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만든 세계 속 광전사가 되었다-354화 (354/425)

354. 요르문간드 (1)

요르문간드는 강하다.

드래곤의 천적이라 불리는 여러 요툰 중에서도 특별히 강한 종에 속한다.

요툰이 드래곤의 천적이라 불리는 이유는 낙뢰(落雷) 때문이다.

고대의 요툰들은 고대인과의 전쟁에서 드래곤에게 무참히 쓰러졌고, 이를 고심하던 요툰의 왕 이미르는 강한 의지를 발현해 요툰에게 전격의 힘을 부여했다.

그중 가장 강력한 전격을 지닌 요툰은 거인이었다.

콰콰쾅!

요르문간드가 지닌 전격의 힘은 거인에 비하면 그리 강하지 않다.

그러나 요르문간드는 그 어느 요툰보다도 거대한 체구를 지니고 있었고, 그 이점을 활용해 직접 드래곤을 사냥했다.

물론 드래곤들도 무리를 지어 요르문간드에게 대적했지만, 쉽지 않았다.

요르문간드의 피부 껍질이 돌처럼 단단해서, 각종 물리 공격뿐 아니라 브레스마저도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요르문간드를 쓰러뜨릴 수 있는 방법.

그것은 놈의 몸 안 어딘가에 숨겨진 ‘핵’을 파괴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요르문간드를 완전히 무력화시킬 수 있다.’

핵을 파괴하려면 당연히 놈의 껍질을 부숴야 한다.

아틸라 정도의 실력자라면 껍질의 일정 부분을 파괴하는 건 충분히 가능한 일.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요르문간드는 몸 안에서 핵의 위치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

심지어 요르문간드의 몸은 무지막지하게 크고 길다.

그 거대한 몸통 안에 숨겨진, 그것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핵을 특정해 부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하지만 방법은 있다.

위험하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

‘요르문간드의 입안으로 들어가 직접 핵을 찾아 부수는 것.’

누구나 생각은 가능하지만 실행할 수는 없는 방법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침입자를 감지한 요르문간드는 당연히 핵의 위치를 뒤로 무를 것이고.

그렇게 요르문간드의 몸속 깊숙이 들어간 침입자는 핵에 도달하지도 못한 채 생을 마감할 테니까.

요르문간드의 몸 안엔 엄청난 양의 물이 들어 있다.

‘게다가 침입자를 감지한 요르문간드는 물을 뿜어 어떻게든 뱉어 내려 하겠지.’

그 엄청난 수압을 버틸 수단을 아틸라는 갖고 있다.

백 퍼센트 확신할 수는 없지만, 아틸라는 시스템의 힘을 믿었다.

물론 그 방법만으로 핵을 찾을 수 있을 거란 보장은 없다.

하지만 아틸라에겐 ‘도롱뇽’이라는 든든한 보험이 있었다.

“아, 아틸라 님!”

무언갈 발견한 오토가 소리쳤다.

아틸라도 같은 것을 감지했다.

톱날 같은 이빨을 지닌 물고기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 * *

바토리, 카스피, 슈시아, 벨라를 태운 채 하강하던 칼릭스가 동그랗게 눈을 떴다.

“피라냐?”

마라쿠스 대호수의 사나운 포식자 중 하나인 피라냐.

놈들이 범람한 호숫물을 타고 떼거지로 몰려오고 있었다.

피라냐는 크기는 작지만 무리 생활을 하며, 자신보다 훨씬 커다란 사냥감도 순식간에 뼈만 남기는 무시무시한 놈들이다.

얼마 전에도 뱃놀이를 떠난 어느 귀족의 애완동물이 호수에 빠져 잔인하게 뜯어 먹힌 일화가 있었다.

다행인 것은 지금까지 피라냐가 인간을 사냥한 일은 없었다는 것.

재수 없게 손가락 한두 마디를 잃은 경우는 있지만, 목숨을 잃을 정도의 상황은 전무했다.

그런데 지금의 피라냐는 조금 이상했다.

‘무슨 덩치가……!’

피라냐는 보통 성인 남성의 손바닥 크기를 넘지 못한다.

그런데 등장한 피라냐들은 언뜻 봐도 그 두 배 이상의 크기를 갖고 있었다.

심지어 놈들의 아가리와 이빨은 기형적으로 컸다.

“요툰헤임의 의지로 변이된 피라냐들이로구나.”

이런 급박한 와중에도 칼릭스는 바토리의 목소리가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피라냐는 보통 인간을 습격하지 않는다. 허나 녀석들에게 그런 것을 기대하긴 어렵겠구나.”

“같은 생각이오 공주.”

바토리는 다소 짜증 섞인 얼굴로 칼릭스를 봤다.

왜 저 기사가 자신을 공주라 부르는 건지 가늠할 수 없었다.

아무튼 상황은 두 사람의 말대로 됐다.

피라냐가 주민들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펏퍼퍼퍼펑!

슈시아가 쏘아 낸 마력 화살이 피라냐들의 몸을 꿰뚫었다.

깜짝 놀란 칼릭스가 슈시아를 돌아봤다.

슈시아는 믿기지 않는 속도로 화살을 연사했다.

흔들리는 암피테르의 등 위에서 그녀는 자유자재로 몸의 중심을 이동했다.

칼릭스는 저렇게 활을 잘 쏘는 궁수를 본 적이 없었다.

‘무슨 저런……!’

게다가 그녀의 화살은 평범하지 않았다.

새하얀 기운을 발하는 마력의 화살.

그제서야 칼릭스는 그녀의 외모를 자세히 들여다봤다.

바토리만큼은 아니지만, 아름답고 신비로운 외모의 소유자였다.

“흐응. 슈시아 혼자로는 부족하겠구나.”

바토리가 마법을 발현하려 했다.

그것을 카스피가 막았다.

“안 돼 바토리. 내가 아틸라에게 혼이 날 거야.”

그러고는 칼릭스에게 말했다.

“이봐, 용기사 나리. 암피테르를 조금 더 지면 가까이 대줘.”

“무엇을 하려는 거요?”

“뭘 하긴. 저 물고기들을 막아야지.”

“난 저 거대한 뱀을 쓰러뜨릴 생각이오.”

칼릭스의 눈빛엔 각오가 서려 있었다.

카스피가 후우, 한숨을 쉬며 말했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내려가기나 해. 주민들을 구하지 않을 셈이야?”

“피라냐 몇 마리를 막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오! 저 거대한 뱀을 쓰러뜨리지 않는다면……!”

콰아앙! 폭음이 울렸다.

소리가 난 곳을 돌아보니 요르문간드가 십여 채의 건물을 들이받아 가루로 만들고 있었다.

칼릭스는 턱이 빠질 것처럼 입을 벌렸다.

저 커다란 건물들을 장난감 부수듯 하는 괴물이라니.

“사, 살려 줘!”

“끄아아아악……!”

여기저기서 비명이 들려왔다.

슈시아 혼자 피라냐들을 섬멸하는 건 불가능하다.

지상에서 오토와 아틸라가 힘을 보태고 있었지만 피라냐의 수가 워낙 많았다.

게다가 아틸라는 피라냐 사냥이 목적이 아닌 듯했다.

그는 요르문간드를 향해 달리는 중이었고, 자신을 막아서는 피라냐들만 선택적으로 제거했다.

카스피가 버럭 소리쳤다.

“아 진짜! 빨리 하강하라니까!”

“아, 알겠소.”

칼릭스는 허둥지둥 암티테르를 하강시켰다.

카스피의 손에 사슬낫이 쥐여졌다.

파캉! 파카카캉!

내뻗친 사슬낫이 피라냐들의 몸을 베었다.

카스피를 알아본 오토가 킬킬대며 소리쳤다.

“으헤헤헤! 이것 좀 보쇼 살쾡이 암살자! 물고기 놈들이 내 강철갑주를 깨물다 이빨이 작살났소!”

피라냐들은 오토의 전신갑주를 뚫지 못했다.

물론 갑주의 관절 부분엔 어느 정도 틈이 있지만, 덩치가 큰 피라냐가 어떻게 할 수는 없을 만큼 좁은 공간이다.

“방심하지 마 영주 나리! 물고기 수가 너무 많다고!”

“아이고 그새 내가 누군지 잊었소! 내가 바로 물고기 낚시의 달인, 오토요! 으하하하하!”

카스피가 피식 웃었다.

오토의 말은 딱히 틀리지 않았다.

일행이 강가에서 야영할 때마다 오토는 기가 막힌 솜씨로 대어들을 낚아 오곤 했다.

슈시아와 카스피의 가세로 오토는 힘을 얻었다.

그러나 피라냐는 끝도 없이 몰려들었고, 주민들의 피해는 점점 커져만 갔다.

벨라가 히죽 웃었다.

“어쩔 수 없이 미녀 용병이 나설 차례인가.”

“안 돼. 벨라.”

“응? 뭐야 꼬마. 날 걱정하는 거야? 내가 저런 생선 대가리들한테 당할 것 같아?”

“그게 아냐.”

“그럼?”

“아틸라는 네가 우리 곁에서 벗어나는 걸 원치 않을 거야.”

카스피는 아틸라의 생각을 짐작했다.

‘아틸라는 나와 슈시아와 벨라 모두가 바토리 곁에 있는 걸 원하고 있어.’

카스피는 그것에 두 가지 이유가 있을 거라 여겼다.

하나는 바토리의 마법 사용 방지.

다른 하나는.

‘벨라에게 우리를 보호하도록 하는 것.’

아틸라를 제외한다면, 누가 뭐래도 일행의 최강자는 벨라다.

물론 바토리가 모든 힘을 발휘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바토리는 마법 사용을 자제해야 하는 상태.

게다가 카스피는 직감했다.

‘벨라는 아틸라와 바토리보다 약하지 않아.’

지금까지 카스피는 아틸라와 바토리의 무력에 경외감을 가졌었다.

카스피는 그와 같은 감정을 벨라에게서도 느꼈다.

벨라는 강하다.

심지어 벨라는 자신의 본 실력을 모두 드러내지도 않은 것 같았다.

쩝, 입맛을 다시며 벨라가 말했다.

“에이. 이건 숨겨두려 했었는데.”

벨라의 왼팔에 귀기가 깃들었다.

카스피의 눈이 동그래졌다.

벨라의 왼손엔 날붙이의 형상을 띤 귀기가 집약돼 있었으나, 귀수와는 달랐다.

“아틸라가 덤벼들 때를 대비한 비밀 무기였지만.”

벨라가 히죽 웃으며 카스피를 봤다.

“잘 봐둬 꼬마. 귀기의 또 다른 활용법이다.”

벨라가 왼팔을 크게 휘둘렀다.

그러자 붉은 귀기의 날붙이가 예리한 파편이 되어 공중에 뿌려졌다.

카카카카캉!

날카로운 파편들이 피라냐의 몸에 꽂혔다.

숨이 끊어진 피라냐들이 두둥실 호숫물 위로 떠올랐다.

“저게 무슨……!”

카스피보다 더욱 놀란 건 슈시아였다.

슈시아는 내내 생각했었다.

근접한 상태라면 벨라를 이기지 못하겠지만, 원거리에서만큼은 자신이 우위에 있을 거라고.

그 생각이 깨졌다.

저 투척 공격이 얼마큼의 사거리를 지녔는지는 알 수 없지만, 벨라 정도 되는 살수라면 결코 무시할 정도는 아닐 것이다.

게다가 벨라가 흩뿌린 귀기의 파편은 슈시아가 한 번에 발사할 수 있는 화살보다 훨씬 많았다.

‘근접 공격뿐 아니라 저런 원거리 공격 능력까지 갖추고 있었다니.’

물론 투척 무기를 다루는 살수는 많다.

카스피도 몇 개의 표창 정도는 소지하는 편이다.

그러나 그런 물리적 형태를 지닌 무기는 소지할 수 있는 양에 한계가 있다.

슈시아가 일반적인 궁수보다 훨씬 강력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전투 지속력이었다.

벨라도 그 장점을 갖췄다.

한편 칼릭스는 그들의 실력을 보며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무, 무슨 이런……!’

바토리를 제외한 세 여인은 엄청난 실력자였다.

마법으로 만들어진 것 같은 빛의 화살.

주인의 의지에 따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사슬낫.

거기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붉은 투척 무기까지.

칼릭스는 바토리의 정체가 더욱 궁금해졌다.

세 여인은 분명 바토리를 호위하는 자들이다.

저 아래에서 분전하는 두 전사 역시도.

“아틸라 님!”

오토가 소리쳤다.

아틸라는 요르문간드를 향해 맹렬히 달리고 있었다.

이리저리 움직이는 요르문간드와 날아드는 건물의 파편, 그리고 끝도 없이 덤비는 피라냐 때문에 그리 빠르진 못했지만 아틸라는 차근차근 거리를 좁혔다.

무자비하게 건물을 파괴하던 요르문간드의 눈이 아틸라를 발견했다.

그오어어어어어!

요르문간드가 포효했다.

녀석도 아틸라가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것과, 자신을 노리며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감지했다.

대호수에서 요르문간드의 꼬리가 솟구쳤다.

꼬리라 하기엔 너무도 거대한 무엇이었다.

아틸라를 향해 내리쳐졌다.

콰아아아앙!

아틸라는 측면으로 몸을 움직여 꼬리 공격을 피했다.

공격의 여파로 호숫물이 폭발하듯 뻗쳤고, 근처의 피라냐들이 산산조각으로 부서졌다.

이어 한껏 벌린 요르문간드의 아가리가 아틸라에게 쇄도했다.

아틸라는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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