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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세계 속 광전사가 되었다-318화 (318/425)

318. 예언과 운명 (6)

펀치의 입속에 잠들어 있던 도롱뇽도 불쑥 고개를 내밀었다.

킁킁 냄새를 맡으며 말했다.

“켁! 타락한 아에스투스 녀석의 썩은 내가 진동을 한다!”

도롱뇽이 소처럼 푸르르 고개를 흔들었다.

아틸라의 눈에 사나운 광채가 일었다.

“카르타고.”

아틸라가 듣기로 카르타고는 그동안 전선에서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간간히 아에스투스와 함께 등장해 브레스 세례를 퍼붓고 사라질 뿐이었다.

지금 중부 전선에 등장한 이유 역시 그것 때문인지 모른다.

그러나 그 이유 때문이 아니라면.

‘이번에야말로 샤를군과 결착을 지을 목적인 거라면.’

이는 중부 전선 연합군에게 지금껏 없던 강력한 위험임과 동시에, 다시없을 기회가 될 것이다.

“어렴풋이 전장이 눈에 들어오는구나.”

안력을 향상시킨 바토리가 말했다.

귀안을 발동한 카스피도 그것을 감지했다.

시력이 인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슈시아가 다음으로 전황을 파악했다.

다음은 아틸라와 오토 차례였다.

그들은 저 멀리 지면에서 발하는 마력의 충돌을 봤다.

언데드와 육탄전을 벌이는 기사와 병사, 드워프들을 봤다.

“아, 아에스투스가 브레스로 연합군을 타격하고 있소!”

오토가 부르르 몸을 떨며 외쳤다.

아틸라는 아에스투스의 등 위에서 카르타고를 찾았다.

하지만 보이지 않았다.

“지, 지상이야 아틸라! 카르타고는 지상에 있어!”

그렇게 외치던 카스피의 눈이 돌연 커다래졌다.

“샤를이야! 샤를이 카르타고와 일대일 승부를 벌이고 있어!”

그 말에 아틸라는 자신이 가야할 곳을 특정했다.

아틸라의 마음을 읽은 것처럼 바토리가 말했다.

“난 아에스투스를 상대하면 되겠느냐.”

“슈시아와 함께 가라.”

아에스투스는 드래곤이다.

바토리가 아무리 강력하다 해도, 또 아에스투스가 아무리 본연의 힘을 잃은 상태라 해도 드래곤은 만만히 여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슈시아. 바토리와 함께해라. 오토와 요롱이가 너희의 다리가 되어 줄 거다. 그리고 카스피.”

“응 아틸라.”

“넌 바토리와 함께 움직이다가 중앙 마탑의 리치들을 발견하는 즉시 숨통을 끊도록.”

“알았어 아틸라!”

카스피가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외쳤다.

중앙 마탑의 리치는 대단히 강력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그들을 가장 효율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이가 카스피다.

마법사 잡는 것은 살수.

게다가 카스피는 평범한 살수가 아니다.

‘귀살을 지닌 카스피라면, 제아무리 중앙 마탑의 리치라도 순식간에 제압이 가능할 거다.’

물론 기습이 성공했을 때의 이야기겠지만.

아틸라의 시선이 펀치와 도롱뇽을 바라봤다.

“펀치. 도롱뇽. 너흰 나와 함께 간다.”

* * *

샤를은 이전에 카르타고와 세 차례 검을 섞은 일이 있다.

첫 번째는 메피스토펠레스의 공간 환술이 구 아스투리아 왕국을 뒤덮었을 때.

두 번째는 카르타고가 직접 샤를을 찾아와 대결을 벌였을 때.

마지막 세 번째는 라일을 습격한 카르타고를 샤를이 막아섰을 때다.

이중 첫 번째와 두 번째 대결에서 샤를은 카르타고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심지어 첫 번째 대결에선 중간부터 아틸라가 합류하기까지 했지만, 카르타고는 단신으로 샤를과 아틸라 모두를 어렵지 않게 상대했다.

샤를이 카르타고에게 유일하게 승리의 가능성을 느낀 건 세 번째 대결 때였다.

그때의 샤를은 오른팔을 완벽하게 회복한 상태였고.

그것은.

네 번째 대결인 지금 또한 마찬가지다.

파카앙!

두 자루 검이 맹렬하게 서로를 탐했다.

샤를은 자신의 검, 듀란달에 힘을 실어 카르타고의 검을 밀쳤다.

카르타고는 굳이 힘으로 맞서지 않았다.

그저 상대의 힘을 이용해 부드럽게 흘려넘긴 뒤 반격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우면서도 날카로운 일격이었지만 샤를은 안정적으로 막았다.

이후 몇 차례 더 검과 검이 부딪쳤다.

- 전보다 강해졌군. 샤를 아인하르트.

카르타고의 투구가 위아래로 흔들렸다.

샤를은 그가 웃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웃을 수 있는 것도 지금뿐이다.”

샤를이 폭풍처럼 검을 휘둘렀다.

이전보다 강력해진 아레스의 신력이 듀란달에 깃들었다.

그것은 카르타고에게 무시할 수 없는 압박감을 선사했다.

검붉은 투구 사이로 묵직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넌 무엇을 위해 검을 쥐고, 또 싸우는 것인가.

“네게 말할 의무는 없다.”

카르타고가 고개를 끄덕였다.

약간의 틈을 두며 말했다.

- 샤를 아인하르트. 너는 예정된 존재다.

샤를의 눈이 가늘게 좁혀졌다.

그는 이전에도 카르타고에게 저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이 세계를 움직이는 거대한 무언가의 중심에 내가 서 있다는, 그런 뻔한 이야기를 반복하고 싶은 건가.”

- 뻔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분명한 사실이며, 네 앞에 다가올 미래다.

카르타고의 오른팔에서 한층 강력한 마기가 뿜어졌다.

- 사도 아자젤이, 무가치의 악마 벨리알이 내게 보여 주었다. 이 세계는 예정된 미래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

“어떤 미래 말인가.”

- 샤를 아인하르트. 넌 전쟁이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검을 들었다.

카르타고는 샤를의 목적을 알고 있었다.

- 그러나 너의 꿈은 무르다. 현실성이 결여돼 있다. 만약 네가 남부의 모든 왕국을 통일한 뒤 북부 대제국을 향한 정복 전쟁마저 승리로 이끈다 해도, 이 세계에서 전쟁은 사라지지 않는다.

샤를은 얼마 전 피핀과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그날 피핀은 이런 물음을 던졌었다.

‘우리가 원하는 세계가 올 수 있을까?’

‘대격변 이후의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우리가 카르타고를 물리치고, 남부 대륙을 규합하고, 그것을 넘어 북부 제국까지 통일하면 전쟁이 없는 세상이 찾아올까?’

‘아니면 그건 그저, 다가올 진짜 대전쟁의 서막에 불과한 것일까.’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자 샤를은 다시금 따끔거리듯 가슴이 아팠다.

피핀의 물음 뒤에 자신의 물음을 덧붙였다.

‘나는 앞으로 과연,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 인간은 나약하다. 나약하기에 두려워하고, 두렵기에 숨겨진 악한 본성을 일깨운다.

샤를의 생각을 읽어 내기라도 한 것처럼 카르타고가 말했다.

샤를이 카르타고를 노려봤다.

“하고 싶은 말이 뭔가. 카르타고.”

- 인간은 전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뿐 아니라 대격변은 중간계에 여러 세계의 겹침을 유발하는 재앙적 변혁이다. 만에 하나 네가 대륙을 통일해 인간의 전쟁을 종식시킨다 할지라도, 다른 세계에서 넘어온 존재들과의 싸움마저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샤를 역시 알고 있다.

대격변(大激變).

그 거대한 변화는 어머니가 그에게 부탁했던 꿈을 불가능한 것으로 만들었다.

샤를은 남부와 북부 모두를 통일해 전쟁이 사라진 세상을 만들고, 그 자신이 대륙의 평화를 수호하는 ‘절대 군주’가 되어 인간의 삶을 영위하길 바랐다.

그러나 그건 이제 불가능한 꿈이 되었다.

샤를은 자신의 내면을 관조했다.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마계와 명계가 중간계에 겹쳐지고 있다.

그것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정령계.

용계.

그밖의 여러 미지의 세계들.

‘심지어 신계까지도.’

인간의 한계를 아득히 뛰어넘은 존재들이 중간계를 침범할 것이다.

그 안에서 인간은 얼마나 쉽게 바스러지는, 나약한 존재일 것인가.

“넌 내게 할 말이 있는 것 같군.”

카르타고의 목적에 대해 생각을 거듭한 건 아틸라만이 아니다.

샤를 또한 카르타고의 목적에 대해 고민했다.

- 물론 난 네게 할 말이 있다. 그러나 아직은 아니다. 지금의 넌 나약한 인간일 뿐이니까.

“뭐라고?”

샤를이 으득, 어금니를 깨물었다.

그의 검에서 금빛 신력이 더욱 강하게 휘몰아쳤다.

카르타고도 자신의 검에 오러를 둘렀다.

그 힘은 너무나 강대해서, 샤를의 금빛 신력을 한순간에 뒤덮을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 변하지 않으면, 날 이길 수 없다.

카르타고의 검에서 오러가 뻗쳤다.

- 아울러 변하지 않으면, 넌 진정한 군대를 손에 넣을 수 없다.

카앙! 샤를이 카르타고의 오러를 막았다.

어깨 관절이 고장난 것처럼 삐걱거렸다.

- 그렇게 진정한 군대를 손에 넣을 수 없다면, 넌 너의 바람을 이룰 수 없다.

“나의 바람에 대해 얼마나 안다고 함부로 지껄이는 건가.”

카르타고의 안광이 불꽃처럼 흔들렸다.

- 샤를 아인하르트. 난 너의 미래를 봤다.

파캉! 카르타고의 검이 샤를의 검을 강타했다.

- 또한 나는, 이 세계의 미래를 봤다.

부드드득……! 카르타고의 검은 오러가 듀란달을 압박했다.

- 그 예정된 미래 속에서, 나의 사명을 봤다.

카르타고의 안광이 비수처럼 빛났다.

- 난 이 세상에 우연(偶然)으로 태어난 존재가 아니다. 난 필연(必然)의 존재다. 샤를 아인하르트, 너와 마찬가지로.

으드득! 카르타고의 검날이 샤를의 어깨를 짓눌렀다.

전신갑주의 비좁은 틈새를 파고든 그의 검이 샤를의 살갗을, 근육을, 뼈를 부쉈다.

샤를의 어깨에서 분수처럼 피가 솟았다.

- 넌 지금의 공격을 막을 수 있었다. 반격에 성공할 수 있었다. 네가 지키려 하는, 그 하찮은 껍질을 벗어 낼 수 있었다면.

출혈은 심각했다.

누구보다 강인한 육체와 정신을 지닌 샤를마저 순간적으로 현기증을 느낄 정도로.

그러나 그럼에도 샤를은 샤를이었다.

이 정도 공격으로 그를 굴복시킬 수는 없다.

콰드득.

검을 쥔 카르타고의 팔을 듀란달로 베었다.

샤를은 방어를 강화하는 것보다 공격을 통해 활로를 찾으려 했다.

그 계획은 성공했다.

어깨를 짓누르는 카르타고의 완력이 일순 느슨하게 풀어졌다.

그 찰나의 틈을 이용해 샤를은 카르타고의 마수로부터 탈출에 성공했다.

파아앙!

하늘 위에서 날카로운 파공음이 들렸다.

지금껏 들린 적이 없었던 소리였다.

그리고 그것은 이 위태로운 전장에 새로운 인물이 등장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카르타고는 고개를 들었다.

어느 샌가 등장한 암피테르.

그 위에서 아에스투스에게 송곳 같은 일격을 적중시키는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 바토리 에르제베트.

이어 새하얀 마력의 화살이 그림처럼 쏘아졌다.

방향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발사된 일곱 개의 마력 화살이 서로 다른 방향에서 아에스투스의 몸에 꽂혔다.

아에스투스가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드래곤은 저 정도로 죽지 않는다.

상대는 오히려 아에스투스의 투쟁심을 더욱 키워 놓았을 뿐이다.

키랴랴랴랴랴랴!

아에스투스는 브레스를 지상이 아닌, 암피테르를 향해 발사했다.

공포에 질린 암피테르의 몸이 얼음처럼 굳었다.

암피테르는 결코 드래곤의 상대가 될 수 없다.

그러나 암피테르의 등 위에 올라선 자는 바토리 에르제베트였다.

그녀의 입에서 고대의 주문이 흘러나왔다.

신의 가장 강력한 피조물과, 신과 천사의 시체에서 태어난 최강의 마법사가 서로의 마력을 맞부딪쳤다.

가공할 소음과 진동을 울리며 마력의 파편이 흩어졌다.

그 사이에서 유성처럼 추락하는 그림자가 있었다.

카르타고와 샤를은 동시에 그자를 확인했다.

아틸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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