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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세계 속 광전사가 되었다-216화 (216/425)

216. 탈출 (2)

“빌어먹을! 왜 이렇게 물고기들이 공격을 해대는 거야!”

“아, 아까 바토리 아가씨가 말하지 않았소! 물고기들이 우릴 먹잇감으로 인식하는 것 같다고!”

“뭐야? 나는 귀가 없는 줄 알아? 나도 들었다고!”

“아아니 묻길래 답한 거 아니요!”

“나도 안다고!”

카스피, 오토, 그리고 라쿠나는 보이지 않는 대호수의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파동의 벽은 견고했지만, 벽을 공격하는 괴물들 또한 많았다.

신전으로 내려갈 때보다 더욱 강력한 놈들이 떼로 몰려들었다.

바토리의 보호막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호수의 정령과 물고기들이 모조리 몰려온 것 같군요.”

파동의 마력 유지에 집중하며 라쿠나가 말했다.

라쿠나는 등줄기로 돋아나는 소름을 느꼈다.

만약 바토리가 자신의 마법 세계를 개화시켜 주지 않았다면.

‘난 죽은 목숨이었겠지.’

쿵. 쿵쿵. 쿵쿵쿵쿵!

괴물들이 쉴 새 없이 벽을 두들겼다.

카스피가 외쳤다.

“안 되겠어! 잠시 문을 열어 줘 라쿠나! 내가 나가서 모두 베어 버릴……!”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요! 나갔다간 수 분도 버티지 못하고 익사할 거요!”

오토가 카스피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리고 오토는 카스피가 떨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치만 아틸라랑 바토리는…… 지금도 물속에 있는 거잖아…….”

오토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부드득, 어금니를 깨물었다.

‘어떻게 된 거요! 어서 와서 말 좀 해 보시오! 아틸라 님! 바토리 아가씨!’

그러면서도 오토는 아틸라를 믿었다.

바토리를 믿었다.

두 사람이 아무 생각 없이 물속으로 뛰어들었을 리 없다.

그들은 반드시 살아 돌아올 것이다.

* * *

오토의 생각과 달리.

사실 바토리는 대책 없이 물속으로 뛰어든 것에 가까웠다.

바토리는 아틸라의 눈빛을 정확히 읽었었다.

아틸라는 동료 전원이 호수 위로 올라가길 원했다.

그러나 바토리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그동안의 아틸라가 불가능해 보이는 업적을 수없이 달성해 온 건 사실이지만, 이번만은 힘들어 보였다.

그렇지 않은가.

아무리 강하다 해도 아틸라는 인간.

호흡 없이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그래서 바토리는 아틸라를 두고 갈 수 없었다.

파동의 벽에 구멍을 내고,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이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는 그녀도 몰랐다.

다만 무언가에 도움이 될지 모르는 도롱뇽을 길동무로 삼았을 뿐.

“나, 나는 왜 또!”

그렇게 외치던 도롱뇽은 물속으로 들어서자마자 입을 다물었다.

이후 바토리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아틸라의 몸에 보호막을 두르는 것이었다.

그녀는 물속에서 고대 마법을 사용할 수 없었다.

그것엔 주문 영창이 필요했다.

그래서 바토리는 주문이 필요 없는 왼팔의 마력을 개방했고, 아틸라에 이어 파동의 구체 위에도 보호막을 씌웠다.

당연하게도 괴물들이 바토리를 습격했다.

그러나 바토리는 놈들을 처치하는 것보다 아틸라와 동료들을 돕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었다.

그래서 바토리는 적의 습격에 무사하지 못했다.

바토리는 자신의 몸엔 마지막까지 보호막을 씌우지 못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왼팔의 마력을 개방한 바토리는 강했다.

그녀는 아틸라를 도와 나이아드를 제압했고, 시야가 닿는 범위까지 동료들을 지켰으며, 자신에게 달려드는 괴물들도 모조리 처치했다.

당연히 바토리의 몸엔 한계가 찾아왔다.

태어나 처음으로 겪는 격통.

숨을 쉬지 못한다는 것이 이렇게 지독한 고통이었는지 바토리는 알지 못했다.

나이아드가 가라앉았고, 아틸라가 고개를 돌렸다.

그를 보며 바토리는 웃었다.

찰나간 풀어진 긴장에 입안에서 기포가 솟았다.

바토리는 다시금 정신을 다잡았다.

약해진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

자신의 상태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을 아틸라가 알게 된다면, 그 역시도 위험에 빠지게 될지 모른다.

아틸라가 헤엄쳐 왔다.

그는 인어처럼 빨랐고,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다.

자신을 내려 보는 아틸라의 눈빛에 여러 감정이 교차하는 것이 보였다.

걱정.

슬픔.

분노.

회한.

바토리는 아틸라의 그런 표정을 볼 수 있다는 것이 행복했다.

육체는 더없이 고통스러웠음에도, 영원히 이 순간이 지속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임계점은 예고 없이 찾아왔다.

바토리는 심장이 쪼개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스스로의 몸을 제어할 수 없게 되었다.

부르르륵……!

입에서 수많은 기포가 솟아올랐다.

눈앞이 부옇게 흐려졌다.

아틸라의 얼굴을 보려 했다.

하지만 보이지 않았다.

눈동자조차 움직일 수 없다.

그 순간 무언가 입술에 닿았다.

희미해지던 정신이 회복을 시작했다.

꺼져 가던 육체가 활력을 찾았다.

극적일 만큼의 변화는 아니다.

그러나 바토리는 다시금 정신을 차렸고, 자신의 입안에 공기를 불어넣어 주는 아틸라를 감각할 수 있었다.

바토리는 몸 안으로 밀려드는 공기의 달콤함보다 아틸라와 입을 맞추고 있다는 것에 더욱 큰 기쁨을 느꼈다.

그녀의 눈에 생기가 돋아났다.

잠시 후 아틸라가 얼굴을 떼었고, 그의 얼굴을 본 바토리는 짐작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지금의 아틸라는 숨을 쉬지 않아도 되는 상태라는 것을.

‘내가 오히려 방해가 된 게로구나. 야만전사야.’

아틸라가 바토리에게 고개를 저었다.

아틸라 역시도 바토리의 표정을 읽었다.

그리고 아틸라는, 동료들이 저 멀리 사라졌음에도 물 저항의 오러가 유지되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

[ 물 저항의 오러 ]

[ 물 마법에 대한 저항력이 20% 상승합니다. ]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하나였다.

아틸라는 바토리의 품을 뒤졌다.

그의 손에 도롱뇽의 덜미가 쥐어졌다.

- 나, 난 오기 싫었다고! 바토리 할망구가 멋대로 데려온 거야!

아틸라의 정신 교육이 두려웠는지 도롱뇽이 발악했다.

그러나 아틸라는 도롱뇽을 혼낼 생각이 없었다.

아틸라는 웃었다.

[ 해방(解放) ]

도롱뇽의 몸이 부풀었다.

아틸라는 바토리와 함께 도롱뇽의 등에 올라탔다.

그러고는 도롱뇽의 발가락에 물정령의 반지를 끼웠다.

- 이, 이건 무슨!

마법의 반지답게, 물정령의 반지는 도롱뇽의 발에 맞는 크기로 늘어났다.

[ 사용 시, 일정 시간 착용자가 받는 수(水)저항이 크게 감소합니다. ]

아틸라의 수저항이 도롱뇽에게 옮겨졌다.

남은 시간은 길지 않다.

그러나 반지를 착용한 건 인간이 아닌 드래곤.

아틸라의 입가에 송곳니가 돋아났다.

‘죽을힘을 다해 헤엄쳐라. 도롱뇽 새끼.’

도롱뇽도 물정령의 반지의 힘을 느꼈다.

- 조, 좋아! 맡겨만 두라고 야만 미물!

도롱뇽의 뒷발이 땅을 박찼다.

그러고는 엄청난 속도로 헤엄치기 시작했다.

- 캬캬캬캬캬캬! 가히 하늘을 나는 것 같은 감각이로다!

아틸라는 바토리를 안았다.

엄청난 기세로 부닥치는 물의 압력에서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면서 아틸라는 바토리를 주시했다.

호흡을 전달한 뒤 핏기를 찾았던 그녀의 얼굴은 다시 파랗게 질려 가고 있었다.

‘더 빨리! 도롱뇽!’

- 지,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거다!

아틸라는 머리 위를 올려다봤다.

조금씩이지만 태양빛이 드리우는 것이 느껴졌다.

수면은 그리 멀지 않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바토리는.’

바토리가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다시금 그녀의 입에서 기포가 쏟아졌다.

그러나 아틸라의 몸 안에도 더 이상의 공기는 존재하지 않았다.

바토리는 아틸라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미소했다.

아틸라는 고개를 저었다.

‘안 돼.’

아틸라는 방법을 찾아봤다.

그러던 중 그의 뇌리에 번개가 쳤다.

아틸라는 고민할 것도 없이 바토리의 몸을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

아무것도 모른 채 최선을 다해 헤엄치는 도롱뇽의 척추를 지르밟으며 시전했다.

[ 도약(跳躍) ]

* * *

“푸하아!”

대호수의 수면을 뚫고 네 개의 머리가 튀어나왔다.

카스피, 오토, 라쿠나, 그리고 펀치였다.

“흐억……! 헉……! 헉……!”

괴물들의 지치지 않는 공격은 결국 파동의 벽을 완전히 부쉈다.

다행인 점은 그곳이 호수면과 그리 멀지 않은 위치였다는 것.

물속으로 노출된 일행을 괴물들이 습격했고, 일행은 사력을 다해 놈들과 싸웠다.

그리고 마침내 육지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

“헉……! 헉……! 빌어먹을……! 진짜로…… 죽는 줄 알았네……!”

가장 먼저 육지로 올라온 카스피가 나머지 일행을 도왔다.

괴물들은 눈알만을 수면 위로 내민 채 아쉬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전부는 아니었다.

십여 마리의 괴물이 먹잇감을 쫓아 육지로 올라왔다.

카스피가 사슬낫을 손에 쥐었다.

오토도 강철검과 강철방패를 부닥치며 전투태세를 갖췄다.

반면 라쿠나는 거의 탈진 상태였다.

카스피는 펀치에게 라쿠나의 호위를 맡겼다.

“펀치! 라쿠나를 지키는 거야! 할 수 있겠지!”

끼아옹!

괴물들이 달려들었다.

오토도 고함을 지르며 놈들에게 달렸다.

“이 씨부럴 괴물 새끼들아아아아!”

오토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이렇게 오래 숨을 참아 본 적은 처음이었고, 거기에 더해 아틸라와 바토리에 대한 걱정 때문에 그는 눈에 뵈는 것이 없었다.

“우라질! 시부럴! 빌어먹을 괴물 새끼들!”

오토는 신들린 것처럼 검을 휘둘렀다.

마음껏 들이마실 수 있는 공기와, 단단하게 발 디딜 곳이 있는 이곳에서 오토는 물속에서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무력을 선보였다.

반면 카스피는 제 실력을 내지 못했다.

카스피는 물속에서 괴물들에게 발목을 당했고, 그래서 그녀의 장기인 스피드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었다.

‘젠장. 하필이면……!’

그러나 오토의 선전 덕에 두 사람은 순조롭게 괴물들을 도륙했다.

잠시 후 살아남은 괴물은 보이지 않았다.

카스피는 발목을 쥐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때였다.

무언갈 발견한 펀치가 비명을 질렀다.

오토와 카스피는 고개를 돌렸고, 경악했다.

호수면 위로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거대한 뱀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저, 저게 뭐요!”

오토의 흥분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한눈에 봐도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피곤에 지친 자신과, 부상을 입은 카스피가 상대할 수 있을 만한 괴물이 아니다.

키류류류류류륙!

괴물이 기다란 혀를 날름대며 먹잇감들을 노려봤다.

파충류의 동공이 세로로 좁혀지는가 싶더니 카스피에게 고정됐다.

카스피의 부상을 알아본 것이다.

“이, 이런 시벌!”

오토는 카스피에게 달렸다.

그와 동시에 무서운 속도로 뱀의 머리가 카스피에게 돌진했다.

“사, 살쾡이 암살자!”

오토가 내던진 방패가 뱀의 턱을 타격했다.

그것이 뱀의 공격 방향을 어긋나게 했고, 덕분에 카스피는 무사할 수 있었다.

“내, 내게 맡기고 도망치시오! 살쾡이 암살자!”

“그게 무슨 소리야! 혼자서 어떻게 저 괴물을 막겠다고!”

오토는 강철검을 두 손으로 쥐고 뱀에게 달려들었다.

“으아아아아아!”

지금 오토의 머릿속을 채운 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카스피만은 살려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여, 영주 나리……!”

그 순간 뱀의 등 뒤에서 무언가가 하늘로 솟았다.

처음엔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것에서 발산한 우렁찬 목소리에 오토의 심장은 터질 것처럼 박동했다.

“비켜! 오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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