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만든 세계 속 광전사가 되었다-378화 (378/425)

378. 사냥조 (3)

전사들의 군마가 비명을 지르며 달렸다.

다행히도 더 이상의 피해는 없었다.

북부인의 승마술은 제법이었다.

아틸라에 미치진 못했지만 말이다.

아틸라의 눈이 가늘게 좁혀졌다.

눈앞의 적은 레드 드레이크.

그중에서도 날개가 없는 무익종이다.

‘과연. 북부인들에게 쉬운 상대는 아니었겠지.’

레드 드레이크는 덩치가 매우 컸다.

날개가 없다 뿐이지 언뜻 보면 드래곤과도 거의 구분이 되지 않았다.

‘저 정도면 칼날 산맥의 스켈레톤 드레이크 이상이다.’

물론 스켈레톤 드레이크는 머리가 두 개 달리긴 했지만.

‘괜찮을까.’

아틸라는 4진에 속해 있었다.

그가 보기에 코리는 상당한 수준의 전사였다.

그리고 코리를 따르는 사냥조의 전사들도 보통내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레드 드레이크를 쓰러뜨리기엔 역부족으로 보이는군.’

코리는 아틸라에게 철저히 지시에 따를 것을 요구했다.

그래서 아틸라는 일단 그의 지시를 따르며 사냥조의 실력을 지켜보기로 했다.

“1진! 투척!”

1진의 전사들이 쇠사슬을 던졌다.

쇠사슬들이 드레이크의 발을 묶었다.

1진의 전사들은 서로의 사슬을 꼬아 하나의 거대한 사슬로 만들었다.

물론 그 정도로 저 거대한 드레이크의 움직임을 완전히 봉쇄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사냥조엔 1진을 돕는 특별한 자들이 있었다.

‘주술사인가.’

주술사들이 각자의 토템을 들고 주문을 외웠다.

그들의 주문은 이크살의 것과는 달랐다.

이크살은 주술의 힘을 지녔을 뿐 본질은 전사다.

그러나 저들은 전사가 아닌, 마법사에 가까운 존재였다.

“우우우우우! 대지의 어머니시여!”

“부디 기적을!”

빠드듯……! 빠드드드득……!

지면을 뚫고 뿌리들이 튀어나왔다.

그것이 쇠사슬을 휘어 감기 시작했고, 종래엔 드레이크의 한쪽 발까지 이어졌다.

드레이크가 발을 비틀었다.

투트틋……! 뿌리가 끊어졌지만 주술사들의 주문에 뿌리는 계속해서 재생했다.

코리가 외쳤다.

“2진 준비!”

2진의 전사들의 말 등을 밟았다.

그들은 놀랍게도 달리는 말 위에 두 발을 딛고 꼿꼿이 섰다.

그 상태로 드레이크를 향해 활시위를 당겼다.

“발사!”

툿투투투투퉁!

십여 대의 화살이 드레이크를 향해 날아갔다.

화살들은 평범하지 않았다.

화살이라기보다는 창에 가까운, 엄청난 길이와 두께를 가졌다.

파파팟! 파파파파팟!

화살들이 드레이크의 얼굴을 타격했다.

대부분은 비늘 사이에 박혔지만 그중 몇 발은 드레이크의 안구에 정확하게 꽂혔다.

키에에에에에!

드레이크가 처음으로 비명을 질렀다.

코리는 심장이 크게 뛰는 것을 느꼈다.

이 정도로 적은 손실로 우두머리의 발을 묶고, 시야를 빼앗은 건 처음이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동안 사냥조는 두 마리의 우두머리를 동시에 상대해야 했다.

그러나 이제 우두머리는 하나였다.

물론 지난번에 쓰러뜨린 녀석이 둘 중 작은 개체이긴 했지만, 그래도 두 마리를 한꺼번에 상대하는 것과 커다란 놈 하나를 상대하는 것은 난도가 확연하게 달랐다.

“1진은 추가로 사슬을 던져라! 2진은 쉬지 말고 화살을 날려라! 3진과 4진은 나와 함께 간다!”

“우오오오오오!”

전사들이 포효했다.

느낌이 좋다.

이렇게 전투가 예정대로 마무리되면, 그간 북부를 괴롭혔던 우두머리를 완전히 소탕할 수 있게 된다.

“가자! 북부의 전사들이여!”

“요효효효효효효!”

“아우우우우우!”

이크살과 픽시도 신이 났다.

이크살은 3진과 4진의 전사들을 위해 토템을 박았다.

전사들의 몸에서 은은한 초록빛이 발했다.

그들의 전투 의지가 강건해졌다.

이크살의 주술은 북부에서도 희귀한 것이었다.

아니, 이런 류의 주술은 오직 검은늑대 부족원만이 시전 가능했다.

‘생각보다 제법이군.’

아틸라는 사냥조의 솜씨를 보며 조금 놀랐다.

물론 운이 따라주기도 했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사냥조의 실력은 대단했다.

어느새 그들의 얼굴은 핏물로 얼룩져 있었다.

자신의 피를 몸에 발라 죽음의 공포를 이겨 낸다.

북부의 전사들은 오랜 시간 그렇게 내면의 공포와 싸워 왔고, 죽음의 두려움을 극복했다.

콰득! 콰지직! 콰앙!

4진의 전사들이 개떼처럼 달려들어 무기를 꽂았다.

드레이크의 비늘은 단단하지만 전사들의 무기도 평범하지는 않았다.

게다가 그들은 완력만을 앞세우지 않고 비늘과 비늘 사이의 작은 틈을 노렸다.

3진의 전사들은 요툰의 힘을 발현했다.

드레이크가 더욱 거친 비명을 지르며 얼굴과 사지를 비틀었다.

그 와중에 몇 명의 전사가 발에 밟히고, 아가리에 뜯기고, 발톱에 절단됐다.

그러나 동료들이 죽어 피의 폭죽을 터뜨릴 때마다 전사들은 더욱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그들은 일종의 집단 광기에 빠져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아틸라는 광폭의 권능과 아주 약간의 유사함을 발견하기도 했다.

키에에에에에!

드레이크의 절규.

전사들의 포효.

뼈와 살이 파열되는 섬뜩한 소리.

언뜻 전투는 사냥조에게 유리하게 펼쳐지는 듯했다.

하지만 상황이 반전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전사들의 몸에 브레스가 덮였다.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코리조차 드레이크의 다음 브레스 시간을 예측하지 못했다.

‘이렇게 빠르다고?’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브레스가 등장했다.

빠르기도 했지만 규모가 엄청났다.

‘아니다. 이건……!’

코리는 브레스의 질감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붉은 화염의 브레스가 아니다.

처음 보는 녹빛 브레스였다.

키랴랴랴랴랴랴!

우렁찬 포효가 하늘 위를 울렸다.

전사들이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곳에선 난생처음 마주하는 용족이 거대한 날개를 펄럭이며 브레스를 뿜어대고 있었다.

“저, 저게 뭐야!”

“어느 틈에 갑자기……!”

놈이 발현한 브레스가 레드 드레이크의 몸을 덮었다.

드레이크의 몸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브레스에 노출된 전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자욱한 수증기와 함께 끔찍한 악취가 퍼져 나갔다.

코리는 전사들에게 후퇴 명령을 내렸다.

우두머리는 죽었다.

하지만 더욱 강력한 존재가 나타났다.

게다가 놈은 날개까지 지니고 있었다.

후퇴하는 동안 전사들은 믿기 힘든 광경을 마주했다.

검은늑대의 아틸라와 함께 왔던 붉은 옷의 여인.

그녀의 손에서 발현된 마력이 날개 달린 용족을 강타하고 있었다.

“그린 드래곤이라니. 제법 거물이 나타났구나.”

바토리는 허공에 생긴 균열과, 그 속에서 갑작스레 튀어나온 그린 드래곤을 봤다.

놀라운 일이었다.

지난번 아자젤이 용계에서 데려온 두 마리의 레드 드래곤을 제외한다면, 중간계에 동일한 컬러(Color)의 드래곤이 추가 등장한 건 처음이었다.

“그린 드래곤 네트라비스는 죽어 언데드가 되었고, 그래서 네가 나타난 것이더냐.”

바토리는 아틸라에게 전투에 참여하지 말라는 당부를 받았었다.

그러나 지금은 참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바토리가 서둘러 방어의 장막을 펼치지 않았다면, 레드 드레이크와 함께 사냥조의 전사 대부분이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마, 마법사!”

“그런데 드래곤이라고……?”

“저 여인은 드래곤과 힘겨루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마법사였단 말인가!”

사냥조의 전사들은 그 광경에 당황했다.

그제서야 바토리는 자신이 너무 힘을 발휘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마력을 약화시켜 드래곤에게 밀리는 정세를 보였다.

“마, 마법사가 밀리고 있다!”

“안 돼!”

아슬아슬하게 그린 드래곤의 브레스가 끝났다.

바토리는 마법을 거두었다.

자신의 할 일은 여기까지다.

이후의 일을 처리할 이는 따로 있다.

“시작해 보려무나. 야만전사야.”

바토리의 목소리가 울린 순간, 사냥조의 전사들은 지면을 짓밟으며 솟아오르는 그림자를 봤다.

제국인에 비해 뛰어난 안력을 지니고 있는 그들은 그림자의 정체를 한눈에 알아봤다.

“검은늑대의 아틸라!”

아틸라는 도약을 사용해 몸을 띄웠다.

그는 자신의 몸에 내재된 힘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상태창은 등장하지 않았다.

“그린 드래곤이라. 생각지도 못한 녀석이 나타났군.”

아틸라도 바토리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놈은 네트라비스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나타났다.

아마도 지금의 중간계가 스스로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벌이는 나름의 방법일는지도 모른다.

‘그린 드래곤은 자연 속성의 마력을 사용한다.’

놈의 브레스는 강력한 산성 가스로 이뤄져 있다.

웬만한 것은 순식간에 녹여버린다.

조금 전 레드 드레이크와 다수의 전사들이 그렇게 형체를 잃어버렸듯이.

‘가급적이면 다음 브레스 시간이 오기 전에 쓰러뜨려야겠군.’

놈을 쓰러뜨리기 가장 쉬운 방법이라면 역시 도롱뇽을 전투에 참여시키는 거다.

지금의 도롱뇽은 드라코리치를 제외한다면 모든 드래곤을 압도하는 존재니까.

바토리를 전투에 개입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딱 봐도 저 그린 드래곤은 세베스티아나 카르노피아보다 약해 보였다.

바토리라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럴 순 없지.’

여기선 아틸라, 그 자신이 힘을 드러내야 한다.

북부인은 마법사를 좋아하지 않는다.

마법사란, 자연의 순리를 비틀어 사악한 요술을 부리는 자들이라 생각한다.

드래곤은 말할 것도 없다.

바토리도 바토리지만, 도롱뇽의 힘은 더더욱 빌릴 수 없는 이유다.

‘이크살과 픽시를 제외하면, 저들 모두는 날 검은늑대의 전사로 알고 있다.’

따지고 보면 그건 거짓이 아니다.

아틸라는 검은늑대의 전사다.

또한 아틸라는 시험해 볼 생각이다.

대무신왕의 환생자라 불리는 자신이, 북부의 전사들에게 어떤 존재로 변모할 수 있는지를.

콰아아앙!

아틸라의 두 발이 드래곤의 척추를 지르밟았다.

그 엄청난 충격에 드래곤이 유성처럼 지면에 박혔다.

퍼어어어어엉!

지면을 아우르던 산성 가스가 휘발됐다.

부옇던 시야가 맑게 개었다.

코리를 비롯한 사냥조의 전사들은 두 눈을 부릅뜨며 아틸라를 봤다.

이크살과 픽시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아틸라가 강하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지만, 저런 말도 안 되는 도약을 보일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저, 저, 저게 뭐야 이크살. 내, 내가 방금 본 게 헛것인가……?”

이크살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자신도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

아틸라가 엄청난 높이로 도약했고, 드래곤을 짓밟아 지면에 꽂았다.

“저것이 대무신왕의 힘……!”

아틸라가 무휼을 뽑았다.

무휼의 검신이 길어지며 눈부신 광채를 뿜었다.

드래곤의 날갯죽지에 박혔다.

부드드드득……!

무휼이 드래곤의 날개 한쪽을 잘라 낸 건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드래곤이 고통의 비명을 질렀다.

그러면서 나머지 날개를 휘둘러 아틸라를 타격했다.

아틸라의 몸이 데굴데굴 바닥을 굴렀다.

그사이 드래곤은 한쪽 날개를 펄럭이며 위태로운 비행을 시도했다.

몸을 일으킨 아틸라가 드래곤을 향해 달렸다.

부웅, 뛰어올라 드래곤의 옆구리에 무휼을 박았다.

키에에에! 드래곤이 고개를 비틀어 아틸라를 물려 했다.

벌어진 아가리에 아틸라는 흑철방패를 선사했다.

드래곤의 이빨이 후드득, 떨어져 내렸다.

그 말도 안 되는 광경을 사냥조의 전사들은 쩌억 입을 벌리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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