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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세계 속 광전사가 되었다-208화 (208/425)

208. 청색 마탑의 마법사 (1)

이튿날, 떠날 채비를 하는 일행의 앞에 키릴이 찾아왔다.

“함께 떠나고 싶다고?”

키릴의 말에 놀란 건 아틸라만이 아니었다.

오토와 바토리도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나 가장 놀란 건 카스피였다.

“하, 함께 떠난다고? 왜?”

카스피는 키릴을 경계했다.

물론 키릴이 카스피의 목숨을 구해 준 이후, 으르렁대는 일은 없어졌지만.

그래도 카스피는 키릴의 합류가 달갑지 않았다.

아틸라가 말했다.

“다리우스가 그렇게 두지 않을 텐데.”

“단장의 허가는 받았어요.”

아틸라는 키릴의 눈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키릴은 강하다.

파티원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큰 힘이 된다.

그러나.

“거절하지.”

아틸라는 키릴의 청을 거절했다.

“……이유를 듣고 싶군요.”

“넌 샹크리스에 있어야 한다. 네 존재가 있기에 나바라 왕국은 샹크리스 왕국과 동맹을 맺을 생각을 했던 거다.”

“성 크레센시아 기사단은 강해요. 저 하나쯤 없다 해도.”

“아니.”

아틸라는 고개를 저었다.

“네가 성 크레센시아 기사단이다.”

키릴은 어금니를 깨물었다.

그녀 역시 자신이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게다가 아틸라와 함께했던 시간은 그녀를 더욱 강자로 만들었다.

키릴은 샹크리스 왕국 최강의 기사다.

“키릴. 넌 이곳에 머무른다. 그리고 머지않아 크레센시아 성기사단장이 된다.”

“……뭐라고요?”

“이후, 나바라 왕국과 힘을 합쳐 아인하르트의 침공에 대항한다.”

“그게 대체 무슨.”

“기다리면 알게 될 거다.”

그 말을 끝으로 아틸라는 입을 다물었다.

바토리, 오토, 키릴은 흘끔흘끔 아틸라와 키릴을 쳐다봤지만 별다른 말을 꺼내진 않았다.

“출발한다.”

아틸라 일행은 조용히 숙소를 벗어났다.

샹크리스 왕은 왕국의 은인인 그들을 성대히 배웅하고 싶어 했지만 아틸라는 거절했다.

화려한 거리를 지나, 하르티칸 관문을 벗어났다.

잠시 후 뒤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키릴이었다.

“아틸라!”

아틸라는 말을 멈춰 세웠다.

키릴도 아틸라 앞에서 말을 멈춰 세웠다.

그녀의 입술이 열렸다.

“오토는 나바라 왕국의 왕이에요.”

“뭐?”

키릴이 오토를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나바라 왕국의 왕은, 전쟁이 발발했을 시 누구보다 앞장서서 전투를 지휘해야 한다고 들었어요.”

“그, 그렇긴 하오만.”

엉겁결에 대답하는 오토를 보며 키릴이 빙긋 미소했다.

“그럼 아인하르트가 나바라를 침공하면, 오토는 자신의 왕국으로 돌아가겠네요?”

순간 오토는 할 말을 잃었다.

그의 눈이 아틸라를 바라봤다.

아틸라도 물끄러미 오토를 마주 봤고, 잠시 후 오토가 입을 열었다.

“물론이오. 왕국이 외세의 침략을 받는데 왕이 모른 척할 수는 없지.”

오토는 평소와 다른, 왕의 목소리로 말했다.

고개를 끄덕인 키릴이 아틸라를 돌아봤다.

“아틸라도 돌아올 건가요? 동료인 오토마이어 왕을 돕기 위해?”

“글쎄.”

아틸라는 무심한 목소리로 답했지만.

키릴은 그것으로 만족했다.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말은 하지 않았으니까.

마지막으로 일행과 인사를 마친 키릴은 하르티칸으로 돌아갔다.

* * *

크리엘도라 대륙은 크게 다섯 개의 구역으로 나눌 수 있다.

몬스터들의 땅 수해.

서쪽의 칼날 산맥.

여러 왕국으로 쪼개진 남부 대륙.

북부의 거대 제국.

마지막으로 북부 거대 제국보다도 북쪽에 위치한 미지의 땅.

이중 실질적으로 인간의 힘이 미치는 곳은 북부 제국과, 남부 왕국들뿐이다.

그리고 아틸라 일행은 남부 왕국에서 꽤나 북쪽으로 올라왔다.

발루아 왕국에서 시작해 아스투리아, 후마이야, 노르드, 나바라, 샹크리스를 거친 일행은.

수오미 왕국에 도착했다.

“이곳이 바로 강과 호수의 나라라 불리는 수오미 왕국이요! 하하하하!”

저 멀리 보이는 호수와 나무, 들풀을 가리키며 오토가 외쳤다.

카스피가 물었다.

“오. 수오미 왕국은 처음인데. 그렇게 강과 호수가 많은 거야?”

“두말하면 잔소리요! 수오미 왕국으로 말할 것 같으면 수많은 강과 호수들이 교차하며 장관을 이루는……!”

“새끼. 지도 처음이면서 아는 척하기는.”

아틸라의 말에 카스피의 눈이 동그래졌다.

“엥? 진짜? 영주 나리도 여기 처음 와 본 거야?”

“그, 그렇긴 하지만 어릴 적 어머니께 들은 바로는……!”

“뭐야! 자기도 처음이면서 으스댄 거야?”

카스피가 오토의 목을 후려쳤다.

오랜만의 기습이라 오토는 방어하지 못하고 켁켁 기침을 토했다.

바토리가 말했다.

“공기의 질감이 다르구나. 물 내음이 난다. 신기하지 않느냐 야만전사야.”

“넌 와 봤으면서 왜 처음인 척하고 앉았냐.”

“흐응. 재미없기는. 그런 건 모른 척 넘어가도 된단다.”

바토리가 새초롬히 눈을 흘겼다.

아틸라의 말대로 그녀는 이곳을 찾은 적이 있다.

아니, 바토리는 크리엘도라 대륙에서 가 보지 않은 곳이 거의 없다.

“그건 그렇고 야만전사야.”

“왜.”

“카스피가 기분이 좋아 보이는구나.”

수오미 왕국에 들어선 카스피는 무척 기분이 좋아 보였다.

원래가 쾌활한 성격이던 그녀지만, 지금의 카스피는 더욱 밝았다.

“키릴, 그 아이가 따라오지 않아 그런 것 같구나.”

“키릴이 안 온 거랑 무슨 상관인데.”

“넌 눈치가 없는 것이냐. 아니면 그런 척하는 것이냐.”

“의미를 모르겠군.”

“무심한 사내 같으니.”

그렇게 말하며 바토리는 카스피를 바라봤다.

카스피는 언제나처럼 오토와 말다툼하며 으르렁대고 있었다.

그러면서 카스피는 흘끗흘끗 눈을 돌려 아틸라의 눈치를 봤다.

그 눈빛에 담긴 뜻을 바토리는 읽어 낼 수 있었다.

바토리가 말했다.

“갑주를 수리해야 하지 않겠느냐.”

아틸라의 플레이트 아머는 망가졌다.

지난번, 버서커의 힘을 발현하며 분해된 부분들이 제대로 착용되지 않았던 것.

“물론 지금도 나쁘지 않지만 말이다.”

아틸라의 덩치는 갑주를 입지 않았을 때 오히려 커 보였다.

울퉁불퉁 튀어나온 그의 근육질 몸을 보며 바토리가 눈웃음을 흘렸다.

“뭘 그렇게 봐.”

“흐응. 조금 본다고 닳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

“조금 보는 게 아니니까 그렇지.”

“눈치채고 있었던 게냐. 그럼 이제부턴 대놓고 보아도 되겠구나.”

잠시 후 일행은 호수에 도착했다.

태양빛을 반사하는 광활한 수면은 보석을 늘어놓은 것처럼 영롱했다.

오토는 얼굴을 들이밀어 물을 마셨다.

그 옆에서 카스피가 발을 담그고 물장구를 쳤다.

“아하하하! 영주 나리가 내 발 씻은 물 마신다! 아하하하하!”

“케헷헷헤! 맛있다고 꿀꺽꿀꺽 처먹는 거 봐라 종복 미물 새끼!”

끼아옹!

아틸라도 물통에 물을 채웠다.

너른 수면을 바라보며 바토리가 말했다.

“물의 정령들로 가득하구나.”

수오미 왕국은 강과 호수의 나라.

물의 힘이 충만한 곳이다.

이곳의 물속엔 물의 정령들이 살고 있다.

그것만이 아니다.

수오미 왕국엔.

물의 정령왕, ‘나이아드(Naiad)’가 있다.

“나이아드를 만날 생각이더냐.”

“그래.”

아틸라는 나이아드를 만나 얻어야 할 것이 있다.

푸른빛의 작고 투명한 보석.

‘나이아드의 눈물.’

나이아드의 눈물은 패영전에 등장하는 에픽 아이템 중 하나로.

착용자의 정신력을 강화하는 힘이 있다.

아틸라가 광폭의 권능 통제를 시도하기 위해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할 아이템.

“나이아드를 만나려면 준비가 필요하다. 물론 너라면 알고 있겠지만.”

바토리의 말대로.

나이아드를 만나려면 특별한 준비가 필요하다.

이유는.

‘나이아드가 수오미 왕국의 대호수 안에서도 가장 깊숙한 곳에 살기 때문.’

인간은 그렇게 깊은 곳까지 숨을 참고 헤엄치는 것이 불가능하다.

물론 아틸라에겐 남다른 방법이 생기긴 했다.

침입악마 시나리오의 세 번째 임무.

[ 바라키엘 신전을 오염시킨 악마를 찾아 쓰러뜨리고, 신전을 정화하십시오. ]

[ 임무 완료 시 특별한 보상이 주어집니다. ]

아틸라는 나가라자 탁샤카를 쓰러뜨리고, 신전을 정화하는 것에 성공했다.

[ 임무를 완료하였습니다. ]

[ 보상이 주어집니다. ]

그렇게 받은 보상은.

아틸라가 나이아드를 만날 때 큰 도움이 되는 스킬이었다.

‘신기하군. 매번 그 상황에 걸맞은 보상이 나온다는 게.’

그러나 이 세계는 신기한 일투성이다.

아틸라의 눈이 바토리를 바라봤다.

아틸라는 지금도 가끔, 자신이 창조한 인물들과 함께 여행을 한다는 것을 신기하게 느꼈다.

“그렇게 쳐다보지 않아도 내가 아름답다는 건 알고 있단다.”

바토리의 말에 아틸라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틸라는 오토와 카스피를 불렀다.

“어디로 갈 거요? 아틸라 님.”

“물의 정령왕을 만나러 간다.”

“물의 정령왕? 이젠 정령들도 만나는 거야?”

카스피의 물음에 바토리가 답했다.

“그렇단다 카스피. 사실 우린 불의 정령왕 이프리트는 이미 만났었지.”

“오 진짜? 정령은 말로만 들었지 실제로 본 적이 없어서.”

“잠시 대호수의 상황을 살펴본 뒤 다른 곳으로 갈 거다. 나이아드를 만나려면 준비가 필요하니까.”

아틸라가 말에 올라타며 말했다.

오토가 물었다.

“어딜 들른다는 거요?”

강과 호수의 왕국 수오미.

이곳엔 물의 정령과, 그들의 왕 나이아드만 있는 것이 아니다.

물 속성 마법을 연구하는 마법사들의 성지가 우뚝 솟아 있다.

일행을 돌아보며 아틸라가 말했다.

“청색 마탑.”

* * *

청색 마탑의 마법사 ‘라쿠나 야르비’는 대호수를 향해 말을 달리고 있었다.

얼마 전부터 수오미 왕국에서 물의 기운이 옅어지기 시작했다.

심각할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물 속성 마법을 연구하는 청마탑 입장에선 방관할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그래서 라쿠나가 대호수의 조사를 맡았다.

‘이제 곧이로군.’

라쿠나는 가까워지는 대호수의 기운을 느꼈다.

잠시 후 끝이 보이지 않는 너른 호수가 라쿠나의 시야를 메웠다.

라쿠나는 말을 멈춰 세우고 대호수를 바라봤다.

왕국에서 가장 커다란 호수이자, 물의 정령왕 나이아드의 둥지이기도 한 이곳은.

수오미 왕궁, 아니 남부 대륙 전체에서도 물의 기운이 가장 왕성한 곳이다.

라쿠나는 자신의 마력이 더욱 충만해지는 감각을 느끼며 말에서 내렸다.

“어디 한번 볼까.”

라쿠나는 품에서 나침반처럼 생긴 기계를 꺼냈다.

청마탑에서 특별 제작한 이것은 물의 마력을 측정하는 마공학(魔工學) 장치.

라쿠나는 대호수 앞으로 다가가 장치의 뚜껑을 열었다.

“흠. 지난번보다 옅어졌군.”

큰 변화는 아니지만, 사흘 전에 측정했을 때보다 마력이 옅어졌다.

라쿠나는 수개월 전 들었던 적마탑 사건을 떠올렸다.

적마탑이 무너졌다.

원인은.

이계에서 건너온 사악한 마법에 조종당한 리샤르 세바스찬이 적마탑을 습격했던 것.

‘리샤르는 한때 적마탑의 탑주 후보였던 자.’

마탑의 마법사라면 알고 있다.

자신의 모태와도 같은 마탑을 무너뜨린다는 건 맨정신으론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 고위 마법사마저 타락시킬 정도로 사악한 마법이란 말인가.’

청마탑의 탑주는 우려하고 있다.

적마탑을 무너뜨린 사악한 힘이, 다음 차례로 청마탑을 노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며 말이다.

‘그게 사실이라면, 그렇게 둘 순 없지.’

라쿠나는 주위를 돌며 몇 차례 더 마력을 측정했다.

그러던 중 특이점을 발견했다.

‘뭐, 뭐지 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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