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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세계 속 광전사가 되었다-284화 (284/425)

284. 숲속의 전투 (2)

촤르륵! 길게 던진 카스피의 사슬낫이 후방의 나무에 고정됐다.

그것을 당기며 카스피가 새처럼 공중을 날았다.

일행의 뒤를 추격하던 야만인들은 순간 놀란 눈을 떴다.

‘갑자기 반격이라고?’

그들의 타깃은 마을을 떠날 때부터 지금까지 도주만을 계속했다.

그러던 중 타깃 하나가 단독으로 반격을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그 타깃은 온몸에서 타는 듯한 붉은 기운을 흩뿌리고 있었다.

야만인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가 검을 들어 카스피를 가리켰다.

그와 동시에 수많은 화살이 카스피에게 쏘아졌고, 그녀의 몸을 관통했다.

그런 줄 알았다.

스르륵.

카스피의 몸이 잔상처럼 흔들렸다.

야만인들의 화살은 단 한 발도 카스피를 맞추지 못했다.

야만인들은 당황했다.

타깃의 모습이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어, 어디로 사라진 건가!’

야만인들의 의구심은 빠르게 해결됐다.

사라졌던 타깃이 그들의 머리 위로 추락했기 때문이다.

콰득! 콰드득! 콰직!

길게 뻗친 귀수가 야만인들의 가슴을 관통했다.

다른 손에서 뿌려진 사슬낫이 그들의 목을 잘랐다.

야만인들의 말이 비명을 지르며 날뛰었다.

그런 말들의 머리와 엉덩이를 밟으며 카스피는 나비처럼 날았다.

“전부 죽여 버리겠어!”

카스피의 몸이 팽이처럼 회전했다.

그녀는 도끼와 방패를 휘두르는 야만인들 사이를 종횡무진했다.

“크헉……!”

“끄아아아악!”

야만인들이 잘린 팔다리를 부여잡으며 절규했다.

머리가 날아간 자들은 그마저도 할 수 없었다.

야만인들이 진을 이뤄 카스피를 공격했다.

그러나 귀안을 뜬 카스피는 아주 가까운 미래를 엿볼 수 있다.

휘리릭. 휘릭.

그녀의 발달된 민첩성이 빛을 발했다.

카스피는 야만인들의 공격을 모조리 회피했다.

그러면서 귀수와 사슬낫을 휘둘러 반격했다.

때로는 야만인을, 때로는 그들의 말을 공격하며 카스피는 단독으로 엄청난 전투를 벌였다.

그 모습을 보며 야만인들은 마치 귀신이라도 조우한 듯한 감각을 느꼈다.

‘이,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아틸라도 그 광경을 봤다.

처음 숲에 진입했던 목적과 달리, 그는 가급적 숲속에서 전투를 벌이고 싶지 않았다.

‘이 숲은 준비된 공간이다.’

이곳은 놈들의 안방이나 다름없다.

숲을 벗어나 싸우는 편이 낫다.

하지만 그는 홀로 싸우는 동료를 버리고 갈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아틸라가 말머리를 돌렸다.

그 순간 날아든 살수의 머리통에 흑철검이 꽂혔다.

“숲에서 놈들을 처리한다.”

“아무래도 그래야 할 것 같구나.”

아틸라는 말을 달렸다.

오토는 이미 카스피를 향해 전력으로 질주하고 있었다.

말발굽이 지면을 박찰 때마다 오토의 목에서 피가 쏟아졌다.

“오토. 물러나라.”

오토와 말머리를 붙이며 아틸라가 말했다.

오토가 품에서 꺼낸 천 조각으로 대충 상처를 동여맸다.

그러고는 히죽 웃으며 눈을 빛냈다.

“그 무슨 섭섭한 소리요 아틸라 님. 살쾡이 암살자가 저렇게 혼자 분전하고 있는데. 이 정도 상처는 아무것도 아니요.”

아틸라는 오토의 상처를 흘끗 쳐다봤다.

‘뭐, 뒈질 정도는 아닌 것 같군.’

일단 저렇게 나불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상처는 아니라는 거다.

그렇다면 굳이 오토를 말리고 싶진 않았다.

오토가 카스피를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아틸라는 알고 있었다.

게다가 적들은 강하고 숫자도 많다.

전투할 수 있는 인원을 놀려둘 필요는 없다.

‘여긴 이스마라에서 멀지 않다. 도롱뇽의 해방 스킬을 쓰는 건 위험해.’

이스마라엔 아직 에단과 아벨이 있다.

그들은 평시의 도롱뇽이 내뿜는 기운을 눈치채진 못했지만, 성체가 되면 이야기는 다르다.

에단과 아벨뿐 아니라 많은 이들이 이곳의 전투에 대해 알게 될 것이다.

아틸라가 피식 입가를 올렸다.

“간다. 오토.”

“좋수!”

두 마리 말이 나란히 달렸다.

살수들이 후미를 습격했지만 기마 태세의 아틸라가 효율적으로 막았다.

바토리도 연달아 마법을 날려 살수들을 처치했다.

“하싸씬 못지않은 살수들이로구나.”

제국의 살수들은 강했다.

한 명 한 명이 상당한 실력자들이었다.

게다가 살수란 본디 마법사의 천적.

마법사가 가장 까다로움을 느끼는 대상은 살수고, 살수 또한 마법사를 암살하는 걸 즐기는 자들이다.

그러나.

그들이 상대하는 건 다름 아닌 바토리 에르제베트였다.

퍼엉! 펏퍼퍼어엉!

바토리가 마법을 발현할 때마다 살수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아틸라에 의해 인간으로 전락한 후 많은 힘을 잃었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인간 중에선 최고 수준에 오른 마법사였다.

제아무리 하싸씬 못지않은 제국의 살수들이라 해도 바토리의 상대는 될 수 없다.

“가히 부나방 떼처럼 달려드는구나.”

바토리가 입꼬리를 올렸다.

그녀는 제 실력에 자신이 있었다.

실제로 바토리가 인간 중에서 경계심을 가지는 상대는 하싸씬의 단주, 셰이카 라딤이 유일했다.

오직 바토리만이 셰이카의 진면목을 알았다.

셰이카의 힘을 한계까지 끌어내본 존재는 바토리가 유일했다.

‘나를 제외한 관조자들, 아니 리베르조차 셰이카의 진정한 실력을 모르고 있지.’

게다가 셰이카는 점점 더 강해지는 중이다.

인간의 무력으로 다다를 수 있는 최고의 경지를 비웃듯 깨부수고 있다.

아니, 셰이카는 사실 평범한 인간이라 할 수는 없는 존재다.

셰이카가 따로 언급한 적은 없지만, 바토리는 셰이카가 고대인의 혈통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카스피.’

바토리의 눈이 카스피를 바라봤다.

카스피 역시 셰이카처럼 끝없이 성장하고 있다.

카스피뿐만이 아니다.

오토도 많은 실력 향상을 이뤘고, 바토리 또한 인간으로 돌아온 후 점점 강해지는 마력을 느꼈다.

그것이 아틸라가 지닌 특별한 힘 덕분이라는 것을 바토리는 알았다.

바토리는 등 뒤를 울리는 아틸라의 체온을 감각했다.

아틸라는 강하다.

아마도 혼자만의 힘으로 셰이카와 대적이 가능한 인간은 아틸라, 그리고 샤를 정도가 전부일 것이다.

그러나 샤를은 엄밀히 말해 인간이 아니다.

‘샤를, 그 아이는 요정과 악마 사이에서 태어났다.’

게다가 아틸라 역시 순수한 인간은 아닐 거라고 바토리는 짐작하고 있었다.

바토리가 인간 중에서 경계심을 갖는 상대에 아틸라와 샤를이 포함되지 않는 이유였다.

파카캉!

아틸라의 흑철검이 야만인의 몸을 찢었다.

오토도 북부 야만인과 검을 맞댔다.

아틸라 일행, 북부 야만인, 제국 살수들 사이에 혼전이 벌어졌다.

“카스피!”

아틸라의 외침을 들은 카스피가 움찔했다.

그제서야 그녀는 자신이 아틸라의 무언의 명령을 듣지 않았다는 것을 자각했다.

카스피가 고양이처럼 아틸라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나 아틸라는 씩 웃으며 야만인들을 베어 넘길 뿐이었다.

그 모습에 안도한 카스피가 배시시 웃었다.

“헤헤. 늦었다구 아틸라.”

혼전 속에서도 북부 야만인과 제국 살수들은 서로를 공격하지 않았다.

그들이 동맹 관계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확실한 단서였다.

아틸라는 생각했다.

‘저 야만인들은 분명 에단의 머릿속에서 봤던 용기사 학살자다.’

그렇다면 저들은 제국을 거부하는 북부인 중에서도 상당한 강경파.

‘그런데도 제국의 살수들과 손을 잡고 있는 건가.’

아틸라는 아주 잠시 의아해했지만, 곧바로 납득했다.

본래 제국은 하나가 아니다.

수많은 왕국이 정복 전쟁으로 합쳐져 지금의 모습을 이룬 것.

심지어 에레트리아와 카잔을 포함한 여러 군주령은 완전한 제국으로 흡수되지 않고 식민지로 전락했다.

당연히 제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은 많을 것이다.

“이미르시여.”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는 하나가 아니었다.

아틸라의 눈이 커졌다.

그와 동시에 마른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졌다.

콰쾅! 쾅!

좌우의 숲속에서 낙뢰에 맞은 나무들이 불탔다.

아틸라는 무기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요툰의 힘을 이어받은 북부인들이 등장했다.

‘울딘 이상의 실력자들이다.’

아틸라는 한눈에 그것을 알아봤다.

낙뢰의 힘이 심상치 않다.

“요호호!”

“요호호호호호!”

요란한 괴성을 지르며 숲의 양쪽에서 두 명의 야만인이 달려들었다.

아틸라보다 커다란 덩치를 지닌 자들이었다.

그들의 눈은 아틸라를 똑바로 노려보고 있었다.

“바토리. 오토와 카스피를 엄호해라.”

그 말을 남기고 아틸라는 말에서 뛰어내렸다.

그러고는 동료들과 거리를 두며 달렸다.

예상대로 두 요툰전사는 아틸라를 노리며 방향을 틀었다.

‘역시 놈들의 목표는 나다.’

저 두 녀석을 제외하면 동료들에게 위협이 될 대상은 없다.

물론 적의 숫자가 많고, 오토가 부상을 입긴 했지만 이쪽엔 바토리가 있다.

[ 돌진(突進) ]

아틸라는 보다 먼 거리에 있던 요툰전사에게 돌진을 시전했다.

파캉! 검과 도끼가 맞부딪쳤다.

예상치 못한 공격이었을 테지만 요툰전사는 그것을 어렵지 않게 막아 냈다.

“네놈인가. 울딘을 죽인 변절자가.”

야수를 닮은 그의 얼굴이 씰룩였다.

아틸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흑철방패를 휘둘러 상대의 몸을 밀었다.

요툰전사는 콧방귀를 뀌며 그 힘을 버티려 했다.

그러나 이내 힘 대결에서 밀리며 놀란 눈을 떴다.

‘이 내가, 힘에서 밀린다고?’

파드드드듯……!

아틸라의 완력에 밀쳐진 그의 두 발이 지면에 고랑을 그렸다.

아틸라는 다시 한번 방패를 휘둘러 상대의 몸을 타격했다.

그러면서 그는 느꼈다.

‘울딘보다 빠르지 않다.’

상대는 기술보다는 힘을 앞세워 싸우는 전사인 듯했다.

그것을 증거하듯 그의 도끼는 용아귀만큼이나 컸다.

흑철방패에 얻어맞은 어깨를 들썩이며 요툰전사가 말했다.

“제법이군. 변절자.”

“난 변절자가 아니다.”

요툰전사가 큰 소리로 웃었다.

“제국의 인간들과 함께하는 주제에 변절자가 아니라고?”

“그건 너희 또한 마찬가지 아닌가.”

아틸라의 눈이 살수들을 가리켰다.

그것을 무시하듯 요툰전사가 도끼를 뻗었다.

아틸라는 흑철방패로 공격을 막았다.

그와 동시에 측면에서 또 다른 도끼가 날아들었다.

두 번째 요툰전사였다.

카앙!

흑철검과 도끼가 부닥치며 불꽃이 일었다.

이번 상대도 아틸라의 완력에 제법 놀란 얼굴이었다.

[ 휩쓸기 ]

아틸라는 휩쓸기를 시전해 두 요툰전사를 한꺼번에 공격했다.

그것을 막은 두 전사의 몸이 뒤로 밀려났다.

첫 번째 요툰전사가 말했다.

“붉은바위 부족의 비욘.”

요툰전사, 비욘이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이어 두 번째 요툰전사가 입을 열었다.

“붉은바위 부족의 시거드.”

아틸라는 두 전사의 눈에 담긴 강렬한 분노를 납득했다.

그들은 울딘과 같은 붉은바위 부족의 야만인이었다.

아틸라가 말했다.

“검은늑대의 아틸라.”

아틸라가 이름과 부족명을 말한 이유는 상대에게 일순이나마 혼란을 주기 위해서였다.

두 요툰전사는 강하다.

물론 아틸라는 자신이 질 것이라 생각하진 않았지만, 실전에서 이용할 수 있는 건 모두 이용하는 편이 좋다.

‘놈들은 검은늑대라는 이름을 듣고 의아해하겠지. 들어본 적이 없는 부족명일 테니까.’

그런데 상대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오히려 아틸라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렇군. 넌 검은늑대 부족 출신이었던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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