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만든 세계 속 광전사가 되었다-319화 (319/425)

319. 예언과 운명 (7)

샤를은 하늘에서 눈을 떼고 카르타고를 향해 달렸다.

검을 뻗었다.

아레스의 신력이 담긴 검이었지만 카르타고는 어렵지 않게 그것을 막았다.

이어 반 바퀴 몸을 회전시키며 샤를의 흉부를 타격했다.

퍼어엉! 검은 오러가 샤를의 가슴에 강한 충격을 일으켰다.

샤를의 몸이 주르르 뒤로 밀려났다.

그 충격으로 어깨 상처가 더욱 벌어졌다.

‘……빌어먹을.’

샤를은 자신이 오판했다는 것을 알았다.

카르타고는 강하다.

자신이 오른팔을 완전히 회복한 상태였음에도, 우세를 점하지 못할 정도로.

쿠웅!

그 순간 아틸라의 발이 지면을 밟았다.

그의 무릎이 구부러지며, 살짝 벌어진 입가에서 하얀 입김이 피어올랐다.

아틸라가 눈동자를 굴려 샤를을 봤다.

샤를도 아틸라를 봤다.

샤를의 입가가 길게 찢어졌다.

“간다! 아틸라!”

샤를은 일대일 결투를 고집하지 않았다.

그는 카르타고가 자신보다 강하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리고 직감했다.

아틸라가 함께라면.

‘혼자가 아닌 둘이라면.’

카르타고를 제압할 수 있다!

파앙!

샤를의 발이 땅을 박찼다.

어깨와 가슴의 통증을 무시하며 카르타고에게 접근했다.

아틸라도 달렸다.

두 전사의 검이 폭풍처럼 카르타고에게 뻗쳤다.

콰콰쾅! 전광(電光) 같은 불꽃이 일었다.

저돌적인 기세로 상대를 공격한 건 샤를과 아틸라였지만, 경합에서 밀려난 것 또한 그 둘이었다.

“크윽……!”

샤를의 어깨에서 더욱 많은 피가 솟았다.

기회를 놓치지 않은 카르타고가 샤를에게 반격의 검을 뻗었다.

아틸라가 그 앞을 막아섰다.

아틸라는 방패로 막고 싶었다.

카르타고의 검격이 예사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흑철방패는 망가졌고, 그래서 아틸라는 흑철검과 무휼을 십자 모양으로 뻗어 카르타고의 검을 막았다.

강렬한 소음과 함께 아틸라의 양 어깨에 진동이 일었다.

거대한 포탄에라도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었다.

충격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카르타고가 재차 검을 뻗었다.

“아틸라!”

이번엔 샤를이 아틸라를 도왔다.

두 전사의 검이 카르타고의 일격을 가로막았고, 또다시 수 미터 뒤로 밀려났다.

샤를이 피 섞인 기침을 뱉었다.

그의 어깨 상처에서 더욱 많은 피가 솟았다.

“어이 샤를. 내가 안 왔으면 벌써 뒈졌겠는데?”

그렇게 말하는 아틸라의 입에서도 핏물이 흐르고 있었다.

샤를이 피식 웃으며 답했다.

“웃기는 소리.”

아틸라는 눈을 굴려 샤를을 봤다.

그의 눈이 가늘게 좁혀졌다.

‘어깨 상처가 심상치 않다.’

또한 아틸라는 샤를에게서 달라진 점을 느꼈다.

샤를은 육체의 피로가 상당해 보였다.

아틸라는 샤를이 그간 제대로 휴식하지 못한 채 전쟁을 이끌었다는 것을 짐작했다.

그러나 아틸라로 하여금 더욱 불안감을 느끼게 하는 건, 샤를의 어깨 상처나 육체적 피로 같은 것이 아니었다.

‘정신적인 피폐.’

샤를에게선 분명, 정신적인 쇠약이 감지되고 있었다.

위험 신호다.

샤를은 아무리 육체가 피로하다 해도, 그것이 정신적 피폐로까지 이어질 인물이 아니다.

‘그런데도 샤를은.’

아틸라는 샤를의 내면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무언가의 계기가 샤를의 의지를 흔들리게 만들었다.

아틸라는 반사적으로 카르타고의 검을 막았다.

언제 카르타고가 코앞까지 다가왔는지, 또 언제 검을 뻗었는지도 몰랐다.

아틸라는 이를 악물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강하다.’

이전까지의 카르타고는 자신의 힘을 모두 드러내는 느낌이 아니었다.

카르타고에겐 늘 여유가 있었고, 순수하게 전투를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지금의 카르타고는 달랐다.

카르타고는 정말로 아틸라를 죽일 기세로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리고 본 실력을 드러낸 카르타고는 압도적 강자였다.

- 버서커 아틸라. 네가 이 자리에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인과의 수레바퀴는 가속하기 시작했다.

“……뭐라고?”

- 넌 나의 대적자이자, 샤를 아인하르트의 각성(覺醒)에 중요한 역할을 할 존재다.

아틸라는 눈을 부릅떴다.

샤를의 각성.

그게 무얼 뜻하는 것인지 아틸라는 알고 있었다.

또한 그것은 아틸라가 추론했던 ‘카르타고의 진정한 목적’이 사실이었다는 걸 확인케 하는 말이기도 했다.

채찍처럼 쏘아진 검은 오러가 아틸라를 강타했다.

아틸라는 흑철검과 무휼을 들어 그것을 막았다.

공성추에라도 얻어맞은 것처럼 아틸라의 몸이 허공에 떴다.

“크으윽……!”

이번의 샤를은 아틸라의 방어를 돕지 않았다.

카르타고에게 달려들어 기습을 가했다.

카르타고는 예상했다는 듯 샤를의 공격을 막았다.

검과 검이 부닥쳤고, 카르타고의 안광이 빛났다.

카르타고의 몸이 크게 뒤로 밀려났다.

샤를의 이번 공격은 효과가 있었다.

이곳에서 전투를 시작한 이후 가장 강력한 공격이 샤를의 손에서 발현됐다.

- 샤를 아인하르트.

샤를의 검엔 아레스의 금빛 신력이 사라져 있었다.

대신 카르타고와 유사한 검은 오러가 회오리처럼 피어올랐다.

“샤를!”

아틸라는 조급해졌다.

샤를이 악마의 힘을 발현했다.

저 힘을 사용하는 건 위험하다.

악마의 힘을 사용하면 할수록, 샤를은 인간으로서의 의지를 침식당하게 된다.

게다가 지금의 샤를은 유례없는 정신적 피폐를 경험하고 있다.

[ 돌진(突進) ]

아틸라는 카르타고에게 돌진했다.

그의 신형이 순식간에 카르타고 앞에 도달했다.

검을 뻗었다.

때마침 카르타고에게 근접한 샤를도 질풍처럼 검을 뻗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아틸라는 카르타고가 자신과 샤를의 검을 막아 낼 거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시전했다.

카르타고의 등 위로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크르르르르르…….

낯익은 울림에 카르타고의 안광이 흔들렸다.

- 드라콘 이스메니오스.

성체로 변한 도롱뇽의 이빨이 카르타고를 습격했다.

* * *

시간을 수 분 전으로 되돌려.

아틸라는 펀치, 도롱뇽과 함께 요롱이의 등에서 뛰어내렸다.

그는 두 환수를 카르타고와의 전투에 참여시키지 않았다.

‘펀치와 도롱뇽은 만일을 위한 보험이다.’

또한 두 환수의 힘을 끌어낼 수 있는 사람은 아틸라가 유일했다.

그래서 아틸라는 평소와 달리 펀치와 도롱뇽을 바토리의 호위로 두지 않았다.

그 결정을 내리기 위해 슈시아가 필요했다.

아틸라가 슈시아에게 동행을 부탁한 이유였다.

‘오토는 요롱이를 컨트롤해야 하고, 카스피는 중앙 마탑의 리치들을 견제해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슈시아가 바토리의 곁에 있다면 안심할 수 있다.

바토리가 누군가의 호위를 받아야 할 정도로 나약한 존재라는 뜻이 아니다.

아틸라는 바토리의 폭주를 염려했다.

그래서 슈시아에게 바토리를 세심히 지켜봐달라고 부탁했다.

그 일에 ‘직관(直觀)’의 눈을 지닌 슈시아 이상의 적임자는 없다.

아울러 아틸라는 슈시아에게 또 다른 부탁을 하나 해두었다.

그 부탁엔 슈시아도 사뭇 놀란 듯 동그랗게 눈을 떴다.

‘진심인가 아틸라.’

그리고.

지금의 아틸라는.

예상보다 훨씬 이른 시기에 도롱뇽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 해방(解放) ]

카르타고에게 돌진하며 아틸라는 해방 스킬을 시전했다.

투명화한 채 대기하던 도롱뇽은 아틸라의 반대 방향에서 성체의 모습을 드러냈고, 카르타고를 습격했다.

- 드라콘 이스메니오스.

카르타고의 안광이 흔들렸다.

그러나 아주 잠시였다.

카르타고의 푸른 안광이 가늘게 좁혀졌고, 완전히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보며 아틸라는 불안감을 느꼈다.

그리고 카르타고가 다시금 안광을 드러냈을 때, 아틸라는 전신을 엄습하는 소름을 느꼈다.

파드드드드드!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도 몰랐다.

아틸라는 자신을 향해 쇄도하는 가공할 살기를 감각했고, 반사적으로 방어했으며, 지금은 무서운 기세로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샤를 또한 다르지 않았다.

풍차처럼 회전하는 시야 속에서 아틸라는 바닥을 나뒹구는 샤를을 봤다.

지진이라도 인 것처럼 지면이 울렸다.

간신히 자세를 바로잡은 아틸라의 눈이 부릅떠졌다.

눈으로 보고도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쿠쿠쿠쿠쿵…….

도롱뇽이 지면에 처박혀 있었다.

그 앞에 검붉은 오러를 흩뿌리며 선 카르타고가 보였다.

그랬다.

검은 오러가 아니었다.

카르타고의 전신에선 지금껏 한 번도 본 적 없던 검붉은 빛의 오러가 활화산처럼 폭발하고 있었다.

아틸라는 그것이 무엇인지 짐작했다.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카르타고를 향해 달렸다.

카르타고의 안광이 아틸라를 봤다.

그의 안광은 직전까지의 푸른빛이 아닌, 피처럼 붉은빛을 띠고 있었다.

아틸라는 카르타고에게 일격을 허용하기 직전 카르타고의 안광이 붉게 변한 것을 봤다.

잘못 본 것이 아니었다.

아틸라는 카르타고의 몸에서 발하는 저 가공할 마력이 무엇인지 확신했다.

‘버서커의 힘!’

버서커 카르타고.

크리엘도라 남부 대륙의 길고 긴 역사를 통틀어 최강의 전사라 불리던 사내.

그가 마침내 자신의 모든 힘을 드러냈다.

카르타고의 검이 아틸라를 겨눴다.

아틸라는 무휼의 날을 흉갑의 틈새에 끼워 강하게 비틀었다.

파캉! 아틸라의 흉갑이 벗겨지며 허공에 흩어졌다.

이전 세베스티아와의 전투에서 그의 갑옷이 상당한 타격을 입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도롱뇽은!’

아틸라는 도롱뇽의 상태를 확인했다.

도롱뇽은 카르타고의 공격을 맞고 지면에 처박혀 있었지만, 그저 당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도롱뇽의 입엔 카르타고의 오른팔이 물려 있었다.

크르르르르르……!

도롱뇽이 낮은 울음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키려 했다.

그러나 카르타고의 절단된 어깨에서 뻗친 시커먼 형상이 그것을 가로막았다.

아틸라는 도롱뇽에게 명령했다.

‘브레스 쏴라. 도롱뇽!’

도롱뇽의 아가리가 쩌억 벌어졌다.

그러나 도롱뇽은 브레스를 발현하지 않았다.

카르타고의 등 뒤로 달려오는 아틸라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도롱뇽은 아틸라의 명령을 거부했다.

이대로 브레스를 시전하면 카르타고뿐 아니라 아틸라까지 브레스에 휩싸인다.

도롱뇽의 목구멍에 집약된 검은 마력이 위태롭게 꿈틀거렸다.

[ 거대화(巨大化) ]

아틸라는 펀치에게 거대화를 시전했다.

우렁차게 변한 펀치의 포효를 감각하며 아틸라가 소리쳤다.

“슈시아아아아!”

그 순간 하늘에서 쏘아진 다섯 개의 마력 화살이 아틸라의 등에 박혔다.

화살을 날린 건 슈시아였다.

그리고 그 화살은 기존의 새하얀 것이 아닌, 불길한 녹색 기운을 발하고 있었다.

아틸라는 더욱 강력하게 도롱뇽에게 의지를 주입했다.

의지를 거스르지 못한 도롱뇽의 입에서 브레스가 뿜어졌다.

키랴랴랴랴랴랴!

흑염의 브레스가 카르타고를 덮쳤다.

그 뒤를 달려오는 아틸라를 덮쳤다.

‘야만 미물!’

아틸라는 양팔을 교차해 얼굴과 몸을 가리며, 도롱뇽의 브레스를 온몸으로 맞았다.

급격하게 체력이 감소했다.

아울러 아틸라에게 적중했던 슈시아의 마력 화살이 무언가의 작용을 일으켰다.

아틸라는 자신의 몸에 급속도로 독이 퍼져 나가는 것을 느꼈다.

파카카캉!

브레스를 뚫고 허공으로 떠오른 아틸라의 몸에서 갑주 조각이 흩어졌다.

그의 전신에서 분수처럼 피가 솟았다.

도롱뇽의 브레스를 맨몸으로 견뎌낸 아틸라는 만신창이였다.

우툴두툴한 혈관으로 뒤덮인 아틸라의 두 눈이 카르타고를 노려봤다.

힘차게 내뻗는 그의 오른손엔 흑철검 대신 드라칼리온이 쥐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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