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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세계 속 광전사가 되었다-202화 (202/425)

202. 전조 (2)

바토리는 눈을 동글게 뜨며 도롱뇽을 쳐다봤다.

그러고는 피식 웃었다.

“내 너에게 위로를 받는 날이 오게 될 줄이야. 세월이란 참으로 많은 것을 변하게 하는구나.”

“위, 위로는 무슨 위로! 못생긴 할망구가 미간을 찌푸리는 꼴이 보기 싫어 그랬다!”

“바, 바바 바토리 아가씨가 못생겼다고? 네놈 눈깔은 똥구녕에 달린 거냐 요망한 도마뱀아아아!”

“저 종복 미물 새끼가 진짜 뒤질라고.”

“철혈귀검아. 넌 내 얼굴보다 가슴을 더 좋아하지 않았더냐.”

“히익! 지, 지금 그 이야기를 꼭 해야겠수!”

새빨갛게 얼굴을 붉힌 오토가 앞으로 달려나갔다.

마침 그곳엔 홀로 물놀이를 즐기던 다크 나가가 있었고, 오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놈의 머리에 강철검을 꽂았다.

그러고는 당황해 외쳤다.

“히익! 어, 얼른 이놈 좀 죽여 주쇼 바토리 아가씨!”

* * *

키릴은 아틸라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감지했다.

‘아틸라의 움직임이 둔해졌다.’

그뿐만이 아니다.

날카로운 판단력도 무뎌졌다는 것이 느껴졌다.

‘탁샤카의 독 때문에?’

불분명했다.

자신 역시 탁샤카의 세 졸개를 상대하고 있었고.

놈들의 독액 중에서, 자신의 움직임이나 판단력을 둔하게 만드는 독은 없었으니까.

키릴은 탁샤카의 독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그저 일곱 개의 머리에서 내뿜는 독이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을 들었을 뿐.

‘성질은 다르지만, 내 쪽의 졸개들이 지닌 건 모두 출혈독이다.’

키릴도 아틸라처럼 보호막을 잃었다.

이후 탁샤카의 독액이 더욱 강하게 뿌려졌다.

키릴은 방패를 들어 막고, 몸을 움직여 회피했지만 독액 공격을 완전히 무효화할 수는 없었다.

치이익……! 치익……!

키릴은 자신의 몸에 탁샤카의 독액이 침투했다는 것을 감각했다.

그러나 몇 번을 저항해 물리쳤고.

몇 개인가의 독은 자신을 감염시켰다.

키릴이 내린 결론은 이거였다.

‘생각만큼 강한 독은 아니다.’

키릴의 오판이었다.

탁샤카의 독은 강하다.

다만 키릴이 지닌 포이베의 신력이 독에 높은 확률로 저항했고.

또 체내로 감염된 독을 빠르게 소멸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을 뿐이다.

키릴은 포이베의 특별한 신력이 마기뿐 아니라 독에 강한 저항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 키릴은 아틸라의 상태가 변한 까닭을 정확히 유추할 수 없었다.

그러나 카스피는 달랐다.

‘빌어먹을. 독성이 엄청나잖아!’

살수는 독의 전문가다.

물론 카스피는 독을 활용하는 살수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독에 관한 지식만은 해박한 편이었다.

‘이런 무시무시한 독이라니.’

하싸씬의 훈련 중엔 독에 저항할 수 있는 육체를 만드는 과정이 존재한다.

그 방법이란 게 특별한 건 아니고.

세상에 존재하는 여러 종류의 독액을 아주 묽게 희석해 체내에 주입하는 것인데.

그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면, 그 독에 관해서만큼은 어느 정도의 저항력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마치 아틸라가 타란툴라의 수액을 극소량씩 섭취해 10분 동안의 진화체를 획득했던 것처럼.

카스피는 그 훈련으로 많은 성과를 이뤘다.

귀살자의 피를 지닌 카스피의 육체가 독에 대한 저항력이 선천적으로 높았기 때문.

그런 카스피조차도.

‘눈을 제대로 뜨질 못하겠어.’

탁샤카가 뿜는 독성은 견디기 힘들었다.

바꿔 말하자면.

키릴의 독 저항력이 무시무시할 만큼 강하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아틸라는 신경독을 발하는 세 졸개와 우두머리를 자신이 맡았다.

그 또한 키릴의 저항력은 알고 있었지만.

키릴의 전투 경험이, 실력에 비해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을 감안한 선택이었던 것.

“아틸라! 괜찮아? 아틸라!”

카스피가 소리쳤다.

그녀가 보기에도 지금의 아틸라는 정상이 아니었다.

“빌어먹을! 아틸라!”

카스피는 아틸라를 도우려 했다.

자리를 이탈하려는 카스피를 아틸라가 막았다.

“오지 마! 카스피!”

지금 카스피가 빠지면 키릴이 위험해진다.

게다가 아틸라가 우측의 졸개들을 맡은 것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우측의 졸개들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이곳엔 우두머리가 있다. 나 혼자 방어 태세로 버티는 편이 나아.’

아틸라는 탁샤카에게 도약을 적중시킨 후, 방어 태세로 전환했었다.

[ 방어 태세에 돌입합니다. ]

[ 방어력이 20% 증가하고, 공격력이 20% 감소합니다. ]

가장 큰 이유는 방어력 증가가 아니다.

바로.

[ 모든 마법과 독, 상태 이상에 대한 저항력이 10% 증가합니다. ]

독 저항과.

[ 보조무기 숙련도가 20% 증가합니다. ]

보조무기 숙련도 증가.

‘확실히 방어 태세에서 방패 운용이 더욱 수월하다.’

아틸라는 방패를 독액을 막는 용도로 썼다.

흑철방패는 보통의 방패보다 면적이 넓었고, 웬만한 독성엔 부식되지 않을 정도로 견고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모든 독액을 막는 건 불가능했다.

아틸라의 몸엔 더 점점 많은 독이 중첩됐다.

[ 신경독(근육 마비)에 감염되었습니다. ]

[ 이 효과가 3회 중첩되었습니다. ]

[ 출혈독(파괴)에 감염되었습니다. ]

[ 이 효과가 5회 중첩되었습니다. ]

[ 신경독(정신 마비)에 감염되었습니다. ]

[ 이 효과가 6회 중첩되었습니다. ]

[ 출혈독(고통)에 감염되었습니다. ]

[ 이 효과가 4회 중첩되었습니다. ]

그뿐만이 아니다.

아틸라가 베어 낸 탁샤카의 머리는 빠른 속도로, 또 끊임없이 수복했다.

마르지 않는 샘처럼 솟아나는 악마진의 마기가 탁샤카의 육체를 불사체로 변모시킨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키릴과 카스피가 맡은 세 졸개 역시 마찬가지였다.

“빌어먹을! 베어도 베어도 끝이 없잖아!”

카스피의 공격 능력은 뛰어나다.

단순히 공격력과 스피드로만 국한한다면 아틸라에게도 크게 밀리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카스피의 막강한 공격력도 탁샤카의 머리를 완전히 소멸시킬 순 없었다.

카스피는 생각했다.

‘바토리가 있었다면.’

누가 뭐래도 바토리는 이 파티에서 최강의 공격력을 자랑한다.

마력을 소모해야 하는 탓에, 자신이나 아틸라만큼 지속적인 공격을 가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아니야. 바토리가 있었어도 놈을 완전히 제압할 수는 없었을 거야.’

당연한 이유였다.

그것이 가능했다면, 굳이 지금과 같은 양동 작전을 펼칠 이유가 없었으니까.

‘어떻게든 해야 돼.’

카스피는 지독한 불안감을 느꼈다.

그것은 바토리와 키릴의 마음속에서 피어나는 불안보다 더욱 강렬한 감정이었다.

지금까지 아틸라는 아무리 강한 적을 만나도 큰 위기 없이 승리했었다.

‘크라켄을 상대했을 땐 다소 위험하긴 했지만.’

그 외의 적들은 모두 큰 위기감 없이 섬멸했다.

그러던 중.

아틸라는 자신의 힘으로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상대를 만났다.

‘버서커 카르타고.’

버서커 카르타고는 엄청난 강자였다.

그는 아틸라와 샤를의 협동 공격을 어린애 다루듯 막았다.

심지어 그때의 아틸라는 카스피가 지금까지 본 중 가장 강력한 힘을 드러낸 상황이었고, 샤를 또한 아틸라 못지않은 검세를 펼쳤다.

그것만이 아니다.

비록 순간이지만 엄청난 힘을 내보인 도롱뇽과, 귀살의 힘을 드러낸 자신의 공격마저도 카르타고는 손쉽게 무력화시켰다.

카스피는 두려웠다.

‘그때의 아틸라는 나를 알아보지 못했어.’

그날, 아틸라는 카스피를 죽이려 했다.

물론 크누트가 대신 공격을 맞아 준 덕에 카스피는 상처입지 않았다.

그러나 카스피는 그날의 그 순간을 잊을 수 없었다.

드러난 맹수의 송곳니.

자신을 향해 날아들던 살기 어린 그림자.

훗날 알게 된 사실이지만.

만약 그때 바토리가 아틸라의 정신에 침투해 그를 막지 않았다면.

카스피와 크누트는 결코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카스피는 강한 예감을 느꼈다.

탁샤카를 상대 중인 아틸라가.

그날의 아틸라와 점점 비슷한 기운을 내뿜고 있다는 것을.

* * *

바토리는 곤경에 빠져 있었다.

악마진을 파괴하기 위한 마지막 하나의 상징물 앞에.

무려 다섯 마리의 다크 나가가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바, 바토리 아가씨!”

바토리는 고민했다.

자신의 마력이 충분한 상태였다면 어렵지 않게 쓰러뜨릴 수 있는 숫자.

그러나 지금의 자신은 상당한 마력을 소모한 상태다.

‘최대 세 마리. 나머지 둘은 쓰러뜨릴 수 없다.’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크라켄을 쓰러뜨리기 위해 힘을 폭주시켰던 때처럼.

현자의 돌을 버리고 무리한 힘을 끌어 사용한다면 다섯 마리 모두 제거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다시는 왼팔을 사용할 수 없게 될지도.’

바토리는 자신의 왼팔이 완전히 망가지는 것보다.

그로 인해 아틸라의 마음이 상처 입을 것을 두려워했다.

게다가 그녀가 힘을 보존해야 하는 이유는 또 있었다.

지금의 아틸라는 단순히 지구로 돌아가기 위해 여행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이 세계에 닥칠 위협을 우려하고 있다.

‘그런 그를 돕기 위해서라도.’

자신은 어떻게든 왼팔의 힘을 보존해야만 한다.

“어떻게 할 거냐 바토리 할망구. 마력은 이미 바닥난 것 같은데.”

“완전히 바닥은 아니란다. 세 마리 정도는 어떻게든 해치울 수 있을 것 같구나.”

“그럼 나머지 둘은.”

“뻔하지 않느냐. 철혈귀검의 힘을 믿는 수밖에.”

멀뚱멀뚱 바토리의 말을 곱씹던 오토가 기겁해 소리쳤다.

“힉! 뭐, 뭐요? 바, 바토리 아가씨! 지금 나더러 저 괴물 둘을 쓰러뜨리라는 거요?”

“왜 그러느냐 철혈귀검아.”

“히이익! 나, 난 못 하오! 내가 겁이 나서 그런 게 아니라! 정말로 난 나가 두 마리를 쓰러뜨릴 수 없소! 내 능력 밖의 일이란 말이오!”

“방법은 있단다.”

바토리가 작전을 설명했다.

“내가 관통력이 강한 마법을 시전해 세 마리의 다크 나가를 한꺼번에 노려 보겠다.”

“그, 그게 가능한 거요?”

“처음 사원에 진입했을 때도 보지 않았더냐. 내가 하나의 마법으로 두 마리의 다크 나가를 제압했던 걸 말이다.”

“그, 그러고 보니 그랬었지! 맞소!”

“단, 그 마법을 사용하면 내 마력은 완전히 바닥을 드러낼 게야. 그렇게 되면 난 더 이상 공격형 마법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기껏해야 철혈귀검, 네게 보호막을 씌워 줄 수 있는 정도겠지.”

“그, 그렇다는 말은…….”

“그래. 나머지 두 마리의 다크 나가는 네가 쓰러뜨려야 한다.”

오토가 쩌억 입을 벌렸다.

그러나 그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것을 그 역시도 알았다.

바토리가 부드러운 미소를 흘리며 말했다.

“그리 가능성 높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네가 다크 나가들의 위치만 잘 잡아 준다면, 어쩌면 네 마리까지도 타격할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오토의 눈이 커졌다.

“그, 그게 정말이오?”

“그렇단다. 내가 오직 ‘관통력’에만 마력을 집중한다면 말이다.”

바토리의 말은 이랬다.

바토리는 하나의 마법을 발현해 방향을 전환하며 세 마리를 타격할 생각이다.

그러나 만약.

오토가 어떤 방법으로든 나가들을 일렬로 줄 지을 수 있다면.

바토리는 방향 전환이 아닌, 오직 ‘관통력’에만 마력을 집중해 다크 나가를 타격할 수 있다.

오토는 잠시 머리를 굴렸다.

그러고는 소리쳤다.

“빌어먹을! 좋수! 까짓것 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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