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만든 세계 속 광전사가 되었다-299화 (299/425)

299. 다시 남부로 (2)

바토리의 눈이 동그래졌다.

“억지로 쫓아내다니. 네 발로 나가지 않았더냐 도롱뇽아.”

“카앗! 거짓말을 하려면 입에 침이나 바르고 해라 할망구! 난 여기서 쉬고 싶었는데 네가 잠든 야만 미물을 몰래 덮치려고 억지로…… 케헤헥!”

도롱뇽이 발버둥을 쳤다.

도롱뇽의 목은 바토리의 손아귀에 단단히 잡혀 있었다.

바토리가 눈을 사납게 빛냈다.

“정신이 나간 것이냐 도롱뇽아. 넌 지금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하고 있구나.”

“케헥! 케륵! 케르르륵……! 야만 미물……! 나 좀 살려……!”

아틸라가 인상을 구기며 말했다.

“시끄러우니까 내려 놔라.”

“흐응. 알겠느니라.”

바토리는 도롱뇽을 침대에 던졌다.

“꾸에엑……!”

통한의 눈물을 흘리는 도롱뇽의 얼굴을 펀치가 달려가 핥았다.

오토와 카스피가 말했다.

“그런데 말이우. 밖의 상황이 그리 좋지 않은 것 같소.”

“맞아 아틸라. 군대가 이곳으로 오고 있어.”

직전까지 오토는 마을 내부를 정찰했고, 카스피는 귀안의 안력을 이용해 마을 바깥을 살폈다.

그러던 중 카스피는 저 멀리서 다가오는 군대를 발견했다.

그래서 서둘러 여관으로 달려온 것이었다.

바토리가 말했다.

“플루토에게서 이야기는 들었다. 암피테르 두 마리를 정신 개조해 넘길 테니 남부로 돌아가라는.”

“그래. 놈이 그렇게 말하긴 했지.”

“어찌할 생각이더냐.”

아틸라는 고민했다.

원래 아틸라는 플루토의 제안을 받아들여 남부로 이동하려 했었다.

그렇게 결정 내린 가장 확실한 이유는, 아틸라가 플루토에게 심안을 발현하는 것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아틸라는 플루토를 한차례 소멸시켰고, 그렇게 놈의 정신을 자신에게 집중하도록 만들었다.

아틸라는 플루토의 마음을 읽었다.

그리고 플루토의 제안이 속임수가 아닌, 진짜라는 것을 확인했다.

‘플루토는 진심으로 날 남부 대륙으로 보내려 하고 있다.’

그런데 조금 전 바토리가 했던 말이 아틸라의 결정을 흔들리게 만들었다.

‘벨리알은 아자젤이었다.’

그러지 않아도 세베스티아와 도롱뇽의 대화를 통해, 아틸라는 벨리알이 다섯 사도 중 하나이진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설마 놈이 아자젤이었다니.

“벨리알, 아니 아자젤과 대화를 나눴나?”

“아니다. 아자젤은 네게 세베스티아의 심장을 주입한 뒤 자리를 떠났다. 그러나 난 분명하게 보았다. 플루토가 말하는 벨리알은 아자젤이었다.”

카스피가 거들었다.

“바토리 말이 맞아. 나도 귀안을 통해 아틸라 앞에 서있던 자를 봤어. 100퍼센트 확신까진 아니지만, 그자는 이전에 봤던 ‘붉은 눈의 귀공자’와 비슷한 외모를 갖고 있었어.”

“두, 두 사람 다 본 거요? 난 못 알아보겠던데……!”

“그야 당연하지. 영주 나리는 나나 바토리처럼 안력을 향상시키는 기술이 없으니까.”

침대에 웅크리고 있던 도롱뇽이 쐐기를 박았다.

“그놈은 아자젤인가 하는 사도 새끼가 맞다. 눈으로 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이몸의 감각이 그렇게 느꼈으니까.”

“아무튼 여길 벗어나는 편이 좋을 것 같구나. 이곳으로 온다는 군대가 우릴 추적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맞는다면 귀찮은 일이 벌어질 것이다.”

바토리의 말대로다.

일단은 눈앞에 닥친 상황을 벗어나는 것이 먼저다.

“모, 몸은 괜찮은 거유? 아틸라 님.”

걱정스러운 얼굴의 오토를 보며 아틸라가 씩 웃었다.

“니 걱정이나 해라. 새끼야.”

그 말에 오토도 히죽 웃었다.

일행은 서둘러 채비를 마친 뒤 마을을 벗어났다.

* * *

아벨은 3군단장을 만나 세베스티아의 머리와 에다드의 시체를 보였다.

3군단장의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커졌다.

“드, 드래곤 마스터 에단 트라쿠스 경이……!”

아벨의 생각대로 에다드는 에단 트라쿠스가 맞았다.

에단의 사망은 3군단장을 큰 충격에 빠뜨렸다.

3군단장은 아벨에게 자초지종을 물었고, 아벨은 성심성의껏 답했다.

하지만 아벨은 자신이 불의 드래곤 카르노피아와 페어링하며 에단의 후임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감췄다.

또한 에단과 세베스티아를 죽인 자가 아틸라라는 것을 밝히지 않았다.

영원히 숨길 생각은 아니다.

다만 아벨은 아틸라를 직접 만나 확인하고 싶었다.

그때의 대화에 따라, 아벨은 아틸라를 죽여야 할는지도 모른다.

‘아틸라는 내 생명의 은인이다. 그러나 그는 제국의 드래곤 마스터를 죽였다. 그가 제국의 평화에 위협이 되는 인물이라면, 내 손으로 처단해야 한다.’

아벨은 본래 바르고, 신중하고, 또 순진한 인물이었다.

아벨은 가급적이면 아틸라와 그의 동료들을 죽이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제국의 용기사다.

게다가 레드 드래곤 카르노피아와 페어링한 뒤 책임감은 더욱 커졌다.

위대한 힘에는 무거운 책임이 따르는 법이다.

“제국의 드래곤 마스터를 살해한 범인은 제가 추적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아벨이 군단장의 집무실을 빠져나왔다.

그의 부하들은 이미 아틸라를 추격하고 있었다.

에단이 죽고 그리 오랜 시간이 흐르지 않았기에, 아틸라를 따라잡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사실 놓쳐도 상관없었다.

아벨은 카르노피아의 용기사였고, 카르노피아는 아틸라와 페어링한 것으로 보이는 드라콘 이스메니오스의 기척을 감지할 수 있었으니까.

어느 정도 근거리에만 도달한다면, 카르노피아는 그들의 위치를 특정할 수 있을 것이다.

‘아틸라가 용기사였고, 심지어 페어링된 용족이 전설의 광룡인 드라콘 이스메니오스였다니.’

드라콘 이스메니오스.

용중용(龍中龍)이라 불리는 최강의 드래곤.

그제서야 아벨은 아틸라가 에단을 쓰러뜨릴 수 있었던 이유를 깨달았다.

드라콘 이스메니오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아틸라는 어떻게 드래곤 마스터가 될 수 있었던 건가.’

아틸라가 드라콘 이스메니오스의 힘을 사용하는 것엔 여러 의문이 있었다.

북부 야만인은 용기사가 될 수 없다.

북부인은 요툰과 힘을 합쳐 드래곤과 싸웠던 자들.

‘드래곤은 한때 그들의 적이었던 북부인과 페어링하지 않는다.’

3군단을 벗어난 아벨은 말을 타고 언덕을 올랐다.

언덕 위엔 촘촘한 대나무숲이 있었다.

아벨은 대나무를 헤치며 안으로 들어갔다.

이윽고 도착한 중심엔 너른 공간이 있었다.

그 가운데 카르노피아가 동글게 몸을 말고 엎드린 것이 보였다.

“카르노피아.”

카르노피아가 눈을 떴다.

사실 카르노피아는 한참 전부터 아벨이 이곳으로 오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일어나 카르노피아. 움직일 시간이야.”

카르노피아가 몸을 일으키며 날개를 폈다.

아벨이 카르노피아의 등 위에 올라탔다.

카르노피아가 펄럭, 날개를 움직였다.

드래곤은 순식간에 허공에 떠올라 구름 위로 솟았다.

“가자. 카르노피아.”

아벨의 목소리에 카르노피아가 답했다.

- 가자. 아벨.

* * *

아틸라 일행은 제국의 군대와 마주치지 않고 마을을 벗어났다.

그리고 지금은 남쪽의 어느 습지를 걷고 있었다.

아틸라가 물었다.

“플루토가 이런 곳으로 오라고 했다고?”

“그렇단다.”

플루토는 바토리에게 동료들의 몸이 회복되는 대로 이곳으로 오라고 말했다.

오토가 끼어들었다.

“그런데 그 플루토라는 관조자, 믿을 수 있는 거요?”

오토는 플루토를 꺼림칙하게 여겼다.

광대 같은 차림새부터가 마음에 안 들었다.

그 생각은 카스피도 마찬가지였다.

“맞아 아틸라. 플루토는 애초부터 북부인과 시카리오 암살단이란 자들을 사주해 우릴 공격하게 만든 녀석이잖아.”

아틸라는 이곳으로 이동하는 중에 플루토와 나눴던 대화 내용을 동료들에게 알렸다.

바토리도 아틸라에게 들었던 검은늑대 부족에 대한 이야기를 오토와 카스피에게 전했다.

“플루토가 우릴 함정에 빠뜨린 건 맞다. 하지만 녀석이 우리들을 남부 대륙으로 보내고 싶어 하는 것 또한 사실이지.”

아틸라는 결국 남부 대륙으로 향하는 길을 택했다.

물론 이곳 북부 제국엔 그의 목적 중 하나인 오르피나의 마지막 성물과, 지구로 돌아가는 방법을 알고 있을지 모를 아자젤이 있다.

그러나 일행의 힘만으로 계속 제국을 여행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거기에 더해 아틸라는 카르타고가 계속 신경 쓰였다.

‘카르타고가 세를 불리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다.’

그것만이 아니다.

아틸라는 에단 트라쿠스와 세베스티아를 죽였다.

그들의 죽음을 알게 된 제국의 군대가 일행을 쫓을 것이다.

얼마 전 마을을 향해 다가오던 군대 또한 그것이 목적이었는지 모른다.

‘지금은 잠시 제국에서 모습을 감추는 편이 낫다.’

아틸라는 에단과 세베스티아를 죽였던 순간을 자세히 떠올리지 못했다.

나이아드의 눈물과 스테로페스의 팔찌가 있었음에도, 아틸라는 버서커의 힘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

물론 두 아이템의 도움이 없었던 건 아니다.

나이아드의 눈물로 상승된 정신력 덕에 아틸라는 잠시나마 의식의 세계로 진입할 수 있었고.

또한 스테로페스의 팔찌로 강화된 체력 덕분에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도 세베스티아의 목을 딸 수 있었다.

그러던 중 아틸라의 생각이 세베스티아가 불러 냈던 레드 드래곤에 닿았다.

아틸라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놈들은 어떻게 됐지?’

한 마리가 죽은 것은 확실하다.

놈이 죽은 덕에 펀치는 레벨업 했고, 광폭화 스킬도 개방했다.

그렇다면 나머지 한 마리는.

“레드 드래곤들은 모두 죽었나?”

아틸라가 물음에 바토리가 답했다.

“한 마리는 죽은 것을 확인했다. 나머지 하나는 시체를 확인하진 못했지만 살아 있기 힘들 것이다. 녀석은 나와 도롱뇽의 초 레어 송곳 브레스를 정통으로 맞지 않았더냐.”

도롱뇽이 거들었다.

“맞다 야만 미물. 녀석은 내 브레스를 맞고 추락했다. 당장은 숨이 붙어 있을지 몰라도 결국엔 죽었을 테지. 내 초 레어 송곳 브레스는 세베스티아 녀석도 한동안 치유에만 전념하도록 만든 초필살기니까. 에헴!”

둘의 말엔 일리가 있었다.

그러나 아틸라는 마음 한구석이 찜찜했다.

무언가 놓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그게 무엇인지 골몰히 생각했지만 떠오르지 않았다.

정답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으리라는 확신에 가까운 기분만 들었을 뿐이다.

“만약 살아 있다 해도 우리 적은 아닐 거요. 아틸라 님은 그 무시무시한 세베스티아마저 목을 따 버리지 않았소. 게다가 우리 모두는 완벽하게 몸을 회복했고 말이오.”

오토가 자신 있게 말했지만 그의 말은 과장된 면이 있었다.

드래곤은 강하다.

아틸라가 세베스티아를 쓰러뜨릴 수 있었던 건 놈의 약점을 붙잡고 늘어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틸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토의 말대로, 설령 놈이 일행을 공격한대도 쓰러뜨리면 그만이다.

아틸라는 지금의 일행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바토리와 도롱뇽이 충분히 힘을 쓸 수 있는 상황이라면 말이지만.’

그때 아틸라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한껏 차려입은 듯한, 그렇지만 한편으로 장난스럽게 보이는 붉은 의복을 입은 남자.

플루토의 사시안이 아틸라를 반겼다.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군요. 버서커 아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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