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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세계 속 광전사가 되었다-258화 (258/425)

258. 제국의 무기 (3)

아틸라는 놀랐다.

아니, 그 역시도 발자국을 보며 어느 정도는 짐작했다.

하지만 믿어지지 않았다.

“드레이크라고?”

아틸라가 되물었다.

그러자 도롱뇽은 그것도 모르냐는 듯 우쭐하며 턱을 추켜올렸다.

“케헷헷! 그래. 확실하다. 이건 드레이크의 발자국이야.”

아틸라의 눈에 부릅 힘이 들어갔다.

도롱뇽이 무어라 잘난 척하며 떠들었지만 그의 귀엔 들리지도 않았다.

무언갈 느낀 일행이 아틸라에게 달려왔다.

그들 역시 도롱뇽에게 상황을 전해 듣고는 경악의 표정을 지었다.

“히익!”

“흐에엣! 드, 드, 드레이크라면!”

“그 칼날 산맥 중턱의 머리 둘 달린 괴물 아니요! 막 하늘도 날아다니는!”

“지금 샤를도 없는데! 키릴도 없는데! 슈시아도 없는데에에!”

“아이고 아틸라 님! 여기서 이러고 있을 게 아니라 어서 강철바위성으로 돌아갑시다! 지금 우리만으론 드레이크를 상대할 수 없지 않소!”

오토와 카스피가 호들갑을 떨었다.

아틸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생각했다.

‘제국은 암피테르뿐만 아니라, 드레이크까지 길들이기에 성공한 건가.’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인간이 암피테르를 길들였다는 사실도 받아들이기 어려운데.

드레이크를 길들였다니.

‘드레이크는 드래곤과 가장 가까운 존재다.’

당연하게도 드레이크는 암피테르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진한 용혈을 가지고 있고, 자아 또한 비대하다.

다시 말해, 결코 인간은 드레이크를 길들일 수 없다.

그런데 제국은 그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암피테르를 넘어, 드레이크까지 자신들의 무기로 변화시켰다.

‘제국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설마 이것도 대격변의 영향인가.’

아틸라는 새삼 자각했다.

자신은 제국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게다가 대격변의 영향을 받은 제국은 더더욱 알지 못한다.

그 순간 아틸라는 깨달았다.

자신이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다는 것을.

‘난 남부 대륙이, 그중에서도 메피스토펠레스의 공간 환술이 드리웠던 곳 주변이, 대격변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았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근거 없는 짐작이다.

실제로 검은 보석의 힘으로 많은 변화가 일어난 지역은 메피스토펠레스의 환술과는 제법 거리가 있었던 나바라 왕국과 샹크리스 왕국, 그리고 수오미 왕국이었다.

‘남부 대륙과 북부 제국은 단절돼 있다.’

남부와 북부 사이를 크게 가로지르는 대국경.

수해와 칼날 산맥의 존재.

그것들은 제국과 남부 왕국을 오랜 시간 동안 갈라놓았다.

제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남부 대륙을 살아가는 이들은 알 수 없다는 말이다.

‘어쩌면 제국은, 남부 대륙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변화를 겪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것이 현재 남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과 유사한 방식인지, 아니면 완전히 다른 방식인지는 아틸라도 모른다.

다만 아틸라가 알기로, 남부 대륙에서는 용족을 길들여 타고 다니는 황당무계한 일 따위는 벌어지지 않았다.

아틸라는 가정했다.

‘현재 남부와 북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는 서로 다른 방식일 것이다.’

어찌 됐든 도롱뇽의 말이 사실이라면, 제국은 드레이크를 길들였다고 봐야 한다.

게다가 몇 마리의 드레이크를 길들이기에 성공했는지도 미지수.

‘암피테르를 길들인 것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제국의 위협은 이전보다 더욱 위험스러운 것이 되었다.

아틸라는 도롱뇽에게 물었다.

“어떤 드레이크인지 알 수 있나?”

드레이크라고 다 같은 드레이크가 아니다.

어느 종류를 길들였는지를 알아 둔다면 도움이 된다.

“흠. 내가 볼 땐 무익종이다.”

무익종(無翼種).

날개 없는 용족을 뜻한다.

놈들은 날개가 없는 대신 체격이 상당히 크다.

단순히 거대한 것이 아니라, 근육으로 몸이 꽉 차 있다고 보면 된다.

따라서 놈들은 당연하게도 무시무시한 괴력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수해 깊숙한 이곳까지 침투해 스테로페스를 그 지경으로 만들 수 있었던 건가.’

놈들은 마력보다는 육체 능력에 의존해 싸우는 용족이다.

때문에 수해의 몬스터들을 크게 자극하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마주하는 몬스터는 인정사정없이 때려 부쉈겠지.’

수해 외곽부에 서식하는 몬스터 중 드레이크를 이길 녀석은 없다.

아틸라의 머릿속에서 퍼즐이 맞춰졌다.

그는 스테로페스를 공격했던 미지의 존재를 궁금해했었다.

반신인 스테로페스에게 그 정도의 타격을 입혔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더욱 놀라운 건 스테로페스로 하여금 전격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만든 것.

아틸라는 스테로페스의 몸에서 적출했던 거대한 심장을 떠올렸다.

그는 그것에서 묘한 기운을 느꼈었다.

‘그래. 그것이 무익종 드레이크의 힘이었던 건가.’

무익종 드레이크는 자신의 용혈을 브레스와 비슷한 방식으로 뿜을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타깃의 몸 안에 침투해 마력 회로를 일시적으로 망가뜨리는 기능을 갖고 있다.

“감옥으로 이동한다.”

아틸라는 서둘러 감옥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침입의 흔적이 있었다.

제국군이 이런 특별해 보이는 곳을 내버려 둘 리 없다.

그러나 다행히도 아틸라가 찾고자 하는 아이템은 발견하지 못한 듯했다.

아틸라는 도롱뇽의 후각을 이용해 아이템을 찾아냈다.

[ 키클롭스의 팔찌 ]

[ 키클롭스 삼형제가 오랜 시간 공들여 세공한 특별한 팔찌입니다. ]

[ 착용자의 체력을 강화시킵니다. ]

“오. 그건 뭐유?”

“와. 투박하지만 예쁜 팔찌네? 나 주면 안 돼 아틸라?”

아틸라는 팔찌를 착용했다.

팔찌는 아틸라의 팔에 딱 맞게 크기가 조절됐다.

아틸라의 체력이 눈에 띌 정도로 상승했다.

‘좋군.’

오토와 카스피는 괜히 입맛을 다셨다.

바토리는 팔찌에서 뿜어지는 기운과, 아틸라의 몸에서 일어난 변화를 보며 팔찌의 기능을 파악했다.

“지금의 네게 꼭 필요한 물건인 것 같구나.”

그런데 그것만이 아니었다.

도롱뇽은 감옥 안에서 다른 특별한 기운을 감지했다.

‘오. 이건!’

도롱뇽은 광룡 드라콘 이스메니오스였던 시절 많은 보물을 손에 넣었고, 시공의 틈새를 열어 보물을 대륙 곳곳으로 퍼뜨렸다.

그중엔 드라칼리온처럼 자신이 직접 만든 보물도 있었는데.

그중 하나의 기운이 느껴진 것이다.

‘케헷헷헤! 이런 횡재가!’

도롱뇽은 일행의 눈치를 살피며 감옥 구석의 틈새로 기어들어갔다.

그곳엔 도롱뇽이 간신히 드나들 수 있을 정도의 작은 통로가 있었다.

‘킁킁. 냄새가 난다. 냄새가.’

도롱뇽은 히죽 웃으며 통로를 달렸다.

그 길의 끝에서 발견한 자그만 무언갈 입안에 넣고,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통로를 빠져나왔다.

“흐응. 어딜 다녀오는 길이더냐.”

“캬악! 깜짝이야!”

도롱뇽이 소스라치게 놀라 비명을 질렀다.

그 소리에 일행이 도롱뇽 쪽을 돌아봤지만, 바토리가 별일 아니라는 듯 손을 흔들었다.

일행은 이내 도롱뇽에게서 관심을 끊었다.

모두들 각자의 목적으로 감옥 곳곳을 살피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소하는 바토리의 눈동자가 도롱뇽에게 다가왔다.

“네 입안에서 특별한 기운이 느껴지는구나.”

“트, 특별한 기운은 무슨!”

도롱뇽은 입에 있던 보물을 꿀꺽 삼켰다.

그러고는 아무것도 없다는 걸 증명하려는 듯 쩌억 아가리를 벌렸다.

“봐봐. 아무것도 없잖아.”

“방금 꿀꺽 삼키지 않았더냐.”

“흥. 무슨 증거로.”

“내가 느꼈고, 또 봤느니라.”

“케헷헷! 거짓말하지 마라. 내 입안에 있던 걸 무슨 수로 봤다는 거야!”

“지금 네 입으로 말해 버렸구나. 입안에 무언가가 있었다고 말이다.”

“힉!”

바토리의 눈빛에 은은한 광기가 서렸다.

“내가 널 아틸라에게 데리고 가면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으냐.”

“뭐, 뭐가.”

“아틸라가 너와 나 중 누구의 말을 믿을 것 같느냐는 말이다.”

“……!”

“늘 궁금했느니라. 드라콘 이스메니오스의 배를 가르면 그 안에 들어 있을 심장. 그것을 손에 넣는다면 얼마나 내 마력이 강해질 것인가에 대해 말이다.”

도롱뇽은 꿀꺽 침을 삼켰다.

바토리의 말은 명백한 협박이었다.

“그, 그, 그게 무슨 말이야. 설마 야만 미물이 내 배를 갈라 반지를 꺼낼 생각이라는…….”

“흐응 그래. 네가 삼킨 것이 반지였구나.”

“힉!”

바토리의 눈이 가늘게 좁혀졌다.

“도롱뇽아. 지금 그 반지를 내게 넘긴다면 아틸라에겐 비밀로 해 주겠다.”

“하, 하지만 이미 삼켰다고. 똥으로 나오려면 아직 시간이.”

“지금 나와 장난을 하자는 것이냐.”

바토리의 낯빛이 차갑게 변했다.

흠칫 놀란 도롱뇽이 서둘러 말했다.

“아, 알았어! 줄게! 주면 되잖아!”

도롱뇽은 꿀렁꿀렁 배를 움직이더니 자그만 반지를 바토리의 손에 뱉어 냈다.

그러자 바토리의 얼굴이 언제 그랬냐는 듯 온화한 것으로 바뀌었다.

“아틸라에겐 비밀로 하거라.”

“크흑……! 빌어먹을! 내가 찾은 보물은 맨날 뺏겨!”

바토리는 손가락으로 반지를 집어 살펴봤다.

아무런 특징이 없는, 그저 평범한 실반지.

그러나 바토리는 그 안에서 심상치 않은 마력을 감지했다.

“도롱뇽아. 이건 네가 직접 만든 물건 같구나.”

“빌어먹을. 그건 알아서 뭐 하게.”

바토리는 웃었다.

그녀는 이 반지의 정체에 대해 알고 있었다.

‘용혈의 반지.’

드라콘 이스메니오스의 심장 일부로 만들어 낸, 아주 특별한 반지.

아울러 바토리는 이 반지의 효능에 대해서도 알았다.

이것은 다가올 제국과의 전쟁에서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

아틸라에게 더할 나위 없는 도움이 될 것이다.

“고맙구나 도롱뇽아.”

바토리는 진심으로 그렇게 말하며 도롱뇽에게 입을 맞추었다.

도롱뇽이 기겁을 하며 퉤퉤, 침을 뱉었다.

“카악! 이 미친 할망구가 어디다 입을 맞춰!”

바토리는 그저 웃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일행은 감옥을 나섰다.

오토와 카스피는 혹시 모를 또 다른 보물을 찾기 위해, 아틸라는 감옥 안의 여러 흔적을 살펴보느라 다소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일행 모두 별다른 것은 발견하지 못했다.

감옥 안에서는 말이다.

“어, 어째 숲이 좀 이상해진 것 같수?”

감옥을 벗어나자마자 일행은 눈앞의 풍경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았다.

아틸라의 표정이 변했다.

바토리도 전에 없이 당황한 얼굴로 아틸라를 돌아봤다.

스스슷. 스스스스스슷.

숲이 보랏빛으로 변하고 있었다.

나무도 더욱 빽빽하고 높게 자라났다.

눈으로 보는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아틸라는 이것에 대해 알고 있었다.

‘심층부의 숲!’

이유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지금 사방의 풍경은 외곽부가 아닌, 심층부의 수해로 바뀌고 있었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그르륵. 그륵. 그르르르륵.

심층부의 어둠 속에서, 수많은 크고 작은 눈이 일행을 노려봤다.

아틸라는 덜컥 심장이 내려앉는 듯한 감각을 맛봤다.

저들 모두는 오우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몬스터다.

한 마리 한 마리가 드레이크와 견줄 수 있을 정도의 강함을 지닌 괴물이다.

아틸라의 눈이 사방을 훑었다.

그는 아직 숲의 색이 변하지 않은 구역을 찾았다.

북쪽이었다.

“모두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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