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권 5화
제5편_ 농장을 짓다(4)
연우는 아침 일찍 일어나 일과 를 시작했다.
가장 먼저 한 건, 허리까지 자 라난 아포프리카가 있는 세 구역 중 하나에 블랙 카우를 풀어놓는 거다.
움모오!
우두머리 블랙 카우 한 마리와 열 마리의 암소들. 수컷 두 마리 와 암소 아홉. 총 22마리다.
역시 동물들은 하렘인가 보다.
“보기 좋네.”
역시 농장 운영을 하면서 가장 뿌듯할 때는 넓은 땅에서 뛰노는 몬스터를 볼 때다. 게다가 블랙 카우가 좋아하는 아포프리카도 잔 뜩 있다.
연우는 바로 옆에 닭장을 만들 었다. 닭장은 어렵지 않다. 앉아 서 잘 곳, 비와 해를 피할 곳, 알 을 낳아 보관할 곳만 있으면 된 다. 몬스터가 아닌 보통 닭과 습 성이 비슷하다.
닭장에 일주일만 가둬 먹이를
주다 보면 이곳을 집으로 인식한 다. 그 이후엔 문을 열어 놔도 아 침에 나가서 먹이를 찾아 먹고 해 가 지면 다시 돌아온다.
“한 달 정도 있다가 옮기면 되 겠네.”
적당하다.
블랙 카우가 아포프리가를 잔뜩 뜯어먹고, 많은 배설을 할 때까지 다.
그때, 적응한 블랙 쿡의 집을 블랙 카우가 있던 곳으로 옮기고, 블랙 카우를 블랙 쿡이 있던 곳으 로 옮긴다.
블랙 카우는 더 무성하게 자란 아포프리카를 먹고, 블랙 쿡은 블 랙 카우의 배설물에서 생긴 벌레 를 먹고 헤집는다. 그리고 하나의 구역은 휴식을 준다.
그러면서 자연스러운 생태계가 유지된다.
“그때면 블랙 쿡도 좀 늘어나겠 지.”
알은 하루에 하나 정도를 낳고, 부화는 21일 정도 걸린다. 옮길 때쯤이면 블랙 쿡 병아리가 잔뜩 있을 거다.
“지하수부터.”
옆으로 강줄기가 있어서 가축들 에게 먹일 물은 부족하지 않을 거 다. 강안에 몬스터가 있다고 들었 지만, 그거야 어렵지 않게 처리 가능하다.
문제는 연우가 사용할 그리고 앞으로 생길 식당에서 사용할 지 하수를 끌어와야 한다.
이럴 땐, 문명의 힘을 빌리는 것도 좋다.
하지만 연우는 마법이 있고, 아 이템이 있으며, 정령술이 있다.
“헤맨.”
“네, 주인님.”
차원의 거울은 이럴 때 좋다. 다른 때보다 반응도 빠르고 연우 의 말을 듣고 있기에 준비도 빠르 다.
“지하수, 입니까?”
“그래, 근데 알다시피 내 마법 이 1단계라.”
확실히 답답하긴 하다.
하지만 처음 아스가르드를 시작 했을 때완 비교도 할 수 없다. 게 다가 이건 게임이 아닌 현실이니 까.
“마법 관망(1葬)을 심는 게 낫 겠습니까?”
바로 워프로 끌어오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농장은 여러 곳에 물이 필요하다. 이왕이면 힘이 더 들어 도 농장 전체에 관망을 설치하는 게 낫다.
“그러자, 어차피 숙련도도 올려 야 하고.”
숙련도라기 보단 동화율이 랄까.
사실, 동화율을 굳이 올려야 할 까 싶기도 하다. 이 앞에 헤맨만 하더라도 성룡급의 힘을 갖는다. 연우가 확실히 모르긴 하지만, TV에서 봤던 대단한 능력자들.
9단계라 불리는 드래곤을 잡을 수 있는 사용자는 단 한번도 보지 못했다.
물론,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 존재할 순 있다.
그런데 그 사람들과 연우가 상 관이 있을까?
모르겠다.
하지만 그래서 더 여유롭다. 재 미있기도 하고. 예전에 농장을 운 영했을 때도 여유와 열정이 있었 다. 그런데 지금은 열정보다는 여 유가 훨씬 크다.
“관망을 설치하자. 저 뒤에 산
부터 저 아래까지.”
농장 전체다. 산까지 연우의 소 유이기도 하고, 산에 농장을 설치 하기도 할 거다.
산엔 주로 맹수나 새 종류를 키 운다.
예를 들면, 백호나 구미호도 숲 을 좋아하는 맹수에 속한다. 새는 피닉스나.
‘아, 여기서 피닉스는 안 되겠 구나.’
숲이 홀랑 타 버릴 거다.
피닉스보다는 와이번이나 하피 정도가 적당할 것 같다.
“산에서 내려오는 수로론 부족 할 거야. 지하수 중심에 하나. 강 줄기에 하나 수원으로 설정하도 록.”
수원(水源), 말 그대로 물의 시 작점이 다.
“제가 돕겠습니다.”
헤맨은 연우의 상태를 잘 안다.
연우가 주가 되고, 부족한 마력 과 고위급 마법은 헤맨이 한다.
“시작하지.”
화악!
연우의 손에서 빛무리가 퍼진 다.
블랙 카우와 쿡이 놀랐지만, 적 의가 없다는 걸 알고 조용해졌다. 헤맨은 바로 옆에서 보조한다.
하얀빛 덩이가 산속으로, 강줄 기 안으로, 땅속으로 들어간다.
-‘마법 관망’ 설치를 시작합니 다.
-사용자의 힘을 초월하는 작업 입니다.
?육체가 위험할 수 있습니다.
-보조의 존재가 있습니다.
?대량의 숙련도를 얻었습니다.
-동화율이 대폭 올랐습니다.
?상식 이상의 힘을 사용했습니 다.
?잠재 능력치가 1 올랐습니다.
연우의 눈이 부릅떠졌다.
잠재 능력치가 올랐다.
잠재 능력치 630이라는 건 아 스가르드 안에서 다른 플레이어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수치다. 500이 면 인간의 한계라고 본다.
5개의 능력치에서 하나가 더 생기면서 초인의 경지라며, 인간 을 벗어났다고 한다.
그래서 연우는 600까지 올릴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 인간의 극의(極意).
그런데 거기서 30을 더 올렸다. 그렇기에 연우가 아스가르드를 접 고 3년이 지났음에도 센느라는 캐릭터를 뛰어넘는 캐릭터가 나올 수 없었던 거다.
그래서 살아 있는 전설, 신화, 신 그 자체라고 불렸던 것.
그런데 거기서 1이 더 올랐다.
연우가 사용자가 되고, 능력치 가 초기화되면서 잠재 능력치가 오를 수 있을 거라고 기대는 했 다.
그런데 이렇게 빠를 거라곤 상 상도 하지 못했다.
“이거…… 생각보다 대단한 기회 를 얻어 버렸네.”
욕심이 나지 않을 리가 없다.
게임에서 능력을 모두 찾는다고 해도 현실에서 그 힘이 어디까지 영향력을 뻗을지 알 수는 없다. 동화율이 100%가 된다고 해도 여기선 그 힘을 다 사용할 수 없 을지 모른다는 거다.
지금은 초기화됐지만, 사기라고 불릴 정도의 능력이니까.
사기라서, 여기서 사용이 다 되 지 않을 수 있는 거다.
‘그래도 도전해 보고 싶다.’
반만 찾아도, 헤맨만 있고 므깃 도의 몬스터를 다룰 정도만 돼도, 아공간의 물건들만 있어도, 더는 욕심이 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것만 다 쓸 수 있다면 무서울 게 없으니까.
그런데 그 이상을 볼 수 있다?
게임 안에서도 630 이상은 절 대로 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 보다 어렵지 않게 접을 수 있던 거니까.
‘이젠 다르다.’
조금 더 욕심을 부려도 될 것 같았다.
연우는 고개를 돌렸다.
지금은 관망 설치하는 게 더 중 요하다. 이 마법 관망은 보통 수 로와는 다르게 상하수도 모두의 역할을 한다.
그렇다는 건, 연우의 화장실이 생긴다는 거다.
‘초반의 게임에서처럼, 내 것을 퇴비로 사용하지 않아도 되겠군.’
그건 상당히 기분 나쁜 일이었 으니까. 아무리 게임이었다 하더 라도.
“헤맨, 빨리빨리 끝내자.”
“알겠습니다.”
헤맨도 느낀 모양이다. 연우의 눈빛이 달라졌다.
마법 관망을 완성했다.
연우가 마법과 아이템을 사용했 고, 헤맨이 보조했다. 조금 벅찼 지만 어려울 건 없었다.
능력치 :
힘 25, 민첩 25, 체력 21, 지능 31, 마력 30, 지배력 41
잠재능력치 : (173/631)
“잠재 하나에 능력치 10개.”
칭호나 다른 스킬은 변하지 않 았다.
대신 동화율이 생각보다 많이 올랐다.
특이 사항 :
?동화가 진행 중입니다.
?진행률 : 0.011%(남은 시간 3,370 일)
“300일에 0.01% 정도.”
동화율 얼마에 능력치나 스킬이 얼마나 오를지 감이 안 잡힌다. 그리고 퍼센트랑 일수는 비례가 아닌 것 같다.
‘뭐 상관없지.’
중요한 건 잠재능력치다.
잠재력만 있으면 채우는 건 어 렵지 않으니까. 특히, 한 번 올랐 던 경지를 올라가는 것. 동화율이 오르면서 자동으로 오르는 능력치 들이니까.
“조금 과감하게 움직여야겠어.”
그래야 잠재 능력치가 오르는 모양이다.
아스가르드의 센느와 현실의 연 우는 상당한 괴리가 있었다. 센느 는 대범했으며 열정적이었고 과감 했다. 누가 안 그러겠냐마는, 게 임이었기 때문이다.
현실에선 평범한 남자였다.
앞뒤 걱정을 한번 더 하고, 미 래를 생각하며 책임을 먼저 떠올 린다.
그런데 지금의 연우는 그렇지 않다.
센느가 연우가 됐고, 연우가 센 느니까.
상태 창만 동화되는 게 아니라, 성격도 그대로 옮겨진 것 같았다.
“오늘은 목장 조성에 신경을 더 써야겠어.”
목장이라는 건, 그저 가축만 키 우는 곳이 아니다.
작은 마을이라고 해야 맞을까.
가축이 있고, 작물이 있으며, 사람과 노동력이 있다. 먹을 것, 자는 곳. 다시 사람들.
그래야 농장이다.
연우는 핸드폰을 이용해 구인을 위해 어플을 깔고 글을 올렸다.
[므깃도의 농장에서 사람을 구 합니다]
모집 인원 : 2명.
하는 일 : 요리사 1명, 농장 관 리자 1명.
연봉 : 3,000만 원 [email protected], 이상 협의.
근무 : 주 5일 06시부터 17시 까지.
비고 : 숙식 제공, 성과에 따라 보너스 지급.
전형 : 1차 서류, 2차 면접.
“음, 이 정도면 되겠지.”
농장엔 사람이 필요하다. 연우 와 헤맨. 그리고 정령들이 있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특히, 이제 연우가 직접 요리나 관리를 할 필요가 없다. 그런 자 잘한 일은 사람을 쓰는 게 맞다.
‘스킬 북도 한번 사용해 봐야겠 어.’
연우야 이미 스킬이 많기에 쓸 수도 없고, 필요도 없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다르다.
운이 좋다면 일반 사람이 스킬 북을 사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게 그들을 사용자로 만 들 수도 있다.
한번 해 봐야 안다.
“헤맨, 오늘은 식인 식물을 심 어 보자.”
말이 식인(食人) 식물이지, 관 리만 잘하면 꽤 괜찮은 울타리가 될 거다.
“마침, 마계에서 구한 ‘게헨나 르’가 있습니다.”
나쁘지 않다.
단계를 따질 수 있는 종은 아니 었지만, 제대로 성장하면 드래곤 도 잡는 게 게헨나르니까.
치명적인 맹독 따위의 단순한 게 아니다.
사람이나 몬스터를 유혹해 끌어 들여 천천히 녹여 먹는다. 그리고 주변에 마력을 뿜어낸다. 마치, 식물이 광합성을 해서 물과 이산 화탄소를 산소로 바꾸는 것처럼.
“마기만 제거하면 천적 몬스터 도 막고, 주변 마력 농도를 올릴 수도 있겠네.”
물론, 쉽지는 않다.
마기를 제거하는 건 헤맨이 아 공간 안에서 하면 된다. 하지만 지구의 땅과 대기는 게헨나르와 맞지 않다.
“마계의 흙을 구해야겠어.”
“아공간에도 그건 없습니다.”
그걸 굳이 가질 필요가 없었으 니까.
“…… 역시 이럴 땐, 구글링이 지.”
끼야아아아!
소름 끼치는 비명이 건물과 자 동차의 유리를 깨 버린다. 서울 중앙에서 이런 거대한 던전이 생 긴 건 처음이다.
한 명의 마법사가 결계를 친다. 공간이 일렁이며 흑색의 세상으로 변했다.
이 공간 안에선 그 누구도 나갈 수 없고, 들어올 수 없다. 던전
안에 마물이 인간을 죽이지 못하 게 막기 위해선 이 방법이 최고였 다.
스응.
콰아아앙!
검사 한 명이 검을 내지른다.
던전에서 기어 나오던 거대한 검은 기운이 갈라진다. 하지만 소 용없다는 듯 다시 붙는다.
끼야아아아!
던전에서 마물이 쏟아져 나온 다.
막아야 한다.
막지 못하면 서울이 위험하다.
강력한 공격이 두 무리 사이에 서 터져 나간다. 땅이 갈라지고 건물이 무너지며 대기가 터져 나 간다.
강하다.
8단계에 이른 10명의 강자지만, 마물은 단계로 따질 수 없는 기이 한 강함을 가지고 있다.
“앗, 잠시 실례.”
그때, 뒤에서 들린 밝은 목소리 에 10명의 영웅과 마물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나만 플레이어다 :절대자의 귀농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