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만든 세계 속 광전사가 되었다-203화 (203/425)

203. 발현 (1)

아틸라는 탁샤카를 상대로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아틸라는 인간 중에선 상대 가능할 자가 없는 강자다.

그러나.

악마진의 둥지를 튼 탁샤카는 아틸라보다 더욱 강했다.

‘바토리는 아직인가.’

악마진의 마기는 조금씩 흐트러지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론 부족하다.

게다가 어느 순간부터 악마진은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렇다는 것은.

‘바토리의 마력이 바닥났다는 건가.’

불안감이 엄습했다.

아틸라는 탁샤카를 상대 중인 이쪽보다 바토리와 오토에게 더욱 신경이 쓰였다.

콰쾅!

흑철방패가 우두머리의 아가리와 부닥쳤다.

우두머리는 졸개들이 만들어 낸 기회를 틈타 아틸라를 베어 물려 했다.

아틸라는 그것을 반사적으로 막았다.

- 제법이군. 인간.

세 마리 졸개가 동시에 아틸라를 습격했다.

촤아악!

아틸라는 뿜어지는 독액을 회피했다.

그러고는 가장 가까이 날아들던 졸개의 머리를 베었다.

칼질은 정확했다.

졸개는 비명을 지르며 목이 잘렸다.

그러나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녀석은 잃어버린 목을 다시 제자리에 붙였다.

- 소용없다. 인간.

탁샤카의 목소리가 아틸라의 심장을 울렸다.

아틸라는 점점 궁지에 몰리는 기분이었다.

‘바토리는 실패한 건가.’

아니다.

그럴 리 없다.

여전히 파티창의 한쪽 구석엔 바토리, 오토, 도롱뇽의 모습이 있다.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군.’

시야가 부옇다.

그뿐만이 아니다.

언젠가부터 참기 힘든 두통이 그를 괴롭히고 있었다.

‘아틸라!’

카스피의 목소리.

동굴 너머에서 들려오는 듯한 몽롱한 음성.

아틸라는 고개를 털어 냈다.

지독한 술에 취한 듯한 기분이다.

‘아틸라! 아틸라아아아!’

목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자신의 명령을 무시하고 이쪽으로 달려오는 카스피가 보였다.

그리고 깨달았다.

지금의 감각이 결코 낯선 것이 아니라는 것을.

- ……! …… ……!

탁샤카의 목소리.

그러나 알아들을 수 없었다.

아틸라는 눈을 돌려 키릴을 바라봤다.

카스피가 빠진 탓에 세 졸개는 더욱 매서운 몸놀림으로 키릴을 공격하고 있었다.

놈들을 막아내는 와중에도 키릴은 틈틈이 아틸라를 돌아봤다.

‘아틸라!’

아틸라는 입모양으로 그것을 알아들었다.

흔들리는 정신을 부여잡으며 펀치에게 거대화를 시전했다.

[ 거대화(巨大化) ]

우어어어어!

펀치의 커다란 앞발이 키릴에게 달려들던 졸개의 머리를 후려쳤다.

‘이잇! 이런 상황에도 저 성기사한테 한눈파는 거야!’

카스피의 목소리.

‘정신 차려! 정신 차리라고 아틸라!’

쇄도하는 졸개 하나를 카스피가 베었다.

그러나 함정이었다.

기회를 잡은 우두머리가 카스피의 옆구리를 강하게 타격했다.

“꺄아악!”

카스피의 몸이 데굴데굴 바닥을 굴렀다.

상체를 일으키던 카스피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녀의 옆구리엔 커다란 송곳니 자국이 드러나 있었다.

“쿨럭……! 크흑……! 크흐으읏……!”

카스피는 우두머리의 독에 당했다.

* * *

오토는 바토리가 네 마리 다크 나가를 한꺼번에 제거할 수 있도록 애쓰는 중이었다.

“으, 으힉! 사람 살려!”

그 방법이란 건 간단했다.

물론 아주 위험하기도 했지만.

“으히익! 어, 어떻게 된 거요 바토리 아가씨! 이러다 나 죽소오오!”

오토가 전속력으로 달리며 외쳤다.

오토는 조금 전, 다섯 마리 다크 나가에게 돌격해 한 방씩 검을 찔렀다.

그러고는 멀찍이서 대기하던 바토리를 향해 도주했다.

키에에!

키에에에에!

불시에 공격당한 다크 나가들은 당연히 오토를 추격했고.

추격이 이어질수록 다크 나가들은 점점 일렬로 줄지어졌다.

바토리는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오토와, 그 뒤를 맹추격 중인 다크 나가를 바라봤다.

‘조금만 더.’

다크 나가는 아직 완전한 일렬이 아니다.

이 상태에서 마법을 쏘아 봐야 세 마리만을 명중시킬 뿐이다.

그렇게 되면.

‘나머지 두 마리를 철혈귀검이 처리해야 한다.’

이길 수 없는 승부다.

그래서 바토리는 기다렸다.

아니, 기다리는 것을 넘어 뒤쪽으로 달리며 오토와의 거리가 좁혀지는 속도를 늦췄다.

“히익! 도, 도망치면 어쩌자는 거요!”

빼액 소리친 오토가 뒤를 돌아봤다.

어느새 다크 나가는 지척까지 다가와 있었다.

녀석이 삼지창을 찔러 왔다.

“히에엣!”

오토는 강철방패로 그것을 막았다.

운이 좋았는지 나가의 일격을 막은 오토는 더욱 앞으로 튕겨졌다.

그래서 약간이지만 놈들과 거리를 벌릴 수 있었다.

“그거 좋구나! 계속 그렇게 오려무나 철혈귀검아!”

“이, 이게 그리 매번 통할 것 같소!”

말과 달리 오토는 다크 나가와 거리가 좁혀질 때마다 같은 방법으로 거리를 벌렸다.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발휘된 고도의 집중력과, 그간 발전한 오토의 실력이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물론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험하긴 했지만.

위기는 머지않아 찾아왔다.

카앙!

삼지창을 제대로 막지 못한 오토가 그만 발을 헛디디며 넘어져 버린 것.

“힉! 사, 살려 주쇼 바토리 아가씨!”

오토와 바토리는 이미 가까워질 만큼 가까워져 있었다.

바토리는 지금이 마법을 시전해야 할 때라는 걸 알았다.

그러나 이 상태라면 네 마리를 즉사시키긴 어렵다.

‘네 번째 나가는 부상 정도로 끝날 것이야.’

그때였다.

스르륵.

네 번째 다크 나가의 측면에서 도롱뇽이 나타났다.

도롱뇽은 오토의 어깨 위에서 투명화로 몸을 숨긴 채 기회를 엿보고 있었고.

오토가 바닥에 넘어지자마자 네 번째 다크 나가를 향해 내달렸다.

그러고는 나가의 비늘을 힘껏 깨물었다.

[ 강인한 송곳니 ]

키에에에에!

도롱뇽의 강인한 송곳니는 네 번째 다크 나가를 크게 놀라게 했다.

다크 나가가 마구 몸을 뒤틀었다.

“지, 지금이다! 바토리 할망구!”

바토리의 입이 길게 찢어졌다.

거대한 미꾸라지처럼 몸을 흔드는 다크 나가는 아주 잠깐씩이지만 첫 번째부터 세 번째의 다크 나가와 일자로 몸이 겹치는 순간이 있었다.

바토리에겐 그 정도면 충분했다.

“이히테 페로 노음니하!”

바토리의 손에서 거대한 불의 창날이 날아갔다.

콰득! 콰득! 콰드드드득!

그것이 세 마리의 다크 나가를 꿰뚫고 네 번째 다크 나가의 가슴 정중앙에 꽂혔다.

오토의 눈이 커졌다.

“서, 성공이오! 바토리 아가씨!”

물론 여기서 끝은 아니었다.

오토는 빠르게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하나 남은 다크 나가를 향해 달렸다.

그의 몸 위로 피의 보호막이 씌워졌다.

“내 덕인 줄 알아라 종복 미물! 남은 한 마린 어떻게든 처리하라고!”

“걱정 마라 요망한 도마뱀아아아!”

네 마리의 동료를 잃은 다크 나가는 크게 당황한 듯했다.

녀석이 고개를 한껏 젖혔다.

그러고는 목이 터져라 비명을 질렀다.

키류류류류류류!

이제까지와는 판이하게 다른 비명.

오토는 강철검을 뻗었다.

“시끄럽다 뱀새끼야!”

그것이 다크 나가의 삼지창과 부닥쳤다.

카앙!

다크 나가의 몸이 휘청거렸다.

오토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상대보다 빠르게 자세를 되찾았다.

“내가 바로 철혈귀검 오토 님이시다!”

강철검이 다크 나가의 옆구리에 박혔다.

다크 나가의 입에서 독액이 뿜어졌다.

오토는 침착하게 방패로 막았다.

그러고는 방패를 뻗어 놈의 얼굴을 후려갈겼다.

기울어지는 다크 나가의 미간에 강철검이 박혔다.

오토는 놀라움을 느꼈다.

‘뭐지?’

몸이 상당히 가벼웠다.

속도도 빨라지고, 힘도 더욱 세진 것 같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오토의 힘과 스피드는 그대로다.

다만 많은 다크 나가들과 싸우며 나름의 요령이 생겼던 것.

“뭔진 몰라도 잘 되었네! 으하하하하!”

오토는 더욱 공격적으로 나섰다.

다크 나가는 오토보다 강했지만.

오토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에겐 바토리의 보호막이 있었고.

“빌어먹을 종복 미물 새끼! 도와주러 왔다!”

도롱뇽의 강인한 송곳니가 있었다.

키에에에!

다크 나가가 고통의 비명을 질렀다.

도롱뇽이 놈의 비늘을 잡아 뜯은 것이다.

오토의 눈이 빛났다.

비늘을 잃은 다크 나가의 가슴에 강철검을 꽂았다.

푸우욱!

피부를 보호하는 비늘이 없었기에 오토의 검은 그 어느 때보다도 깊숙이 꽂혔다.

오토는 아틸라가 했던 동작을 떠올리며 양손으로 검 손잡이를 쥐었다.

힘껏 내리그었다.

파드드드드듯!

다크 나가의 몸이 길게 세로로 잘렸다.

오토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헉……. 헉…….”

바토리와 도롱뇽의 도움이 있긴 했지만.

이렇게 거의 자신의 힘만으로 다크 나가를 쓰러뜨린 건 처음이었다.

바토리도 내심 놀란 듯했다.

“제법이구나 철혈귀검아. 이렇게 빨리 다크 나가를 쓰러뜨릴 줄은 몰랐느니라.”

도롱뇽도 한 마디 거들었다.

“뭐, 나름 쓸 만했다. 종복 미물.”

오토가 히죽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자, 이제 마지막 상징물인지 뭔지를 파괴하러 가는 거요!”

오토, 바토리, 도롱뇽은 서둘러 달렸다.

그러면서 바토리는 생각했다.

이번 상징물만 파괴하면 악마진은 해제된다.

그러나.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소모됐다.

‘별일이야 있겠느냐마는.’

아틸라는 강하다.

키릴도 샤를과 버금갈 정도의 강자고, 카스피 역시 특급의 경지에 다다른 살수.

그럼에도 바토리는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꼈다.

“잠깐. 바토리 할망구.”

도롱뇽의 말에 바토리의 눈빛이 변했다.

“몇 마리나 되는 것 같으냐 도롱뇽아.”

“어림잡아도 열 마리는 넘어.”

“엥? 뭐가 열 마리가 넘는다는 거요?”

오토가 물었지만, 바토리와 도롱뇽은 굳이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이미 놈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으니까.

“히, 히이이익!”

사방에서 다크 나가들이 물밀듯이 밀려들었다.

목표물을 발견한 놈들이 고개를 젖히며 포효했다.

키류류류류류류!

오토는 저 소리를 기억했다.

동료들을 잃은 다섯 번째 다크 나가가 내질렀던 비명.

“비, 빌어먹을! 저게 동료를 부르는 소리였던 거요!”

“아무래도 그런 것 같구나.”

“이, 이제 어떡하면 좋소!”

“어떡하긴 종복 미물 새끼! 미친 듯이 달려서 마지막 상징물을 파괴해야지!”

도롱뇽의 말대로다.

어떻게든 마지막 상징물을 파괴한 뒤, 놈들을 피해 아틸라와 합류한다.

방법은 그것밖에 없다.

“시, 실례 좀 하겠수! 바토리 아가씨!”

오토는 바토리의 몸을 냅다 안아들었다.

“으아아아아아아!”

그러고는 마지막 상징물을 향해 전력질주했다.

* * *

‘야만전사야.’

아틸라는 머릿속을 울리는 바토리의 목소리를 들었다.

아니, 확실치는 않다.

그러나 아틸라는 정신이 몽롱해지는 와중에도 바토리에게 무언가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알았다.

그뿐만이 아니다.

카스피 또한 위급한 상황이었다.

카스피는 자신을 도우려다 우두머리의 기습을 당했고, 중독됐다.

“아틸라!”

카스피가 외쳤다.

그 목소리가 의미하는 것을 깨달은 아틸라는 본능적으로 흑철검을 휘둘렀다.

졸개 하나의 머리가 반으로 갈렸다.

‘이러다 큰일이 날 것 같구나. 어떻게 된 것이더냐 야만전사야.’

이번엔 제법 또렷하게 들렸다.

그게 신호라도 된 것처럼, 아틸라의 눈앞이 붉게 변했다.

[ 시스템 경고 ]

[ 충격에 주의하십시오. ]

[ 세 번째 권능이 발현합니다. ]

아틸라의 입이 길게 찢어졌다.

[ 광폭(狂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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