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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세계 속 광전사가 되었다-217화 (217/425)

217. 밤의 숲 (1)

도약 스킬로 호수면을 뚫고 하늘로 솟은 아틸라는 뱀의 거대한 뒤통수를 봤다.

이어 뱀과 대치 중인 오토와, 그 뒤에 주저앉은 카스피를 봤다.

가까운 곳에 펀치와 라쿠나도 있었다.

아틸라는 동료 모두가 탈출에 성공했다는 것을 알았다.

몸에 닿는 바토리의 호흡을 감각하며 크게 외쳤다.

“비켜! 오토!”

오토가 입가를 찢으며 웃었다.

그러고는 뒤돌아 카스피를 안고 달렸다.

웬일인지 카스피는 저항하지 않고 오토의 목을 마주 안았다.

아틸라는 상태창으로 시선을 옮겼다.

[ 타점을 특정합니다. ]

하늘에서 추락한 아틸라의 발이 뱀의 덜미를 짓밟았다.

가공할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졌고, 때맞춰 시전한 바토리의 주문이 마력 장막을 펼쳤다.

그것이 오토와 카스피를 보호했다.

파드드드드듯!

바토리는 더 이상 마법을 사용한다면 위험하다는 것을 직감했다.

아틸라도 그것을 알았다.

“잠자코 보기나 해.”

아틸라는 자신이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기습에 뱀은 큰 타격을 입었다.

아틸라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놈의 정수리로 뛰어올랐다.

뱀이 고개를 비틀며 아틸라를 떼어 내려 했다.

아틸라는 흑철검을 놈의 비늘에 박아 넣어 그것을 견뎠다.

바토리를 안고 있는 그는 한쪽 손밖에 사용할 수 없는 상태였다.

키류류륙!

뱀의 아가리에서 긴 혀가 튀어나왔다.

놀라운 속도로 방향을 바꾼 그것이 아틸라에게 쇄도했다.

좌우로 갈라진 혀 사이에선 누런 액체가 뿌려지고 있었다.

‘독액!’

아틸라는 흑철검을 놓고 방패를 들었다.

촤르륵! 독액이 방패를 두드렸고, 뱀의 혀가 방패를 타격했다.

마치 공성추에라도 얻어맞은 것처럼 아틸라가 날아갔다.

아틸라는 공중에서 몸을 구부려 바토리를 보호했다.

강한 충격과 함께 아틸라의 몸이 바닥을 굴렀다.

스스스스슷!

머리를 꼿꼿이 세운 뱀이 아틸라에게 달려왔다.

아틸라는 바토리를 바닥에 두고 몸을 일으켰다.

그의 양손엔 무휼과 드라칼리온이 쥐여 있었다.

[ 돌진(突進) ]

뱀에게 돌진했다.

갑작스레 거리를 좁힌 아틸라를 보며 뱀은 당황한 듯했다.

공중으로 뛰어오른 아틸라가 뱀의 몸에 무휼을 꽂았다.

다음은 드라칼리온을 꽂았다.

그렇게 번갈아 무기를 박아 넣으며 아틸라는 뱀의 몸을 기어올랐다.

물론 뱀은 그것을 방관하지 않았다.

몸을 흔들고, 아가리로 공격하고, 독액을 뿌려 아틸라를 방해했다.

하지만 바토리와 떨어져 혼자가 된 아틸라는 거침이 없었다.

그는 뱀의 모든 방해와 공격을 피했다.

그러고는 순식간에 뱀의 머리에 도달했다.

콰드득!

뱀의 한쪽 눈에 무휼이 꽂혔다.

뱀은 요란한 비명을 지르며 몸을 뒤틀었다.

아틸라는 무휼의 손잡이를 움켜쥐어 그것을 버텼다.

뱀이 강하게 몸을 움직일수록, 무휼은 놈의 눈에 치명상을 남겼다.

그러나 뱀은 그런 것쯤 상관이 없는 건지, 아니면 참을 수 없는 격통에 정신이 나간 건지 더욱 거칠게 몸을 움직였다.

이대로라면 뱀의 안구와 함께 지면에 처박힐 것 같다고, 아틸라는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흔들리는 몸의 반동을 계산해 무휼에서 손을 떼었다.

계산은 정확했다.

아틸라는 수직으로 허공에 솟았다.

다시금 추락하면 뱀의 정수리에 정확히 안착할 수 있는 상황.

아틸라는 드라칼리온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도롱뇽이 아직 성체를 유지하고 있는 것인지, 드라칼리온에서는 강대한 마력이 뿜어지고 있었다.

그것이 뱀의 정수리에 꽂혔다.

파드드듯!

녀석의 머리에서 검은 핏물이 흩어졌다.

드라칼리온을 뽑아내자 분수처럼 피가 솟았다.

아틸라는 여전히 놈의 몸에 박혀 있는 흑철검을 손잡이 삼아 미끄러지듯 몸을 움직였다.

드라칼리온으로 뱀의 턱밑을 힘껏 갈랐다.

엄청난 양의 피가 분출하며 아틸라의 몸을 적셨다.

그러나 완전한 절단은 아니었다.

아틸라는 드라칼리온에 더욱 힘을 주었다.

콰드드드드득!

절반 이상이 갈라지자 머리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목이 완전히 부러졌다.

쿠웅! 뱀의 머리가 지면에 떨어졌다.

기둥처럼 솟아 있던 몸도 와르르 무너졌다.

라쿠나는 그 광경을 모두 보았다.

‘저, 저, 저런 말도 안 되는……!’

맨정신으로 아틸라의 전투를 본 것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아틸라가 보여 준 전투는, 전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라쿠나로서도 경악할 수준의 것이었다.

‘적마탑주의 말은 역시 허언이 아니었어!’

라쿠나는 저 뱀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용족 중, 중상위(中上位)종을 대표하는 이무기.

물론 저 이무기는 성체가 아니다.

그렇기에 실질적인 실력은 중상위가 아닌 중위종 쯤에 머무를 것이다.

‘그렇다 해도 이무기는 강하다.’

라쿠나는 중위종급 용족을 단신으로 쓰러뜨리는 전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라쿠나는.

나이아드의 가호를 받는 대호수에 어떻게 이무기가 들어올 수 있었는지 의문을 느끼지 못했다.

“후우…….”

지면으로 내려선 아틸라가 한숨을 뱉었다.

어느새 다가왔는지 바토리가 아틸라를 보며 미소했다.

아틸라도 피식 웃었다.

“살아난 거냐.”

“네가 살려 주지 않았더냐 야만전사야.”

오토와 카스피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아틸라 님!”

“아틸라아! 바토리이이이!”

헐레벌떡 뛰어오는 오토의 품엔 여전히 카스피가 안겨 있었다.

끼아옹! 펀치도 혀를 헥헥대며 제 주인에게 달려왔다.

그들을 보며 아틸라가 웃었다.

“다들 무사했군.”

카스피가 오토의 품에서 껑충 뛰어내렸다.

다리를 절룩이면서도 그녀는 힘껏 달려와 바토리를 끌어안았다.

“바토리! 걱정했잖아 바토리! 흐어어엉.”

카스피가 펑펑 눈물을 흘렸다.

바토리도 카스피를 끌어안았다.

“내 돌아올 거라 말하지 않았더냐. 카스피.”

라쿠나도 몸을 일으켜 일행에게 걸어왔다.

“아틸라.”

“덕분에 탈출에 성공했군, 라쿠나.”

“별말씀을. 바토리가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라쿠나도 웃었다.

늘 차가운 인상이었던 라쿠나가 맑게 웃는 모습에 일행은 조금 놀랐다.

라쿠나가 쪼그려 앉아 펀치의 이마를 쓰다듬었다.

“너도 수고했다. 펀치야.”

라쿠나는 일주일 전에 처음 만났을 뿐인 아틸라 일행에게 깊은 동료애를 느꼈다.

그도 그럴 것이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이들은 생사를 예측할 수 없는 위기에 처해 있었고, 힘을 합쳐 그것을 극복했으니까.

“그런데 드라코니안 님은……?”

라쿠나는 도롱뇽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제서야 나머지 일행도 도롱뇽을 찾았다.

“앗! 저기 있다 도롱뇽!”

카스피의 손이 가리키는 곳은 호수였다.

저만치 수면 위에 배를 드러내고 기절한 도롱뇽이 보였다.

버려진 쓰레기처럼 둥둥 떠 있던 도롱뇽이 일행 쪽으로 흘러왔다.

펀치가 달려가 도롱뇽을 물었다.

그제서야 기절에서 깨어난 도롱뇽이 펀치를 얼싸안았다.

“케헥! 나 진짜 죽을 뻔했다 곰탱이! 저 피도 눈물도 없는 야만 미물이 날 짓밟고…… 크흑……! 저 혼자만 살겠다고 크흐흑……!”

펀치가 도롱뇽의 몸을 핥았다.

언제 울었냐는 듯 도롱뇽이 버럭 소리쳤다.

“하, 핥지 마! 더러운 곰탱이 새끼!”

아틸라는 호수로 다가가 뱀의 피를 씻었다.

물끄러미 호수를 바라봤다.

수면의 얼룩이 점차 사라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저 이무기가 오염의 주범이었던 것 같구나.”

바토리의 말에 아틸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이아드의 대호수에 이무기라니. 재밌는 일이 벌어졌군.”

이무기는 명계의 괴물.

녀석을 나이아드의 대호수에 풀어 놓은 건 분명 카르타고일 것이다.

“대호수의 오염은 곧 사라지겠군. 카르타고가 다시 이곳을 찾지 않는다면 말이야.”

라쿠나는 청마탑으로 돌아가 대호수의 상황을 알릴 것이다.

머지않아 이곳을 찾은 청마탑 마법사들이 호수 정화에 사력을 다할 테고.

오염됐던 물정령과 물고기들은 원래대로 돌아올 것이다.

“이제 어찌할 셈이더냐.”

바토리가 물었다.

아틸라는 나이아드의 눈물을 손에 넣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으로선, 나이아드의 눈물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에스투스의 행방을 알 길이 없다.

“대호수를 벗어나 야영한다.”

일단은 휴식이 먼저다.

바토리는 죽음의 문턱을 경험했고, 라쿠나는 과도한 마력 사용으로 탈진한 상태.

카스피도 발목에 부상을 입었다.

일행은 빠르게 이동했다.

아무리 이무기가 죽었다고는 하나, 대호수 근처는 아직 위험할 수 있다.

이동 중에 아틸라는 정령왕 시나리오의 두 번째 임무를 완료하고 받은 보상을 확인했다.

[ 두 번째 임무 ]

[ 물의 정령왕 나이아드를 제압하고, 사악한 마물로 가득한 대호수에서 탈출하십시오. ]

완료 보상은 스킬이었다.

[ 위치 교환 ]

‘위치 교환?’

[ 타깃과 위치를 교환할 수 있습니다. ]

[ 타깃의 지근거리에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

아틸라는 고개를 갸웃했다.

고생해 받은 보상치고는 별달리 와닿는 것이 없는 스킬이었기 때문.

그때 라쿠나가 말을 걸어 왔다.

“아틸라.”

라쿠나는 무언가 할 말이 있는 얼굴이었다.

“뭐지?”

“아에스투스가 절 습격했을 때, 그의 입안에서 새까만 보석을 봤었습니다. 처음엔 명계의 검은 보석일 거라 생각했지만, 혹시 어쩌면 그건…….”

“나이아드의 눈물일지 모른다, 이 말인가.”

“그렇습니다.”

아틸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언제고 아에스투스를 만나게 되면 입안부터 확인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해가 저물 무렵 일행은 적당히 야영할 만한 숲을 찾았다.

“여기가 좋겠군.”

아틸라는 짐승을 사냥하기 위해 숲으로 들어갔다.

사실 일행에겐 청마탑에서 챙겨온 육포와 마른 과일이 있었지만, 아틸라는 싱싱한 고기를 원했다.

지친 동료들의 회복을 위해서라도 이 편이 나을 것이다.

감각을 집중했다.

머지않아 아틸라는 사슴을 발견했다.

추격을 느낀 사슴의 뜀박질이 빨라졌다.

아틸라도 달리는 발에 힘을 주었다.

‘거리를 좁힌 뒤, 돌진 스킬로 단숨에 따라붙는다.’

아틸라가 사냥할 때 즐겨 사용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아무리 달려도 사슴과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았다.

사슴은 저만치 시선이 닿는, 그렇지만 돌진 사거리는 벗어난 위치를 달리고 있었다.

‘빌어먹을 자식이.’

아틸라는 오기가 생겼다.

어떻게든 놈을 잡아 모닥불에 올릴 생각이었다.

스스슷. 스슷.

어둠이 내렸다.

숲은 서서히 옷을 갈아입었다.

풀잎에 맺힌 이슬이 보석처럼 빛나고, 달아나는 짐승의 눈이 창백한 달빛을 반사했다.

밤하늘을 가르는 기다란 날개 한 쌍이 눈에 들어왔다.

펄럭.

그것은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날아왔고, 달아나던 사슴의 등을 짓밟았다.

사슴은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짓눌린 짐승의 몸에서 검은 핏물이 쏟아졌다.

주루룩. 주룩…….

아틸라는 사슴을 누른 거대한 파충류의 앞발과, 몸통을 봤다.

그 위에 올라앉은 시커먼 그림자를 봤다.

달빛을 등진 인영은 어둑한 실루엣만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러나 아틸라는 상대를 한눈에 알아봤다.

- 버서커 아틸라.

나직한 공명 속에서 푸른 안광이 빛났다.

그 뒤로 흩날리는 머리칼은 달빛을 머금으며 보랏빛으로 빛났다.

원래는 피처럼 붉은빛이었을 그것.

아틸라도 상대의 이름을 불렀다.

“버서커 카르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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