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만든 세계 속 광전사가 되었다-223화 (223/425)

223. 포이베의 신력 (3)

바토리는 당황했다.

데비쉬 마스터가 셋.

이전 같으면 별달리 신경 쓸 일도 아니었건만.

지금의 바토리는 카르타고를 마주했을 때 이상으로 두려움을 느꼈다.

‘지금의 난 데비쉬의 마스터 셋을 쓰러뜨릴 수 없다.’

살수는 원래 마법사의 천적.

물론 관조자 시절의 그녀였다면 해당되지 않는 말이지만.

지금의 그녀는 인간이고, 마력이 거의 고갈된 상태.

바토리는 오토를 돌아봤다.

오토는 강해졌다.

몸 상태가 완벽했다면 홀로 두 명의 마스터쯤은 능히 상대 가능했을 것이다.

마법사의 천적이 살수인 것처럼 살수의 천적은 전사.

그중에서도 방패를 활용하는 전신갑주의 전사다.

카아앙!

오토의 강철검이 또 하나의 살수를 베었다.

그러면서 오토는 어떻게든 고삐를 쥐고 마차를 몰았다.

그때였다.

“듣던 대로 실력이 제법이군. 오토마이어 나바라.”

지금까지와는 확연히 다른 기운을 풍기는 살수 하나가 오토의 옆자리로 내려앉았다.

데비쉬의 마스터였다.

카캉!

마스터의 파형 단검이 강철검과 부닥쳤다.

마스터는 다른 손에 쥔 단검으로 오토의 목을 공격했다.

오토가 얼굴을 비틀며 피했다.

그러나 마차의 고삐를 쥔 채로 완벽하게 회피할 순 없었다.

“모가지를 뜯어 주마.”

마스터의 눈빛이 섬뜩한 예기를 머금었다.

오토는 정말로 그의 말처럼 되리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러나 바토리가 그렇게 두지 않았다.

퍼거거거걱!

바토리의 손에서 쏘아진 날카로운 마력이 마스터의 옆구리를 관통했다.

갑작스러운 공격이었고, 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력한 공격이었다.

“크허억……!”

마스터가 마차에서 떨어졌다.

그러고는 회전하는 뒷바퀴에 깔리며 목뼈가 부러졌다.

“고, 고맙소! 바토리 아가씨!”

오토가 살았다는 듯 감사를 표했다.

그러나 바토리는 절망감을 느끼고 있었다.

본래 그녀는 남은 마력을 효율적으로 운용해 마스터들을 공략하려 했다.

그러나 마스터 하나가 너무도 빨리 지근거리에 들어섰고, 오토의 생명이 위험한 상황에서 바토리는 주저 없이 마력을 발산해 버렸다.

‘어떻게 된 것이더냐. 망국의 공주야.’

절망감 속에서 바토리는 한편으로 놀랐다.

지금까지의 그녀는 아틸라를 최우선으로 생각해 왔다.

아틸라를 위해서라면.

또 지금의 상황처럼 아틸라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그녀는 나머지 동료의 위험쯤은 방관할 각오가 되어 있었다.

그렇게 생각했다.

‘한데 나는.’

바토리는 오토를 구했다.

그 덕에 오토는 생명을 건졌고, 그래서 지금, 이렇게 마차를 몰 수 있다.

“대장이 죽으니 놈들이 조금 주춤하는 것 같소!”

그러나 이것이 순간의 안정일 뿐이라는 걸 바토리는 알았다.

자신은 더 이상 마법을 사용할 수 없다.

그렇다면 오토와 펀치, 그리고 도롱뇽이 데비쉬의 마스터 둘과, 남은 살수들을 처리해야 한다.

‘불가능한 일이다.’

바토리는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최후의 방법을 알고 있었다.

‘현자의 돌의 억제에서 벗어나, 왼팔의 힘을 폭주시킨다.’

그때였다.

“쓸데없는 생각 마시오! 바토리 아가씨!”

두 명의 살수를 강철검으로 뿌리치며 오토가 외쳤다.

“바토리 아가씨는 살아야 하오! 아틸라 님이 나중에 깨어났을 때 바토리 아가씨가 없다면, 난 정말 맞아죽을 거요!”

오토는 바토리의 생각을 읽고 있었다.

바토리가 오토를 구하기 위해 마지막 마력을 소진했듯, 오토 역시 바토리를 진정한 동료로 여겼다.

“우린 어떻게든 이 난관을 극복할 거요! 그래서 정신을 차린 아틸라 님과, 살쾡이 암살자와, 성기사 아가씨와, 모두 함께 모여 거나하게 술판을 벌일 거요! 지금의 위기를 안줏거리 삼아 말이오!”

그렇게 말하며 오토가 히죽 웃었다.

그의 얼굴빛은 시체처럼 창백했고, 눈 밑은 멍이라도 든 것처럼 검었다.

그러나 부릅뜬 눈동자만은 강한 의지 속에서 빛났다.

그것은 영웅의 눈빛이었다.

그 눈빛에서 바토리는 실낱같은 가능성을 발견했다.

‘불가능하지 않다.’

지금까지 일행은 수많은 위기를 극복했다.

그건 아틸라의 힘만으로 가능했던 것이 아니다.

오토, 카스피, 슈시아, 키릴, 라쿠나 등등.

많은 동료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아틸라는, 그리고 바토리는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바토리의 입가가 말려 올라갔다.

“흐응. 제법 그럴듯한 말을 할 수 있게 되었구나. 철혈귀검아.”

“그 무슨 섭섭한 소리요! 난 원래 달변가요!”

오토가 킬킬거렸다.

그러고는 강철검을 휘둘러 두 살수의 목을 베었다.

펀치와 도롱뇽이 다시 마차 안으로 넘어왔다.

두 환수도 있는 힘을 다해 아틸라를 지켰다.

그러나 아틸라의 의지 없이 둘은 제대로 된 힘을 낼 수 없다.

“곰탱이 새끼! 뭐 하는 거야! 물어! 칵 물어 버리라고!”

끼아옹!

혼신의 힘을 다한 노력에도 전세는 급격히 기울어졌다.

데비쉬 살수들은 병사의 옷차림을 한 자들이 전부가 아니었다.

어디선가 추가로 살수들이 튀어나왔다.

“비, 빌어먹을! 끝도 없이 나오는 거냐!”

“카아앗! 넌 마차나 똑바로 몰아! 종복 미물 새끼!”

“저 요망한 도마뱀 녀석이!”

병사의 옷차림을 했던 자들이 변장을 벗어던졌다.

그들은 완전한 살수의 면모를 드러냈다.

“헉……! 허억……! 어, 어라? 빌어먹을 아버지가 왜 눈앞에……!”

오토는 헛것이 보일 정도로 탈진했다.

언젠가부터 살수들은 총공격을 가하는 것보다 일행의 체력을 소진시키는 것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것이 오토가 생각 이상의 무력을 선보이기 때문인지, 두 환수의 발악 때문인지, 아니면 마차 안에 도사린 바토리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던 중 단검 하나가 오토의 팔꿈치에 박혔다.

푸욱.

플레이트 아머의 빈틈을 이용한 날카로운 공격.

단검은 아주 부드럽게 오토의 몸으로 진입했다.

그리고 거칠게 비틀어졌다.

“크허억……!”

단검이 빠져나가자마자 오토는 급격히 정신이 혼미해지는 걸 느꼈다.

‘젠장……! 독……인가……!”

오토는 목청껏 도롱뇽을 불렀다.

도롱뇽은 오토의 생각을 읽었다.

[ 강인한 송곳니 ]

도롱뇽이 오토의 상처를 베어 물었다.

뿌드득……! 스며들던 독과 함께 오토의 살점이 뜯겼다.

도롱뇽이 퉤! 살점을 뱉어 냈다.

“호오. 과연 제법이군. 오토마이어 나바라.”

오토를 공격한 건 마스터였다.

모습을 숨기고 있던 두 마스터 중 하나가 나타난 것이다.

“아무래도 마차 안의 마법사는 마력을 모두 소진한 모양이군.”

“그렇지 않다면 이 상황에서 마법을 사용하지 않을 리 없으니까.”

또 다른 마스터가 반대편에서 나타났다.

펀치와 도롱뇽이 좌우에서 등장한 두 마스터에게 뛰어들려 했다.

그 순간 오토의 표정이 변했다.

오토는 양손으로 도롱뇽과 펀치의 머리를 내리눌렀다.

그리고 소리쳤다.

“자세 낮추쇼! 바토리 아가씨!”

* * *

펀치와 도롱뇽이 데비쉬 마스터들을 향해 몸을 날리려는 순간.

오토는 저 멀리 전방에서 무언갈 봤다.

‘저, 저건!’

한 무리의 기병이 달려오고 있었다.

처음엔 데비쉬의 또 다른 살수들인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들의 복장은 각양각색이었고, 저마다 이쪽을 향해 활을 겨누고 있었다.

오토는 그들이 누구인지 알아봤다.

“자세 낮추쇼! 바토리 아가씨!”

그래서 오토는 도롱뇽과 펀치의 머리를 누르며 그렇게 소리쳤다.

물론 그 자신도 몸을 낮췄다.

그러나 투구 속의 두 눈은 여전히 전방을 주시했고, 화살비가 마차를 습격했다.

팟파파파팡!

데비쉬의 두 마스터와 살수들은 예기치 못한 공격에 몸을 뺐다.

두어 명의 살수가 활에 맞아 낙마했을 뿐 데비쉬는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그러나 2차로 화살비가 날아왔고, 그것은 일행을 둘러싼 살수들을 한층 더 마차에서 떨어뜨리는 역할을 했다.

저만치 선두를 달려오는 활잡이가 크게 외쳤다.

“이보쇼 오토 대장! 무사한 거요오오!”

“안 무사하니까 얼른 달려와라 씨부럴 놈들아아아아!”

오토가 소리쳐 답했다.

그러고는 킬킬대며 웃었다.

말을 달려오는 활잡이들.

그들은 샹크리스 왕국의 토너먼트에서 오토, 아틸라와 같은 8팀에 속했던 용병들이었다.

‘오토 대장! 이제 우린 어디로 가는 거요!’

‘맞소! 기왕 이렇게 된 거 우리 함께 용병단이나 꾸려 봅시다!’

‘오토 단장과 아틸라 돌격대장! 줄여서 오틸라 용병단! 어떻소!’

‘그거 좋군! 나는 찬성이다!’

‘나도 나도! 으하하하하하!’

그들은 토너먼트에서 승리한 후 오토, 아틸라와 함께 용병단을 꾸리길 원했었다.

그러나 오토에겐 아틸라와의 남은 여정이 있었고, 그래서 오토는 여정을 마친 뒤에도 생각이 변하지 않는다면 함께 용병단(혹은 기사단)을 만들어 보자는 말을 흘리듯 했었다.

용병들은 그 말을 흘려듣지 않았다.

그들은 샹크리스 왕국에 남아 새로운 용병단을 조직했다.

토너먼트 우승자인 그들과 함께하기 위해 많은 용병이 모였다.

언젠가 오토 대장이 돌아와 용병단을 이끌 거라는 말에 더 많은 인원이 몰렸다.

그렇게 모인 용병들이 대략 30여 명.

그들이 오토와 아틸라를 돕기 위해 달려온 것이다.

절망 속에서 한줄기 빛을 발견한 오토가 목이 터져라 소리쳤다.

“어떻게 알고 왔냐 씨부럴 놈들아아아아!”

용병들은 대답할 필요가 없었다.

재차 화살을 겨누던 용병 무리가 반으로 갈라졌다.

그 사이로 익숙한 두 마리 군마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토는 거의 울 것 같은 얼굴로 외쳤다.

“왜, 왜 이제 온 거요! 살쾡이 암살자아아아!”

두 군마에 타고 있는 건 카스피와 키릴이었다.

그들은 이곳으로 오는 길에 우연히 용병들을 만났고, 일행에 합류시켰다.

카스피가 사슬낫을 손에 들었다.

키릴도 독수리 문양이 양각된 아밍 소드와 방패를 들고 말을 달려왔다.

이곳저곳이 부서진 마차를 본 카스피와 키릴의 눈이 사납게 타올랐다.

살수 하나가 키릴에게 단검을 뻗었다.

파앙!

살수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도 깨닫지 못한 채 목이 잘렸다.

데비쉬의 두 마스터가 키릴을 알아봤다.

“키릴 크레센시아!”

까다로운 상대가 등장했다.

그러나 두 마스터는 자신들이 패배할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키릴 크레센시아만 주의하면 된다.’

‘우리 둘이 힘을 합쳐 키릴 크레센시아를 상대한다. 나머지 용병들은 살수들이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

두 마스터는 자신했다.

이곳으로 출동한 살수들은 모두 엄선된 자들.

저런 조무래기 용병들은 상대가 되지 못한다.

‘키릴 크레센시아. 생각지도 못한 거물이 나타났군.’

‘그래봐야 아직 전투 경험이 부족한 애송이일 뿐.’

‘이 자리에서 목을 따주지.’

키릴 크레센시아는 샹크리스 왕국 최강의 성기사.

그런 그녀를 쓰러뜨린다면, 데비쉬의 마스터로서 상당한 업적이 된다.

‘발루아 왕국의 내전과 카자르 탓에 많은 마스터가 목숨을 잃었다.’

‘이런 상황에 카자르를 포함해 키릴 크레센시아마저 제거한다면.’

‘교단의 부단주가 될 다시없을 기회!’

두 마스터의 입가가 미소를 머금었다.

그러나 그들은 알지 못했다.

자신의 목숨을 위협할 수 있는 상대가 키릴 하나만이 아니라는 것을.

촤르르륵!

폭풍처럼 사슬낫이 날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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