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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세계 속 광전사가 되었다-420화 (420/425)

420. 새로운 세계 (7)

병사는 수년 전, 카르타고가 이끄는 언데드 군단과의 전쟁에 참여했었다.

이후엔 4개 왕국 연합군에 소속돼, 언데드 군단을 흡수한 아인하르트 제국과 싸웠다.

전쟁은 길고, 또 치열했다.

고위악마가 등장했을 땐 수많은 전우들이 왕국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끝까지 연합군에 남아 아인하르트의 수도를 향해 진격했다.

추가로 등장한 고위악마들.

그들에 대항하며 등장한 신들.

하늘을 나는 언데드 드라칸.

거대한 원형 통로에서 물밀듯 밀려들던 아인하르트의 병사들.

또 다른 통로에서 쏟아진 언데드 군단.

그 많은 적들과 싸우며, 병사는 살아남았다.

그러면서 그는 보았다.

자신들과 같은 지상에서 적과 싸우던 오토마이어 왕과, 골드 드래곤 루미니우스.

그리고 하늘 위에서 언데드 드라칸을 포함한 많은 적들을 물리치던 검은늑대의 아틸라와.

“드라콘 이스메니오스으으으!”

병사가 소리쳤다.

그는 자신의 목소리가 이렇게까지 크게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지금 처음 알았다.

그 덕에 주위에 있던 모든 병사들이 그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들의 눈이 머리 위에 등장한 거대한 블랙 드래곤을 봤다.

병사들의 눈에 부릅 힘이 들어갔다.

블랙 드래곤이 쩌억 아가리를 벌렸다.

그곳에서 탄환 같은 브레스가 쏘아졌다.

펑! 퍼퍼펑!

하나처럼 쏘아진 네 발의 브레스가 네 드래곤의 몸을 관통했다.

드라콘 이스메니오스의 등장은 예상 외였고, 그것도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날아왔으며, 거기에 더해 브레스 또한 상식을 벗어난 것이었다.

그래서 네 드래곤은 변변한 대처도 하지 못한 채 드라콘 이스메니오스의 브레스에 관통 당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란 건 오토도 마찬가지였다.

추락하는 네 마리의 드래곤.

그 위로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펄럭.

오토는 눈앞으로 내려오는 검은 드래곤과, 그 위에 올라탄 사내를 얼빠진 얼굴로 봤다.

사내의 얼굴이 씨익 웃었고, 익숙한 송곳니가 드러났다.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오토가 물었다.

“저, 저, 정말 아틸라 님이우?”

“그럼 누구로 보이냐.”

“아아니 어디 숨어 있다가 이제서야……!”

“아틸라! 바토리이이이!”

카스피가 도롱뇽을 향해 펄쩍 뛰어들었다.

그러고는 아틸라와 바토리를 동시에 끌어안았다.

전투가 한창이었지만, 그리고 수많은 제국의 병사들이 보고 있었지만 카스피는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그런 카스피의 어깨 위로 펀치가 뛰어올랐다.

“펀치야……! 도롱뇽……! 흑……! 흐흑……!”

쉬이 진정하지 못하는 카스피를 바토리가 마주 안았다.

아이 어르듯 등을 쓰다듬었다.

“자, 울지 말려무나 카스피.”

아틸라는 주변의 상황을 살폈다.

그러고는 다시 오토를 봤다.

“지고 있었냐?”

“……아 그건.”

“이제 황제 폐하라고?”

“……뭐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수.”

오토는 여전히 아틸라에게 꼼짝도 하지 못했다.

그가 지닌 제왕의 혼도 아틸라 앞에선 발휘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아틸라가 씨익 웃었다.

“그럼 나도 이제 황제 친구가 생긴 건가?”

‘친구’라는 아틸라의 말에 오토의 눈이 부릅떠졌다.

오토가 쾅쾅! 제 가슴을 두드리며 외쳤다.

“맞소! 아틸라 님은 이제 황제 친구가 생긴 거요! 으하하하하하!”

“새끼 웃기는. 일단 도마뱀들부터 처리한다.”

네 드래곤은 죽지 않았다.

초 레어 송곳 브레스에 한 번 적중당한 것으로 죽을 만큼 드래곤은 약하지 않다.

과연 약간의 거리를 벌리며 네 드래곤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드래곤들의 얼굴엔 긴장의 기색이 역력했다.

루미니우스도 상대하기 껄끄러운 존재였는데, 무려 드라콘 이스메니오스가 등장했다.

- 드라콘 이스메니오스.

프릴루이나가 중얼거렸다.

네 드래곤 중 그의 상처가 가장 심각했다.

카스피에게 당한 요르문간드의 저주 탓에 몸의 움직임이 둔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에이스의 부상으로 동조율마저 떨어졌다.

- 오랜만이군. 루미니우스.

도롱뇽이 루미니우스 옆에 나란히 서며 말했다.

아틸라는 재수 없게 근엄한 척을 하는 도롱뇽의 뒤통수를 한 대 후려갈길까 생각했지만, 여기까지 쉼 없이 날아온 녀석의 노고를 생각해 그만두었다.

- 오랜만이군. 드라콘 이스메니오스.

그렇게 말한 루미니우스가 저만치에서 날갯짓하는 네 드래곤을 노려봤다.

4 대 2의 싸움.

숫자로만 보면 여전히 불리한 전투다.

그러나 루미니우스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드라콘 이스메니오스는 평범한 드래곤이 아니다.

드래곤보다 한 등급 위의 존재, 드라코니안이다.

자신을 포함한 이곳의 다섯 드래곤은 드라콘 이스메니오스를 본떠 만든 모조품에 불과하다.

“나와 펀치는 내려 주려무나. 카스피도 함께.”

아틸라는 그렇게 했다.

바토리는 도롱뇽을 천천히 하강시켜 바토리, 펀치, 카스피를 지면에 내려 주었다.

그러고는 다시 위로 올라와 루미니우스의 옆에 섰다.

네 드래곤과 네 명의 북부 마스터는 숨소리조차 내지 않으며 그 모습을 봤다.

아벨은 에이스의 상태를 살폈다.

에이스는 부상당했다.

그렇다면 여기선 자신이 나서야 한다.

“아틸라.”

“아벨.”

아벨은 오토와 카스피의 반응을 통해, 아틸라의 등장이 그들로서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전쟁이 이 정도 국면에 접어들도록 아틸라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었다.

게다가 아틸라는 남쪽이 아닌 북쪽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아벨은 확신했다.

아틸라는 남부에 있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는.

“오토마이어 왕을 도울 생각인가. 아틸라.”

아틸라가 피식 웃었다.

“그럼 내가 뭘 하러 여기 온 것 같은데.”

“넌 북부의 하늘에서 날아왔다. 그렇다는 건 넌 남부가 아닌 북부에 있었다는 뜻이 아닌가.”

“글쎄.”

아벨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는 무언가 짐작 가는 일이 있었다.

“제국 북동쪽의 고대 도시. 네가 한 짓인가.”

그 말에 에이스를 포함한 마스터들이 눈을 크게 떴다.

제국 북동쪽에 생겨난 고대의 도시.

그것의 존재를 모르는 자는 제국에 존재하지 않는다.

게다가 드래곤 마스터들은 모두 그 도시를 정찰한 적이 있다.

“내가 한 것이 아니다.”

“아니라고?”

“다만 관련은 있지.”

아틸라는 길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

“아벨. 너에겐 나름의 빚이 있었지.”

아틸라가 처음 클라우디우스 제국을 방문하고, 플루토에게 남부의 전쟁 상황을 들은 뒤 제국을 떠나기로 결심했을 때.

아틸라 일행은 북부의 암피테르 용기사들 틈에 섞여 남하를 시도했다.

그 과정에서 심층부 수해의 몬스터들과 전투가 벌어졌다.

그리고 의도가 어째 됐든 아틸라 일행은 카르노피아를 타고 날아온 아벨 덕분에 무사히 수해를 넘어 남부 대륙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틸라는 등 뒤에서 드라칼리온을 뽑았다.

아벨에게 겨눴다.

“전군을 이끌고 퇴각해라. 그리고 다시는 남부를 넘보지 마라.”

아벨이 부득, 어금니를 깨물었다.

아틸라는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고 있다.

물론 드래곤 마스터에겐, 그것도 아벨과 에이스 정도의 실력자에겐 그럴 수 있는 권한이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이대로 병력을 이끌고 돌아간다면 황제의 문책을 피할 수 없다.

그 이유가 아니더라도, 아벨은 이대로 퇴각하는 건 불가한 일이라 생각했다.

다만 마음에 걸렸다.

‘아틸라는 강하다.’

드라콘 이스메니오스 또한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곳엔 클라우디우스의 네 드래곤과, 네 명의 드래곤 마스터가 있다.

“그러지 않겠다면 어쩔 셈이지? 아틸라.”

“그 물음에 대한 답은 너도 잘 알고 있을 텐데.”

아틸라의 목소리에 살기가 맺혔다.

“그날 분명히 말했을 터다. 너희 제국이 남부를 침략한다면, 난 제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적이 될 거라고.”

아벨의 어깨가 흠칫 떨렸다.

그 역시 그날의 대화를 기억하고 있었다.

‘아틸라. 넌 제국의 적인가.’

‘지금은 아니다. 그러나 훗날 제국이 남부를 침략한다면, 난 제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적이 될 것이다.’

아틸라가 다시 말했다.

“퇴각해라. 그리고 황제를 설득해라. 다시는 남부를 넘보지 마라. 그렇게 하면 너희는 살 수 있다.”

아벨은 아틸라의 목소리에서 여전히 그날의 대화를 겹쳐 듣는 자신을 발견했다.

‘아벨. 날 가로막겠다면 전력을 다해 널 쓰러뜨리겠다. 난 에단 트라쿠스와 세베스티아를 죽였다. 너 역시도 그렇게 될 것이다.’

‘그럴지도 모르지. 그러나 넌 나를 쓰러뜨린 뒤엔 수해를 돌파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용기사들을 이끌고 물러나라. 지금 갈라진다면 우린 모두 살 수 있다.’

아벨은 눈을 감았다.

그날의 대화와, 아틸라와의 관계를 다시금 머릿속에서 반추했다.

아벨은 남부로 통하는 관문에서 아틸라를 만났던 일을 떠올렸다.

아틸라는 다시 제국으로 돌아왔었고, 제국과 힘을 합쳐 아인하르트의 언데드 군단과 싸웠다.

그때의 아틸라는 분명 제국의 동맹이자, 아벨의 동료였다.

아벨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러고는 잠시 후, 결정을 내렸다.

“그날, 심층부 수해의 하늘 위에서 나 역시도 말했었지.”

아벨이 검을 뽑았다.

그것을 아틸라에게 똑바로 겨눴다.

“난 에단 트라쿠스보다 강하다고. 또한 나를 다시 마주치게 된다면.”

그의 눈이 칼날 같은 광채를 뿜었다.

“아틸라. 너의 가장 강력한 적이 되어있을 거라고.”

아벨은 마음을 굳혔다.

애초부터 아틸라의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샤다이 황제는 남벌을 원한다.

아무리 자신이 황제의 신임을 받는 드래곤 마스터라 해도, 그것이 감히 황제의 뜻을 꺾을 수 있는 이유는 되지 않는다.

그날 심층부의 수해 위에서 아틸라와 아벨은 남과 북으로 갈라졌다.

북을 향해 날아가며 아벨은 이런 생각을 했었다.

‘다시 만날 일이 없으면 한다. 아틸라.’

아벨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다음에 아틸라를 만난다면 그땐 서로가 서로를 죽여야 하는 입장일 것이고, 아벨은 그것을 원치 않았으니까.

또한 아벨은 다짐했다.

만약 그와 같은 상황을 결국 맞닥뜨리게 된다면 더 이상 주저하지 않겠다고.

아벨은 그날,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였다.

그는 힘을 얻었고, 그에 따른 책임을 인정했다.

자신은 클라우디우스 제국의 드래곤 마스터다.

그리고 지금의 자신은, 한때는 동료였던 사내를 쓰러뜨려야 하는 입장이 되어 있다.

“결국 죽음을 선택하겠다는 건가. 아벨.”

“누가 죽을지는 겨뤄 봐야 알 수 있겠지. 아틸라.”

아벨은 세 동료 마스터를 돌아봤다.

그들 모두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전쟁은 한쪽이 다른 한쪽을 완전히 집어삼킬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이번 전투는, 이 전쟁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다.

그들의 얼굴 표정을 확인한 아틸라가 피식 입가를 올렸다.

“어이 오토. 마음 단단히 먹어라.”

아틸라의 얼굴에서 표정이 지워졌다.

“전력을 다해 클라우디우스 제국을 공격해라. 이것은 더 이상 방어전이 아니다.”

“그게 무슨…….”

“지금부터 이 전쟁은.”

오토를 돌아보는 아틸라의 입가가 송곳니를 드러냈다.

“나바라가 클라우디우스를 삼키는 정복 전쟁이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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