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만든 세계 속 광전사가 되었다-210화 (210/425)

210. 청색 마탑의 마법사 (3)

용족의 왕 드래곤.

신의 가장 완벽한 피조물이라고도 불리는 드래곤은 비늘의 빛깔에 따라 크게 여섯 가지 종류로 구분한다.

레드 드래곤.

그린 드래곤.

블루 드래곤.

화이트 드래곤.

블랙 드래곤.

그리고 골드 드래곤.

또한 드래곤의 비늘 색은 각각의 드래곤이 지닌 고유 속성을 드러내는데.

레드 드래곤은 ‘불 속성’.

그린 드래곤은 ‘자연 속성’.

블루 드래곤은 ‘물 속성’.

화이트 드래곤은 ‘얼음 속성’.

블랙 드래곤은 ‘어둠 속성’.

마지막으로 골드 드래곤은 ‘빛 속성’이다.

그리고.

수오미 왕국의 대호수에서 라쿠나가 만난 드래곤은.

“블루 드래곤이다.”

아틸라의 말에 라쿠나의 눈이 커졌다.

“블루 드래곤이라고? 그럴 리가…….”

블루 드래곤은 물 속성 마법을 사용하는 드래곤.

물의 정령왕 나이아드뿐만 아니라, 물 속성 마법을 연구하는 청색 마탑과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물론 라쿠나는 블루 드래곤을 실제로 본 적은 없었다.

현 청마탑의 탑주만이 어린 시절 스치듯 만남을 가진 적이 있다는 말을 들었을 뿐.

“그 드래곤은 블루 드래곤이 맞단다. 검은 마기에 덮여 있긴 했지만 브레스마저 속일 순 없지. 녀석의 브레스에선 물 속성 마력이 분명하게 감지됐다.”

“검은 마기라고? 그렇다면 그건……!”

“짐작 가는 게 있는 것이더냐.”

라쿠나가 드래곤의 목구멍 깊은 곳에서 보았던 것.

그건 커다란 검은 보석이었다.

“검은 보석…….”

바토리의 입가가 올라갔다.

“역시 그랬던 게로구나. 명계의 보석이 블루 드래곤을 타락시켰던 게야.”

“명계의 보석이라고?”

라쿠나가 되물었다.

이번엔 아틸라가 말했다.

“나바라 왕국과 적마탑에서 벌어졌던 사건에 대해 알고 있을 거다.”

“그게 무슨.”

“그것과 같은 일이 이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거다. 아니, 그때보다 더욱 위험한 일이지.”

아틸라의 눈이 가늘게 좁혀졌다.

그의 말대로, 적마탑 사건과 이번 블루 드래곤 타락 사건은 비교할 수 없는 차이가 있다.

‘적마탑 사건의 전모는 플라이웜을 정신 지배하고, 닭을 가짜 와이번으로 만드는 수준에서 그쳤다.’

다시 말해 적마탑 사건을 일으켰던 검은 보석의 힘은.

그리 대단치는 않았다는 것.

‘하지만 블루 드래곤은 다르다.’

드래곤은 지상의 모든 생명체 중 가장 강력하다 평가받는 종.

그런 드래곤을 타락시킬 정도의 힘이라면.

“이번 보석은 ‘그림자’가 아닌 듯하구나. 야만전사야.”

바토리의 말에 의하면, 나바라 왕국에서 등장했던 검은 보석들은 모두 ‘그림자’였다.

‘이 보석은 그림자란다.’

‘그림자는 본체의 모든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 단편적인 모습만을 그려내지. 게다가 그 모양은 상황에 따라 상당히 불친절하기도 하단다.’

‘이 보석은 진짜의 모습을 흉내 낸 가짜. 게다가 남은 수명이 그리 길지도 않을 듯하구나.’

아틸라가 바토리에게 물었다.

“이번 보석은 그럼 ‘진짜’ 명계의 보석이라는 건가.”

“그렇지 않다면 어찌 드래곤처럼 강력한 존재를 타락시킬 수 있겠느냐.”

그렇게 말하며 바토리가 도롱뇽을 돌아봤다.

도롱뇽이 입을 열었다.

“바토리 할망구 말이 맞다, 야만 미물. 지난번 가짜 검은 보석 정도로는 드래곤을 타락시킬 수 없지. 기껏해야 돌대가리 플라이웜 같은 놈들을 지배할 수 있을 뿐이야. 그리고 키메라 같은…….”

키메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도롱뇽이 입을 다물었다.

도롱뇽은 그 상태로 잠시 가만히 있었다.

도롱뇽의 얼굴을 펀치가 핥았다.

“하, 핥지 마! 곰탱이 새끼가!”

한편 라쿠나는 말하는 도마뱀을 보고 크게 놀랐다.

‘저, 저건 또 뭐지?’

그러나 저 도마뱀이, 자신이 의식을 잃기 전 보았던 그 드래곤일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도롱뇽이 다시 말했다.

“나 역시 정신 지배를 당한 적이 있으니 잘 알고 있다. 이번 적은 보통내기가 아닐 거야.”

도롱뇽이 어울리지 않게 깊은 눈을 떴다.

그럴 만도 했다.

드래곤의 정신력은 여타 피조물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대하다.

그런 드래곤의 정신을 지배하고, 타락시킬 수 있는 힘이라면.

‘어쩌면 날 정신 지배했던 녀석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 있을지도.’

사위가 고요해졌다.

정적을 깬 건 카스피였다.

“어떻게 할 거야 아틸라? 적마탑 사건 때 만났던 플라이웜과 가짜 와이번도 만만히 볼 상대는 아니었잖아. 그런데 이번엔 진짜 명계의 보석에, 상대는 드래곤이라고. 심지어 그 드래곤을 타락시킨 존재는 또 따로 있다는 거잖아. 그렇다면 그 존재는 드래곤보다 더욱 막강한 놈이지 않겠어?”

카스피의 의견은 타당했다.

아무리 아틸라가 강하다 해도, 드래곤을 상대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드래곤을 지배하는 이까지 존재한다면.

‘바토리가 관조자 시절의 힘을 갖고 있다면 모르겠지만.’

지금의 바토리는 전성기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해졌다.

오토와 카스피 역시 인간 중에서 압도적인 강자일 뿐, 드래곤을 상대할 수는 없다.

아틸라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는 또 있었다.

‘데스나이트.’

나바라 왕국에서 키메라와 함께 등장했던 데스나이트.

아틸라는 늘 그것이 마음에 걸렸다.

“너무 걱정할 건 없단다.”

바토리의 목소리였다.

“드래곤은 다른 생물과 다르다. 플라이웜이나 닭처럼 하등한 생물은 검은 보석의 힘에 이전보다 강한 힘을 획득했을지 몰라도, 드래곤은 다를 것이다.”

도롱뇽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아까의 블루 드래곤은 덩치에 비해 그리 강하지 않았다. 분명 나름의 방법으로 보석의 힘에 대항하고 있었던 거겠지. 그것이 블루 드래곤의 힘을 분산시켰다. 녀석이 완전한 상태였다면 우린 이렇게 살아 있지도 못했을 거야.”

“그건 도롱뇽의 말이 맞느니라. 완전히 타락한 블루 드래곤이었다면 결코 그 정도 위력의 브레스는 아니었을 테지. 아무리 드워프 장인의 방패라 해도 드래곤의 브레스를 막을 수는 없으니까. 다시 말해 블루 드래곤은 타락을 견디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모르는 일이지.”

바토리와 도롱뇽의 이야기를 들으며, 아틸라는 성체가 된 도롱뇽을 타고 블루 드래곤을 추격했던 일을 떠올렸다.

블루 드래곤은 몇 번인가 뒤돌아 아틸라를 공격하려 했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선가 공격하지 않고, 그대로 도주했다.

그리고 완전한 성체가 아닌 도롱뇽은 블루 드래곤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

멍하니 이야기를 듣고 있던 라쿠나가 더듬대며 물었다.

“자, 잠깐. 그대들의 정체가 뭐지? 이야기를 들어 보니 적마탑 사건과도 큰 연관이 있는 것 같은데.”

“우리가 적마탑 사건을 해결했다. 아울러 현 적마탑주 라일 플라마와는 제법 가까운 사이기도 하지.”

라쿠나의 입이 쩍 벌어졌다.

자세한 내용은 몰랐지만, 그녀는 적마탑 사건을 해결한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알고 있었다.

그 당사자들이 눈앞에 있다.

라쿠나가 자세를 바로 했다.

“처음 봤을 때부터 범상치 않은 분들이란 생각은 했습니다.”

그 말은 사실이다.

검 한 자루 들고 드래곤에게 돌진하는 전사.

드래곤을 도주시킬 정도로 강력한 마법을 쏘아 내는 마법사.

직접적인 실력을 보진 못했지만 상당한 강자의 기운을 풍기는 오토마이어 왕과, 살수 카스피.

정체를 알 수 없는 말하는 도마뱀까지.

“청마탑까지 함께 가 주실 수 있겠습니까.”

라쿠나의 제안에 아틸라는 웃었다.

원래대로라면, 자신들이 청마탑을 찾아가 어떻게든 탑주를 설득해 나이아드를 만날 계획을 세워야 했다.

그러던 중 먼저 들른 대호수에서 명계의 힘에 오염된 운디네를 발견했다.

아틸라는 이것을 핑계로 청마탑주를 설득하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운 좋게도 라쿠나를 만났고, 타락한 드래곤으로부터 목숨을 구해 주었다.

그 인과로 라쿠나는 자신들에게 청마탑으로 함께 가 달라는 부탁을 하고 있다.

‘생각보다 일이 쉽게 풀리겠군.’

물론 타락한 블루 드래곤의 존재는 예상 밖이긴 하지만.

벌컥벌컥 술병을 들이켠 아틸라가 송곳니를 드러냈다.

“그렇게 하도록 하지. 라쿠나 야르미.”

* * *

라쿠나는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아틸라가 어떻게 내 이름을 알고 있는 거지?’

자신은 아틸라 일행에게 이름을 알려 준 적이 없다.

그런데 아틸라는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다.

라쿠나는 아틸라에게 이유를 물었다.

하지만 아틸라는 피식 미소하며 흘려 넘길 뿐이었다.

꼬치꼬치 캐묻기는 싫었기에, 라쿠나도 더는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대호수에서 청마탑까지는 사흘 거리.’

그리 긴 시간은 아니지만, 아틸라 일행과 함께 여행하며 라쿠나는 이들의 관계에 대해 짐작할 수 있었다.

먼저, 이들 일행을 이끄는 자는.

‘검은 갑옷의 전사, 아틸라.’

처음엔 오토마이어 왕과, 그를 따르는 동료들이라 생각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으헤헤! 이것 좀 보시오! 내가 이번에 아주 월척을 잡아 왔소! 이렇게 큰 물고기는 전문 낚시꾼도 잡지 못할 것이오!”

“히익! 왜, 왜 자꾸 때리는 거요! 살쾡이 암살자!”

“하, 하지만 아틸라 님……!”

“크흑……! 바토리 아가씨 제발 좀…….”

오토마이어 왕, 아니 오토는 아틸라 일행의 먹이 사슬 최하위에 위치해 있었다.

심지어 말하는 도마뱀에게 따귀를 맞기도 했다.

그리고.

아틸라의 뒤를 잇는 서열 2위는.

‘바토리.’

아울러 바토리는 라쿠나가 가장 의아하게 여기는 인물이기도 했다.

‘아무리 많게 잡아도 스물 초입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데.’

그런데도 바토리의 실력은 엄청난 것이었다.

무려, 블루 드래곤을 도주시킬 정도의 무시무시한 마법사.

게다가 인간이 아닌 것 같은 아름다운 외모와 목소리, 그리고 예스러운 말투는 그녀를 더욱 신비로운 존재로 보이게 만들었다.

‘서열 3위는 카스피.’

카스피는 아틸라의 오랜 부하처럼 여겨질 정도로 아틸라의 말을 잘 따랐다.

바토리와는 편한 친구처럼 지냈는데, 한편으론 조금이지만 바토리를 경계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카스피가 가장 허물없이 대하는 대상은 오토.

오토 역시 카스피와 친근했다.

물론 종종 카스피의 엉덩이를 흘끔대긴 했지만.

‘묘한 일행이군.’

라쿠나는 이 일행이 어떻게 만나 지금까지 함께하게 되었는지 궁금증을 느꼈다.

‘상당히 오랜 시간 함께 여행한 것 같은데.’

사흘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예정대로 일행은 청색 마탑에 도착했다.

“과연 물 속성 마법을 연구하는 청마탑 답소! 호수 한가운데 우뚝 솟아나 있다니! 하하하하!”

오토가 감탄한 목소리로 말했다.

카스피도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마탑을 바라봤다.

“저기까진 어떻게 가는 거야 라쿠나?”

만난 지 사흘밖에 지나지 않았건만 카스피는 라쿠나를 친구처럼 대했다.

그것에 다소 부담감을 느끼며 라쿠나가 답했다.

“청마탑 안에서는 이미 우리가 도착한 걸 알고 있을 겁니다.”

“엥?”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었기에 카스피는 고개를 갸웃했다.

라쿠나가 호수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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