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만든 세계 속 광전사가 되었다-233화 (233/425)

233. 칼날 산맥의 포식자 (1)

이튿날.

일행은 칼날 산맥에 다다랐다.

직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강추위가 일행을 습격했다.

“흐아아악! 추, 추워!”

카스피가 외쳤고, 모든 일행이 몸을 떨었다.

바토리는 잡기술을 시전해 일행의 몸에서 소리와 냄새를 지웠다.

그러고는 약간의 마법을 사용해, 주위를 두둥실 떠다니는 열의 구체를 만들었다.

일행의 표정이 밝아졌다.

“바, 바토리 아가씨. 조금 더 따뜻하게 할 수는 없는 거요? 공을 더 많이 만든다든지, 아니면 크기를 늘린다든지…….”

“너무 강한 마법을 사용하면 산맥의 괴수들이 몰려올지 모른다. 이 정도로 만족하려무나.”

바토리의 말대로다.

일행은 강하지만, 그렇다고 떼거지로 몰려드는 괴수를 모두 상대할 수는 없다.

위험한 행동은 자제하는 편이 좋다.

“어이 오토. 본격적으로 산맥 중턱에 진입하면 이마저도 해제해야 한다. 추위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해.”

“크흑……! 하지만 아틸라 님……!”

칼날 산맥과 수해는 비슷한 점이 있다.

수해가 외곽부, 심층부, 최심부로 나뉘어 있듯.

칼날 산맥은 초입부, 중턱, 상단부로 구분된다.

물론 수해 최심부가 얼마나 깊은지.

그리고 칼날 산맥 상단부가 얼마나 높게 이어져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원작자인 나조차도.’

아틸라가 알고 있는 범위는 수해 심층부와, 칼날 산맥 중턱까지다.

수해 최심부와 칼날 산맥 상단부는 소설에서도 밝혀진 바가 없다.

‘그저 내 머릿속에만 어렴풋이 존재할 뿐.’

확실한 건 수해 외곽부보다 심층부가.

칼날 산맥 초입부보다 중턱에 더욱 강력한 괴물이 서식한다는 거다.

“이쪽. 아니아니. 이번엔 저쪽으로.”

다행히 일행 안엔 도롱뇽이 있었다.

레벨이 오를수록 강한 후각을 갖게 된 도롱뇽은 이럴 때마다 쓸모가 좋았다.

“저쪽. 아 저쪽이라고, 이 답답이 야만 미물 새끼야.”

“뒤질라고. 오랜만에 정신 교육 한번 할까?”

“…….”

도롱뇽의 안내와 바토리의 잡기술 덕에 일행은 순조롭게 산맥 초입을 통과했다.

몇 번인가 괴수를 만나긴 했다.

그러나 소수였고, 지금의 일행에게 그 정도 숫자의 괴수는 별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틸라 님. 이것들 이거, 생각보다 약한 거 아니요?”

“새끼. 묻어가는 주제에 말은.”

“무, 묻어가다니! 바, 방금 내가 괴수의 심장에 강철검을 꽂아 넣은 걸 못 봤단 말이오!”

“그럼 다음에 만나는 괴수는 혼자 잡아 보던가.”

“아니 그 정도로 약하단 말은 아니고요. 헤헤. 또 농담을 저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신다 아틸라 님.”

중턱에 오르자 추위는 극한으로 치달았다.

아틸라의 지시대로 바토리는 열의 구체를 지웠다.

구체의 온기가 사라지자 일행은 사시나무 떨듯 몸을 떨었다.

“사, 살쾡이 암살자. 그 샤를이 준 목도리 잠시 빌리면 안 되겠수?”

“시, 싫어! 이거 없으면 난 당장 얼어 죽고 말걸!”

카스피는 매몰차게 거절했다.

오토는 최대한 불쌍한 표정으로 키릴을 돌아봤다.

그러나 그 옆에 선 샤를의 심상치 않은 눈빛을 보자마자 마음을 접었다.

펀치는 아까부터 바토리의 목에 감겨 있었다.

“네 덕에 견딜 만하구나. 펀치야.”

일행은 달빛우물숲에서 방한복을 지원받았다.

옷엔 추위를 견딜 수 있는 마법적인 처리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추위에 강한 달빛우물 엘프에게 적합하도록 제작된 옷이었고.

그래서 일행은 방한복을 입었음에도 크게 추위에서 해방되지 못했다.

“으으……. 이럴 줄 알았으면 여러 겹 입고 오는 건데…….”

오토의 중얼거림에 아틸라가 말했다.

“여러 겹을 입으면 움직이기 불편해진다. 그만큼 생존율이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테지.”

“그, 그전에 얼어 죽을 것 같으니 하는 말 아니우.”

“그건 걱정 마라. 곧 따뜻하다 못해 땀이 흐를 정도로 더워질 테니.”

“말도 안 되는 소리 마쇼! 내가 그런 허황된 말에 속을 것 같소!”

아틸라는 그저 웃을 뿐 대꾸하지 않았다.

그는 방한복을 입지 않았다.

샤를도 마찬가지였다.

‘아틸라의 말이 맞다. 전사는 어느 상황에서든 자신의 몸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머지않아 오토는.

아틸라의 말대로, 비 오듯 땀을 흘리는 자신을 발견했다.

“헉! 흐억! 헉……! 이, 이번엔 정말 죽을 뻔했다!”

오토는 바닥에 널브러진 괴물을 보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

칼날 산맥 중턱의 괴수는 강했다.

초입부에서 만난 괴수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이게 예티다.”

아틸라가 무심하게 말하며 다시 걸었다.

“이, 이게 예티……? 그 서리거인인지 뭔지 하는…….”

서둘러 오토가 물었다.

“예티라는 저놈이 칼날 산맥 중턱에서 최강자인 거요?”

“무슨 말도 안 되는 농담을.”

“응?”

멍한 얼굴의 오토에게 바토리가 말했다.

“예티는 산맥 중턱의 괴수 중에선 약체에 속한단다.”

“그, 그럼 본 드래곤은…….”

“본 드래곤은 산맥 중턱의 최상급 포식자 중 하나지. 당연히 예티보다 강하지 않겠느냐.”

“히익!”

오토가 외쳤다.

“아, 아틸라 님! 잠깐만 기다려 주쇼!”

오토는 허겁지겁 방한복을 벗었다.

플레이트 아머 탓에 벗는 것이 쉽지 않자 그냥 힘으로 찢어 버렸다.

그러자 한결 몸을 움직이기 수월해진 것이 느껴졌다.

아틸라가 피식 웃었다.

“새끼. 죽기는 싫어가지고.”

일행은 계속 산맥을 올랐다.

본 드래곤은 산맥 중턱에서도 고도가 높은 곳에 서식한다.

도롱뇽이 말했다.

“킁킁. 냄새가 난다.”

“냄새?”

“멀지 않은 곳에 해골 드레이크 녀석이 있다고.”

본 드래곤이란 이름과 달리.

사실 본 드래곤은 드래곤이 아니다.

패영전 세계관에서 진정한 드래곤은 최상위 용족으로 구분된 반신급 존재들뿐.

‘예를 들면 블루 드래곤 아에스투스처럼.’

본 드래곤은 최상위종이 아닌, 상위종에 속하는 용족, 드레이크다.

‘그래도 반신의 경지에 도달하지 못한 용족 중에선 최강에 가까운 존재지.’

그런 본 드래곤의 정식 명칭은.

‘스켈레톤 드레이크(Skeleton Drake).’

본 드래곤의 외형은 일반적인 드레이크보다는 드래곤에 가깝다.

대부분의 드레이크가 날개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것에 반해.

본 드래곤은 작지만 날개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부르기 어려운 이름인 ‘스켈레톤 드레이크’보다는 본 드래곤이란 이름으로 불렸고.

그것이 오랫동안 이어져 내려오며 굳어진 것.

그리고 아틸라는 진정한 스켈레톤 드래곤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드라코리치.’

드라코리치(Drakolich).

언데드 용족 중 최강이자.

모든 언데드를 통틀어 최상위 포식자라 여겨지는 존재.

이유는 확실했다.

‘드라코리치는 최상위 용족인 드래곤이 죽은 뒤, 어떤 계기로 부활한 존재니까.’

머지않아 검은 동굴이 보였다.

본 드래곤이 걸어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제법 커다란 동굴.

“저기가 해골 드레이크 녀석의 둥지다. 야만 미물.”

아틸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첫 번째 목적지에 도달했다.

일행에겐 본 드래곤의 심장 두 개가 필요하기에.

여기 있는 녀석을 잡은 뒤, 다른 본 드래곤을 추가로 사냥해야 한다.

“각자의 임무를 다시 확인한다.”

아틸라는 일행에게 간략한 설명을 시작했다.

자세한 내용은 지난밤, 모닥불 앞에서 멧돼지를 뜯으며 설명했었다.

“어제도 말했듯, 내가 메인탱커다.”

메인탱커.

이 세계의 사람들에겐 생소한 단어지만.

편의를 위해 아틸라는, 이런 용어를 일행에게 설명해 두었다.

아틸라의 계획은 이랬다.

전신갑주와 방패, 그리고 방어 태세를 활용한 아틸라가 메인탱커를 맡고.

서브탱커이자 강력한 딜러로 키릴이 활약한다.

‘키릴의 성력은 언데드를 상대로 더욱 강해진다.’

그뿐만이 아니다.

아틸라에겐 심판의 외침이 있다.

[ 심판의 외침 ]

[ 언데드를 상대로 공격력과 회복력이 20% 증가합니다. ]

또한 키릴은 만약을 위해 힐러로도 활약해야 한다.

게임 속 하이브리드 직업군이 그렇듯.

키릴은 탱커, 딜러, 힐러의 역할을 모두 수행해야 한다.

키릴에겐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다.

“샤를과 카스피는 본 드래곤의 양측면을 공격한다. 놈은 산맥 중턱에서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는 존재를 만나 본 적이 없을 테니 방심하고 있겠지. 놈이 착각하고 있는 동안 최대한의 공격을 가하도록.”

“응. 아틸라.”

“알았다 아틸라.”

이후 아틸라는 편의상 본 드래곤을 드레이크라 불렀다.

“드레이크는 날개를 가지고 있다. 날개가 작은 탓에 그리 오랜 시간 비행할 수는 없지만, 놈이 일단 하늘로 떠오르면 근접 딜러의 힘은 무용지물이 되지. 따라서 녀석이 지상에 있을 때 최대한 많은 공격을 퍼부어야 한다.”

샤를과 카스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샤를의 얼굴을 아틸라는 물끄러미 바라봤다.

지난밤 멧돼지를 사냥하며 봤던 환각이 재차 머릿속에 떠올랐다.

아틸라는 그것에서 어떤 예지를 느꼈다.

확신할 수는 없다.

그것의 영향인지 아틸라는 오늘도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온함을 느꼈다.

“뭘 그리 빤히 쳐다보는 건가. 아틸라.”

“쳐다보긴, 내가 언제.”

“그렇군. 어제 사냥에서 진 것에 아직 꽁해 있는 것인가. 어른스럽게 행동하라는 말은 내가 아니라 아틸라, 네가 들어야 할 것 같군.”

“빌어먹을. 드레이크만 잡고 나면 재대결이다. 멧돼지 사냥.”

“난 언제든지 환영이다.”

아틸라의 눈이 슈시아를 돌아봤다.

“슈시아는 후방에서 드레이크에게 집중 사격을 가한다. 틈틈이 직관의 눈으로 주변 상황을 살피는 것도 잊지 말도록.”

“그러지.”

“상황이 불리하다고 여겨지면 드레이크는 아마 하늘로 솟아올라 공중전을 펼치려 할 거다. 그때는 네가 최대한 놈의 체력을 깎아 내야 한다.”

“맡겨 달라고.”

바토리는 이번 전투에 크게 참여하지 않는다.

바토리의 마력은 너무 강하기 때문에, 주위의 괴수들이 몰려들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바토리는 보호막과 여러 잡기술로 일행을 보조하기로 했다.

“이번에도 부탁하마. 철혈귀검아.”

당연히 오토는 바토리의 호위를 맡았다.

순수한 물리 전사인 오토는 드레이크에게 실질적인 타격을 입히기 어렵다.

펀치와 도롱뇽도 바토리 곁에 붙였다.

드레이크가 지닌 스킬, ‘언데드 소환’ 때문이다.

“드레이크는 때때로 고함을 질러 자신의 수족들을 불러낸다.”

칼날 산맥의 괴수도 언젠가는 죽는다.

서로 잡아먹기도 하고, 늙어 죽기도 한다.

그렇게 시체가 된 괴수들 중엔 종종 어떤 초월적인 힘의 개입으로 부활하는 개체가 있다.

드레이크는 놈들의 일부를 소환할 수 있다.

“드레이크는 우릴 발견하면 브레스로 기선을 제압하려 할 거다. 하지만 드레이크의 브레스는 드래곤에 비해 약하고, 지속 시간도 길지 않지. 또 재사용까지도 제법 시간이 걸린다. 우리 목표는 녀석이 다시 브레스를 사용하기 전까지 어떻게든 쓰러뜨리는 거다. 공중전도 가급적 피하는 편이 좋겠지.”

일행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틸라는 슈시아에게 신호했다.

일행은 드레이크의 둥지 속에서 싸우지 않는다.

둥지를 튼 마법사처럼, 드레이크 역시 자신의 둥지 안에서 더욱 강력하다.

게다가 둥지 안에서 놈과 싸우다 동굴이 무너지거나, 새로운 적이 입구를 막으면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아틸라는 드레이크를 둥지 밖으로 끌어낼 생각이었고.

그 적임자가 슈시아다.

“시작하겠다.”

슈시아가 날렵한 걸음으로 드레이크의 둥지에 다가갔다.

이어 그녀의 몸이 동굴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일행은 긴장감을 유지하며 동굴 입구를 바라봤다.

활시위 퉁기는 소음이 수차례 들렸다.

잠시 후 동굴의 어둠을 뚫고 슈시아가 튀어나왔다.

그녀는 당황한 얼굴이었다.

“문제가 생겼다! 아틸라!”

쿵쿵쿵! 거대한 발소리가 동굴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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