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만든 세계 속 광전사가 되었다-381화 (381/425)

381. 혼돈의 전장 (1)

‘북부의 야만인들!’

용기사의 눈이 커졌다.

저들은 분명 북부의 야만전사들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왜 저들이 북부를 떠나 이곳에 있는 것인가.

그것도 저런 대규모 부대를 갖추고서.

‘설마 우리의 뒤를 치려고!’

그럴 리 없다.

제국군의 뒤를 치는 것에 성공한다 해도, 다음으로 그들이 맞이할 상황은 언데드 군단과의 전면전이다.

‘그렇다면 왜.’

용기사는 이내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북부 전사들이 제국의 지상 병력을 지나쳤다.

선두를 달리던 흑빛 갑주의 전사가 검을 들었다.

늑대처럼 포효했다.

“아우우우우우우!”

그를 뒤따르던 야만전사들이 우렁찬 목소리로 화답했다.

“요후후후후후!”

“아르르르르르르르!”

“오효효효효효효!

각양각색의 포효가 공기를 울렸다.

군마의 질주가 지면을 뒤흔들었다.

“뭐, 뭐야 저건!”

“북부의 야만인들?”

“왜 저자들이 이곳에!”

4군단의 지상군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했다.

앞뒤에서 적을 맞닥뜨린 기분.

하지만 아니었다.

“북부 연합군! 공겨어억!”

선두의 전사가 소리쳤다.

그의 검은 마치 창날처럼 기다랗게 보였다.

섬광처럼 휘둘러진 그것이 시체 골렘의 목을 절단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퍼거거거거걱!

북부 전사들이 언데드에게 무기를 뻗었다.

수 초도 지나지 않아 수많은 언데드들이 바닥에 쓰러졌다.

그러나 언데드는 쉽게 죽지 않는다.

북부 전사들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이미르시여!”

콰콰콰쾅!

낙뢰의 힘이 쓰러진 언데드들을 강타했다.

요툰의 힘을 지닌 전사들의 무력은 대단했다.

그들은 차근차근, 그러나 확실하게 언데드의 숨통을 끊었다.

“부, 북부가 우리를 돕고 있다!”

“뭐, 뭐가 어떻게 된 거지!”

“그게 뭐가 중요해! 이틈에 우리도 밀고 나가는 거다! 달려! 달리라고!”

“우오오오오오!”

제국군도 앞으로 밀고 나갔다.

북부와 제국이 힘을 합치자 전세는 뒤집어졌다.

상황을 깨달은 데스나이트들이 달려왔다.

흑빛 갑주의 전사도 그들을 향해 달렸다.

카카카카카캉!

전사의 칼질 한 번에 데스나이트 셋의 몸뚱이가 잘렸다.

그 엄청난 광경에 제국군의 눈이 부릅떠졌다.

목이 터져라 외쳤다.

“우와아아아아아!”

“저, 저게 뭐야!”

“지금이야! 밀어붙여!”

흑빛 갑주의 전사가 지나는 자리마다 언데드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시체 골렘이고, 데스나이트고, 누구도 전사의 검세를 당할 수 없었다.

그러나 용기사들은 그 광경을 보며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지상과 달리 공중은 형편없이 무너졌다.

지상군이 적을 몰아낸다 해도 반쪽짜리 승리일 뿐이다.

하지만 섣부른 생각이었다.

펄럭.

용기사들의 머리 위로 어둠이 드리워졌다.

거대한 검은 드래곤이 눈앞에 등장했다.

용기사들의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커졌다.

“저, 저게 무슨……!”

“블랙 드래곤이라고……?”

“어느 틈에!”

크르르르르르르……!

블랙 드래곤이 으르렁댔다.

그 가공할 살기에 언데드 용족들이 움찔했다.

흑빛 갑주의 전사가 하늘을 올려봤다.

투구의 틈새로 날카로운 송곳니가 드러났다.

“남김없이 처먹어라. 도롱뇽.”

그것을 신호로 블랙 드래곤이 쩌억 아가리를 벌렸다.

아가리 속 공간이 일그러졌다.

콰르르르르르륵!

소름 끼치는 굉음과 함께 언데드 용족들이 도롱뇽의 입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 * *

수블라 템페스타는 제국의 4군단과 싸우는 언데드 용족들에게 특별한 마법을 부여해 두었다.

그 마법엔 악마왕 샤를 아인하르트의 힘이 깃들어 있었고, 그래서 수블라는 4군단의 진영에 드라콘 이스메니오스가 등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드디어 등장한 거로군. 드라콘 이스메니오스.’

한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던 드라콘 이스메니오스가 나타났다.

그렇다면 버서커 아틸라와 바토리 에르제베트 또한 그곳에 있을 것이다.

수블라는 웃었다.

눈앞의 화이트 드래곤과, 그의 마스터를 봤다.

지난번 수블라는 화이트 드래곤을 거의 갈취할 뻔했다.

그러나 셰이카 라딤이 등장해 그것을 방해했다.

하마터면 그날 수블라는 영원한 죽음을 맞이할 뻔했다.

‘셰이카 라딤.’

수블라는 자신이 셰이카를 감당할 수 없음을 알았다.

마법사는 살수와 상성이 좋지 않다.

퍼어엉!

네트라비스의 앞발이 프릴루이나를 가격했다.

그 틈을 이용해 수블라는 후퇴했다.

언데드 지상군도 퇴각을 시작했다.

프릴루이나의 갈취는 다음으로 미룬다.

지금은 그보다 중요한 일을 해야 할 때였으므로.

수블라는 북쪽을 향해 예정된 마법 신호를 보냈다.

카르타고가 움직여야 할 시간이다.

* * *

아벨은 자신이 카르타고를 당해낼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카르타고의 무력은 대단했다.

카르노피아가 아에스투스에게 우위를 점하지 않았다면 자신은 벌써 죽은 목숨이었을 것이다.

카르타고의 검기가 날아왔다.

아벨도 검기를 뻗어 그것을 막았다.

- 대단하군.

카르타고도 아벨의 실력에 감탄했다.

아틸라 정도는 아니었지만, 이런 뛰어난 강자가 대륙에 존재한다는 것은 그에게 놀라우면서도 달가운 일이었다.

특히 아벨은 드래곤을 다루는 능력이 발군이었다.

- 아벨 카리누스. 네가 제국의 드래곤 마스터 중 제일인 것 같군.

카르타고는 슬슬 끝을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의 몸에서 변화가 일었다.

투구 속 푸른 안광이 붉게 변했다.

그는 버서커의 힘을 발현했다.

아벨은 카르타고의 변화에 놀랐다.

카르타고의 전신에서 가공할 마기가 분출했다.

그의 덩치가 직전보다 배는 커다랗게 보였다.

키이잉.

카르타고의 검에서 지금까지와 다른 검기가 타올랐다.

아벨은 자신이 저 검을 받아 낼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때였다.

- 수블라 템페스타.

카르타고의 검신에서 검기가 사그라졌다.

마기로 타오르던 그의 몸도 안정을 되찾았다.

카르타고의 뒤쪽 공간이 일그러졌다.

그것이 균열로 변했다.

- 승부는 다음으로 미뤄야겠군. 아벨 카리누스.

그 말을 끝으로 카르타고가 균열 너머로 사라졌다.

* * *

벨라는 데스나이트와 시체 골렘들을 베고 있었다.

데스나이트와 시체 골렘은 전사에 가깝다.

즉 살수와는 그리 상성이 좋지 않은 언데드들.

그러나 그런 상성도 벨라의 압도적 무력 앞에선 무의미했다.

벨라가 귀수를 휘두를 때마다 시체 골렘의 몸이 토막 났다.

데스나이트는 어렵사리 검과 방패로 막기도 했지만, 잠시의 발악일 뿐이다.

“무, 무슨 저 말도 안 되는……!”

“시체 골렘과 데스나이트를 압살하고 있잖아!”

1군단의 병사들은 벨라의 무위를 보며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황제의 특명을 받고 온 오토마이어라는 용기사와 두 살수가 상당한 실력자라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 정도로 압도적인 무력을 지녔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아무튼 벨라의 활약 덕에 지상군은 사기를 회복했다.

하늘 위에선 제2차 공중전이 한창이었고, 지상에선 벨라를 위시한 제국군들이 용맹하게 언데드와 맞서 싸웠다.

벨라는 조금 피로감을 느꼈다.

전장의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귀기를 무리해서 사용했다.

게다가 요르문간드의 저주는 지금 이 시간에도 벨라의 몸을 좀먹고 있다.

‘당신의 바람은 이뤄 주도록 하죠.’

엘의 환술 세계에 빠져 있던 벨라에게 아자젤이 했던 말이다.

벨라는 환술 세계에서 만난 아자젤과 승부를 벌였다.

승부는 마지막까지 이뤄지지 못했다.

애초부터 그 승부는 서로의 우열을 가리기 위함이 아니었다.

벨라는 아자젤을 통해 자신의 바람을 이뤘다.

대가는 있었다.

요르문간드의 저주를 감내하는 것.

‘당신 말이 맞아요. 살라딘에게 부여했던 힘은 당신의 독특한 귀기 운용법을 참고한 것이었죠.’

벨라의 가정은 맞았다.

아자젤마저 그 힘을 눈여겨볼 정도로 벨라는 뛰어난 강자였다.

그러나 그녀는 이제 노쇠했다.

역용술로 젊은이의 모습을 연기하고 있지만, 머지않아 한계에 부닥칠 것이다.

콰드드득!

또 하나의 시체 골렘이 귀수에 절단 당했다.

벨라의 눈썹이 꿈틀댔다.

등줄기에 소름이 돋았다.

전장의 공기가 바뀌었다.

육안으로 감지 가능한 변화가 아니다.

벨라는 덜미를 습격하는 가공할 살기를 감각했다.

카앙!

벨라의 귀수가 상대의 검을 막았다.

주르르르, 벨라의 몸이 수 미터 뒤로 밀려났다.

어깨가 저릿했다.

아니 온몸을 전류가 훑고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상대의 검이 폭풍처럼 벨라를 습격했다.

벨라는 습격자의 정체를 깨달았다.

그녀의 입술이 길게 찢겼다.

“버서커 카르타고.”

콰아아앙!

수직으로 내려친 카르타고의 검이 벨라를 짓눌렀다.

벨라는 귀수로 막았지만 완력 대결에서 카르타고를 이길 순 없었다.

부드득, 부득, 벨라의 두 발이 지면을 파고들었다.

상황이 좋지 않다.

상대는 전사.

게다가 기습을 당한 건 이쪽이다.

거기에 더해 벨라는 이미 상당량의 귀기를 소모한 상태였다.

벨라가 키득키득 웃었다.

“안녕하신가? 버서커 양반.”

- 셰이카 라딤.

“그래. 해보자고.”

퍼엉! 벨라의 몸이 사라졌다.

카르타고는 본능적으로 후방을 경계했다.

하지만 모습을 드러낸 벨라는 카르타고의 머리 위에 있었다.

카캉!

내리치는 귀수를 카르타고가 검을 들어 막았다.

지면에 닿은 벨라의 두 발이 귀기로 덮였다.

그녀는 전신을 감싼 귀기를 해제하고 왼손과 두 발에만 집중시켰다.

부족한 귀기를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함이었다.

“언젠간 한번 붙어 보고 싶었지. 과거의 최강자와 말이야.”

벨라의 몸이 팽이처럼 회전했다.

전력을 다한 벨라의 스피드는 굉장했다.

카르타고마저 벨라의 공격을 완벽히 막아 내지 못했다.

팡! 파앙! 파앙! 파아아앙!

수없이 갈라지는 귀수의 곡선이 카르타고를 타격했다.

카르타고는 잠시 방어에 집중했다.

바위처럼 몸을 움츠리고 벨라의 공격을 견뎠다.

“거북이처럼 숨어만 있을 건가! 카르타고!”

카르타고의 몸에서 마기의 파편이 흩어졌다.

그러던 중 벨라는 측후면에서 또 다른 살기를 감각했다.

벨라는 반사적으로 몸을 숙이며 바닥을 굴렀다.

그녀의 머리 위로 칼날 같은 검은 마기가 훑고 지나갔다.

“수블라 템페스타.”

벨라는 상황이 매우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카르타고뿐만 아니라 수블라까지 이곳으로 왔다.

이유는 뻔했다.

자신을 제거하기 위해서다.

“그래. 그 균열을 통해 이곳으로 이동한 건가.”

벨라는 웃었다.

그러면서 후회했다.

어떻게든 지난번에 수블라를 끝장냈어야 했다.

키랴랴랴랴랴랴!

드래곤의 포효가 하늘 위를 울렸다.

그제서야 벨라는 카르타고와 수블라가 드래곤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을 상기했다.

아에스투스와 네트라비스가 제국의 용기사들을 타격하고 있었다.

공중은 이미 승기를 잃었다.

암피테르 용기사가 아무리 많이 있다 해도 드래곤을 이길 수는 없다.

벨라는 요롱이를 찾으려 했다.

카스피의 안전을 확인해야 한다.

그 순간 카르타고가 벨라에게 달려들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움직임.

카르타고의 푸른 안광은 붉은빛으로 변해 있었다.

그의 검이 벨라를 습격했다.

벨라는 귀수를 뻗어 막으려 했다.

그런데 할 수 없었다.

이유를 확인한 벨라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어깨 아래로 왼팔이 사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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