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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세계 속 광전사가 되었다-204화 (204/425)

204. 발현 (2)

키릴은 어디선가 울려 퍼지는 괴수의 포효를 들었다.

그러나 그런 것에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아틸라!”

아틸라의 눈동자에 핏줄이 돋아났다.

투트트트틋!

그의 눈앞이 붉어졌다.

세상 모든 것이 새빨갛게 보였다.

아틸라는 자신이 누구였는지 잊었다.

분명한 사실 하나는.

눈앞에 보이는 머리 일곱 달린 뱀을 죽여야 한다는 것.

빠드드득.

어금니를 깨물었다.

악다문 잇새에서 야수의 울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파캉! 파카카캉!

날카로운 소음을 발하며 그의 플레이트 아머가 분해됐다.

더욱 거대해진 근육이 갑주를 사정없이 밀어냈다.

그렇게 드러난 아틸라의 피부엔 상처가 가득했다.

그곳에서 핏물이 솟았다.

키에에에!

세 졸개가 비명을 지르며 아틸라에게 몸을 날렸다.

우두머리도 독액을 뿜었다.

아틸라는 날아오는 졸개 하나에게 흑철방패를 던졌다.

그것에 얻어맞은 졸개가 폭탄처럼 터졌다.

‘저, 저건 무슨……!’

키릴의 눈이 부릅떠졌다.

아틸라는 무휼을 뽑았다.

오른손엔 흑철검, 왼손엔 무휼을 쥔 그가 우두머리에게 달렸다.

우두머리는 놀란 듯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아틸라가 팔을 뻗었고, 그렇게 놈의 목에 흑철검이 꽂혔다.

‘저게 대체……!’

키릴은 지금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머뭇거릴 틈이 없다는 것만은 확실하게 알았다.

키릴이 맡았던 세 졸개가 더욱 적극적으로 공격성을 드러냈다.

그러나 키릴은 카스피의 부재에도 놈들의 공격을 효율적으로 막아 낼 수 있었다.

펀치 덕분이었다.

우어어어!

거대화한 펀치의 힘은 대단했다.

오토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무력을 지닌 듯했다.

그제서야 키릴은 아틸라가 했던 말의 의미를 이해했다.

‘걱정할 거 없다. 제 한 몸은 지킬 줄 아는 놈이니까.’

펀치가 졸개 하나의 목을 쥐었다.

힘껏 잡아 뜯었다.

목이 잘린 녀석은 지금까지 그랬듯 제 몸을 수복하려 했다.

그런데 할 수 없었다.

키릴의 눈이 커졌다.

‘그렇다는 것은!’

지면에서 검은 기운이 솟아오르고, 흩어졌다.

키릴은 본능적으로 악마진이 붕괴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바토리와 오토가 임무를 완수한 것이다.

“아틸라! 악마진이 붕괴하고 있어요!”

아틸라는 듣지 못하는 것 같았다.

키릴의 눈이 흔들렸다.

지금의 아틸라는 이전과 다르다.

눈에는 핏발이 불거졌고, 야수처럼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있다.

그것만이 아니다.

‘전투법이 완전히 바뀌었다.’

지금까지의 아틸라는 압도적인 공격력을 내뿜는 와중에도 수비에 신경을 썼다.

특히 다크 나가의 독액을 막기 위해 방패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지금의 아틸라는 달랐다.

방패는 내팽개치고, 양손에 검 하나씩을 쥔 채 공격 일변도의 전투를 보이고 있다.

‘방어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고 있어.’

그것을 증거하듯 그의 몸엔 계속해서 상처가 생겨났고.

그럴 때마다 핏줄기는 무서운 속도로 뿌려졌다.

‘안 돼. 계속 저렇게 싸울 순 없어.’

키릴은 아틸라에게서 큰 위험을 감지했다.

그것은 단순히 눈으로 보는 것 이상의 육감적인 위험이었다.

그때.

이변이 벌어졌다.

키릴이 맡은 세 졸개가 아틸라로 공격 대상을 바꾼 것이다.

키에에! 키에에에에!

놈들이 일제히 아틸라를 공격했다.

키릴은 아틸라를 도우려 했지만 펀치가 막았다.

“펀치! 왜!”

키릴은 펀치의 등 너머로 카스피를 발견했다.

우두머리에게 가격 당한 카스피는 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었다.

키릴은 카스피에게 달려가 그녀를 부축했다.

“크윽……. 이거 놔……!”

그렇게 말했지만 카스피는 키릴의 손길을 뿌리치지 못했다.

가까이서 본 카스피의 상태는 심각했다.

“크헉……! 크흑! 크흐으윽……!”

카스피의 입에서 핏물이 쏟아졌다.

무언가 지독한 독에 감염된 것이 틀림없었다.

카스피가 중얼거렸다.

“피하는 게…… 좋을 거야.”

“그게 무슨 말이죠?”

“지금의 아틸라는…… 위험하니까…….”

키릴은 고개 돌려 아틸라를 봤다.

아틸라의 갑주는 거의 다 벗겨졌다.

한쪽 다리와, 반대쪽 어깨 근처에만 갑주를 착용 중이었다.

“그때도…… 저랬어……. 바토리가…… 바토리가 있어야…….”

카스피의 동공이 풀어졌다.

몇 가지 독에 한꺼번에 당한 카스피는 사그라들려는 의식을 붙잡았다.

이대로 의식을 잃는다면.

다시는 눈을 뜰 수 없을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빌어먹을……. 내가…… 어떻게든…… 크헉……! 쿨럭! 쿨럭……!”

키릴은 카스피를 펀치의 등에 올렸다.

“펀치. 카스피를 바토리가 있는 곳으로 데려가.”

펀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보며 키릴이 미소했다.

덩치는 커다래졌지만, 하는 행동은 자그만 강아지였을 때와 달라지지 않았다.

키릴이 펀치의 이마를 쓰다듬었다.

“강아지가 아니라 아기곰이었구나. 그럼 부탁해 펀치.”

펀치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어디론가 빠르게 달려갔다.

키릴은 고개 돌려 아틸라를 바라봤다.

아틸라는 탁샤카를 상대로 점점 더 압도적인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아틸라에게 달렸다.

지금의 아틸라는 불안정하다.

어떻게든 자신이 도움을 줘야 한다.

그러나 아틸라의 지척까지 도달한 키릴은 자신을 돌아보는 거대한 살기를 감지했다.

탁샤카의 살기가 아니었다.

‘아틸라!’

콰앙!

키릴은 방패를 들어 아틸라의 흑철검을 막았다.

충격은 엄청났다.

키릴은 방패와 함께 뒤로 날아 데굴데굴 지면을 굴렀다.

‘크윽……! 이게 무슨……!’

움직임이 멈추자마자 키릴은 몸을 일으켰다.

그녀의 눈이 커졌다.

반사적으로 방패를 들었다.

파카앙!

다시 한번 방패와 흑철검이 맞부딪쳤다.

이번에도 키릴은 엄청난 괴력을 느꼈으나 두 발에 힘을 주어 버텼다.

그러면서 그녀는 느꼈다.

순간이지만, 자신의 두 다리로 엄청난 활력이 느껴진 것 같았다.

‘뭐였지? 지금 건.’

무휼이 키릴의 빈틈을 노리며 날아왔다.

키릴은 아밍 소드로 막았다.

몸이 허공에 떠오를 정도로 강렬한 일격.

- 한눈을 파는 것인가. 인간.

탁샤카의 가장 거대한 머리가 아틸라의 등 뒤를 습격했다.

아틸라가 뒤를 돌았다.

빠드득, 이를 악문 그가 탁샤카에게 몸을 날렸다.

그 덕에 키릴은 아틸라의 공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키릴은 인정했다.

등줄기에 소름이 돋았다.

직전까지 아틸라가 퍼부은 공격은.

‘탁샤카보다 더욱 강력하다.’

그녀의 생각을 증명하려는 듯 아틸라가 탁샤카의 머리에 무휼을 꽂았다.

우두머리를 지키려 날아들던 졸개 하나는 흑철검에 산산이 부서졌다.

그제서야 키릴은 보았다.

여섯 마리 졸개는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으깨어져 있었다.

‘방금 전의 졸개가 마지막이었다고?’

그랬다.

아틸라는 졸개들을 모조리 처치했다.

처음의 모습을 유지 중인 건 오직 우두머리뿐.

그마저도 이젠 몸통에서 머리가 분리됐지만.

- 네놈……. 정말로…… 인간이 맞는가.

아틸라는 대답 없이 짐승의 울음소리를 뱉었다.

그의 손이 탁샤카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 안 돼……. 이럴 수는…… 없……!

탁샤카는 마지막 말을 잇지 못한 채 머리가 부서졌다.

아틸라의 손가락 사이로 뇌수와 핏물이 흩어졌다.

탁샤카의 시체를 내려 보던 아틸라가 고개를 돌렸다.

핏발 돋은 살기 어린 눈이 키릴을 노려봤고, 어느새 키릴의 코앞에 달려와 있었다.

파카아앙!

키릴의 방패가 흑철검을 막았다.

이번의 공격은 더욱 강력했다.

키릴의 몸이 허공을 날았다.

“크흐윽……!”

아틸라가 그녀를 따라 몸을 띄웠다.

무휼을 내리꽂았다.

퍼걱!

이번에도 키릴은 방패로 그것을 막았다.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키릴의 몸이 바닥에 쏘아졌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키릴은 몸의 중심을 잡으며 착지에 성공했다.

두 무릎과 발목에서 욱신대는 통증이 올라왔지만 키릴은 서둘러 자세를 바로잡았다.

그리고 감각했다.

‘이번에도?’

키릴은 양 다리에서 솟아나는 활력을 느꼈다.

이번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자신의 두 다리에서 성력이 방출되고 있었다.

‘아니. 이건 성력이 아니야.’

성력과 비슷하지만 달랐다.

그러나 분명 포이베의 힘이었다.

다만 지금까지와는 다른.

더욱 강력한.

‘설마!’

키릴은 하나의 가능성을 떠올렸다.

언젠가 그녀는 다리우스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샹크리스의 성기사와 사제는 빛의 신 포이베의 가호를 받는 자.’

‘그러나 성기사나 사제보다 더욱 강력한 가호를 받는 존재들이 있다.’

신의 흥미를 끌어내어.

신의 주시를 받게 된 자.

‘우리는 그들을 ‘화신(化身)’이라 부른다.’

화신을 더욱 세심히 주시하기 위해.

신은 화신의 몸 안에 강력한 표식을 각인한다.

그것이 바로 성력을 뛰어넘는.

신의 위대한 기적.

‘신력(神力)!’

파카카캉!

키릴의 아밍 소드가 흑철검을 막았다.

포이베를 상징하는 백색의 신력.

그것이 키릴의 아밍 소드를 눈부시게 감싸고 있었다.

게다가 키릴은 이 힘을 처음 보는 것이 아니었다.

그제서야 떠올랐다.

열두 살의 어느 날.

자신을 덮치려는 아버지를 향해 휘둘렀던 검.

그때의 검도 지금처럼 백색의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때부터……?’

왜 지금까지 기억하지 못했을까.

그럴만한 이유는 있었다.

키릴은 아버지의 마지막 순간을 기억에서 지우려 했다.

머릿속 한구석에 꽁꽁 숨겨 두었다.

그것이 얼마 전 바토리와 대련하며 꺼내어졌다.

‘그렇다면 바토리는 내 숨겨진 힘을 알고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러나 생각할 틈은 없었다.

파캉! 캉! 카아앙!

키릴은 무기를 들어 아틸라의 공격을 막았다.

아틸라는 자신에게 무차별로 검을 휘두르고 있었고, 그때마다 키릴은 온몸이 부서지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무시무시한 힘.

또한 짐승과도 같은 몸놀림.

‘무엇이 아틸라를 이렇게 만든 것인가.’

키릴은 신력으로 그 공격을 막았다.

하지만 길지는 못할 것 같았다.

키릴의 신력은 이제 막 개화한 것에 불과하다.

물론 포이베의 신력은 직전부터 키릴을 탁샤카의 맹독에서 구해 주었다.

그러나 그 사실을 키릴은 알지 못했다.

“아틸……라……!”

아틸라는 대답 없이 검을 휘둘렀다.

“정신을…… 차려요 아틸라……!”

아틸라의 무릎이 키릴의 복부를 가격했다.

키릴의 입에서 핏물이 흩어졌다.

“크흐윽……!”

지금의 아틸라는 인간이 아니었다.

상급 악마를 뛰어넘는 괴물 중의 괴물이었다.

아울러 키릴은 감각했다.

아틸라의 몸에서 엄청난 마기가 발산하고 있다는 것을.

“아틸라……! 당신은 대체……!”

폭발적인 마기.

아니, 마기와는 미묘하게 다른 기운이다.

그러나 그 기운은 분명 마기를 닮은 것이었고.

그것이 키릴의 신력을 더욱 폭발적으로 변모시켰다.

고오오오오오.

키릴의 아밍 소드에 강대한 신력이 둘러졌다.

포이베의 신력은 마기와는 상극.

키릴은 모든 신력을 검신에 집약했다.

그리고 키릴은.

아틸라가 오른손에 쥔 무기가 바뀐 것을 알아챘다.

‘흑철검이 아니라고?’

난생처음 보는 검이었다.

그리 길진 않았지만, 엄청난 마력이 감지되는 검.

그것이 아밍 소드를 짓눌렀다.

그 엄청난 힘에 키릴은 아밍 소드를 손에서 놓쳐 버렸다.

그 순간 키릴은 이쪽으로 날아오는 커다란 드래곤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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