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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세계 속 광전사가 되었다-253화 (253/425)

253. 제국 (3)

샤를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예정대로라고?”

- 그렇다. 모든 것은 예정대로 움직이고 있다.

“영문 모를 소릴 하는군. 카르타고.”

- 머지않아 알게 될 것이다.

카르타고의 몸에서 검은 오러가 뻗쳤다.

강력한 오러를 머금은 그의 검이 샤를을 습격했다.

그것을 막아 낸 샤를의 몸이 주르르 뒤로 밀렸다.

“크윽……!”

샤를은 강해졌다.

그러나 벨리알의 마력을 발현한 카르타고는 이전보다 더욱 강했다.

샤를은 다시금 카르타고에게 돌진하려 했다.

그 순간 하늘에서 엄청난 속도로 아에스투스가 내려와 카르타고를 등에 태웠다.

- 샤를 아인하르트. 넌 예정된 존재다.

아에스투스가 날개를 움직였다.

- 이 세계를 움직이는 거대한 의지.

떠오르는 아에스투스의 등 위에서 카르타고가 말을 맺었다.

- 넌 그 중심에 서 있는 존재다.

* * *

아틸라 일행은 강철바위산을 향해 이동하고 있었다.

앞으로 사흘 정도 더 움직이면 도착할 수 있을 듯했다.

윅시프 백작의 별장을 떠난 직후부터 오토는 아틸라에게 무언갈 묻고 싶은 눈치였다.

아틸라는 그것을 알았지만, 굳이 먼저 이야기를 꺼내진 않았다.

이윽고 오토가 아틸라에게 말머리를 붙였다.

“저기, 아틸라 님.”

“왜.”

“그, 전에 한번 말한 적 있지 않수. 드워프들의 탄생 배경에 대해.”

아틸라는 물끄러미 오토를 돌아봤다.

오르피나의 첫 번째 성물을 찾기 위해, 황금바위산 동쪽의 ‘키클롭스의 감옥’을 향하는 길에 했던 이야기를 말하는 것이었다.

갑자기 그 이야기는 왜 꺼내는 것인가, 생각하며 아틸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지.”

“그때 아틸라 님이 말하지 않았수. 그 뭣이냐,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에게 키클롭스 삼형제라 불리는 세 명의 거인 제자가 있었고, 그 거인들은 신들의 무기를 제작할 정도로 뛰어난 대장장이였다고. 그래서 보다 좋은 철을 확보하기 위해 대륙의 삼대(三大) 바위산에 자리를 잡았다고 말이요.”

“오. 그걸 다 기억하고 있었냐?”

아틸라가 조금 놀랐다는 듯이 말했다.

불안해하던 오토의 얼굴이 한순간에 으쓱거림으로 바뀌었다.

“험험! 당연한 것 아니요! 이래 봬도 난 상당히 머리가 좋은 편이요!”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험험! 그러니까 그 세 거인이 드워프를 만들었다 하지 않았소. 각각 황금바위 드워프, 청동바위 드워프, 강철바위 드워프.”

“그래.”

물론 단순한 돌인형에 불과했던 드워프에게 생명을 불어넣은 건, 주신과 헤파이스토스지만.

“그, 그리고 세 거인이 신의 종복이 되는 것을 거부하고, 스스로를 신이라 칭하며 대륙을 침략했고 말이요. 그래서 그것을 막기 위해 요정과 엘프가 나타나…….”

“아 뭐야 영주 나리. 무슨 말을 하고 싶길래 그렇게 뜸을 들여.”

답답함을 느낀 카스피가 짜증을 냈다.

오토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아, 아무튼! 그래서 요정, 엘프와 힘을 함친 드워프들이 세 거인을 감옥에 처넣었지 않소! 그,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즉……!”

“흐응. 이제야 알겠구나. 철혈귀검의 속을.”

“응? 뭔데 바토리? 난 모르겠어.”

오토를 보는 바토리의 눈이 배시시 좁혀졌다.

“그건 철혈귀검에게 직접 들어보도록 하자꾸나.”

카스피의 눈이 오토를 향했다.

바토리와 아틸라도 오토를 봤다.

세 동료의 시선을 느끼며, 오토가 주저하듯 말했다.

“……호, 혹시 이번에도 거인과 싸워야 하는 거요?”

오토는 잔뜩 겁에 질린 얼굴이었다.

어처구니가 없다는 얼굴로 아틸라가 말했다.

“뭐야. 고작 그걸 물어보려고 그렇게 뜸을 들인 거냐?”

오토의 얼굴에서 구슬땀이 쏟아졌다.

“저, 저 요망한 도마뱀 때문이요! 마, 마, 맞소! 내가 뭐만 물어보면 자꾸 날 할퀴려 드니까!”

“뭐야? 저 종복 미물 새끼가 왜 내 핑계를 대!”

“시, 시끄럽다 이 요망한 도마뱀아아아!”

오토는 버럭 소리치며 아무렇게나 둘러댔다.

그가 질문을 주저했던 진짜 이유는 도롱뇽 때문이 아니었다.

카스피 때문이었다.

오토는 언젠가부터 카스피에게 신경을 쓰는 자신을 발견했다.

처음엔 동료로서의 우정이라 생각했지만, 점차 헷갈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토는 무언가 자신감 없는 말을 내뱉을 때마다 카스피의 눈치를 보게 되었다.

그녀 앞에서 당당한 모습만을 보이고 싶어진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성격이란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는 법.

오토는 항상 말을 내뱉고 난 뒤에 후회를 했고, 그래서 이번엔 최대한 돌려서 자신의 뜻을 전해 보려 한 것이다.

그것을 바토리가 알아챘다.

그러나 아틸라는 오토의 그런 속마음까지는 알지 못했다.

“지난번에도 거인과 싸운 일은 없었던 걸로 아는데.”

아틸라의 말대로다.

지난번 키클롭스의 감옥에서 거인 아르게스를 만났을 때는, 별다른 싸움 없이 바토리의 마법진을 통해 놈을 명계로 추락시켰다.

물론 크누트의 전격 마법 내성과, 그의 특별한 능력인 피뢰침(避雷針) 덕분이긴 했지만.

“그, 그러니까 하는 말 아니요! 지난번엔 그 드워프 왕 덕분에 싸움 없이 넘어갔지만, 이번엔 우리밖에 없지 않소!”

그제서야 아틸라는 오토의 말뜻을 알아들었다.

“새끼. 이번에도 키클롭스의 감옥을 찾아가야 하는 건 아닌가 걱정하는 거였냐.”

“그, 그럼 아니요?”

황금바위산과 마찬가지로, 강철바위산 근처 수해 안에는 키클롭스의 감옥이 있다.

그 안에 갇힌 거인은 키클롭스 삼형제 중 둘째인 스테로페스.

그러나 이번에 일행은 굳이 키클롭스의 감옥을 찾을 이유가 없다.

오르피나의 마지막 성물은, 강철바위산의 왕인 ‘하워드 스틸숄더’가 가지고 있기 때문.

이야기를 들은 오토가 반색했다.

“호오오옷! 그렇다면 우린 그 강철바위산의 왕을 만나 성물을 달라고 하면 되는 거요?”

“멍청한 새끼. 달란다고 그냥 주겠냐.”

하워드는 오르피나의 성물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다.

단지 오래전부터 가문에 전해져 내려오는 장신구인 줄로만 알고 있을 뿐.

‘오르피나의 반지는 강철바위 왕의 증표로 쓰이고 있다.’

오르피나의 성물들이 특별한 마력을 발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기도 했다.

“반지는 하워드가 직접 착용하고 있다. 오랫동안 왕의 증표로 쓰인 그것을 하워드가 쉽게 내줄 리는 없겠지.”

“그렇다면 어떻게 그것을 얻어 낼 셈이더냐.”

“사실대로 말하는 수밖에 없겠지.”

다가올 대격변.

그것에 대항하기 위해 오르피나의 성물은 필수적이다.

‘각각 떨어져 있을 땐 평범한 장신구일 뿐이지만.’

네 성물이 한자리에 모인다면 이야기는 다르다.

성물들은 바토리를 관조자로 되돌릴 수 있고, 리베르를 부활시킬 수 있으며.

‘원래부터 특별했던 관조자인 바토리 에르제베트에게 어떤 시련을 부여할 수 있다.’

그리고 바토리가 그 시련을 이겨 낸다면.

‘바토리는 신에 필적하는 힘을 얻게 된다.’

그 순간 아틸라는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꼈다.

며칠 전 바토리가 했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난 그다지 불사의 몸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구나.’

‘불사는 축복이 아닌 저주이니라.’

바토리는 불사자의 삶을 원치 않는다.

다가올 시련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

아틸라는 바토리를 돌아봤다.

바토리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얼굴로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그러나 아틸라는 그런 바토리의 얼굴 위로 보이지 않는 어둠이 드리운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흐응. 그렇게 빤히 쳐다보지 않아도 내 얼굴이 아름답다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느니라.”

바토리가 웃으며 말했다.

그런 그녀의 얼굴에서 아틸라가 직전에 느꼈던 어둠은 사라져 있었다.

아틸라가 말했다.

“하워드도 대격변의 전조에 대해 알고 있을 거다. 카르타고가 카스티야 왕국을 점령했다는 건 인간 사이에선 이미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큰 사건인 듯하니까.”

강철바위산은 카스티야 왕국과 그리 먼 거리에 있지 않다.

“난 단순히 오르피나의 반지를 손에 넣는 것을 넘어, 강철바위 드워프족을 동맹으로 만들 생각이다.”

오토가 물었다.

“하, 하지만 강철바위 드워프가 뭘 믿고 우리에게 힘을 빌려주겠소. 드워프들의 꽉 막힌 성격은 황금바위나 강철바위나 다 비슷한 것 아니요?”

“그렇긴 하지. 그러나 드워프들은 엘프와 달리 다른 일족을 경계하지 않는다. 오히려 반갑게 맞아 주는 편이지.”

“……저기 아틸라 님. 우린 드워프가 아닌데요?”

“하지만 황금바위 드워프 장인의 손길이 담긴 물건을 가지고 있지.”

오토의 눈이 커졌다.

그랬다.

아틸라와 오토는 황금바위산의 드워프 장인, 골든핑거 포저가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플레이트 아머와, 검과 방패를 지니고 있다.

“하워드 스틸숄더는 우리 무구를 알아볼 거다. 녀석은 강철바위산의 왕이자, 강철바위 드워프족에서 가장 뛰어난 대장장이니까.”

물론 드워프들이 다른 일족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고, 또 하워드가 골든핑거의 무구를 알아본다고 하여 반드시 아틸라에게 협조적으로 나온다는 보장은 없다.

일행은 오르피나의 반지를 손에 넣지 못할 수도 있다.

강철바위 드워프와 동맹을 맺지 못할 수도 있고, 어쩌면 문전박대를 당할 수도 있다.

그뿐 아니라 최악의 경우엔.

‘각자의 이득을 위해 검을 맞대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겠지.’

그러나 아틸라는 그런 가능성을 굳이 말하지 않았다.

아틸라는 동료들이 자신을 보며 갖는 감정을 알고 있었다.

오토.

카스피.

심지어 바토리마저도 아틸라를 일행의 지도자로 봤다.

‘지도자는 약한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

그래서 아틸라는 동료들을 보며 자신 있게 씨익 웃었다.

그것은 이번에도 통했다.

얼굴에서 모든 근심을 털어 낸 오토가 히죽 웃으며 외쳤다.

“그럼 얼른얼른 갑시다! 안 그래도 지난번 황금바위산에서의 거나한 술자리가 그리웠는데, 이참에 아주 그냥 신나게 술과 고기를 뜯어보는 거요! 으하하하하!”

“뭐야 영주 나리. 아깐 그렇게 겁먹은 강아지처럼 눈치를 살피더니. 그새 강철바위 드워프와 절친이라도 된 거야?”

“거, 겁먹은 강아지라니!”

“그건 철혈귀검의 말이 맞구나. 강아지라니. 저렇게 늙고 못생긴 강아지가 어디 있다는 말이더냐.”

“늙고 못생겼다니!”

“맞아! 그러고 보니 영주 나리 이제 마흔 살이지! 윽, 완전 아저씨.”

“아직도 마음만은 스물셋이요!”

“뭐야! 왜 하필 나와 같은 스물셋이라는 거야! 기분 나뻐.”

“그게 왜 기분이……!”

“아무튼 영주 나리는 내 옆에만 딱 붙어 있어. 시비 거는 드워프가 있으면 내가 다 혼내줄 테니까.”

그러더니 오토와 카스피는 언제 으르렁댔냐는 듯 시시덕대기 시작했다.

바토리가 아틸라에게 속삭였다.

‘흐응. 내 말이 맞는 것 같지 않느냐.’

아틸라는 오토와 카스피가 낄낄대며 노는 모습을 바라봤다.

그러고는 잠시 후, 피식 웃었다.

사흘 뒤 일행은 강철바위산에 도착했다.

그리고 일행은, 오르피나의 마지막 성물을 얻는 일이 결코 쉽지 않으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오토가 혼비백산하며 소리쳤다.

“히익! 저, 저게 뭐요 아틸라 님! 거인하고 싸울 일 없을 거라면서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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