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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세계 속 광전사가 되었다-207화 (207/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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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 환술 속의 환술 (2)

아틸라의 물음에 바토리는 선선히 대답했다.

“그렇단다.”

“어땠지?”

바토리는 살짝 눈썹을 들어 올렸다.

“질문의 의미를 모르겠구나.”

“내 머릿속이 어떤 상태였는지 묻고 있는 거다.”

바토리는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그러고는 말했다.

“난 너의 정신 속에서 너를 만났다. 한데 그곳의 넌 지금의 모습과는 달랐지.”

“어떻게 달랐다는 거지?”

“그건 말로 설명할 수가 없구나. 난 분명 널 보고 있었지만, 네가 아닌 것처럼 보였으니까.”

“생김새가 달랐다는 건가.”

바토리는 살짝 고개를 기울였다.

“그것도 잘 모르겠구나. 난 너를 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 모습이 어땠는지 떠올리려 하면 기억이 나지 않는다.”

“뭔 소리냐 그게.”

“나도 모르겠구나. 난 그저, 내가 기억하는 대로 네 물음에 답할 뿐이다.”

“다른 특이사항은 없었나?”

바토리는 눈동자만을 굴려 천장 구석을 바라봤다.

“그러고 보니 네 주위를 감싼 풍경이 낯설었다. 내가 한 번도 보지 못한 세상이었지.”

“어떻게 달랐는데.”

바토리가 무언갈 떠올려 보려는 듯 눈을 감았다.

그녀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정말 이상한 일이로구나.”

“뭐가.”

“분명히 보았는데, 떠올리려 하면 떠오르지 않으니 말이다.”

아틸라는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바토리를 바라봤다.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기분도 들지 않았다.

‘그렇다면.’

아틸라는 바토리에게 심안을 시전할까 하다 그만두었다.

그는 더 이상 동료들의 마음은 훔쳐보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나중에라도 뭔가 생각나는 게 있으면 말해라. 언제든지.”

“나야말로 묻고 싶구나 야만전사야.”

“뭘.”

“난 대악마 아몬의 환술을 흉내 내어 네 정신 속에 침투했다.”

“그런데.”

“넌 기억나는 것이 하나도 없는 것이더냐.”

아틸라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것 또한 이상한 일이었다.

환술이란, 환술의 시전자가 상대의 기억을 지우지 않는 이상.

‘환술 속에서 겪은 일을 기억하기 마련이니까.’

아틸라는 펀치의 이마를 다시 한번 쓰다듬었다.

조금 전과 달리, 이번엔 특별한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다.

벌컥, 문이 열렸다.

“나 왔어 아틸라! 바토리!”

카스피가 히죽 웃으며 모습을 드러냈다.

“며칠 동안 누워만 있었더니 아주 좀이 쑤셔 죽을뻔했지 뭐야. 헤헤헤.”

아틸라와 바토리는 가볍게 미소하는 것만으로 카스피를 반겼다.

그도 그럴 것이, 일행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카스피의 문병을 갔었으니까.

그때마다 카스피는 답답한 교회를 벗어나고 싶다며 죽상을 하곤 했다.

“불공평해. 똑같이 감염됐는데 왜 아틸라와 키릴은 멀쩡한 거야? 게다가 난 교단에서 수준급의 독 저항 훈련을 받은 몸이라고!”

“그러니 그 정도로 끝난 것이란다 카스피. 철혈귀검이었다면 수 분도 견디지 못하고 절명했을 게야.”

“그, 그게 정말이요? 바토리 아가씨.”

“왜 내가 너와 함께 악마진의 상징물을 부수려 했겠느냐, 철혈귀검아.”

오토는 꿀꺽 침을 삼켰다.

바토리의 말대로.

카스피 대신 오토가 탁샤카를 상대했다면, 그는 높은 확률로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아틸라가 그리 두진 않았을 테지만 말이다.’

아틸라가 볼멘소리로 말했다.

“키릴은 몰라도 난 멀쩡하지 않다. 아직도 주먹이 제대로 쥐어지지 않는 느낌이니까.”

“그건 버서커의 후유증 때문이다. 내가 확인해 봤는데, 네 몸에서 독성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단다.”

“뭐라고?”

바토리의 말에 아틸라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럴 리가.’

광폭의 권능을 발현한 뒤론 기억이 온전치 않지만.

직전까지의 기억은 또렷했다.

‘난 탁샤카의 독에 감염당했다. 그것도 아주 많이.’

몇 개의 출혈독과 몇 개의 신경독.

게다가 상당수의 중첩까지.

‘그런데 독성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하나였다.

광폭의 권능이 발현한 순간, 몸 안의 모든 독성이 휘발된 것이다.

‘그게 가능하다고?’

아틸라는 버서커의 힘을 발현했던 기점을 떠올렸다.

‘광폭의 힘은 위험하다.’

마음대로 시전할 수 없는 데다가, 일단 발동하면 이성이 날아가 버리는 스킬.

지난번 카르타고를 상대할 때의 아틸라가 카스피와 크누트를 알아보지 못하고 공격했듯이.

바라키엘 신전에서는 키릴을 공격했다.

다행히도 키릴은 큰 부상을 입지는 않았지만.

‘키릴 정도의 실력자이기에 가능했던 거다.’

그게 다가 아니다.

아틸라는 오토, 도롱뇽, 펀치와도 대립했다.

심지어 오토는 까딱 잘못했으면 명을 달리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아틸라는 광폭의 권능에 대해 알아야 했다.

“저기 아틸라.”

생각에 잠긴 아틸라를 카스피가 불렀지만 바토리가 제지했다.

“쉿. 잠시 조용히 하려무나.”

아틸라는 카스피와 바토리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생각을 이어 갔다.

‘광폭의 힘이 발현하기 직전, 상태창이 떠올랐었다.’

[ 시스템 경고 ]

[ 충격에 주의하십시오. ]

이것은 분명하게 기억난다.

경고 메시지에 이어 떠오른 건.

[ 세 번째 권능이 발현합니다. ]

[ 광폭(狂暴) ]

이것이 기억의 마지막 파편이었다.

이후의 일은 아무리 해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아틸라는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 보기로 했다.

상태창이 떠오르기 직전의 기억.

바토리의 목소리였다.

‘이러다 큰일이 날 것 같구나.’

‘어떻게 된 것이더냐 야만전사야.’

바토리에게 들은 바로는, 그녀는 지속적으로 시공추적의 반지를 통해 목소리를 전달했다고 한다.

‘그것이 들린 것일 테지.’

그리고 그전의 아틸라는.

탁샤카의 독에 상당한 데미지를 입고 있었다.

그때부터인 것 같다.

자신의 정신이 무언가에 침식당하고 있는 듯한 감각을 느낀 것은.

‘그럼 독에 당하기 전에는?’

아틸라는 조금 더 기억을 거슬러 올라갔다.

그리고 알 수 있었다.

탁샤카의 독에 당하기 전의 자신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정신 상태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그렇다면.

‘탁샤카의 독에 무언가 숨겨진 힘이 있는 건가.’

그렇게 보긴 어려웠다.

버서커 카르타고를 상대했을 땐 독 같은 건 없었으니까.

아틸라는 카르타고와의 전투와, 탁샤카와의 전투 상황의 공통점을 생각해 봤다.

이내 몇 가지를 발견했다.

먼저, 첫 번째 공통점은.

‘전투 상황이 아군에게 크게 불리했다.’

카르타고는 샤를과 힘을 합쳐도 어쩌지 못할 정도의 강자였다.

물론 나가라자 탁샤카는 카르타고에 비할 정도로 강하진 않았지만.

악마진의 붕괴 없이는 결코 이길 수 없었을 거다.

그리고 두 번째는.

‘불리한 전투 속에서 상당한 체력을 소진했다.’

카르타고와의 전투에서야 말할 것도 없고.

탁샤카를 상대할 때도 아틸라는 많은 체력을 잃었다.

특히 탁샤카의 출혈독은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아틸라의 체력을 앗아 갔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두 전투 모두, 정신적인 데미지를 입었다.’

카르타고와 싸울 때, 아틸라는 환술 이동기를 시전했다.

사실 그 이전부터 사용했던 그 기술은, 사용할 때마다 강한 부작용을 동반했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고.

이유 없이 짜증이 치밀었으며.

찌르는 듯한 두통이 머리를 엄습했다.

그러면서 아틸라는 서서히 이성을 잃어 갔고, 본능과 손을 잡았다.

그리고 탁샤카와 싸울 땐 ‘신경독’이 그 역할을 대신했다.

아틸라는 상태창에 등장했던 신경독을 떠올렸다.

[ 신경독(근육 마비)에 감염되었습니다. ]

[ 공격 속도와 이동 속도가 감소합니다. ]

이건 아니다.

공격 속도와 이동 속도는 정신적인 데미지와는 크게 연관이 없다.

그렇다면.

[ 신경독(정신 마비)에 감염되었습니다. ]

[ 정신력이 크게 감소합니다. ]

아틸라의 눈이 커졌다.

정신력이 ‘크게’ 감소.

게다가 이 독의 한계 중첩은.

[ 이 효과는 7회까지 중첩 적용될 수 있습니다. ]

7회 중첩.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수치.

아틸라는 탁샤카의 정신 마비독에 당했다.

그것은 아틸라의 판단력을 크게 흐트러뜨렸고, 이성을 내던지고 본능을 따르도록 부추겼다.

거기에 더해, 아틸라는 불안감을 느꼈다.

다른 임무를 위해 떠난 동료들이 신경 쓰였다.

카르타고를 상대할 때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는 바토리와, 동료들을 걱정했다.’

그래서 더욱 강한 힘을 갈구했다.

그것이 흐려지는 이성의 끈을 놓아 버리고, 광폭이라는 본능을 거머쥐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아틸라는 붉은 눈의 귀공자, 아니 아자젤이 했던 말을 기억했다.

‘그건 그렇고 김도현 씨. 마침내 광폭의 권능을 습득했더군요.’

‘하지만 그것이 과연 걸맞은 표현일까요? 정말로 당신은 새로운 권능을 ‘습득’한 걸까요?’

녀석의 말대로라면.

‘난 광폭의 권능을 습득한 것이 아니다.’

이성이 가리고 있던 본능 깊숙한 곳에서, 원래부터 존재했던 그것을.

‘그저 끄집어낸 것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아틸라의 눈이 가늘게 좁혀졌다.

분명 광폭의 권능은 위험한 힘이다.

지금까진 운 좋게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이후엔 어떻게 될지 모른다.

‘내 손으로, 동료를 죽음으로 몰아넣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광폭의 권능은 필요한 힘이다.

아틸라는 광폭의 힘을 사용하지 않고 카르타고를, 그리고 향후 만나게 될지 모를 그 이상의 강자를 쓰러뜨릴 수 있을 거라 예상하기 힘들었다.

결론은 하나였다.

‘난 광폭의 권능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힌트는 있다.

처음 광폭의 권능을 발현했을 때 떠올랐던 메시지.

[ 이 권능엔 강한 부작용이 따릅니다. ]

[ 그것은 자칫 시전자를 죽음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습니다. ]

[ 부작용을 줄이려면 시전자의 정신력과 체력이 큰 폭으로 성장해야 합니다. ]

‘정신력. 그리고 체력의 성장.’

그것을 떠올리니 더욱 윤곽이 잡히는 느낌이었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정리해 보면.

‘광폭의 권능이 발현되려면.’

첫째, 불리한 전투 상황에서.

둘째, 체력과 정신력에 큰 데미지를 입은 채로.

셋째, 강하게 승리를 염원해야 한다.

‘그렇게 이성의 경계를 넘어, 본능의 세계로 넘어가야 한다.’

확실한 건 아니다.

그러나 정리를 해놓으니 한결 후련한 기분이었다.

‘이것을 토대로 분석하면 된다.’

오류가 있다면 차후 수정하면 될 일이고.

자연스레 아틸라에겐 추가 목표가 생겼다.

‘체력과 정신력을 상승시킨다.’

물론 레벨업을 통한 방법이 가장 확실하겠지만.

다른 방법도 있다.

‘아이템.’

패영전 세계엔 많은 아이템이 있고.

그중엔 체력이나 정신력을 올려주는 특별한 물건 또한 존재한다.

아틸라는 그런 아이템을 몇 가지 알고 있었다.

아울러 아틸라에겐 또 다른 추가 목표가 생겼다.

‘독극물.’

광폭의 권능을 발현하기 위해 정신적인 데미지가 필요하다면.

탁샤카의 ‘정신 마비독’ 같은 독극물을 소지하고 있으면 도움이 될 거다.

‘인위적으로 광폭을 발현해야만 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으니까.’

물론 스스로 독을 주입하는 건 위험한 생각이다.

그러나 만일을 위한 보험이라 생각한다면, 반드시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아틸라는 웃었다.

그는 다음 목적지를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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