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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세계 속 광전사가 되었다-387화 (387/425)

387. 혼돈의 전장 (7)

카르타고는 웃었다.

지금의 공격만으로 그는 버서커 아틸라가 이전과는 궤를 달리하는 강자가 됐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고개를 돌려 저 멀리서 날아오는 한 쌍의 검은 날개를 봤다.

식어가던 열기가 되살아난다.

진동하는 그의 갑옷이 카르르…… 짐승의 울음소리를 냈다.

- 버서커 아틸라.

오토마이어 나바라와 귀살자 카스피는 강하다.

오토마이어는 루미니우스의 마스터가 됐고, 카스피는 셰이카 라딤의 능력을 얻었다.

그러나 그들은 완전한 상태가 아니다.

약화된 루미니우스가 오토마이어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고, 카스피의 귀기는 대부분 소진됐다.

그것에 반해 카르타고는 균열에서 방출된 ‘악마왕의 마기’를 흡수했다.

- 빠르게 쓰러뜨려 주겠다. 기대되는 승부가 날 기다리고 있으니까.

카르타고는 아에스투스와 네트라비스, 그리고 세 마리 언데드 드라칸에게 의지를 전달했다.

그의 몸에 담긴 ‘악마왕의 마기’가 그것을 가능하게 해 주었다.

크륵……?

키에에…….

퀴리리리릭!

의지를 전달받은 다섯 드래곤이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번들대는 안광이 저 멀리서 날아오는 블랙 드래곤을 봤다.

키에에에에에에!

살기 어린 포효와 함께 그것을 향해 날아들었다.

* * *

“처음 보는 녀석들이 오고 있구나.”

아에스투스와 네트라비스, 그리고 세 마리의 스켈레톤 드래곤을 보며 바토리가 말했다.

도롱뇽이 콧방귀를 뀌며 답했다.

“딱 봐도 드라코리치의 권속들이다. 코르키코스 녀석. 언제 저런 미물들을 만들어 낸 거지.”

“지금껏 만들지 않았었다면 까닭은 뻔하지 않겠느냐. 샤를, 그 아이의 숨결이 닿은 것이겠지.”

아틸라는 날아드는 다섯 마리 드래곤을 봤다.

카르타고와 분전하는 오토와 카스피를 봤다.

그는 조금 전까지 허공에 떠올랐던 균열을 보고 있었다.

균열 속엔 드라코리치가 있었다.

놈의 브레스와, 균열에서 뿜어진 가공할 마기가 1군단의 전황을 반전시켰다.

“시간을 끌고 싶다, 이거로군.”

아틸라는 카르타고의 생각을 읽었다.

놈은 자신과 일대일 승부를 원하고 있다.

그래서 드래곤들을 이쪽으로 보내 시간을 벌고, 그 사이 오토와 카스피를 쓰러뜨리려 한다.

“낮게 날아라. 도롱뇽.”

도롱뇽이 하강했다.

지면이 가까워지자 펀치가 알아서 포효하며 뛰어내렸다.

끼아옹!

앙증맞게 울던 펀치의 목소리가 굵어졌다.

지면에 발을 붙인 펀치는 신수 그리즐리가 되어 있었다.

우어어어어!

펀치가 지상의 언데드들을 타격하며 달렸다.

펀치는 강하지만 드래곤과의 공중전에선 큰 역할을 하기 어렵다.

지상의 언데드를 처리하도록 하는 편이 낫다.

“곰탱이 너 살살 싸워! 괜히 뒈지지 말고!”

펀치에게 소리친 도롱뇽이 날개를 휘두르며 상승했다.

“카스피와 철혈귀검이 버틸 수 있겠느냐.”

바토리는 드래곤들을 타격해야 할지, 아니면 카스피와 오토를 도와 견제 사격을 가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바토리와 도롱뇽은 드래곤들을 맡는다. 카르타고에겐 내가 가지.”

“하지만 야만전사야. 내가 아무리 아름답고 강하다 해도 드래곤 다섯 마리를 상대하긴 어렵단다.”

“이몸이 있는데 무슨 소리냐 바토리 할망구! 저깟 되다 만 놈들쯤이야 내 브레스 한 방이면 끝이라고!”

“요즘 도롱뇽의 건방이 하늘을 찌르는 것 같구나. 야만전사야. 정신 교육이 필요할 것 같다.”

“아, 아니야! 취, 취소다 취소! 하지 마! 하지 말라고!”

“알았으니까 시끄럽게 떠들지 마라 도롱뇽 새끼.”

도롱뇽의 말은 허세가 아니다.

실제로 드라콘 이스메니오스는 수많은 드래곤을 죽이고, 포식한 전적이 있다.

그러나 아에스투스와 네트라비스는 평범한 드래곤이 아니다.

현재 중간계를 활보하고 있는 드래곤들은 모두 각자의 컬러 안에서 상당한 강자에 속하는 개체들.

‘게다가 드라코리치와 닮은 저 스켈레톤 드래곤들.’

놈들에게서 뿜어지는 기운이 심상치 않다.

아니 아에스투스도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마기를 발하고 있고, 네트라비스도 그에 못지않았다.

저런 평범하지 않은 드래곤 다섯 마리를 동시에 상대하는 건 아무리 바토리와 도롱뇽이라 해도 위험하다.

분명 바토리도 그것을 느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을 것이다.

“먼저 두 마리를 잡는다. 그러고 난 뒤 단독으로 카르타고에게 움직이겠다.”

결정이 내려지자마자 아틸라는 흑철검과 무휼을 뽑았다.

괜히 드라칼리온을 던졌나, 하는 생각이 일순 머리를 스쳤지만 털어 냈다.

멀리서 봐도 카르타고의 마기는 상당했다.

그 상황에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파드드드듯……!

흑철검에서 검기가 솟아났다.

아틸라는 이제 어떤 무기에도 검기를 드리울 수 있었다.

성력을 머금은 무휼도 흑철검만큼 길어졌다.

“그래. 해보자꾸나 야만전사야.”

바토리의 붉은 입술이 미소를 머금었다.

그녀의 왼팔에서 가공할 마력이 솟아났다.

관조자로 되돌아온 그녀는 왼팔의 마력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차앙! 창! 차아앙!

바토리의 머리 위로 세 자루 마멸의 칼날이 생성됐다.

그것이 가장 선두로 날아오던 스켈레톤 드래곤을 향해 쏘아졌다.

그러나 마멸의 칼날은 놈에게 치명상을 입히지 못했다.

놈은 상당한 비행 기술을 발휘하며 칼날을 피했다.

“뼈만 남은 주제에 제법이구나.”

방향을 선회한 마멸의 칼날이 재차 드래곤을 습격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녀석은 칼날을 피했다.

도롱뇽 못지않은 비행 능력.

바토리는 웃었다.

그녀는 마멸의 칼날을 가급적 적중시키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해도 상관없었다.

퍼어어엉!

도롱뇽의 초 레어 송곳 브레스가 놈의 가슴에 명중했다.

도롱뇽은 바토리의 의도를 읽고 있었다.

그녀가 지닌 용혈의 반지 덕분이었다.

“케헷헷헷헤! 잘 유인했다 바토리 할망구!”

브레스를 맞은 스켈레톤 드래곤의 뼈가 산산이 부서졌다.

그러나 완전하진 않았다.

녀석의 뼈가 중력을 거스르며 모여들기 시작했다.

“뭐, 뭐야! 저 미물 새끼 저거 다시 조립되려 한다!”

아틸라가 도롱뇽의 등을 밟고 도약했다.

꾸에엑! 비명을 지르며 도롱뇽의 몸이 다소 아래로 꺼졌지만, 도롱뇽은 잘 버텨 냈다.

도약은 뛰어오를 때보다 내려앉을 때의 충격이 훨씬 강한 기술이다.

지금의 도롱뇽이라면 충분히 견딜 수 있다.

“아 진짜! 말 좀 하고 하라니까!”

도롱뇽의 투덜거림과 동시에 아틸라의 발이 스켈레톤 드래곤을 밟았다.

가공할 충격파와 함께 녀석의 몸이 지면에 꽂혔다.

콰아아아앙!

발산한 충격파가 다른 드래곤과, 지면의 언데드들을 뒤덮었다.

어디선가 펀치의 우어어! 울음소리가 들렸다.

아틸라는 펀치의 몸에 바토리의 보호막이 둘러졌다는 것을 알았다.

투트틋……, 투틋……!

부서진 스켈레톤 드래곤의 뼈는 벌써 조립을 시작하고 있었다.

엄청난 수복력.

아틸라는 스켈레톤 드래곤의 몸속에서 검게 빛나는 핵을 찾았다.

무휼의 성력을 이용해 그것을 부쉈다.

그러자 진동하던 뼈가 움직임을 멈췄다.

동료들과의 연계 공격으로 한 마리는 손쉽게 잡았다.

그러나 두 번째부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아틸라는 하늘을 올려봤다.

“아 펠리레 게프 디메인셔널.”

바토리의 주문과 함께 하늘에 균열이 생성됐다.

아틸라는 그 주문을 한눈에 알아봤다.

수년 전, 바토리가 툴루즈 백작령의 크라켄을 추방시키기 위해 사용했던 마력.

그때의 바토리에겐 목숨이 위험할 정도의 마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고오오오오오!

균열의 마력이 스켈레톤 드래곤 한 마리를 통째로 빨아들였다.

갑작스러운 균열의 등장에 놈은 제대로 된 저항 한 번 하지 못했다.

“오오 바토리 할망구! 제법이잖아!”

“그걸 이제서야 알았더냐.”

바토리는 서둘러 균열을 닫아 스켈레톤 드래곤이 되돌아오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그렇게 언데드 드래곤은 세 마리로 줄었다.

바토리가 아틸라를 내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틸라도 고개를 끄덕였다.

“펀치!”

우어어어! 어디선가 펀치가 달려왔다.

아틸라는 훌쩍 펀치의 등에 올라탔다.

“가자. 펀치.”

우렁차게 포효한 펀치가 쿵쿵대며 달렸다.

그 모습을 보며 바토리가 미소했다.

강력한 마법을 초반에 몰아쳐 적의 숫자를 줄였다.

보다 빠르게 아틸라를 오토와 카스피에게 보내기 위함이었다.

“녀석들이 제법 경계하는 것 같구나.”

세 마리 남은 언데드 드래곤이 바토리와 도롱뇽을 노려봤다.

놈들은 아틸라의 뒤를 쫓으려는 듯 몸을 움찔하기도 했으나, 자리를 벗어나지는 않았다.

놈들도 직감한 듯했다.

지금의 자신들로는 바토리와 드라콘 이스메니오스를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는 것을.

“제법 머리를 굴리는 모양이로구나.”

바토리의 눈이 가늘어졌다.

무턱대고 달려들 때가 오히려 상대하기 쉬웠다.

하지만 놈들은 이제 경계하고 있다.

이 상태에서 균열을 다시 발생시킬 수는 없다.

놈들은 드래곤 중에서도 상당히 강력하고 영악한 개체들.

한 번은 통했지만 두 번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

그때 이변이 발생했다.

파지짓……! 파짓……!

왼편의 허공에서 균열이 일었다.

바토리가 일으킨 것이 아니었다.

그곳에서 두 마리의 스켈레톤 드래곤이 추가로 튀어나왔다.

“히익! 뭐야! 저 미물 새끼들이 되살아났잖아!”

“되살아난 것이 아니니라. 새로이 등장한 것 같구나.”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네가 균열로 빨아들인 놈이 친구를 데리고 돌아왔다고! 이거 다 너 때문이다! 카아앗!”

“또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는구나. 내 아틸라에게 꼭 전하도록 하겠다.”

“카앗! 하지 마! 하지 말라고!”

균열은 금세 모습을 감췄다.

다섯 마리로 늘어난 언데드 드래곤들은 자신감을 회복한 듯했다.

위압적인 몸짓과 표정에서부터 드러났다.

바토리와 도롱뇽은 초조함을 느꼈다.

다섯 마리를 상대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언제 또 균열이 생성돼 새로운 드래곤이 출현할지 알 수 없었다.

그럼에도 바토리는 웃었다.

“기왕 이렇게 되었으니 힘 좀 써보자꾸나 도롱뇽아.”

* * *

펀치는 쉬지 않고 달렸다.

피 냄새가 났다.

오토와 카스피는 피를 흘리고 있다.

그것도 상당한 양의.

특히 오토의 출혈이 심각한 듯했다.

아틸라도 그것을 느꼈다.

빠드득 어금니를 깨물었다.

그는 등 뒤의 하늘에서 균열을 봤고, 그곳에서 두 마리의 스켈레톤 드래곤이 추가로 등장하는 것을 봤다.

그러나 아틸라는 되돌아가지 않았다.

바토리와 도롱뇽을 믿기로 했다.

‘지금 가장 위험한 건 오토와 카스피다.’

카르타고는 이전보다 강해졌다.

놈과 가까워질수록 아틸라는 피부로 그것을 체감했다.

오소소 돋아나는 소름에서 그는 쾌감을 느꼈다.

버서커의 본능, 아니 혼돈의 본능이 그렇게 만들었다.

어느새 눈앞은 자욱한 연기로 가득했다.

여기저기서 불길이 치솟았다.

언데드의 괴성과 인간의 비명이 메아리처럼 공기를 울렸다.

투틋, 아틸라의 안구에 혈관이 돋아났다.

카아앙!

어느새 펀치의 등에서 뛰어내린 아틸라는 검붉은 갑주의 전사와 검을 부닥치고 있었다.

발생한 충격파가 주위의 연기를 휘발시켰다.

묵직한 위암감.

길게 찢긴 아틸라의 입술이 송곳니를 드러냈다.

“버서커 카르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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