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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세계 속 광전사가 되었다-234화 (234/425)

234. 칼날 산맥의 포식자 (2)

일행을 향해 달려오던 슈시아가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그러고는 핑그르르, 몸을 돌려 마력 화살을 쐈다.

파파팟!

시위를 떠난 화살들이 동굴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무언가에 부닥치는 소음이 들렸고, 그 사이 거대한 발소리는 더욱 가까워졌다.

쿵쿵쿵쿵쿵!

“아틸라!”

슈시아는 아틸라에게 무언갈 말하려 했다.

그러나 그보다 거대한 소음에 삼켜졌다.

브레스였다.

키랴랴랴랴랴랴!

동굴의 어둠 속에서 새하얀 냉기의 브레스가 쏟아졌다.

아틸라는 도롱뇽의 오러를 확인했다.

[ 물 저항의 오러 ]

[ 물 마법에 대한 저항력이 20% 상승합니다. ]

패영전 세계관에서 냉기 속성은 물 속성에 포함된다.

그러나 드레이크의 마법 관통력은 상당하다.

이 정도 저항력으로는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기 어렵다.

그러나 아틸라에겐 이 상황에 유용한 아이템이 있었다.

[ 물정령의 반지 ]

[ 수(水)속성 마법에 대한 저항력이 20% 상승합니다. ]

거기에 추가로 아틸라는 방어 태세를 구축했고.

[ 방어 태세 ]

[ 모든 마법과 독, 상태 이상에 대한 저항력이 10% 증가합니다. ]

흑철방패를 꺼냈다.

[ 보조무기 숙련도가 20% 증가합니다. ]

“키릴!”

키릴은 아틸라의 의중을 알아챘다.

그녀의 몸에서 성스러운 광채가 일었다.

[ 성스러운 오러 ]

[ 마기에 대한 저항력이 30% 상승합니다. ]

스켈레톤 드레이크는 냉기 속성뿐 아니라 마기 속성을 함께 지니고 있다.

녀석이 칼날 산맥의 괴수이면서, 또한 언데드로 분류되기 때문.

‘지금의 브레스는 마기보다는 냉기에 더 가깝긴 하지만.’

그것을 차치하고서라도, 성스러운 오러는 드레이크를 상대로 상당한 효율을 발휘하는 기술이다.

게다가.

[ 30미터 반경 안에 위치한 파티원 모두에게 적용됩니다. ]

그래서 아틸라는 드레이크과 싸울 때, 일행에게 키릴과 30미터 이내의 거리를 유지하라 말해두었다.

아틸라는 달렸다.

키릴도 그의 옆을 달렸다.

“우리도 간다.”

샤를이 아틸라와 키릴의 뒤를 따랐다.

나머지 일행도 그림자처럼 세 전사를 쫓았다.

아틸라와 키릴의 몸에 바토리의 보호막이 씌워졌다.

“지금이다! 키릴!”

아틸라가 브레스를 향해 흑철방패를 뻗었다.

키릴도 방패를 뻗었다.

그 순간 두 개의 방패 사이로 슈시아가 미끄러지듯 난입했다.

“방패벽!”

아틸라의 외침과 동시에, 슈시아를 통과시킨 방패의 틈이 카앙! 좁혀졌다.

하나로 합쳐진 방패가 작은 방패벽을 만들었다.

그것이 드레이크의 브레스와 부닥쳤다.

파드드드드드드!

브레스의 위력은 상당했다.

최상위종인 ‘진짜’ 드래곤의 브레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드레이크 치고는 대단히 강력했다.

‘이렇게까지 강하다고?’

아틸라는 놀랐다.

물론 도롱뇽의 오러, 물정령의 반지, 성스러운 오러, 방어 태세, 그리고 바토리의 보호막이 녀석의 브레스를 견딜 만한 것으로 바꾸어 놓긴 했지만.

아틸라의 예상보다는 훨씬 강했던 것.

“크흑……! 크흐윽……!”

키릴의 입에서 신음성이 흘렀다.

키릴에겐 물정령의 반지와, 방어 태세의 저항 효과가 없다.

그녀의 발이 주르르, 뒤로 밀렸다.

아틸라는 아주 잠시 도롱뇽을 성체로 변화시켜 막아야 할지 고민했지만, 이내 머릿속에서 지웠다.

도롱뇽이 브레스를 발현하는 건 바토리가 마법을 쓰는 것보다 더욱 위험하다.

‘그렇다면.’

아틸라는 무휼을 꺼냈다.

[ 대마법병기 ]

키릴이 밀려나며 발생한 틈새로 무휼을 뻗었다.

그러나 무휼은 방패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표면적이 넓지 않았고, 그리 극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그때였다.

파지지지짓……!

찬란한 금빛 광채가 키릴의 눈을 밝혔다.

키릴이 옆을 돌아봤다.

거기엔 샤를이 있었다.

“샤를……!”

키릴은 자신의 등을 지탱하는 샤를의 오른팔을 느꼈다.

또한 샤를이, 자신의 방패를 함께 들며 그 안에 아레스의 신력을 주입하는 광경을 봤다.

그것은 효과가 있었다.

샤를과 키릴의 힘이 합쳐진 방패는 아틸라의 흑철방패 못지않게 브레스를 막아 냈다.

그렇게 세 전사의 방어 덕에, 나머지 일행은 브레스의 위협에서 안전하게 몸을 숨겼다.

그러는 사이 거대한 발소리는 더욱 가까워졌고, 이윽고 브레스가 멎었다.

인간이 호흡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용족의 브레스에도 시작과 끝이 존재한다.

“한 번 더 올 거다! 아틸라!”

슈시아의 외침이었다.

순간 아틸라는 그게 무슨 말인가 생각했지만 그녀의 말을 믿었다.

그리고 슈시아의 말은 사실이 되었다.

캬르르르르르르!

직전과는 조금 달라진 포효와 함께, 두 번째 브레스가 쏘아졌다.

브레스의 질감도 달랐다.

처음의 새하얀 빛이 아닌, 흑빛이었다.

‘냉기 브레스가 아니라고?’

아틸라의 눈이 커졌다.

두 번째 브레스는 마기의 브레스였다.

묘한 혼돈이 아틸라의 머리를 스쳤다.

두 가지 속성의 브레스를, 그것도 연이어 뱉어 내는 스켈레톤 드레이크라니.

아틸라는 슈시아가 동굴 밖으로 뛰쳐나오며 지었던 다급한 표정을 떠올렸다.

‘문제가 생겼다! 아틸라!’

파드드드드드드!

쇄도하는 브레스를 방패로 막으며 아틸라는 추리했다.

스켈레톤 드레이크는 두 가지 속성의 브레스를 쏘아 낼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마기 주력에 약간의 냉기를 포함한 브레스이거나.

혹은 냉기 주력에 마기를 포함한 브레스.

둘 중에 하나만을 뿜을 수 있다.

그런데 동굴 속에선 두 가지 브레스가 연이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은 둘.

하나는 동굴 안에 두 마리의 드레이크가 있었다는 것.

‘아니. 그럴 리 없지.’

아틸라는 첫 번째 가능성은 바로 배제했다.

스켈레톤 드레이크는 무리 생활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남은 가능성은 하나.

콰아아아앙!

동굴 입구를 부수며 스켈레톤 드레이크가 모습을 드러냈다.

녀석을 본 일행의 얼굴에 경악이 번졌다.

상황을 알고 있던 아틸라와 슈시아만이 사나운 눈으로 드레이크를 노려봤다.

키에에에에에에!

드레이크의 아가리에서 거친 포효가 터져 나왔다.

다른 아가리에선 여전히 마기의 브레스가 쏟아졌다.

그랬다.

드레이크의 몸통 위엔 두 개의 목이 달려 있었다.

‘머리가 둘 달린 스켈레톤 드레이크라니.’

아틸라는 상황이 급박해졌다는 것을 알았다.

현재 브레스를 쏘고 있는 드레이크의 머리는 검은색.

포효하고 있는 머리는 흰색이다.

게다가 흰색 머리의 포효가 심상치 않다.

“야만전사야.”

바토리도 그것을 느꼈다.

슈시아는 직관의 눈을 통해 변화를 감지했다.

“온다. 아틸라.”

때마침 마기의 브레스가 끝났다.

놀라운 변수는 있었지만, 첫 번째 관문은 무사히 통과했다.

이제 한동안 놈들은 브레스를 뿜지 못할 것이다.

아틸라는 심판의 외침을 시전했다.

[ 심판의 외침 ]

[ 언데드를 상대로 공격력과 회복력이 20% 증가합니다. ]

스켈레톤 드레이크를 향해 달렸다.

그러면서 아틸라는 보았다.

뿌드듯. 빠드드드드듯.

뼈만 남은 괴수들이 지면을 뚫고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흰색 머리가 내뱉었던 포효.

그건 역시 ‘언데드 소환’이었다.

[ 돌진(突進) ]

아틸라는 지체 없이 흰색 머리를 향해 돌진했다.

나가라자 탁샤카와 마찬가지로, 드레이크의 두 머리는 따로 타겟팅이 가능했다.

잘 된 일이었다.

자신이 하얀 머리를 맡고, 키릴이 검은 머리를 맡는다면 효율이 극대화될 것이다.

‘키릴은 마기를 발하는 타깃을 상대할 때 더욱 강해진다.’

아틸라는 순식간에 드레이크 앞에 도달했다.

일단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놈의 포효를 끊고, 더 이상의 언데드를 소환하지 못하게 하는 것.’

포효하는 흰색 머리를 향해 뛰어올랐다.

드레이크는 드래곤만큼 목이 길지 않다.

그래서 아틸라는 아슬아슬하게 놈의 턱에 무휼을 박아 넣을 수 있었다.

퍼걱!

놈의 목이 옆으로 돌아갔고, 거짓말처럼 포효가 멎었다.

바닥에 착지하자마자 아틸라는 시전했다.

[ 도발의 외침 ]

지금의 스켈레톤 드레이크는 슈시아에게 공격성을 집중한 상태.

빠르게 어그로를 빼앗아야 한다.

[ 도발에 성공했습니다. ]

[ 일정 시간 동안 대상이 오직 시전자만을 공격합니다. ]

도발은 성공했다.

그 사이 키릴은 드레이크의 검은 머리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나머지 일행은 사방에서 솟아오른 언데드와 전투를 시작했다.

언데드의 숫자는 상당했다.

“이, 이런 우라질 해골 놈들이!”

오토는 바토리에게 접근하는 언데드들을 몸을 날려 막았다.

“바, 바토리 아가씨! 이 오토만 믿으쇼!”

그러고는 흉흉한 눈을 뜨며 마구 칼질을 해댔다.

확실히 오토는 강했다.

그는 칼날 산맥의 언데드를 상대로도 상당한 기량을 발휘했다.

하지만 상대는 언데드.

불사체였다.

“히익! 빌어먹을! 계속 살아나는 거냐!”

오토는 강했지만, 순수한 물리력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전사였다.

그래서 그는 언데드의 숨통을 끊지 못했다.

“하여간 영주 나리는 내가 없으면 안 된다니까.”

그런 오토를 카스피가 보조했다.

카스피는 귀살자.

그녀의 귀기는 악귀, 혈귀뿐 아니라 마귀를 상대로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그리고 칼날 산맥의 언데드는 마귀에 속하는 괴물.

스컹! 창! 차앙! 촤르르륵!

귀기를 머금은 단검과 사슬낫이 종횡무진 전장을 누볐다.

상대적으로 움직임이 느린 언데드 사이로, 카스피는 나비처럼 날아다녔다.

“아하하하! 몸을 움직이니 한결 추위가 덜한걸!”

슈시아도 발키리의 힘을 발현해 언데드를 상대했다.

그녀가 쏘아 내는 마력 화살은 언데드에게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엘프의 근원인 자연의 마력은 ‘생명의 힘’이고, 발키리의 마력 화살엔 그 어떤 스킬보다도 방대한 자연의 마력이 담겨 있다.

당연하게도 그것은 언데드의 근원인 ‘죽음의 힘’과 상극이다.

그런 이유로 슈시아의 마력 화살은 언데드의 수복력을 방해하는 것을 넘어, 언데드의 근원 그 자체를 파괴할 수 있다.

툿투투투퉁!

슈시아의 마력 화살이 불을 뿜었다.

그때마다 언데드가 짚더미처럼 쓰러졌다.

원거리 딜러인 그녀는 카스피보다 효율적으로 언데드들을 섬멸했다.

그러면서 슈시아는 직관의 눈을 통해, 아틸라와 키릴이 안정적으로 드레이크의 어그로를 빼앗아 간 것을 확인했다.

‘좋아.’

슈시아의 타깃이 드레이크로 바뀌었다.

일곱 개의 마력 화살이 활시위에 걸렸고, 발사됐다.

펑! 펏퍼퍼펑! 퍼펑!

마력 화살이 드레이크의 몸을 관통했다.

드레이크 역시 언데드이기에, 슈시아의 화살은 놈에게 상당한 피해를 입혔다.

아틸라는 드레이크 사냥이 생각보다 수월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걸 느꼈다.

머리 둘 달린 돌연변이가 등장했을 땐 솔직히 놀랐지만.

일행의 무력과 임기응변은 그것을 충분히 이겨 낼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났다.

그중에서도 특히나 아틸라를 놀라게 한 이가 있었다.

‘샤를.’

샤를은 타깃의 양측면을 오가며 무지막지한 공격을 펼쳤다.

때이른 언데드 소환으로 카스피는 자리를 비웠다.

샤를은 그렇게 생긴 카스피의 공석을 압도적인 무력으로 메웠다.

샤를의 실력을 처음으로 마주한 키릴은 큰 충격을 받았다.

‘샤를 아인하르트. 저 정도였을 줄이야……!’

한편 아틸라는 순조롭게 진행되는 전투 속에서 묘한 불안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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