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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세계 속 광전사가 되었다-332화 (332/425)

332. 핏빛 수해의 의지 (2)

‘뭐, 뭐, 뭐야 저건……!’

‘고작 저 인원으로 저 많은 몬스터들을 때려잡는다고?’

‘내가 지금 헛것을 보고 있는 건가!’

헛것이 아니다.

병사들이 보는 광경은 분명한 현실이었다.

흑빛 갑주의 전사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몬스터의 팔다리가 잘렸다.

방패를 휘두를 때마다 몬스터들이 피떡이 되어 날아갔다.

“저, 저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전사의 완력이 어찌나 강한지, 수해의 몬스터들이 힘으로 밀어붙여도 전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병사 하나가 혼잣말처럼 내뱉었다.

“저, 저것도 인간의 탈을 쓴 몬스터 아니야?”

주위 병사들이 그 말에 동조했다.

그 정도로 아틸라의 무력은 충격적이었다.

이곳의 병사들도 몬스터와의 전투라면 나름 경험이 있는 자들이다.

그들은 관문 기사단의 놀라운 무용도 수차례나 눈앞에서 봤다.

그러나 그 대단한 관문 기사단 중에서도, 저 ‘인간 몬스터’보다 강한 자는 없었다.

‘미, 믿을 수가 없군!’

‘저건 정말 말도 안 돼……!’

‘남부의 전사들은 모두 저렇게 강력한 건가!’

병사들 중 몇몇은 강철갑주의 전사에게도 시선을 보냈다.

‘인간 몬스터’만큼은 아니지만, 그 역시도 보통내기는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검과 방패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며 효율적으로 몬스터를 제압했다.

그 위로 다시금 빛의 화살이 쏘아졌다.

팟파파파팡!

몬스터들의 몸이 화살에 관통되며 피의 폭죽을 터뜨렸다.

쓰러지지 않은 녀석은 인간 몬스터가 달려가 마무리 공격을 가했다.

일반 병사들과 달리 궁병대는 슈시아의 활 솜씨에 주목했다.

단 한 발의 오류도 허용하지 않는 새하얀 빛의 화살.

그것이 두 전사를 완벽하게 보조하고 있었다.

‘어떻게 저런 완벽한 궁술을 펼칠 수 있단 말인가……!’

‘저것은 마법인가! 저렇게 빛나는 화살은 지금껏 듣도 보도 못했다!’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마치 나비가 훨훨 날아다니는 듯한……!’

“수, 수비대장……!”

궁병대가 수비대장을 돌아봤다.

그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정말 저들에게 화살을 쏴야 하는가.’

제 입으로도 말했듯, 저들은 남부의 인간이다.

남부의 인간은 제국의 적.

그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몬스터들 또한 제국의 적이다.

‘남부의 인간들은 몬스터를 상대로 싸우고 있다.’

게다가 저들은 이쪽에 적의를 드러내지도 않았다.

처음부터 대화를 시도했으며, 지금 같은 상황에도 요새를 향해 도움을 요청하기는커녕 오히려 거리를 벌리고 있었다.

저 화려하게 시위를 당기는 궁수 또한 요새를 공격하는 것엔 조금도 관심이 없어 보였다.

궁수의 화살은 오직 몬스터에게만 집중되고 있다.

심지어 다섯 명의 남부 인간 중 둘은 전혀 전투에 참여하지 않고 있었다.

궁병대는 생각했다.

‘저 둘은 민간인인가?’

“궁병대! 쏴라!”

수비대장은 남부의 인간들을 향해 계속해서 화살을 쏘라 명했다.

궁병대는 그렇게 했다.

이곳의 병사는 상명하복에 익숙한 자들이었고, 그것의 가치를 결코 무시하지 않았다.

관문 요새의 군기는 제국의 그 어느 부대보다도 엄격하다.

카카캉! 카카카카카캉!

아틸라와 오토의 방패가 궁병대의 화살을 막았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쉴 새 없이 몬스터를 베었다.

“아틸라 님! 조금 후퇴하는 게 낫겠소! 화살이 닿지 않는 거리까지 말이오!”

카스피와 바토리는 이미 화살의 사거리 밖으로 물러나 있었다.

카스피의 임무는 바토리의 보호였다.

아틸라는 큰 위기 상황이 아니면 카스피에게 전투하지 말 것을, 특히나 귀기를 드러내지 말 것을 당부했다.

아틸라는 일행의 실력을 가급적 감춰 두고 싶었다.

이곳은 남부가 아니다.

손에 든 카드를 모두 내보일 필요는 없다.

“아, 아틸라 님! 뭐 하는 거요! 빨리 이쪽으로 오쇼!”

어느새 저만치로 이동한 오토가 손짓했다.

아틸라는 오토의 말을 무시했다.

일부터 궁병대의 사거리 안에서 몬스터들과 싸웠다.

아틸라는 지속적으로 날아드는 궁병대의 화살을 방어하고, 또 회피하며 몬스터들을 도륙했다.

그가 위험을 감수하는 것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자신의 실력을 요새의 병사들에게 보다 확실히 각인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래야 녀석들이 대화에 응할 가능성이 높아질 테니까.’

아틸라는 두 가지 목적이 있어 제국을 방문하려 한다.

목적을 이루려면 제국과 척을 져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되면 아주 곤란해지지.’

아틸라가 다시 제국에 발을 들이려는 첫 번째 이유는 오르피나의 성물이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샤를과 대결한 뒤 아틸라는 뼈저리게 느꼈다.

‘샤를은 나보다 강하다.’

또한 아틸라는 도롱뇽을 완전한 성체로 만드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그렇다면 바토리의 힘을 강화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러려면 오르피나의 마지막 성물이 반드시 필요하다.

‘난 그다지 불사의 몸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구나.’

바토리가 했던 말이 불현듯 머리를 스쳤다.

‘불사는 축복이 아닌 저주이니라.’

아틸라는 고개를 흔들었다.

바토리의 그 말은 그 후로 오랫동안 아틸라를 괴롭혔다.

그럴 수 있다면, 아틸라는 바토리를 불사자로 되돌리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이대로라면 샤를은 북부 제국을 포함한 크리엘도라 대륙 전체를 장악할 것이다.

‘그것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한다.’

아틸라는 아직 북부 제국의 힘을 온전히 알지 못한다.

제국엔 수많은 용기사가 있고, 4인의 드래곤 마스터가 있다.

어쩌면 제국은 샤를을 상대로 승리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가능성이 그리 높지는 않으리라고, 아틸라는 생각했다.

‘샤를은 이미 반신의 경지에 접어들었다.’

아니, 샤를은 반신의 경지를 넘어섰다.

그의 힘은 관조자 시절의 바토리보다도 우위에 있다.

거기에 더해 드라코리치와 카르타고가 녀석과 함께하고 있다.

드라코리치는 제국의 드래곤보다 강하고, 카르타고 또한 제국의 그 어떤 기사보다도 강대한 힘을 지니고 있다.

수블라 템페스타를 위시한 리치들도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심지어 샤를을 따르는 건 언데드들만이 아니다.

샤를은 피핀을 위시한 금사자 기사단, 전투 코끼리 부대와 같은 강력한 인간 정예 부대마저 손에 쥐고 있다.

‘머지않아 대마법사의 경지에 오를 제롬까지도.’

아틸라는 대륙을 지키고 싶었다.

또한 그것 이상으로 샤를을 타락에서 구하고 싶었다.

샤를은 변심했지만, 그럼에도 아틸라는 샤를이 신경 쓰였다.

그러나 남부 대륙에 남은 그의 동맹들만으론 불가능한 목표였다.

그래서 아틸라는 북부 제국과 손잡을 생각을 했다.

아틸라는 제국과 동맹하려 한다.

그것이야말로 아틸라가 제국을 찾은 두 번째 이유였다.

쾅! 콰쾅! 파앙! 콰드득……!

철과 근육과 뼈가 뒤엉키는 소음이 공기를 울렸다.

아틸라는 무아지경에 빠져 무기를 휘둘렀다.

광폭의 권능을 사용한 것도 아니었건만, 아틸라는 자신의 의식이 조금씩 날아가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이윽고 모든 몬스터가 바닥에 쓰러졌다.

아틸라, 오토, 슈시아는 몬스터를 한 마리도 남김없이 도륙했다.

가장 많은 몬스터를 쓰러뜨린 건 당연히 아틸라였다.

그때 수해 저편에서 몬스터들이 추가로 모습을 드러냈다.

놈들은 무엇에 쫓기기라도 하는 것처럼 빠른 속도로 일행에게 달려왔다.

“오, 오우거다!”

성벽 위가 대번에 혼란스러워졌다.

관문 요새에서 볼 수 있는 최강의 몬스터가 등장했다.

아틸라도 오우거를 봤다.

하나, 둘, 셋, 넷.

도합 네 마리의 오우거가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아틸라의 입가에 송곳니가 드러났다.

“끼어들지 마라. 오토. 슈시아.”

콰앙! 아틸라는 성벽의 모든 이가 들을 정도로 검과 방패를 부닥쳤다.

그러고는 오우거들을 향해 달렸다.

몸이 가벼웠다.

의식의 일부가 날아가는 기분이 들며 묘한 쾌락이 전신을 감쌌다.

“아우우우우우우!”

아틸라가 포효했다.

그는 눈앞이 조금씩 붉게 보인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네 마리의 오우거가 남부의 이름 모를 전사 한 명에게 쓰러지는 광경을, 요새의 병사들은 눈 한 번 깜빡이지 못하고 봤다.

“미친……!”

“저, 저게 말이 돼……?”

조각 난 오우거들의 시체를 내려 보던 아틸라의 시선이 성벽을 향했다.

궁병대는 바들바들 떨리는 양팔을 들어 아틸라를 겨누고 있었다.

그 순간 아틸라는 동쪽에서 엄습하는 매서운 살기를 감각했다.

도롱뇽도, 바토리도, 슈시아도 그것을 느꼈다.

아틸라는 동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수해의 어둠이 짙어졌다.

그것의 일부가 보랏빛으로 색을 바꿨다.

아틸라는 저것이 의미하는 바를 알고 있었다.

‘심층부의 수해!’

콰아아앙!

보랏빛 수해에서 튀어나온 무언가가 관문 요새를 덮쳤다.

성루 하나가 무너지며 피떡이 된 병사가 허공을 날았다.

“잭!”

“동쪽 성루가 무너졌다! 잭이 당했다고!”

“히이이이익!”

어디선가 날아든 시커먼 손이 잭을 움켜쥐었다.

녀석의 팔은 마치 고무줄처럼 길게 늘어나 잭을 낚아챘다.

잭은 아직 죽지 않았다.

꺼져가는 눈을 깜빡이며, 잭은 자신의 몸을 움켜쥔 괴물의 얼굴을 봤다.

끼르륵. 끼륵.

괴물의 눈동자가 빙글빙글 회전했다.

괴물은 원숭이의 몸에 산양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덩치는 오우거보다도 컸다.

잭을 마주 보던 괴물이 한껏 벌린 아가리 속으로 잭을 밀어 넣었다.

몽롱한 눈을 뜨고 있던 잭은 괴물의 이빨이 자신의 몸을 잘게 부수고 있다는 것을 감각하고는 소름 끼치는 비명을 질러 댔다.

“으헤엑! 히익! 키르륵……! 살려……! 나 좀 살…… 키휘! 키휘이익……!”

그러나 아무도 잭을 구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괴물은 잭의 비명에 아랑곳하지 않고 까드득 까드득, 잭의 몸을 부쉈다.

잠시 후 괴물이 퉤퉷, 잭의 뼈를 뱉었다.

마치 사람의 옷을 벗겨 내듯 괴물은 잭의 피부와 근육, 내장을 깔끔하게 발라먹었다.

그러고는 요새 안의 병사에게 눈을 돌렸다.

산전수전 다 겪은 관문 요새의 병사들이었지만 난생처음 보는 괴물의 모습에 얼어붙었다.

그들은 짐작하고 있었다.

무슨 이유에선가 수해에서 이상 현상이 발발했고, 심층부 수해의 일부가 창날처럼 이곳으로 뻗쳐 왔으며, 그곳에서 심층부 몬스터 한 마리가 튀어나왔다는 것을.

“쏴, 쏴라! 궁병……! 히이이익!”

수비대장은 그 짤막한 명령조차 마무리하지 못한 채 괴물의 손에 잡혔다.

이번에도 괴물의 손은 놀라울 정도로 길게 늘어났고, 순식간에 수비대장의 몸을 낚아챘다.

“히익! 안 돼! 안 돼! 하지 마! 제발! 키릅……! 키릭! 키히끅……!”

수비대장도 잭과 마찬가지로 괴물의 먹이가 됐다.

이번에도 괴물은 살과 내장만을 발라먹고는 퉤퉤, 뼈를 뱉었다.

심지어 수비대장의 다리뼈 하나를 손끝으로 쥐고는 이 사이에 낀 내장 조각을 빼내기도 했다.

몇몇 병사들이 자리에 주저앉아 구토했다.

이 쑤시기를 끝낸 괴물이 다음 먹잇감을 둘러봤고, 그중 하나를 향해 팔을 뻗으려 했다.

그러다 무언갈 느끼고는 고개를 들었다.

검과 방패를 손에 든 전신갑주의 인간 하나가 태양빛을 등지며 떠올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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