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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세계 속 광전사가 되었다-268화 (268/425)

268. 야만전사 (8)

대장장의 신 헤파이스토스의 제자였던 키클롭스 삼형제.

그들은 원래 요툰이었다.

먼 옛날 요툰 전쟁에서 신, 드래곤, 고대인의 연합군을 맞아 최후의 방어벽을 세웠던 자들.

- 더 이상은 가지 못한다.

- 우리들이 요툰헤임의 방벽이다.

키클롭스 삼형제는 전쟁이 끝난 뒤, 자신들을 책임지지 않고 떠난 이미르와 다른 요툰들을 원망했다.

그러던 중 헤파이스토스를 만나, 요툰이었던 과거를 버리고 헤파이스토스의 제자가 된다.

- 이제부터 너희를 키클롭스 삼형제라 부르겠다.

- 브론테스. 스테로페스. 아르게스.

- 너희들은 훌륭한 대장장이가 될 것이다.

헤파이스토스의 예언은 이뤄졌다.

키클롭스 삼형제는 신들의 무기를 제작할 정도로 뛰어난 대장장이가 되었다.

그러나 그들은 우수한 대장장이이기 이전에, 전격의 힘을 지닌 강력한 요툰이었다.

모든 요툰의 힘은 그들의 왕, 이미르에 의해 부여된다.

그리고 지금.

‘요툰의 피’를 이어받은 북부의 야만전사 울딘이.

“이미르시여.”

자신의 도끼에 전격의 힘을 드리웠다.

아틸라의 눈에 부릅 힘이 들어갔다.

퍼어어엉!

눈앞에서 강렬한 폭발이 일었다.

이어 가공할 힘이 흑철검을 강타했고, 그 여파로 아틸라의 두 발이 긴 고랑을 그리며 뒤로 밀려났다.

‘크으윽……!’

두 팔에서 찌릿찌릿한 통증이 느껴졌다.

엄청난 위력.

그제서야 아틸라는 어떻게 북부의 야만전사가 제국의 용기사를 살해할 수 있었는지 체감했다.

‘그래. 그랬던 건가.’

요툰은 과거 드래곤의 천적이었다.

그런 요툰의 힘을 이어받은 북부의 야만전사라면, 제국의 용기사를 쓰러뜨린다는 것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어쩌면 제국에 용기사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도.’

부드득! 뒤로 밀려난 아틸라의 발끝이 힘차게 지면을 밟았다.

[ 돌진(突進) ]

이어 엄청난 속도로 울딘에게 돌진했다.

울딘의 눈이 커졌다.

그는 눈앞에서 벌어진 현상을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 저만큼이나 떨어져 있던 아틸라의 얼굴이.

‘이, 이게 무슨……!’

순식간에 코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울딘은 뇌전의 힘을 머금은 도끼를 정면으로 뻗었다.

콰아앙!

그것이 아틸라의 방패와 부닥쳤다.

방패의 견고함은 놀라웠다.

아니, 그것을 들고 있는 아틸라의 힘이 대단했다.

아틸라가 방패를 옆으로 내저으며 도끼를 밀쳤다.

“크윽……!”

울딘의 팔이 옆으로 벌어지며 상반신이 노출됐다.

그곳으로 흑철검이 쇄도했다.

울딘은 허리춤의 손도끼를 뽑아 막았다.

그러나 그 손도끼는 뇌전의 힘을 담지 않았고, 그래서 아틸라의 맹공을 완벽하게 막아 내긴 부족했다.

그 대가는 컸다.

카앙!

흑철검이 손도끼를 떨쳐 냈다.

이어 아틸라가 울딘의 가슴을 발로 가격했다.

울딘의 몸이 크게 뒤로 밀리며 입에서 핏물이 쏟아졌다.

중심을 잃은 울딘을 향해 아틸라가 무서운 속도로 달려들었다.

그것을 본 야만인 하나가 측면에서 아틸라를 기습했다.

“울디……!”

퍼어엉!

야만인의 얼굴을 흑철방패가 덮었다.

그는 그대로 목뼈가 부러지며 땅에 처박혔다.

그 가공할 힘을 목도한 야만인들의 눈이 살기를 불태웠다.

살아온 환경은 다르지만, 아틸라는 그들에게서 무언가의 동질감을 느꼈다.

그것은 피를 갈구하는 본능이었다.

야만인들이 아틸라에게 달려왔다.

그러나 오토와 카스피가 내버려 두지 않았다.

“네 이놈드으을!”

“어딜 가려고!”

야만인들은 강했지만, 오토와 카스피의 상대는 아니었다.

아틸라는 깨달았다.

‘울딘은 강하다.’

그러나 나머지 야만인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들이 약하다는 건 아니다.

언뜻 봐도 야만인들은 모두 역전의 용사들이었다.

다만 오토와 카스피가 더욱 강했다.

“아틸라.”

울딘이 자세를 바로잡으며 반격했다.

입에서 피를 뿜어 대면서도 그의 눈빛은 조금도 죽지 않았다.

“어째서 넌 변절자의 길을 택한 건가.”

“말했을 텐데. 난 제국과 아무 관계가 없다고.”

“말장난을 할 생각인가.”

울딘의 공세가 매서워졌다.

아틸라는 다시금 깨달았다.

울딘은 엄청난 강자다.

파지짓……! 파짓……!

울딘의 도끼가 흑철검과 부닥칠 때마다 뇌전이 일었다.

번쩍이는 불빛이 시야를 어지럽혔다.

아틸라가 말했다.

“케렌시아를 찾은 용기사를 살해한 건 너희들의 짓인가.”

“그렇다.”

“이유가 뭐지?”

“알고 있지 않나. 우리는 요툰의 피를 이어받은 자들이다.”

많은 뜻을 내포한 말이었다.

아틸라는 심안을 통해 그 속에 담긴 내용을 간파했다.

아울러 울딘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은 몇몇 새로운 사실들 역시도.

‘그랬던 거군.’

아틸라의 입가가 위로 올라갔다.

그는 울딘의 생각을 통해 자신의 가정이 들어맞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아틸라의 표정을 본 울딘이 야수처럼 무서운 얼굴을 했다.

그의 도끼에서 더욱 강렬한 뇌전이 일었다.

그것이 흑철검을 강타했고, 아틸라는 또다시 수 걸음 뒤로 밀려났다.

‘무시무시한 힘이다.’

샤를의 신력과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힘.

그러나 위력만은 조금도 부족하지 않은 듯했다.

울딘이 포효하는 짐승처럼 등허리를 젖혔다.

크게 소리쳤다.

“이미르시여!”

다시 한번 하늘에서 낙뢰가 일었다.

이번엔 직전보다 더욱 강했다.

낙뢰에 직격 당한 울딘의 몸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

실제로 그의 등은 검게 타들어가 있었다.

아틸라를 끝장내기 위해 한계 이상의 힘을 불러온 것이다.

“발더!”

울딘이 아틸라에게 달려왔다.

발더라 불린 야만인이 울딘의 옆에서 그림자처럼 함께 달려왔다.

발더의 움직임은 대단했다.

그는 일순간에 몸의 속도를 높여 오토와 카스피를 따돌렸다.

‘실력을 숨기고 있었던 건가.’

아틸라는 방패를 내던졌다.

울딘만큼은 아니어도, 저 발더라 불린 전사 역시 대단한 실력자임이 틀림없었다.

그럼에도 아틸라는 웃었다.

자신을 향해 쇄도하는 울딘과 발더를 향해 마주 거리를 좁혔다.

울딘이 정면에서 도끼를 내리쳤다.

측면에서는 발더가 횡으로 도끼를 찔러왔다.

“이것으로 끝이다! 아틸라!”

위에서 아래로 힘차게 내리쳐지는 울딘의 도끼는 그 자체가 한 줄기 낙뢰처럼 보였다.

아틸라는 저 공격을 피해 없이 막아 낼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러나 그는 울딘의 공격을 막을 생각이 없었다.

아틸라는 웃었다.

그리고 시전했다.

[ 위치 교환 ]

발더는 무언가 이질적인 힘이 자신의 몸을 지배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힘이 무엇인지 알아낼 수는 없었다.

그의 몸은 자신도 모르는 새 아틸라와 위치가 바뀌었고, 낙뢰처럼 추락한 울딘의 도끼에 반으로 갈라졌으니까.

트캉!

인간의 몸이 절단되며 날 수 있는 소리가 아니었다.

거대한 장작이라도 쪼개진 것처럼 발더의 몸이 둘로 나뉘었다.

말끔하게 잘린 절단면에서 파지직! 불꽃이 일었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울딘의 몸이 일순 굳어졌다.

아틸라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맹렬하게 휘둘린 흑철검이 울딘의 목을 절단했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발더도, 울딘도, 자신들이 왜 죽는 것인지도 모른 채 절명했다.

“아틸라!”

“아틸라 님!”

카스피와 오토가 밝게 외쳤다.

아틸라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나머지 야만인들에게 돌진해 무자비하게 그들을 도륙했다.

* * *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다.

아틸라 일행은 야영지를 떠났다.

“아틸라.”

“왜.”

“북부 야만인들 말이야. 엄청나게 강하지 않았어?”

“그랬지.”

아틸라는 순순히 인정했다.

북부 야만전사들의 힘은 상상 이상이었다.

오토가 거들었다.

“휴. 아틸라 님과 싸웠던 그 대장 녀석은 정말이지 무슨 괴물인 줄 알았수. 근데 그놈이 사용했던 기술 말이우. 키클롭스의 전격 마법과 비슷하지 않았수?”

“내가 보기에도 그렇더구나.”

바토리가 끼어들었다.

아틸라가 눈썹을 찌푸렸다.

“넌 왜 우리 싸울 때 구경만 했냐.”

“내 도움이 필요치 않은 것 같았다. 너희에게 위험이 닥쳤다면 말하지 않아도 도왔을 것이다. 그래서 펀치를 나의 호위로 붙여 준 것이 아니었더냐.”

바토리의 말은 사실이었다.

다만 갑자기 끼어드는 바토리를 보자 괜히 얄미워 보였던 것.

아틸라가 말했다.

“울딘이 사용했던 기술은 키클롭스의 전격 마법과 동류가 맞다.”

“여, 역시 그랬던 거요?”

오토도 북부 야만인들이 요툰의 피를 이어받았다는 레비아의 말을 들었었다.

“아틸라 님. 그 요툰이란 놈들은 죄다 괴물이라 하지 않았소?”

“그랬지.”

“아니 그런데 어떻게 생김새는 조금 다를지언정 우리와 같은 인간인 북부 야만인들이 요툰의 피를 지닐 수 있다는 거요?”

오토의 의문은 타당했다.

물론 피를 섞는 방식이 인간이 흔히 사용하는 방식으로만 한정할 수 있다면 말이지만.

“요툰의 왕, 이미르의 힘일 거다.”

“이미르?”

카스피가 되물었다.

그녀는 이미르를 부르짖던 울딘의 외침을 기억했다.

“자세한 것은 나도 알지 못한다.”

그러나 아틸라는 심안으로 울딘의 속을 읽었다.

그리고 거기서 몇 가지 중요한 파편을 손에 넣었다.

아틸라의 머릿속엔 존재하지 않았던 북부 야만인들.

그들의 정체에 대해 아틸라는 유추할 수 있었다.

“북부 야만인들은 평범한 인간이 아니다.”

그 말에 바토리가 가늘게 눈을 빛냈다.

“고대의 인간이란 뜻이더냐.”

“그럴 가능성이 높다. 그게 아니라면 그들이 요툰의 힘을 지니고 있는 것을 설명할 수 없으니까.”

요툰의 힘은 요툰의 왕 이미르가 다른 차원의 요툰헤임으로 이주한 뒤 서서히 사라졌다.

헤파이스토스의 가호를 받은 키클롭스 삼형제만은 예외였지만.

나머지 요툰들은 이미르의 권능을 잃어버렸다.

‘북부 야만인들은 요툰의 힘을 이미르를 통해 얻어 냈을 것이다. 요툰들이 그러했듯이.’

즉, 북부 야만인들은 중간계와 요툰헤임이 공존했던 시대를 살았던 ‘고대인’의 후손이라는 것.

“허나 전부는 아닌 것 같더구나.”

“뭐라고?”

“북부 야만인들 말이다. 그들 전부가 고대인은 아닌 것 같다는 말이다.”

바토리의 눈이 먼 곳을 바라봤다.

“고대의 전쟁으로부터 많은 세월이 흘렀다. 당연히 고대인의 피도 점차 흐려지지 않았겠느냐. 내 눈엔 보이더구나. 그 울딘이라는 야만인은 제법 고대인의 피가 흐르고 있었지만 나머지는 아니었다. 아, 발더라 불린 야만인에게서도 어느 정도는 고대의 기운이 느껴졌다.”

그 말을 들으며 아틸라는 추측했다.

울딘과 발더.

두 야만인은 요툰의 힘을 사용하는 전사였다.

그렇다면 고대인의 피를 진하게 지니고 있는 야만인일수록 더욱 강한 요툰의 힘을 사용한다는 추론이 가능하지 않을까.

“아무튼 재미있게 되었구나.”

바토리는 진심으로 그렇게 여겼다.

그녀 또한 고대의 인간이었다.

주신의 피조물인 지금의 인간과는 다른, 신과 악마의 시체 속에서 스스로 생명의 불씨를 피워올린 자립적이고도 특별한 종족.

바토리는 생각했다.

오늘 만난 야만인들은 순혈이 아니다.

그러나 북부 야만인 중에선 고대의 피를 완벽하게 계승한, 완전한 고대인이 있을지도 모른다.

점점 솟아오르는 태양을 보며 바토리가 웃었다.

“오랜만에 나의 친구 리베르가 보고 싶어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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