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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세계 속 광전사가 되었다-301화 (301/425)

301. 날아라 요롱이

아틸라의 의지를 받은 도롱뇽이 몬스터들을 공격했다.

두 드래곤의 협공에 놈들이 주춤주춤 물러났다.

그러나 전부는 아니었고, 여전히 많은 몬스터들은 암피테르를 사냥했다.

살아남은 용기사는 많지 않았다.

아벨은 입술을 짓씹었다.

아틸라와 드라콘 이스메니오스를 일찍 발견했다면, 저들의 희생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아틸라.”

“아벨.”

아벨의 눈이 아틸라를 노려봤다.

“에단 트라쿠스와 세베스티아를 죽인 이유가 뭐지?”

“그들이 먼저 날 공격했다. 그래서 나와 동료들을 보호하기 위해 죽였다.”

아벨 역시 카르노피아를 통해 짐작하고 있었다.

다만 아틸라의 입을 통해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아틸라. 넌 제국의 적인가.”

“지금은 아니다. 그러나 훗날 제국이 남부를 침략한다면, 난 제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적이 될 것이다.”

아벨은 아틸라의 말에 의아함을 느꼈다.

“……남부라고?”

“난 북부 야만인이 아니다. 난 남부에서 왔다. 지금 내가 이곳에 있는 이유 또한 남부로 돌아가기 위해서다.”

아벨의 눈이 커졌다.

“그렇다면 처음 수해에서 봤을 때의 넌……!”

“제국의 용기사들은 스테로페스의 감옥과 강철바위성을 침공했다. 그 탓에 수해는 변화했고, 때마침 그곳에 있던 나와 동료들을 북쪽으로 이동하도록 강제했다.”

아벨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아틸라는 자신을 포함한 용기사들 때문에 제국의 땅에 발을 들인 것이다.

“난 남부로 돌아갈 것이다 아벨. 지금 남부 대륙은 거대한 혼돈에 빠져 있다.”

“……남부로 돌아간다면 다시는 제국 땅을 밟지 않을 거라 약속할 수 있나.”

“약속할 수 없다.”

“이유가 뭐지?”

“제국의 용기사들이 강철바위성의 대장장이들을 납치했기 때문이다. 난 그들에게 중요한 용무가 있다.”

그때 카르노피아가 아벨에게 의지를 전했다.

카르노피아는 드라콘 이스메니오스에게 동족을 잃은 원한이 있다.

게다가 카르노피아 자신도 드라콘 이스메니오스에게 당해 죽을 뻔했다.

‘너의 선택을 따르겠다. 아벨.’

아벨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는 생각했다.

아틸라가 에단과 세베스티아를 죽인 건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서였다.

또한 애초부터 그가 제국에 발을 들인 것 역시 그의 의지가 아니었다.

자신은 아틸라에게 책임이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자신은 제국의 용기사로서, 제국에 위협이 되는 자를 처단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래서 아벨은 주저했다.

그의 이성은 아틸라를 살려 보내선 안 된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타고난 천성이 그것을 거부했다.

“아벨. 날 가로막겠다면 전력을 다해 널 쓰러뜨리겠다. 난 에단 트라쿠스와 세베스티아를 죽였다. 너 역시도 그렇게 될 것이다.”

“그럴지도 모르지. 그러나 넌 나를 쓰러뜨린 뒤엔 수해를 돌파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용기사들을 이끌고 물러나라. 지금 갈라진다면 우린 모두 살 수 있다.”

아벨은 결정을 내려야 할 때라는 것을 알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암피테르와 용기사들은 죽어 나가고 있다.

게다가 아무리 드래곤이라 해도 심층부 수해의 한복판에서 생존을 보장할 수는 없다.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

아벨의 눈빛이 변했다.

“나는 에단 트라쿠스보다 강하다. 아틸라.”

아벨은 알고 있었다.

무익종 드레이크를 운용할 때의 에단이 자신보다 용족과 낮은 동조율을 가졌다는 것을.

에단이 자이언트 리자드 섬멸 작전의 지휘를 맡았던 이유는 그의 노련함 때문이지, 결코 아벨보다 강해서가 아니었다.

아벨은 80퍼센트의 동조율을 지닌 빼어난 용기사다.

더욱이 카르노피아의 마스터가 된 지금은 더욱 향상된 동조율을 자랑했다.

그리고 그것은 분명, 에단과 세베스티아의 동조율을 웃도는 수치였다.

“지금 남부로 돌아가면 다시는 나와 마주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때의 나와 카르노피아는.”

아틸라를 향한 에단의 눈에 처음으로 살기가 어렸다.

“네 가장 강력한 적이 되어 있을 테니까.”

아틸라가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주는 말이었다.

아틸라가 피식 입꼬리를 올렸다.

어찌 됐든 아벨은 선언했다.

전투를 벌이지 않은 채 각자의 목적지로 흩어지기로.

“그 말 기억해 두지 아벨. 그리고 카르노피아.”

아틸라는 방향을 돌려 남쪽으로 비행했다.

카스피가 그 옆을 바짝 따랐고, 도롱뇽이 그런 둘을 보호하듯 앞서 날았다.

아벨의 외침이 등 뒤를 울렸다.

“용기사들이여! 후퇴하라! 이번 작전은 포기한다!”

용기사대장이 죽었기에 용기사들은 아벨의 명령을 따랐다.

누가 뭐래도 지금의 아벨은 레드 드래곤 카르노피아의 마스터였다.

제국의 용기사 중 드래곤 마스터의 명을 어길 이는 없다.

아벨은 암피테르 용기사들을 이끌고 북으로 향했다.

‘다시 만날 일이 없으면 한다. 아틸라.’

아벨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다음번에 아틸라를 만난다면, 그땐 서로를 죽여야 하는 입장일 것이다.

아벨은 그것을 원치 않았다.

하지만 그런 상황을 결국 맞닥뜨린다면 아벨은 더 이상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힘을 얻었고, 그에 따른 책임이 부여됐다.

아벨은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언젠가 아틸라를 다시 조우할 것이라는 강한 예감을 받았다.

‘너 역시도 그렇겠지. 아틸라.’

아벨의 생각처럼 아틸라도 그것을 느꼈다.

아틸라의 여정은 남부 대륙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는 결국 제국을 다시 찾을 것이고, 아벨과 조우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수해를 벗어나는 것이 먼저다.

“아, 아틸라 님! 이 요망한 도마뱀이 언제까지 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거요!”

오토가 소리쳤다.

요망한 도마뱀이라는 말에 화가 난 도롱뇽이 오토를 떨어뜨리기 위해 이리저리 몸을 흔들다가 아틸라에게 가벼운 정신 교육을 당했다.

“꾸에에엑……!”

“개수작 부리지 말고 똑바로 날아라 도롱뇽.”

“크흑……! 빌어먹을……!”

도롱뇽은 비행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다행인 점은 수해의 몬스터들이 아틸라 일행에겐 그리 집착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몬스터들은 상대적 약체인 암피테르 용기사들을 주로 사냥했다.

바토리가 말했다.

“저래선 아벨을 제외한 용기사들은 생존하기 힘들 것 같구나.”

아벨은 용기사들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러나 그 역시도 위태로운 건 마찬가지였다.

“일단은 우리의 생존이 먼저다.”

아틸라는 비행에 집중했다.

그러면서 도롱뇽에게 의지를 전달해 몬스터들을 제압했다.

바토리도 용혈의 반지를 통해 도롱뇽의 공격을 도왔다.

마력의 세밀한 통제와 조절 능력은 도롱뇽보다 바토리가 우위에 있었다.

“이제 보니 우리가 제법 합이 잘 맞는 것 같지 않느냐 도롱뇽아.”

“헛소리하지 마 할망구!”

도롱뇽은 투덜대면서도 바토리와 착실하게 호흡을 맞췄다.

도롱뇽으로서도 심층부의 몬스터는 부담스러운 상대였다.

그렇게 남하가 계속됐다.

하지만 아무리 비행해도 보랏빛 수해는 끝이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때가 찾아왔다.

“꾸에엑! 나 변신 풀렸다!”

도롱뇽의 해방 스킬이 종료됐다.

바토리, 오토, 펀치, 도롱뇽의 몸이 무방비하게 공중에 떴다.

“드래곤 살려어어!”

“히이이익! 아틸라 님!”

“여, 영주 나리!”

카스피가 손을 뻗어 오토의 팔을 잡았다.

아틸라도 바토리, 펀치, 도롱뇽을 암피테르의 등에 태웠다.

수해는 도롱뇽의 해방 스킬이 종료된 것을 즉각적으로 알아챘다.

몬스터들의 공격이 일행을 향했다.

아틸라와 카스피는 암피테르를 조종해 피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이 암피테르는 정신이 개조된 개체.

정식으로 페어링된 암피테르보다 반응이 느릴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아, 아틸라! 이거 뭔가 이상한데……!”

카스피가 감지한 이변을 아틸라도 느꼈다.

암피테르가 말을 듣지 않았다.

“정신 개조의 힘이 다해 가는 것 같구나.”

바토리의 말대로였다.

암피테르들이 몸을 뒤틀었다.

정신이 돌아오기 시작하자 일행을 떨어뜨리려 했다.

“히익! 우, 우리 이대로 수해에 처박히는 거요!”

아틸라는 어떻게든 암피테르를 조종해 보려 했다.

하지만 불가능했다.

두 암피테르는 정신적 데미지를 많이 입었다.

암피테르가 정신적인 충격을 지속적으로 받으면 보다 빠르게 정신 개조가 풀릴 수 있다는 말을 플루토는 했었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이렇게 빨리 풀리는 거냐.’

보랏빛 수해의 끝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암피테르는 어떻게든 더 활약해 줘야 한다.

여전히 수해의 몬스터들은 일행보다는 아벨 쪽의 용기사들을 공격하는 것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사, 살쾡이 암살자!”

오토가 카스피의 몸을 안고 허공으로 뛰었다.

그와 거의 동시에 수해에서 솟아오른 촉수가 암피테르의 몸을 꿰뚫었다.

조금만 늦었으면 오토와 카스피도 같은 꼴로 전락했을 것이다.

“내, 내가 이렇게 죽을 것 같으냐아아아!”

오토가 아틸라의 암피테르를 붙잡았다.

그 순간 오토는 기묘한 감각을 경험했다.

‘뭐, 뭐지? 이건.’

오토는 암피테르의 정신세계가 자신과 교감하는 듯한 착각을 느꼈다.

그러나 그건 착각이 아니었다.

아틸라도 그것을 알았다.

오토가 느끼는 것보다 더욱 확실한 이유가 그의 눈앞에 떠올랐다.

[ 파티원, 오토가 용인(龍人)의 힘을 발현할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

아틸라는 깨달았다.

시나리오 요툰헤임의 첫 번째 임무.

[ 요툰의 숲 어딘가에 존재하는 핵을 찾아 파괴하십시오. ]

[ 임무 완료 시 특별한 보상이 주어집니다. ]

그리고 이 임무의 보상은 아틸라만 획득하는 것이 아니었다.

[ 또한 파티원 중 한 명에게도 무작위로 보상이 제공됩니다. ]

아틸라의 눈이 커졌다.

‘그래. 오토가 보상자였던 거다!’

[ 파티원, 오토가 용인의 힘을 발현합니다. ]

[ 암피테르와 페어링을 시작합니다. ]

사납게 몸을 흔들던 암피테르가 움직임을 멈췄다.

오토가 얼빠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 이게 대체……!”

아틸라처럼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었지만, 오토는 지금의 상황을 직감했다.

오토는 암피테르의 정신을 공유했다.

그것은 새롭고, 또한 놀라운 경험이었다.

오토는 자신이 이 암피테르에게 이름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이름을 부여했다.

[ 페어링 완료. ]

[ 파티원, 오토가 암피테르의 용기사가 되었습니다. ]

[ 암피테르의 몸이 진화를 시작합니다. ]

암피테르의 몸이 커졌다.

날개도 더욱 길게 뻗었다.

성체가 된 도롱뇽만큼은 아니다.

그러나 이곳에 있는 모든 일행을 태울 수 있을 정도는 됐다.

오토가 암피테르의 목 위에 올라탔다.

그러고는 팔을 당겨 카스피를 끌어올렸다.

“여, 영주 나리…….”

갑작스레 벌어진 상황에 카스피가 커다랗게 눈을 떴다.

오토의 눈이 사방을 바라봤다.

그는 암피테르의 날개에 의지해서가 아닌, 마치 자신 스스로가 푸른 하늘을 비행하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내가 날고 있다.’

충만한 감각이 오토의 몸을 감쌌다.

그의 입꼬리가 저절로 위를 향했다.

큰 소리로 외쳤다.

“날아라 요롱이! 으하! 으하! 으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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