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권 7화 (7/207)

- 1권 7화

제7편_ 므깃도의 식당(1)

헤맨이 제작을 시작했고, 설치 는 연우가 했다. 이렇게 하면 숙 련도를 많이 받을 순 없겠지만, 아예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

-마법 스킬이 2단계로 올랐습 니다.

작업이 끝났을 때, 그 문구가 떠올랐다.

나쁘지 않았다. 2단계만 돼도 할 수 있는 게 많아지니까.

농장 곳곳에서 푸른빛이 둥둥 떠 있었다. 부양, 유지, 증폭, 중 계 등의 마법이 걸려 있다.

연우는 핸드폰을 봤다.

사람을 구한다고 올렸는데, 누 가 지원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 다.

“아무도 없네.”

하긴, 있을 리가 없다. 사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을 거다. 숲이기도 했고, 듣도 보도 못한 농장이기도 했으니까.

연우는 조금 더 기다리기로 했 다.

어차피 급할 건 없다.

“헤맨, 식당을 만들자.”

“예, 알겠습니다.”

자재를 보내 달라는 거다. 식당 은 집과 조금 떨어뜨린다. 블랙 카우와 블랙 쿡이 있는 구역이 정 면으로 보이고 옆으로 강줄기를 둔다.

식당.

판매로 숙련도를 준다지만, 사 실 돈이나 숙련도보다는 다른 목 적이 크다.

연우나 헤맨을 위해서 그리고 가끔 오는 손님에게 제대로 된 음 식을 대접하기 위해서다.

미식(美食)은 삶의 뿌리가 아니 라 줄기.

그사이에 피는 꽃은 사람과 사 람 사이의 인연.

처음 연우에게 농장 일을 알려 주던, 제임스 아저씨가 했던 말이 다.

쿵. 쿵. 쿵.

연우는 먼저 다졌고, 이후 땅을 파고 두드리고 말뚝을 박았다. 그

래야 지반이 튼튼하고 건물이 기 울어지거나 균열이 가지 않는다.

두 번째는 금방이었다.

-식당을 완성했습니다.

-건설 스킬이 3단계로 올랐습 니다.

이번엔 능력치나 잠재 능력치는 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건설 스킬이 오른 건 큰 수확이다. 게다가 얼마 전에 2단 계로 올랐던 건설 스킬이다. 이렇 게까지 압도적으로 빠르게 오를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게임에서도 3단계까지 올리는 데 몇 개월은 소비됐으니까.

“나쁘지 않아.”

건설 스킬 때문에 자재 이용에 한계가 있다. 3단계로 오르면서 철근을 쓸 수 있겠지만, 굳이 만 든 걸 부수고 싶진 않았다.

이번엔 1층 건물이다.

널찍하게 지반을 잡았고 강이 보이는 옆과 평야가 보이는 앞은 기둥만 세우고 마법 유리를 달았 다. 유리는 더 상급의 자재지만, 헤맨의 마법을 빌렸다.

다른 이가 보면 보통 유리랑 다 를 바가 없다. 하지만 웬만한 상 급의 헬파이어도 뚫지 못할 정도 의 강도를 지닌 마법 유리다.

‘사실, 반영구 실드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다.

“헤맨, 주방에 넣을 것 좀 꺼내 줘.”

“ 알겠습니다.”

다행히도 소모품과 자재 사이에 예전에 쓰던 연우의 조리 기구가 있었다.

쓰윽. 쿵.

쓰윽. 쿵.

공간이 열리며 커다란 뭔가가 떨어진다.

“마법 오븐, 냉동고, 작업대, 제 빙기, 레인지, 바 테이블, 의자.”

오랜만에 보는 기구들이다. 연 우는 게임을 접기 위해 농장을 므 깃도로 옮기고 모든 식당을 정리 했다.

오븐이나 레인지는 역시나 하이 엔드급 마력석이 사용됐고, 냉동 고와 제빙기는 북극해에 있던 화 이트 드래곤의 이빨과 비늘을 사 용했다. 작업대는 아다만티움, 바 테이블은 세계수의 줄기, 칼이나 도마도 마왕의 뿔을 주로 사용했 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처구니없는 재료들이다.

그때야 연우에게 드래곤은 쉬운 사냥 대상이었고, 조리 기구에 대 한 애착이 강했다. 수집 욕구랄까. 필요한 것도 아니면서 좋은 재료 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자, 이것도 정리를 끝냈고.”

주방을 꾸미고 테이블을 놨다. 그리고 천장엔 중계 장치인 상급 마력석이 떠다니고 물은 관망에서 끌어다 사용하게 설치를 완료했 다.

이 정도면 완벽하다.

식재료와 조미료들. 그리고 손 님만 있으면 딱이다.

살랑.

연우의 옆으로 실프가 날아왔 다.

“손님인가?”

마침 잘됐다.

걱정이 되긴 했다. 아직 대접할 게 없으니까. 그래도 근처 몬스터 필드에 온 사용자들 같은데, 그냥 보내긴 좀 아쉽다.

연우는 블랙 쿡 한 마리를 바라 봤다.

“미안하다.”

꿰에 엑!

보이지 않는 손으로 홱 잡아챘 다.

사랑하는 가축들이지만, 가끔 냉정할 필요도 있는 법이다.

연우가 씨익 웃었다.

백숙이 다.

마왕의 뿔로 만든 식칼을 들었 다.

우선 털을 뽑고 내장을 빼낸다. 염지를 따로 하지 않아도 비린 냄 새는 없다. 닭이지만, 몬스터라 굉장한 육질을 자랑한다. 크기도 굉장해서 5명 정도는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

“아무래도 식당 운영할 사람을 어서 뽑아야겠어.”

연우는 요리를 잘한다.

요리 스킬이 8단계였다는 건, 대충 만들어도 마법적 버프를 받 고 정성을 들이면 영구적으로 능 력치가 오를 정도의 경지다.

맛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오로지 스킬로 이룬 실 력이고, 지금의 연우는 겨우 1단 계에 불과했다.

가장 중요한 건 귀찮기도 했고 외롭기도 하다는 것.

“헤맨, 만드라고 있을까?”

만드라고는 인삼이나 산삼하고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귀한 약재 다. 백숙엔 역시 약초들이다.

연우는 오랜만에 몸보신을 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사용자에겐 특수 직업이라는 게 존재한다.

평범한 검사, 마법사, 힐러 등 의 직업을 제외한 특별한 힘을 가 진 이들. 하지만 그게 모두 좋은 건 아니다.

강하지만, 성장이 힘든 것.

성장은 빠르지만, 약한 것.

전혀 쓸모없는 것까지 아주 다 양하다.

백성진은 강하지만 성장이 힘든 직업을 가졌다.

식귀의 친구가 돼 힘을 빌리는 거다.

문제는 단순한 육체 단련과 경 험으로 힘을 키우는 게 거의 불가 능하다는 것.

?빨리, 빨리! 먹을 것 좀 줘!

“조용히 좀 해. 이번 레이드 끝 나면 잔뜩 줄 테니까.”

? 빨리 빨리! 배고프단 말이야!

백성진은 시끄러운 식귀를 무시 했다.

언제나 배고프다.

각성하면서 만난 이 식귀는 단 한번도 배부르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 배가 터질 때까지 많이 먹 어도 소용이 없었다.

‘왜 내가 먹는 건데, 지가 배고 프다고 난리야.’

하지만 어쩌겠는가.

성진이 먹어야 식귀의 허기가 죽고, 능력이 성장한다. 성진은 식귀의 힘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 닌 일반인이었다.

“백성진 님, 괜찮으신가요?”

“네! 괜찮습니다.”

한소영 파티장이다.

요즘 이름을 떨치고 있는 암살 자. 원래 2단계 필드에서 활동했 다는데, 요즘 급격히 성장해 5단 계에서 꽤 유명해졌다.

사용자의 단계 향상이 이렇게까 지 급격하게 올라가는 일은 거의 없다. 수년간의 훈련과 경험이 쌓 이며 실력이 향상된다.

마력, 경지, 공부, 재능 그리고 장비.

성진은 한소영의 장비를 슬쩍 봤다.

푸르스름하게 빛나는 저 장비가 아마 주인공일 거다.

기연 (奇緣).

기이한 인연이라고도 하지만, 대부분 커다란 행운을 말하기도 한다.

“킁킁. 파티장님?”

“네, 무슨 일이죠?”

한소영 파티장이 백성진을 바라 본다. 탱커다. 아직 4단계에 불과 하지만, 저렴한 보조 탱커로서 충 분한 역량을 지녔다.

불안한 건, 배가 고플 때.

식귀의 힘을 얻는 [식신(食神)] 이라는 직업은 먹을 게 부족하면 제대로 힘을 내지 못한다. 그래서 괜찮느냐고 물어본 거였다.

그런데 백성진이 한소영을 불렀 다.

동시에 그녀도 냄새를 맡았다.

“…… 뭐죠?”

“그게…… 백숙 같습니다.”

조금 더 걸었다.

어차피 가는 길이다.

‘므깃도의 식당’. 음각한 글자가 있는 간판. 그럴듯한 식당이다.

‘이런 곳에 어떻게?’

사방이 몬스터 필드와 던전이 다.

당연히 떠도는 몬스터도 많기에 위험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겨우 lm나 되는 울타리 안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는 블랙 카우와 허리까지 오는 블랙 쿡까 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풍경 뿐이었다.

한소영과 백성진은 자연스럽게 식당 앞까지 도달했다.

한껏 연기를 뿜는 큼지막한 냄 비가 있다. 아주 향기롭다. 완벽 한 백숙. 거기에 뭔가 추가된 것 인지 황홀할 정도로 입맛이 돈다.

그때였다.

연우가 두꺼운 장갑을 끼고 또 다른 냄비를 들고 오고 있었다.

“한 끼 하실래요? 아, 물론 파 는 겁니다.”

연우는 더 말하지 않고 대접에 백숙을 옮기고 있었다. 한 마리씩 이 아니다. 발 하나가 큼지막한 대접에 꽉 찰 정도로 엄청난 크기 다.

“어, 얼마죠?”

백성진이 그렇게 물었고, 한소 영이 고개를 홱 돌려 쳐다본다. 한소영은 한숨을 내쉬었다. 백성 진의 표정이 너무나 간절했기 때 문이다.

“가격은 뭐 드셔 보세요. 첫 손 님이니까 아주 싸게 드릴게요.”

“그럼 우리 밥 한 끼 하고 레이 드를 가죠.”

괜히 배고파서 사고를 내면 안 된다. 그래도 배부를 때는 한 사 람 몫을 충분히 하는 사용자다.

한소영이 파티장이 돼 처음 하 는 레이드. 한 치의 실수도 용납 할 수 없었다.

-농장에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농장의 블랙 쿡 백숙을 대접 했습니다.

?손님이 아주 만족스러워합니 다.

-요리 스킬 숙련도가 오릅니 다.

-동화율이 올랐습니다.

-인지도가 올랐습니다.

-동화율이 올랐습니다.

농장 관련된 일을 하거나 인지 도가 오르면 농장 관련된 스킬과 능력치가 오른다. 레벨이 따로 없 는 이 게임의 경우, 능력치와 스 킬이 플레이어의 무력을 결정한 다.

‘아직 스킬이나 능력치가 오를 정도는 아닌 모양이군.’

첫술에 배부를 순 없다.

연우는 맛있게 먹고 있는 파티 를 바라봤다. 아베른의 장비를 가 진 여자가 눈에 띈다.

‘이것도 인연인가.’

그리고 또 한 명.

식귀가 느껴지는 사용자가 있었 다. 예전의 연우라면 아무것도 몰 랐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농장 주인은 유령 몬스터도 키운다.

연우는 블랙 쿡을 사용해 만든 백숙에 만드라고를 한 뿌리, 해양 드래고니아의 꼬리 비늘을 갈아 넣었다. 운이 좋게 아공간에 몇 개 남아 있던 거다.

아마 저 식귀는 처음으로 포만 감을 느낄 거다.

그리고 강해질 거다. 그것도 한 참이나.

“우와, 잘 먹었습니다.”

백성진이 대접을 내려놓으며 말 했다. 분명 식귀에게 뭔가 들었을 게 분명했다. 아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기운이 그에게 느껴진다.

“잘…… 먹었습니다.”

한소영도 맛에 놀란 건지, 몸에 충만한 힘을 느낀 것인지 감사를 전했다. 1단계지만 재료가 좋은 만큼 어느 정도의 효과는 보장한 다.

“얼마나 하죠?”

아까 판다고 했던 말을 잊지 않 은 거다.

“장난이었어요. 개업 첫 손님이 니까 돈은 안 받을게요. 나중에 가끔 들러 주세요.”

당황스러운 표정을 한 한소영은 연우에게 다가와 조용히 물었다.

“이게 일시적인 건가요. 영구적 인 건가요?”

“저도 잘 모르겠는데. 아마 그 중에 어느 정도는 영구적으로 남 을 겁니다.”

이렇게까지 느끼는데, 굳이 숨 길 필요는 없었다.

하긴, 만드라고와 드래고니아 다. 단계만 따지면 7단계 이상의 고단계. 게다가 아직 1단계지만, 스킬로 만들어진 요리다.

“이, 이런 걸 공짜로 받아도 될 까요?”

연우는 한소영의 얼굴을 바라봤 다.

얼굴을 보면 사람이 보인다.

연우의 스킬엔 심안이라는 게 있다. 1단계라 확실히 보이진 않 지만, 성향 정도는 짐작할 수 있 다.

‘기회를 놓치지 않는 사람. 그 리고 은혜를 잊지 않는 사람.’

“괜찮아요. 나중에 더 팔아 주 세요.”

연우는 씨익 웃었다.

이런 기분에 음식을 대접하는 거다. 아마 저기 뛰노는 블랙 쿡 도 만족스러워할 거다.

나만 플레이어다 :절대자의 귀농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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