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만든 세계 속 광전사가 되었다-248화 (248/425)

248. 습격 (1)

아틸라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너무 추켜세우는 것 아닌가. 고작 네 명의 인간을 아인하르트 왕국이나 5대 마탑, 심지어 북쪽의 대제국과 비교하다니.”

라일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고작 네 명의 인간이라니. 한 명 한 명이 4대 마탑주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실력자가 아닌가.”

일행의 얼굴을 둘러보던 라일이 문득 정정했다.

“아, 오토마이어 왕은 제외하고 말이오.”

“구, 굳이 그런 말은 하지 않아도 되오!”

버럭 소리친 오토가 이내 킬킬대며 웃었다.

나머지 일행도 웃었다.

“게다가 이 일행엔, 드라콘 이스메니오스가 있지.”

그렇게 말한 라일이 도롱뇽을 바라봤다.

도롱뇽이 말했다.

“뭘 꼬나봐 새끼야.”

머쓱해진 라일은 펀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끼아옹, 작게 울음소리를 낸 펀치가 혀를 헥헥대며 라일을 마주 봤다.

라일의 입가에 엷은 미소가 걸렸다.

“메피스토가 말하더군. 저 곰은 아주 특별한 힘을 지닌 신수(神獸)라고 말이야.”

바토리가 솔깃하며 물었다.

“메피스토는 펀치에 대해 알고 있다는 말이더냐.”

바토리는 펀치에 대해 예전부터 궁금증을 갖고 있었다.

펀치의 아공간 마법.

다시 말해 펀치의 인벤토리 기능은 바토리로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었으니까.

영묘한 짐승인 신수.

그중에서도 아공간 마법을 시전할 수 있는 개체는, 바토리가 알기로 없었다.

“아쉽게도 메피스토는 펀치의 정체에 대해 알지 못한다. 그러나 한때 신이었던 메피스토펠레스의 일부인 메피스토가 모른다는 것엔, 충분한 시사점이 있을 수 있겠지.”

바토리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수해, 혹은 칼날 산맥 너머의 세계에서 온 존재라는 말이더냐.”

“그럴 확률이 높을 것 같군.”

라일의 눈이 아틸라를 바라봤다.

“게다가 아틸라, 네가 지닌 힘은 이곳의 일행이 전부가 아니다. 넌 서리나무 엘프와 발키리 부대를 움직일 수 있고, 거기에 더해 나바라 왕국의 군대와, 샹크리스의 크레센시아 성기사단과도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아니, 그사이 내가 모르는 동맹군을 더 많이 만들었을지도 모르지.”

“얼마 전 달빛우물숲을 다녀오긴 했지. 샤를 녀석을 데리고.”

“호오.”

라일의 눈에 흥미가 맺혔다.

아틸라가 말했다.

“뭐, 아무튼 알겠으니까 비행기는 이제 그만 태우고.”

“비행기?”

“라일.”

아틸라의 표정이 변했다.

“네게 할 말이 있다.”

* * *

네 마리 말이 들풀을 가로지는 소리가 울렸다.

라일은 수오미 왕국의 남쪽 관문을 지나, 샹크리스 왕국으로 진입했다.

적마탑 서열 1위, 2위, 3위 마법사가 그림자처럼 그의 뒤를 따랐다.

세 마법사는 불안한 얼굴로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수오미 왕국을 지나는 내내, 그리고 샹크리스 왕국에 도착한 뒤로도 줄곧 라일은 침묵만을 지키고 있었다.

‘탑주께서 기분이 좋지 않은 것 같군.’

‘검은늑대의 아틸라를 만난 뒤로, 부쩍 말수가 줄었다.’

‘탑주께서는 정말로 그런 일이 벌어질 거라 생각하시는 건가.’

라일은 아틸라에게 심상치 않은 말을 들었다.

‘수오미 왕국을 벗어날 때까지는 청마탑에 호위를 부탁해라. 아울러 샹크리스 왕국에도 미리 연락을 취해 크레센시아 성기사단의 호위를 받는 것이 좋겠군.’

라일은 이유를 물었고.

아틸라는 이렇게 답했다.

‘카르타고가 센트럴 왕국에 모습을 드러낸 이유에 대해, 난 조금 다른 생각을 갖고 있거든.’

라일은 카르타고가 센트럴 왕국에 나타난 이유가 중앙 마탑의 실력을 가늠하기 위한 것이라 추론했다.

아틸라도 그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생각을 표했다.

그러나 아틸라가 봤을 때, 카르타고에겐 추가 목적이 있었다.

아울러 그 목적이란, 라일과 적마탑의 세 마법사에겐 극도로 위험한 것이었다.

“크레센시아 성기사단에 연락이 닿지 않은 것일까요. 탑주.”

마법사 하나가 물어왔다.

라일은 상념을 지우고 주위를 둘러봤다.

“그럴지도 모르겠군.”

라일은 아틸라의 의견을 받아들여, 수오미 왕국을 벗어날 때까지 청마탑 마법사들의 호위를 받았다.

또한 샹크리스 왕국으로 전령을 보내, 크레센시아 성기사단의 호위를 부탁했다.

편지엔 샹크리스 왕국 토너먼트 우승자의 증표가 동봉됐다.

아틸라의 부탁이라는 것을 깨달은 키릴은 최고의 호위부대를 이끌고 달려올 것이다.

‘……그런데.’

성기사단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전령이 크레센시아 성기사단에 도착할 시간을 고려하지 않고, 서둘러 말을 달려온 탓인지도 모른다.

‘내가 너무 빨리 샹크리스로 진입한 것인가.’

그러나 그것엔 이유가 있었다.

아틸라의 이야기는 라일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아틸라의 말엔 일리가 있었고, 또한 그것은 라일과 세 마법사들만의 위험은 아니었다.

라일은 적마탑의 건재함을 어서 빨리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속도를 줄이도록 하지. 크레센시아 성기사단과 마주칠 수 있도록 말이야.”

라일의 말에 세 마법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크레센시아 성기사단과 길이 엇갈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됐다.

아틸라는 라일에게 이동 경로를 정해 주었고, 키릴에게 보내는 편지에도 그 내용이 포함됐으니까.

‘여기선 아틸라를 믿는다. 검증된 경로로 이동하며, 일단은 크레센시아 성기사단과 합류한다.’

네 마리 말은 이전보다 천천히, 그러나 쉼 없이 발을 움직였다.

어느새 해는 서편으로 기울었다.

초록빛이었던 들풀이 불그스름하게 변했다.

주위 공기도 해 질 녘의 그것으로 바뀌었다.

낮도 아니고, 밤도 아닌.

마치 이 세계의 신비가 아주 약간의 실마리를 풀어놓으려는 듯한, 기이하고도 모호한 어둠.

불현듯 짙은 암흑이 일행의 머리 위를 덮었다.

밤이 찾아왔다기엔 너무도 갑작스러운 변화.

라일의 등줄기에 소름이 돋아났다.

메피스토가 외쳤다.

‘피해라! 라일!’

콰콰콰콰콰콰쾅!

거대한 폭발음이 대지를 울렸다.

라일의 눈앞이 시커멓게 변했다.

아니, 온 사방이 암흑으로 화했다.

이히힝! 이히히히힝!

놀란 말들이 울부짖었다.

라일은 주위를 살폈다.

마법사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아틸라의 목소리가 머리를 스쳤다.

‘카르타고는 센트럴 왕국에 모습을 드러내 4대 마탑주가 중앙 마탑으로 모이도록 강제했다. 그 후 녀석은 카스티야 왕국으로 목표를 바꿨고, 점령에 성공했지.’

‘이후 중앙 마탑과 센트럴 왕국은 주변 왕국과 연합해 카스티야를 틀어막았다. 네 말대로 가급적 카르타고를 그 안에 가둬 둘 요량이겠지. 벗어난다 해도 이동 방향을 확보할 수 있을 테고.’

‘그러나 라일. 그 방법은 완전하지 않다.’

그 이유에 대해, 아틸라는 이렇게 말했다.

‘카르타고는 하늘을 날 수 있으니까.’

키랴랴랴랴랴랴!

하늘 위에서 가공할 포효가 울려 퍼졌다.

라일이 소리쳤다.

‘어떻게 된 건가! 메피스토!’

‘드래곤의 브레스가 쏟아졌다. 네 몸은 보호막으로 보호됐지만 다른 마법사들의 상황은 알 수 없다.’

메피스토의 말대로, 라일의 몸엔 보호막이 둘러져 있었다.

무려 세 겹이나 되는 화염의 보호막이.

라일은 생각했다.

‘역시 아틸라의 말은 사실이었다.’

아틸라는 카르타고가 하늘을 날 수 있다고 했다.

블루 드래곤 아에스투스를 타락해 길들였다는 것.

라일은 아틸라의 말을 믿었다.

그래서 청마탑에 호위를 부탁했고, 호위자 중 한 명인 ‘라쿠나 야르비’의 입을 통해서도 그것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라일은 메피스토의 마기를 시각에 집중했다.

그의 안구가 검게 변하며 안력이 향상됐다.

라일이 이런 특별한 마법을 발현할 수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라일은 메피스토펠레스의 ‘또 다른 자아’인 메피스토를 흡수했고, 흡수된 그의 마기를 연구했다.

아울러 그 능력은 점점 더 발전하고 있다.

‘마법사들은……!’

라일은 동료들을 찾았다.

저만치 널브러진 세 개의 덩어리가 보였다.

그것들이 꿈틀대며 몸을 일으켰다.

“탑주……!”

“무사하십니까 탑주!”

“쿨럭……! 컥……!”

라일이 안도의 숨을 뱉었다.

세 마법사는 라일과 마찬가지로, 각자의 마법을 발현해 브레스를 막았다.

그들은 아틸라가 했던 이야기를 라일에게 전해 들었고, 라일의 명령에 따라 언제고 마법을 발현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라일도 목소리를 내어 자신의 무사함을 알렸다.

메피스토가 외쳤다.

‘또 온다! 라일!’

키랴랴랴랴랴랴!

거대한 포효와 함께 재차 하늘이 어두워졌다.

그러나 라일은 직전보다 더욱 준비가 되어 있었다.

라일의 오른손에 붉은 기운이 응집됐다.

그것이 길고 거대한 창날의 형태로 바뀌었다.

그그그그그그……!

마력의 창자루를 쥔 라일이 팔을 등 뒤로 당겼다.

전장 3미터에 달하는 화염 창날이 하늘을 향해 겨눠졌다.

‘이번엔 그냥 당하지 않는다.’

이 마법은 적마탑을 습격했던 거대 와이번에게 치명상을 입혔던 공격기.

라일이 발현할 수 있는 마법 중 가장 강력한 관통력을 지녔다.

‘쏘아라. 라일!’

파아아아앙!

가공할 기세로 창날이 쏘아졌다.

라일은 승부수를 던졌다.

아무리 타락의 여파로 약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상대는 드래곤.

게다가 그 드래곤 위엔 버서커 카르타고가 있을 것이다.

퍼퍼퍼퍼퍼펑!

창날은 브레스를 분해하며 엄청난 속도로 날아갔다.

거기서 발생된 풍압이 시야를 가리던 모든 것을 날려 버렸다.

그래서 라일은 볼 수 있었다.

저 멀리 하늘 위에 고고하게 떠오른 흑빛의 드래곤을.

“버서커 카르타고오오오!”

콰드드득!

화염의 창날이 드래곤의 날개를 관통했다.

놀라운 일이었다.

라일의 공격은 드래곤의 브레스를 무효화시킨 것을 넘어, 반격까지 성공했다.

물론 드래곤은 강하다.

그러나 라일의 몸 안에 도사린 건 한때는 신이자 고위악마였던 존재.

메피스토펠레스(메피스토)다.

“탑주!”

“탑주께서 드래곤에게 일격을 가하셨다!”

“탑주를 도와라!”

세 마법사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그들은 라일의 마법에 마기가 섞여 있다는 것을 감지하지 못했다.

애초부터 하늘에서 쏘아진 브레스는 짙은 마기를 머금고 있었다.

그것이 마법사들을 헷갈리게 만들었다.

시야가 확보되자마자 라일은 드래곤의 등 위에서 카르타고의 모습을 찾았다.

그런데 보이지 않았다.

‘카르타고가 없다고?’

그 순간 소름 끼치는 비명이 라일의 등 뒤를 울렸다.

뼈와 근육이 찢어지는 소음과 함께였다.

라일은 뒤를 돌았다.

마법사 하나가 허리가 절단된 채 허공을 회전하고 있었다.

투트트트틋!

분수처럼 터져 오르는 핏물이 공기를 붉게 달궜다.

시커먼 오러를 발하는 거대한 검이 또 다른 마법사의 옆구리에 닿았고, 반대편 어깨를 뚫고 나왔다.

라일의 양손이 붉게 타올랐다.

그러나 채 마법을 완성시키기도 전에, 마지막 마법사의 몸이 세로로 쪼개졌다.

그렇게 적마탑의 세 마법사가 목숨을 잃었다.

라일의 안구에 핏발이 돋았다.

세 마법사를 고깃덩이로 만든 검붉은 갑주가 라일을 바라봤다.

투구 속 푸른 안광이 번득이는가 싶더니, 어느새 그 빛은 라일의 코앞에 다가와 있었다.

“카르타고오오오!”

카르타고의 검이 라일의 시야를 덮었다.

라일도 양손에 맺힌 마력을 상대에게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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