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만든 세계 속 광전사가 되었다-176화 (176/425)

176. 검은 보석의 주인 (1)

키메라가 전장에 나타난 것을 가장 먼저 감지한 건 룽겔 공작이었다.

그는 자신의 검은 보석이 점점 엄청난 진폭으로 맥동하는 것을 느꼈고.

그것으로 케플러의 키메라가 지척까지 다가왔다는 것을 알았다.

‘이제 끝이다. 오토마이어.’

머지않아 아틸라와 바토리도 키메라를 발견했다.

놀랍게도 키메라의 등 위엔 펀치가 매달려 있었다.

두 사람은 펀치를 향해 말을 달렸다.

그러면서 아틸라는 키메라의 타깃이 오토마이어 왕자라는 것을 확인했고, 동시에 왕자에게서 묘한 기운을 감지했다.

청록빛 망토에 가려지고, 또 그 주위에 많은 인파가 몰려 있기에 정확히 판별할 순 없었지만.

저 사내는 분명.

“아틸레르 크레센시아 경께서 참전하셨다!”

“아틸레르 크레센시아!”

“샹크리스의 광명검! 아틸레르 크레센시아!”

아틸라의 등장을 확인한 연합군의 병사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키메라와 왕자가 전투를 시작했다.

왕자가 말에서 뛰어내렸다.

검과 방패를 들어 키메라의 공격을 막았다.

“펀치!”

왕자가 소리쳤다.

그 목소리에 아틸라는 자신의 느낌이 맞았다는 것을 알았다.

빌어먹을 새끼.

아틸라는 입가를 올렸다.

왕자에게 몸통 박치기를 시도하는 키메라의 앞을 가로막았다.

콰앙! 내뻗은 방패가 키메라를 막았다.

그와 동시에 백금빛이었던 방패의 색이 흑빛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아틸라는 바토리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내가 곁에 있는 한 쉬이 색이 돌아오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다만 강한 충격을 받는다면 자칫 마법이 풀릴 수도 있으니 조심하거라.’

키메라에게 강한 충격을 받은 방패는 마법이 풀렸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백금빛 갑주와, 금빛 머리칼마저 연쇄적으로 원래의 색으로 돌아왔다.

아틸라는 고개를 돌렸다.

“어이 오토.”

두 눈을 부릅 뜬 오토가 거기 있었다.

“빌어먹을 오토마이어 왕자가 바로 너였냐?”

아틸라는 방패를 쥔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키메라의 힘은 대단했다.

아틸라가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뒤로 밀려날 정도로.

‘그래. 결국 키메라를 만들어 낸 거로군.’

케플러는 원작에서도 키메라를 만들지만 애완동물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눈앞에 있는 키메라는 엄청난 괴물이었다.

아틸라는 키메라의 몸에서 뿜어지는 강력한 검은 기운을 보며, 검은 보석을 삼켰던 리샤르와 거대 와이번을 떠올렸다.

“아, 아틸라 님!”

오토가 방패를 밀고 들어와 아틸라를 도왔다.

두 사내의 어깨가 강하게 부딪쳤다.

아틸라는 달라진 오토의 모습을 보며 히죽 입가를 올렸다.

“오토. 그렇게 꾸미니까 제법 왕자 같은데?”

“이, 이건 살쾡이 암살자가……!”

“키메라는 내가 상대한다. 넌 병사들 데리고 왕자 노릇이나 해.”

“하지만 아틸라 님……!”

오토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아틸라를 바라봤다.

아틸라는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새끼. 지금 누가 누굴 걱정하냐.”

아틸라가 방패를 압박하며 키메라를 밀쳐 냈다.

오토는 이를 악물며 말 위에 올라탔다.

“주, 죽지 마쇼! 꼭이요 아틸라 님!”

그러고는 기사와 병사들을 지휘하며 룽겔 연합군을 향해 달렸다.

멀어지는 오토를 키메라가 쫓으려 했다.

하지만 아틸라가 그냥 두지 않았다.

돌진 스킬로 추격한 뒤, 검과 방패를 휘두르며 키메라의 앞을 막았다.

펀치와 도롱뇽이 달려왔다.

“야, 야만 미물!”

도롱뇽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 저 키메라 새끼 좀 이상해! 원래는 착했거든? 그래서 내가 부하로도 삼아 줬었는데……!”

“뭔 헛소릴 하는 거냐.”

“지, 진짜야! 아무튼 저 키메라 변했다! 검은 보석을 꿀꺽한 뒤로!”

아틸라의 눈빛이 변했다.

그래. 리샤르가 그랬던 것처럼 검은 보석을 삼켜 버렸다 이거로군.

“그, 그리고 이거!”

도롱뇽이 꾸엑꾸엑 뱃속의 것을 게워 냈다.

미친 도롱뇽 새끼. 대체 왜 이래.

인상을 찌푸리던 아틸라의 눈이 동그래졌다.

도롱뇽의 입에서 나온 건 사엽초였다.

끈적끈적하게 젖어 있긴 했지만.

“내가 사엽초 왕창 가져왔다!”

도롱뇽이 직립하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도롱뇽은 아틸라가 자신의 이마를 쓰다듬어 주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당연히 그럴 여유는 없었다.

아틸라는 키메라를 막아야 했다.

“더러운 새끼. 다시 삼켜 놔라.”

아틸라의 핀잔에 시무룩한 얼굴이 된 도롱뇽은 제 입으로 게워 냈던 사엽초를 다시 아구아구 삼켰다.

그러고는 펀치의 등 위로 올라갔다.

- 도롱뇽아.

- 아틸라는 키메라를 죽이려는 걸까?

‘흥! 내가 알 바냐!’

- 왜 화가 났어 도롱뇽아.

‘야만 미물 녀석! 내가 기껏 사엽초 구해 왔는데 나 몰라라 하잖아!’

- 키메라 우릴 구해 줬어.

- 아틸라를 말려야 하지 않을까.

그 말엔 도롱뇽도 무언가 느끼는 게 있는 모양이었다.

도롱뇽은 아틸라와 전투를 벌이는 키메라를 바라봤다.

도롱뇽의 눈이 가늘게 좁혀졌다.

‘그건 힘들겠다 곰탱이. 키메라 새끼 이미 완전히 맛이 갔어.’

- 그치만.

‘저 키메라는 야만 미물이 봐주면서 싸울 만큼 만만한 놈이 아냐. 물론 제대로 싸우면 야만 미물이 이기겠지만.’

- 그렇다면.

‘하지만 야만 미물이 놈을 생포하려 했다간 자칫 크게 다치거나 죽을 수 있어. 곰탱이, 넌 그걸 바라는 거냐.’

- 그건 아니야.

‘그럼 잠자코 있어. 키메라는 이미 정신줄을 놔 버렸고, 우리 힘으론 어쩔 수 없다.’

펀치의 귀가 축 아래로 처졌다.

그런 펀치의 이마를 쓰다듬으며 도롱뇽이 말했다.

‘후……. 어이 곰탱이. 그럼 저 미친 키메라 새끼한테 갑자기 왜 저 난리를 부리는 거냐고 물어봐 봐.’

- 계속 물어봤어.

- 그런데.

- 대답을 안 해.

아틸라와 키메라는 접전을 벌이고 있었다.

원래 키메라는 아틸라를 무시하고 오토를 쫓으려 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아틸라가 앞을 가로막자 작전을 바꿨다.

아틸라를 쓰러뜨린 뒤, 오토에게 향하는 것으로.

크르르르르…….

키메라의 외형은 처음 시험관에서 나왔을 때와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덩치가 커졌고.

머리 위의 두 뿔도 더욱 길고 거대해졌으며.

척추를 지나는 긴 갈기는 검은 기운의 영향을 받아 불꽃처럼 흔들렸다.

심지어 뱀의 얼굴을 가진 꼬리는 세 가닥으로 늘어나 있었다.

둘의 가공할 싸움은 주위 병사들을 모두 달아나게 만들었다.

즉 이곳엔 아틸라와 키메라, 펀치, 도롱뇽, 그리고 아틸라의 지시를 받아 먼발치에서 이들을 주시하는 바토리뿐이었다.

“무지막지하게 강하군. 키메라 새끼.”

아틸라가 히죽 웃었다.

그는 펀치에게 의지를 전달했다.

그의 의도를 깨달은 펀치는 잠시 머뭇댔지만, 결국 도롱뇽과 함께 빠르게 측면으로 달아났다.

펀치가 어느 정도 거리를 벌린 것을 확인한 아틸라는 시전했다.

[ 도약(跳躍) ]

아틸라의 몸이 공중으로 솟았다.

타깃을 잃어버린 키메라가 놀란 눈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공중에 떠오른 아틸라는 전장의 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

오토의 군대가 룽겔 연합군을 몰아치고 있다.

“오, 오토마이어 왕자다!”

“왕자가 저 괴물을 막아 냈어!”

[ 타점을 특정합니다. ]

아틸라는 키메라의 척추로 타점을 설정했다.

그 순간 그의 발달된 감각이 무언갈 포착했다.

‘저건?’

온몸에서 시커먼 기운을 발하는 기사 하나가, 마찬가지로 시커먼 빛을 내는 군마를 타고 달려오고 있었다.

아틸라는 그것의 정체를 한눈에 알아봤다.

‘데스나이트!’

아틸라는 당황했다.

왜 데스나이트가 이곳에 나타났단 말인가.

문제는 또 있었다.

데스나이트는 키메라를 향해 똑바로 달려오고 있다.

그런데 데스나이트와 키메라 사이엔 펀치가 있었다.

아틸라는 키메라를 향해 지체 없이 낙하를 시도했다.

콰앙! 그의 발이 지면과 부닥치며 충격파를 발했다.

그랬다.

그것은 지면이었다.

‘뭐야. 피했다고!’

키메라는 아틸라가 낙하를 시작하자마자 펀치를 향해 몸을 날렸고, 아슬아슬하게 도약 스킬의 직격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충격파에서까지 자유로울 순 없었다.

아틸라의 발을 중심으로 강력한 충격파가 발생했고, 키메라의 등을 덮쳤다.

그 바람에 키메라의 몸이 바닥을 굴렀다.

그럼에도 키메라는 서둘러 몸을 일으켰고, 펀치를 향해 달렸다.

빌어먹을. 아틸라는 키메라에게 돌진을 시전하려 했다.

그러나 사거리가 닿지 않았다.

펀치에게 거대화 스킬을 시전하려 했다.

그것도 닿지 않았다.

그래서 아틸라는 달렸다.

저 멀리에서 말을 달려오는 데스나이트와, 아직 데스나이트의 존재를 감지하지 못한 펀치와, 그들을 향해 전력질주하는 키메라를 향해.

“펀치!”

아틸라는 무휼을 뽑아 키메라에게 던졌다.

그것이 키메라의 척추에 꽂혔고, 키메라는 비명을 지르며 고통스러워했지만 달리는 것을 멈추지는 않았다.

키메라의 앞발이 펀치와 가까워졌다.

무서운 속도로 휘둘러졌다.

부웅.

그러나 키메라는 펀치를 타격하지 않았다.

펀치의 바로 옆 지면을 지르밟으며 데스나이트에게 몸을 날렸다.

우어어어! 키메라의 앞발이 데스나이트에게 뻗쳤다.

그러나 움직임이 둔했다.

척추에 꽂힌 무휼 때문이었다.

콰드득! 데스나이트의 검이 키메라의 앞발을 절단했다.

키메라의 몸이 바닥을 굴렀다.

그러나 세 개 남은 다리로 키메라는 몸을 일으켰고, 펀치와 도롱뇽에게 달려드는 데스나이트의 뒤를 습격했다.

키메라와 부닥친 데스나이트가 군마와 함께 옆으로 밀려났다.

키메라는 온몸을 부풀리며 펀치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리고 펀치는 키메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 도망…… 쳐…….

데스나이트의 검이 채찍으로 변해 키메라의 가슴을 관통했다.

키메라가 몸을 비틀며 비명을 질렀다.

데스나이트는 처음 상대했을 때보다 수 배는 더 강해진 듯했다.

펀치는 몸을 날려 데스나이트를 막으려 했다.

그러나 도롱뇽이 빨랐다.

“너 이 새끼! 감히 내 친구 키메라르으으을!”

도롱뇽이 데스나이트를 향해 달려 나갔다.

키메라의 몸에서 뽑힌 채찍이 다시금 검의 형상으로 변했다.

그것에서 시커먼 불길이 일었다.

“카아아아아앗!”

포효하는 도롱뇽을 향해 데스나이트는 흑염(黑焰)의 검을 휘둘렀다.

무서운 속도로 달려온 키메라의 발톱이 그것을 막았다.

흑염의 불꽃이 키메라의 앞발을 불태웠다.

키메라는 온몸을 날려 데스나이트를 바닥에 쓰러뜨리는 것에 성공했다.

푸욱! 키메라의 등 위로 흑염의 검이 튀어나왔다.

그것이 키메라의 갈기를 불태웠다.

키메라가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다.

그럼에도 키메라는 깔아뭉갠 데스나이트를 놓아주지 않았다.

키메라의 턱이 바들바들 떨렸다.

- 도망…… 쳐.

이번엔 도롱뇽도 들을 수 있었다.

- 내…… 친구들……아…….

도롱뇽의 눈에 핏발이 돋았다.

도롱뇽은 기억했다.

자신이 던져 준 토끼고기가 뜨거워 화들짝 놀라던.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토끼고기 냄새를 맡으려다 코를 데어 달아나던 키메라의 모습을.

‘케헷헷헷헤! 그 덩치에 뜨거운 건 못 먹는 거냐!’

그랬던 키메라가.

흑염의 불꽃에 활활 몸을 불태우면서도.

우어어. 우어어어어.

제 친구들을 지키기 위해 데스나이트를 끌어안고 있었다.

도롱뇽의 동공이 희번덕 돌아갔다.

괴성을 지르며 데스나이트에게 몸을 날렸다.

- 도롱뇽아!

그리고 도롱뇽은 자신의 몸 안에서 강력한 힘이 폭발하는 것을 감각했다.

[ 해방(解放) ]

[ 환수, 도롱뇽의 봉인된 힘을 해방시켜 일정 시간 성체(成體)로 변화시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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