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만든 세계 속 광전사가 되었다-256화 (256/425)

256. 제국의 무기 (1)

일행은 강철바위성으로 향했다.

드워프들은 일단 스테로페스가 죽었기 때문에 복귀를 택한 것이고.

아틸라는 혹시라도 그곳에서 오르피나의 반지를 발견할 수 있을까 해서였다.

그러나.

‘뭐, 그럴 리가 없지.’

아틸라는 반지를 찾을 가능성은 한없이 제로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하워드 스틸숄더가 왕의 상징인 반지를 빼놓을 리 없기 때문이다.

때마침 카스피가 작게 속삭였다.

“아틸라. 그 왕이 잡혀갔으면 오르피나의 마지막 성물은 어떻게 되는 거야?”

“아이고 살쾡이 암살자. 그래서 지금 아틸라 님이 강철바위성을 향하는 것이 아니요. 혹시라도 떨궜으면 몰래 챙겨 오려고.”

“호엣! 그, 그런 거구나!”

“그러니까 모른 체하고 있으쇼. 저 드워프들이 알게 되면 지들이 먼저 챙길 수도 있으니까.”

오토와 카스피가 검지를 입술에 대고 쉿! 하며 의미심장한 눈빛을 교환했다.

아틸라는 그런 둘을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봤다.

“도착한 것 같구나.”

바토리가 말했다.

과연 저만치 보름달 아래로 강철바위성의 그림자가 보였다.

“전투가 상당히 격렬했던 것 같소.”

“그러게 말이야. 성한 곳이 한 군데도 보이지 않는걸.”

오토와 카스피의 말대로, 강철바위성은 폐허에 가까웠다.

성문은 흔적도 없이 부서졌고, 멀쩡한 성벽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아틸라는 랄프에게 들었던 전투 상황을 떠올렸다.

‘암피테르들이 커다란 돌덩이를 낙하시켰다 했었지. 그 와중에 스테로페스가 달려와 난동을 부렸고.’

암피테르는 체구에 비해 긴 턱과 강한 치악력을 가지고 있다.

놈들이 떨어뜨린 돌덩이는 강철바위성에 상당한 피해를 입혔을 것이다.

아틸라는 다시금 부서진 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마치 환각처럼, 당시의 전투가 번히 눈에 그려졌다.

‘암피테르가 브레스를 쏘지 못하는 종인 게 그나마 다행이었군.’

모든 용족이 브레스의 힘을 지닌 건 아니다.

대부분의 용족은 브레스를 쏠 수 없다.

아니, 하늘을 날 수 있는 용족으로 한정한다면 그 수는 더욱 줄어든다.

‘비행하며 브레스를 쏘는 용족은 그야말로 재앙이니까.’

아틸라는 칼날 산맥에서 있었던 머리 둘 달린 드레이크와의 전투를 떠올렸다.

그러면서 마음의 준비를 했다.

앞으로 제국군과 전투를 벌이게 된다면, 반드시 공중전을 대비해야 할 것이다.

‘도롱뇽의 스킬들을 업그레이드해 두는 편이 좋겠군.’

일행은 성 안으로 들어섰다.

랄프와 드워프들은 시체를 수습하고, 부상자들을 옮겼다.

아틸라 일행도 그것을 도왔다.

어차피 아틸라는 대격변을 대비해 강철바위 드워프와 동맹을 맺어 두려 했다.

“고맙군. 아틸라.”

랄프가 다가와 말했다.

아틸라는 별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오토는 실실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답례라기엔 뭣하지만 맛 좋은 술과 고기가 있다면 좀 먹고 싶소. 그 외눈박이 거인을 상대했더니 아주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멈추질 않네 아이고. 헤헤.”

“그러지.”

그렇게 답한 랄프는 잠시 후, 일행을 지하의 식당으로 안내했다.

지하는 제국군과 스테로페스의 공격에 피해를 입지 않았기에, 일행과 드워프들은 그곳에서 술과 고기로 든든히 배를 채울 수 있었다.

랄프가 물었다.

“그런데 강철바위산을 찾은 이유가 뭔가. 아틸라.”

“하워드 스틸숄더에게 용건이 있었지.”

“용건? 하워드에게?”

랄프는 내용이 궁금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아틸라는 이야기하지 않았고, 랄프도 캐묻지 않았다.

“하워드가 제국으로 끌려갔으니, 이제 어찌할 셈인가.”

“솔직히 말해 나도 아직 모르겠군. 이런 상황은 전혀 예측하지 못했으니까.”

아틸라의 대답에 랄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아니 이 자리의 모든 드워프들이 오늘의 일을 예견하지 못했다.

제국의 기사들이 날것을 타고 등장하고.

하워드를 포함한 대장장이들이 납치되고.

거기에 더해 거인 스테로페스까지 감옥에서 탈출해 강철바위성을 공격하다니.

“넌 어찌할 셈인가. 랄프.”

“일단은 부상자를 돌본다. 최대한 성을 복구하고, 부상자들이 회복하는 대로 북으로 이동할 생각이다.”

“제국을 칠 생각인가.”

“목적은 제국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하워드와 대장장이들을 구출하려면 전투는 피할 수 없겠지.”

랄프의 눈빛이 변했다.

“아틸라. 혹시 우리와 함께 할 생각이 있는가.”

아틸라는 즉답하지 못했다.

오르피나의 반지는 반드시 찾아야 한다.

그러려면 하워드를 만나야 하고, 제국으로 침투해야 한다.

그러나 바토리의 말이 아틸라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난 그다지 불사의 몸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구나.’

게다가 아틸라에겐 오르피나의 반지를 찾는 것 말고도 다른 목표가 있다.

하워드의 정확한 행방을 알 수 없게 된 지금.

그래서 오르피나의 성물을 모두 모으는 일이 불투명해진 지금, 그 목표는 더욱 서둘러 수행해야 할 일이 되었다.

‘버서커의 힘을 활용하고, 통제하기 위한 아이템.’

아틸라는 이무기의 독액과 나이아드의 눈물을 통해, 버서커의 힘에 관한 자신의 가정이 어느 정도 들어맞았다는 것을 알았다.

“당장은 대답할 수 없겠군. 랄프.”

“천천히 생각해 보는 것도 좋겠지. 원하는 만큼 이곳에 머무르도록 하게.”

랄프가 자리에서 일어나 드워프들에게 걸어갔다.

드워프들은 이런 큰일이 있었음에도 왁자지껄하게 떠들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

“격렬한 전투 뒤에 마시는 맥주 맛은 역시 일품이군!”

“내일부터는 무너진 성을 보수하느라 바쁘겠지만 말이야!”

“그럼 내일의 술도 아주 맛이 좋을 거란 뜻이로군! 누음앗핫핫핫하!”

성이 부서지고, 많은 동료들이 목숨을 잃었는데도 그들은 침울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하워드와 대장장이들을 구출하는 일을 기대하는 눈치였다.

확실히 인간과는 다른 사고방식.

그런 드워프들 사이로 오토가 끼어들었다.

“호우호우!”

오토는 드워프 특유의 외침을 흉내 내며 식당을 돌아다녔다.

드워프들과 함께 술을 마시고, 고기를 뜯었다.

카스피도 마찬가지였다.

오토와 카스피는 술을 마시면 더욱 가까워졌다.

바토리가 웃으며 말했다.

“결국 철혈귀검의 말대로 되었구나.”

‘그럼 얼른얼른 갑시다! 안 그래도 지난번 황금바위산에서의 거나한 술자리가 그리웠는데, 이참에 아주 그냥 신나게 술과 고기를 뜯어보는 거요! 으하하하하!’

오토의 목소리를 생각하며 아틸라도 피식 웃었다.

“스테로페스가 나타난 것도 녀석이 잔뜩 입을 털어서인지도 모르겠군.”

그 순간 아틸라의 머릿속에 무언가가 떠올랐다.

스테로페스는 키클롭스의 감옥에서 탈출했다.

즉.

‘지금 그곳엔 주인이 없다.’

게다가 문 또한 무방비하게 열려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틸라는 스테로페스의 감옥 안에 특별한 아이템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버서커의 힘을 통제하기 위해 필요한, 체력 상승의 아이템.’

다만 그곳은 스틸숄더의 도움 없이 들어갈 수 없고, 또 크누트 없이 입장하는 건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 했기에 지금껏 염두에 두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비교적 손쉽게 버서커의 힘을 통제할 아이템 하나를 손에 넣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게다가 아틸라는 스테로페스의 감옥을 향하며 추가로 해야 할 일을 찾았다.

아틸라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그는 다음 목적지를 정했다.

* * *

이튿날 아침.

일행은 스테로페스의 감옥을 향해 걷고 있었다.

“아아 머리야…….”

카스피는 지난밤의 과음 때문인지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오토가 낄낄대며 놀렸다.

오토는 알콜 분해 능력이 아주 남다르게 뛰어나다.

바토리가 말했다.

“술을 잘 마시지 못하면 조금 자중하는 건 어떻겠느냐. 카스피.”

“이상하게 마실 땐 홀짝홀짝 잘 넘어간단 말이야. 그러다 보면 취기가 돌면서 막 자신감이 충만해진다고! 이번엔 진짜 다음날에도 숙취가 없을 것 같은 그런 굉장한 느낌말이야! 하지만 역시나 실패였어. 윽…….”

“그래가지고 몬스터를 만나면 싸울 수나 있겠냐.”

“그건 걱정 마 아틸라. 아마 전투가 시작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괜찮아질걸? 헤헤.”

스테로페스의 감옥은 강철바위산의 북서쪽 수해 외곽부에 있다.

그리고 외곽부의 몬스터들은 스테로페스를 두려워한다.

아마도 지금 그곳의 몬스터들은 스테로페스가 벌인 난장판 탓에.

‘수해 깊숙이 몸을 숨기고 있겠지.’

일행의 안전 차원에서는 다행인 일이다.

하지만 아틸라는 이번 기회에 수해의 몬스터들을 사냥할 생각이었다.

‘제국이 암피테르를 길들인 것이 확실한 이상, 그것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

제1목적은 도롱뇽을 더욱 강력한 환수로 만드는 것.

‘암피테르를 타고 다니는 제국 기사를 상대로, 도롱뇽의 역할은 크다.’

따라서 이참에 도롱뇽의 레벨은 충분히 올려 두는 편이 좋다.

물론 아틸라를 포함한 동료들의 레벨 역시 상승의 여지가 있을 것이다.

‘나와 바토리는 잘 오르지 않겠지만.’

아틸라와 바토리는 지금도 대단히 강하기 때문에, 아무리 적을 쓰러뜨려도 쉬이 레벨이 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카스피는 아직 레벨이 오를 여지가 남아 있었고.

특히 오토는 다른 동료들에 비해 레벨업을 위한 경험치 요구량이 적었다.

아틸라는 그것에 내심 놀라움을 느꼈다.

‘오토 녀석. 앞으로도 한동안은 더 강해질 수 있다는 건가.’

처음 봤을 때와 비교한다면 오토는 정말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이전에 아틸라는 패영전의 등장인물 중, 제롬과 카스피가 상당한 급성장을 이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후 슈시아의 성장폭이 더욱 대단하다 느꼈었고.

지금은.

‘오토 녀석이 더욱 성장할지도 모르겠군.’

잠시 후 일행은 수해에 진입했다.

스테로페스의 발자국을 따라왔기에, 수해 시작점은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일행은 스테로페스의 흔적을 따라 수해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아틸라의 예상대로, 한참을 진입했지만 몬스터는 보이지 않았다.

“이거 곤란하게 됐군.”

“무엇이 말이더냐 야만전사야.”

“스테로페스의 감옥으로 가는 길에 몬스터를 좀 잡으려 했다. 그런데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군.”

“힉! 그, 그게 무슨 소리요! 일부러 몬스터를 잡으려 했다니!”

“마, 맞아 아틸라! 마주치는 경우야 어쩔 수 없지만, 일부러 잡을 필요까진 없잖아!”

바토리가 끼어들었다.

“카스피. 그리고 철혈귀검아.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

바토리의 눈이 아틸라를 바라봤다.

“염려 말거라 야만전사야.”

“뭘.”

바토리는 대답 대신 싱긋 웃었다.

그녀의 입에서 고대의 언어가 흘러나왔다.

아틸라는 바토리가 무얼 하려는 건지 깨달았다.

“이런 미친!”

아틸라는 바토리를 말리려 했다.

하지만 한발 늦었다.

퍼퍼퍼퍼펑!

바토리의 손에서 뿜어진 불의 구체들이 수해 깊숙한 곳의 나무들을 타격했다.

오토가 기겁하며 소리쳤다.

“히익! 뭐, 뭐 하는 거요 바토리 아가씨!”

심지어 바토리는 추가 마법을 시전하려 했다.

그것을 아틸라가 막았다.

바토리가 웃으며 말했다.

“흐응. 몬스터들이 내 인사를 받아 준 것 같구나.”

쿵. 쿵쿵. 쿵쿵쿵.

발소리가 들렸다.

점점 커졌다.

쿵쿵쿵쿵. 쿵쿵쿵쿵쿵!

한두 마리가 내는 소리가 아니었다.

아틸라는 흑철검과 흑철방패를 들었다.

이윽고 수해의 어둠을 뚫고 몬스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카스피가 비명을 질렀다.

“흐에에엣! 뭐, 뭐가 저렇게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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