총 100권 정도 있다는 거네?”
“네, 길들이기와 지배자가 가장 많고 종류별로 한두 개씩은 있습 니다.”
예전에 돈벌이를 위해서 만들었 던 거다. 농장 주인이라는 직업상 아끼려면 한없이 아낄 수 있지만, 사치를 부리려면 얼마든지 부릴 수 있다.
주방에 있는 조리 기구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말이다.
“지금 내가 만들면 얼마나 제대 로 복제될까?”
헤맨에게 물었다.
제대로 복제가 되지 않은 건 ‘한계’가 생기고 스킬 단계를 올리 는 것도 힘들어지게 된다는 말이 다.
예를 들면, 예전에 연우가 만들 었던 건 2단계부터 시작해서 10 단계 마스터로 끝난다. 당연히 숙 련도가 오르는 것도 다른 이들이 만든 것에 비해 압도적으로 빠르 다.
하지만 지금은.
“아마 7단계나 8단계가 한계로 정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것 도 제가 제작에 참여했을 때입니 다.”
아마 재능이 있는 이가 배우면 8단계까지는 가능할 거다. 그 이 상은 신이 와도 불가능하다. 그게 시스템 설정이기 때문이다.
“그 정도면 양호하지.”
연우가 가진 스킬의 레벨이 낮 기 때문이다. 그걸 연우의 스킬 이해도와 헤맨의 마법 실력으로 보완. 그리고 [빈 스킬 북]의 아 이템 등급까지 도와줬기에 그 정 도가 나온다.
그런 게 아니었으면 만드는 것 도 힘들었을 거다.
생각을 해 봤다.
만약, 이걸 현실에서 그대로 사 용할 수 있고 일반인이 스킬을 익 힐 수 있다면?
그럼 각성하지 않은 일반인이 사용자가 될 수 있다는 결론이 된 다.
특히, ‘마법’이나 ‘검술’ 또는 ‘정령사’라는 스킬. 그것도 연우가 전성기에 만들었던 스킬이면?
다른 사용자보다도 강한 사용자 가 탄생할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게 사용이 될지 모른 다는 것.
‘써지기만 하면 엄청날 텐데.’
이것도 마력 포션처럼 너무 큰 이목을 끌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이번엔 아는 사람에게만 써 보고 제대로 작동된다면 조용히 가지고 있으면 된다.
연우는 금방 부모님이 사는 곳 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저 왔어요.”
문을 열고 들어갔다.
용인에 있는 아파트 단지다.
“어머, 연우 왔니? 어쩐 일이야, 연락도 없이.”
“연우 왔어?”
어머니와 아버지가 연우를 반긴 다.
“네, 저 사용자가 됐어요.”
“…… 그러니?”
“일단, 들어와라.”
뜬금없었지만, 부모님도 당황하 진 않는다. 원래 이런 화법을 즐 겨 하는 분들이기에.
“오빠! 뭐라고 했어. 사용자가 됐다고? 직업은 어떤 건데?”
“뭐!? 진짜로? 단계는? 직업 은?”
쌍둥이 동생이다. 이란성에 남 자와 여자. 신연호는 이제 막 졸 업해서 취직 준비 중이고 연지는 재작년부터 일을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주말이었 구나.’
농장에 있다 보니 날짜 감각이 없다.
연우는 말없이 웃으면서 소파에 앉았다. 아버지는 TV로 고개를 돌렸고, 어머니는 과일을 꺼내기 위해 부엌으로 가셨다.
옆으로 연호와 연지가 털썩 앉 는다.
“대박! 형. 그럼 부자 되는 거 야? 나 그럼 일 안 해도 돼?”
“미친놈. 일은 해야지. 어디 오 빠한테 빌붙으려고 해? 오빠. 나 이번에 핸드폰 바꾸고 싶은데!”
“조용히 해, 이것들아.”
연우는 여유 있는 미소를 지으 며 말했다.
“악! 오빠 이상해. 완전 아저씨 됐어.”
“그러게, 형이 원래 이렇게 얌 전했었나?”
“얌전이 뭐냐? 진중. 음. 그러니 까 어른스러워진 거지!”
시끄럽다. 하지만 정겹기도 했 다.
연우는 물끄러미 보다가 본론을 꺼냈다.
“너희 혹시 사용자 돼 볼 생각 없어?”
“…… 오빠. 혹시 미친 건 아니 지?”
“에이, 형이 아무리 그래도 미
쳤겠어? 장난이겠지.”
연우는 아무 말 없이 웃었고, 연호와 연지는 점점 표정이 굳어 졌다.
“…… 진짜야?”
“정말? 그게 돼?”
“사실, 될지 안 될지는 몰라. 해 봐야 알지.”
그렇게 말하면서 연우가 허공에 손을 집어넣고 스킬 북을 꺼냈다. 벌써 헤맨까지 보여 주기엔 충격 이 클 거다.
“이게 마법사, 이게 검사, 이게 정령사. 그리고 요리랑 건설도 있 고.”
길들이기, 요리, 건설, 정령사, 목축, 마력 지배, 중재자, 마법, 검술, 아공간, 연금술.
이 정도만 꺼냈다.
므깃도, 지배자, 절대자, 심안은 전수할 수 없는 스킬이고 흑마법 은 위험하다. 그리고 나머지도 어 렵거나 익히기 난해한 스킬들.
“…… 뭐야 형. 스킬 북? 이런 것도 있었나?”
“오빠. 어디서 사기당한 거 아 니야? 이거 얼마 주고 샀어?”
“아니야. 내 직업 능력이야.”
연우는 조용히 말했다.
믿고 말고 할 것도 없다. 해 보 고 안 되면 말고, 되면 좋은 거다. 특히나 연호나 연지도 사용자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
“난 사실 검술은 추천 안 해. 이게 익히는 데 시간도 오래 걸리 고 돈도 잘 안 되니까. 근접 딜러 는 원래 비인기 직업이야.”
어머니와 아버지는 별 관심이 없으신 거 같았다. 하긴, 원래 그 러시긴 했다.
아버지야 건설 중견 기업 회장 으로 있다가 은퇴하고 쉬는 중이 고, 어머니는 주부였다.
“그래도 너무 위험한 일은 하면 안 된다.”
어머니가 한마디했다. 그 말에 아버지가 덧붙인다.
“젊었을 때야 조금 위험해도 되 지. 죽지만 않으면 되는 거 아니 야.”
“하긴, 알아서 해라.”
이런 분들이다.
자식들을 방목한다. 그런데 중 요한 건 지원해 주는 게 없다는 것. 하고 싶은 걸 해라. 하지만 지원은 없다. 먹고살려면 일은 해
그런 사고방식을 지닌 분들.
“진짜 되는 거야? 오빠?”
“나도 모른다니까. 될 거 같긴 한데. 너무 기대는 하지 말고 골 라 봐.”
“헐, 우리 실험 대상이었어? 이 상해지면 어떻게 형.”
“뭐, 죽기야 하겠어.”
연우가 원래 이런 성격이 아니 었던 것 같은데, 지금 보니 부모 님이랑 똑같다. 회사 일 때문에 많이 위축돼 있었던 게 센느와 동 화되면서 본성격을 되찾은 느낌이
다.
그렇게까지 말하니, 그제야 진 지하게 고르기 시작했다.
“난 정령술하고…… 두 개 골라 도 돼?”
“마음대로 해. 근데 처음부터 두 개를 키우려면 힘들걸? 메인 하나 고르면 나머진 추천해 줄게. 상성이 맞아야 쉽거든.”
“그래, 그럼 난 정령술! 정령이 귀여울 것 같아!”
“그럼 추가로 아공간하고 마력 지배를 배우면 될 거야.”
연호는 고민하다 말고 연지를 바라본다.
“…… 왜?”
“빨리 해봐. 되나 보게.”
“칫. 실험 대상이라니!”
하지만 연지는 그리 걱정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연지는 정령술 스킬 북을 집어 들고 열었다.
화악!
밝은 빛이 연지를 감싼다.
“됐어.”
연지야 양손을 쥐었다 핀다. 몸 에서 느껴지는 기이한 힘이 신기 한 거다.
“소환해 봐.”
연지가 끄덕인다. 아마 스킬을 배우는 순간 정령을 소환하고 사 용하는 방법이 머릿속에 입력됐을 거다. 게임하고 비슷하다면.
“정령 소환?”
우웅! 마력이 모이며 정령계와 연결되는 게 느껴진다.
화악!
불쑥.
샐러맨더다. 불의 정령이 하나 소환됐다.
다른 정령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보아, 적성이 이 하나였던 모양이 다.
연지는 정령과 대화를 하며 친 숙해지기 시작했다. 연우는 상태 창이나 스킬 창이 뜨는지 물었지 만, 그런 건 없다고 했다.
‘플레이어가 아니라 사용자가 되는 거네.’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플레이어라는 게 퍼져서 좋을 건 없으니까. 단계가 오르는 것도 문구가 없이 실력으로 보는 것 같 았다.
“ 연호는?”
“난…… 연금술도 괜찮을까?”
연우는 웃으며 끄덕였다. 연호 는 예전부터 뭔가 만드는 걸 좋아 했다. 게임을 해도 대장장이나 연 금술 같은 걸 했으니까.
“나쁘지 않지. 연금술하고 마법 은 상성이 좋으니까. 같이 배우는 게 좋을 거야. 아공간까지. 마력 지배까지 배우면 좋은데, 상성이 맞아도 한번에 세 개는 힘들어.”
“오, 알았어!”
연호도 흥분한 상태로 연금술 스킬 북을 집어 들었다.
화악
연지와 똑같은 과정을 겪고 연 호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연금술의 기초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연금술은 가장 하급의 포션을 제작하는 것부터 시작하고 마법과 연계하면 아티팩트까지 만들 수 있다. 그 정도면 어디 가서 무시 당할 일은 없을 거다.
연우는 연호와 연지에게 훈련하 는 방법을 간단하게 알려 주고, 농장의 위치도 알려 줬다. 하다가 막히는 부분이 있거나 오고 싶으 면 오라는 거였다.
“오빠 직업이 농장 주인이라 고!?”
“그럼 이건 어떻게 만든 거야?”
이제야 직업을 물어보다니, 참 빠르기도 하다.
“뭐…… 사실 농장 주인이 사기 캐릭터거든.”
두 동생은 이해하지 못했다. 하 지만 더 말하지 않았다.
집에서 부모님이 차려 준 밥을 먹고 집을 나섰다. 오늘도 할 일 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동생과 부모님에게 절대로 비밀을 지키라고 신신당부 했다. 나중엔 알려져도 상관없지 만, 지금은 안 된다고.
“이게 될 줄 몰랐습니다.”
연우 옆에 아공간을 열고 고개 를 내밀고 있는 헤맨이 말했다.
“그러게, 뭔가 치트를 치고 게 임을 하는 느낌이야. 그것도 나 혼자만.”
“사실 아스가르드 안에서도 사 기는 사기였습니다.”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하다.
연우는 계좌를 살폈다. 두 장비 를 팔아서 산 게 2,000만 원. 그 리고 땅을 사고 조금 남은 5,000 만 원까지. 총 7,000만 원이 있었 다.
‘이걸로 뭘 하기도 애매하고.’
돈을 조금 더 벌어야겠다는 생 각이 들었다.
“헤맨, 마지막 데블리스 평야에 서 구한 아이템이나 장비 중에 가 장 하급을 꺼내 봐.”
연우가 원래 사용하던 아이템이 나 장비 중에는 팔 수 있는 게 없 다. 처음에 팔았던 마력 포션이나 체력 포션도 데블리스 평야에서 구한 거였다.
마음만 먹으면 팔 수는 있지만, 시선을 한 몸에 받을 거다. 그때 는 협회도 익명을 지켜 주기 힘들 수 있다.
“이거랑 이거면 돈이 좀 될 것 같습니다.”
헤맨이 꺼낸 건, 하나의 검과 목걸이 였다.
연우도 만족스럽게 웃음을 지었 다.
[하급 마족의 초급 마검]
설명 : 하급 마족이 성인이 돼 아버지에게 선물받은 마검. 아직 어린 마족이라 사용자에게 부담이 없을 정도의 마력을 제물로 소드 마스터급의 힘을 낼 수 있다.
(단, 소드 마스터급 이상이 사 용할 경우 패널티를 받을 수 있 다.)
[죽음의 붉은 목걸이]
설명 : 중상급 언데드인 ‘듀라 한’ 소환진이 새겨진 아티팩트. 사 용자의 마력을 사용하지 않는 대 신, 24시간의 대기 충전 시간이 필요하다.
(단, 듀라한이 죽지 않는 이상 역소환되지 않는다.)
소드 마스터는 검술 8단계라는 초인적인 경지에 도달한 이를 말 한다. 9단계 그랜드 마스터보다는 떨어지지만, 절대로 약하진 않다.
그리고 중상급 언데드인 듀라 한.
소드 마스터와 대등하게 싸울 수 있는 탱커형 소환수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아베른하고 하급 포션이 있었 던 게 이상하네.’
뭐, 그럴 수도 있다. 어떤 전장 이나 잡템 먹으려는 초보는 존재 하니까.
나만 플레이어다
:절대자의 귀농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