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만든 세계 속 광전사가 되었다-149화 (149/425)

149. 적색의 마탑 (3)

원작자 김도현은 패영전 세계관의 용족을 크게 여섯 등급으로 구분했다.

첫 번째로, 우리가 흔히 ‘드래곤’이라 칭하는 존재들로 구성된 최상위(最上位)종.

두 번째로, 드래곤에 가장 근접한 존재인 ‘드레이크’로 대표할 수 있는 상위(上位)종.

세 번째로 ‘암피테르’와 ‘이무기’가 대표 격인 중상위(中上位)종.

네 번째로 ‘와이번’으로 대표되는 중위(中位)종.

다섯 번째로 ‘리자드’와 ‘플라이웜’이 유명한 중하위(中下位)종.

마지막으로 ‘바실리스크’, ‘왕도마뱀’ 등으로 구성된 하위(下位)종이 그것인데.

등급, 그리고 대표되는 개체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하위종은 용족에서 가장 약한 개체들로 구성돼 있다.

그렇다고 하위종 용족이 모두 약한 것은 아니다.

이유는 ‘마귀’에 속하는 용족이 모두 하위종으로 편입됐기 때문인데.

예를 들어 하위종의 용족이자 상급 마귀인 ‘만티코어’는 웬만한 중위종 용족보다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

또 하나.

여섯 등급에 포함되지 않은 이른바 ‘규격 외 등급’이 존재한다.

일명 ‘드라코니안(Drakonian)’이라 불리는 그 특별한 등급에 해당하는 존재 중 하나가 바로.

“흐에에엣! 미, 미쳤어 도롱뇽? 아무리 다친 것처럼 보이긴 해도 드, 드래곤을 향해 달리라니!”

“거참 저거 드래곤 아니라니까 그러네! 저건 우리 용족에서 미물 중의 미물 새끼라고! 내 발가락의 때만도 못한 존재! 알아들어?”

“거어어어짓말 하지 마라 이 요망한 도마뱀아! 살쾡이 암살자! 절대 가지 마쇼! 저 사악한 도마뱀이 우릴 드래곤의 제물로 바친 뒤 도망치려는 거요!”

“이 빌어처먹을 종복 미물 새끼! 감히 위대하고 지고하신 드라콘 이스메니오스 님께 요망한 도마뱀이라고?”

발끈한 도롱뇽이 오토에게 덤비려 했지만 아틸라의 의지가 그것을 막았다.

도롱뇽이 다급히 소리쳤다.

“어, 어서 달려 살쾡이 미물! 이건 야만 미물의 뜻이다!”

“아, 아틸라의 뜻이라고?”

“제발 빨리 좀! 으아아 정신 공격이! 정신 공격이이이이!”

혹시 모를 정신 교육을 두려워하며 도롱뇽이 제 머리를 부여잡았다.

그제서야 카스피는 도롱뇽의 말을 따랐다.

지면에 처박힌 플라이웜을 향해 최단거리로 직진했다.

“히이익! 저, 정말 갈 거요 살쾡이 암살자!”

“무서우면 빠지시던가! 종복 나리!”

“조, 조, 종복 나리라니!”

플라이웜이 부스스 몸을 일으켰다.

머리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는지 도리도리 고개를 털고 있었다.

“가, 가라! 살쾡이 미무우우울!”

순식간에 가까워지는 놈을 향해 도롱뇽이 쩌억 아가리를 벌렸다.

때맞춰 아틸라의 의지가 도롱뇽의 위대한 권능을 일깨웠다.

[ 포식(捕食) ]

10레벨이 되며 더욱 강력해진 포식의 마력이 플라이웜을 빨아들였다.

구웨에에엑! 플라이웜은 변변한 저항 한 번 하지 못한 채 도롱뇽의 한 끼 식사 거리로 전락했다.

삽시간에 뼈와 약간의 내장만 남은 플라이웜의 사체를 보며 카스피와 오토가 기겁해 소리쳤다.

“흐에에에엣! 지, 지금 뭐가 어떻게 된 거야!”

“히익! 저 도마뱀 새끼가 대체 뭔 짓을 한 거요!”

카스피와 오토는 도롱뇽이 포식하는 광경을 처음 보았다.

카스피의 눈이 별처럼 반짝였다.

“도롱뇽! 너 정말로 드래곤이었구나! 신에 가장 근접한 존재! 위대하고 지고하신 하늘의 왕!”

“에헴 당연하지! 그럼 지금까지 이몸이 무엇이라 생각했던 것이냐 하찮은 미물들아! 에헴! 에헤엠!”

도롱뇽이 파드듯! 비늘을 부풀리며 제 몸집을 키웠다.

그래봐야 손바닥만 한 크기에서 별 차이도 나지 않았지만.

우쭐대던 도롱뇽의 머리가 다시금 머리 위를 향했다.

그리고 직감했다.

“또 온다! 살쾡이 미물!”

거대한 소음과 함께 하늘 위에서 충격파가 일었다.

어찌나 강렬했는지 자욱했던 안개구름의 일부가 일거에 사라졌다.

그곳의 중심에서 온몸이 너덜너덜해진 플라이웜 한 마리가 추락하고 있었다.

“저, 저건!”

일행은 보았다.

추락하는 플라이웜의 위편 하늘에 둥실 떠있는 아틸라와 바토리의 모습을.

카스피의 눈이 커졌다.

“아틸라! 바토리이이이!”

“대, 대체 언제 어떻게 저 위로 올라간 거요!”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왜 갑자기 화를…… 케헥! 켁! 왜, 왜 또 때리는 거요!”

“그렇게 철갑옷을 주렁주렁 입고 있으니 때릴 곳이 목밖에 더 있어?”

“왜 목을 때리냐는 게 아니고 왜 때리냐고!”

억울해하는 오토를 향해 카스피가 비죽 입술을 내밀었다.

아틸라와 바토리가 무사하다는 걸 확인해 기쁘면서도, 한편으론 질투가 났던 것이다.

‘왜 저렇게 찰싹 달라붙어 있는 거야.’

“이봐 살쾡이 미물! 쫑알대지 말고 저 플라이웜에게 달려!”

토라진 와중에도 카스피는 도롱뇽의 말을 따랐다.

도롱뇽의 말이 곧 아틸라의 의지라 여긴 것이다.

“알았다고! 간다 도롱뇽!”

카스피의 말이 두 번째 플라이웜을 향해 달렸다.

그 뒤를 오토가 바짝 쫓았다.

“이, 이번에도 꼭 삼켜라 도마뱀…… 아니 드래곤!”

“이몸만 믿어라! 빌어처먹을 종복 미물 새끼!”

도롱뇽이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외쳤다.

라일은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주문을 영창했다.

그러나 그 주문을 발현할 상황은 찾아오지 않았다.

아틸라의 의지를 전달받은 도롱뇽이 버르적대는 플라이웜을 향해 아가리를 벌리자마자.

[ 포식(捕食) ]

첫 번째 플라이웜과 마찬가지로, 녀석도 순식간에 도롱뇽의 입안으로 빨려 들었다.

직립한 도롱뇽이 두 앞발을 허리에 얹으며 깔깔댔다.

“캬캬캬캬! 맛은 드럽게 없지만 몸에서 힘이 난다!”

“이대로 계속 달리는 거야? 도롱뇽?”

“달려달려!”

카스피는 말을 달리는 것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아니나 다를까 하늘에서 세 번째 플라이웜이 추락했다.

이후 약간의 틈을 두고 네 번째 플라이웜이 낙하했는데, 이때는 두 번째와 마찬가지로 하늘에서 가공할 충격파가 일었다.

‘저, 저건 대체……!’

라일의 눈이 흔들렸다.

벼락처럼 떨어지는 플라이웜.

안개구름을 일거에 날리는 강력한 충격파.

그렇게 네 마리에 달하는 플라이웜이 자신들의 고유영역인 하늘에서 공격받고, 추락했다.

게다가 상대는 단 한 명의 인간 전사.

바토리 에르제베트가 무언가 도움을 주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 결정타를 먹이는 건 분명 아틸라였다.

게다가 그는 벌써 다섯 번째 플라이웜의 등에 올라타며 또 다른 먹잇감을 사냥하려 하고 있었다.

‘저것이 정녕 말이 되는 일인가.’

저런 식으로 전투하는 전사는 본 적도, 상상해 본 적도 없었다.

그러나 놀란 와중에도 라일은 일말의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바로 그의 내면에 안착한 ‘메피스토’의 존재 때문이었다.

라일이 그를 불렀다.

‘메피스토.’

메피스토가 답했다.

‘버서커 아틸라는 특별한 존재다.’

‘특별한 존재?’

‘그는 메피스토펠레스의 환술 속에서도 저것과 비슷한 공격을 보인 적이 있었다. 그렇지만 놀랍군.’

‘무엇이 말인가.’

‘버서커 아틸라는 그때보다 한층 더 정제되고, 발전된 기술을 보이고 있다.’

‘그때보다 더욱 강해졌다는 말인가. 아틸라는.’

‘그는 지금 이 순간에도 강해지고 있다. 그의 동료들 또한 마찬가지로.’

라일의 눈이 도롱뇽을 향했다.

메피스토의 말대로, 두 마리의 플라이웜을 추가로 삼킨 도롱뇽은 처음 봤을 때보다 더욱 강해진 것처럼 보였다.

카스피와 오토는 쉬이 느끼지 못했지만, ‘메피스토’라는 특별한 존재를 내면에 품은 라일은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그는 도롱뇽의 손바닥만 한 체구가 아니라, 그곳에서 발하는 강대한 마기를 감각했다.

그 순간 머리 위에서 익숙한 충격음이 들리며 다섯 번째 플라이웜이 추락했다.

“캬캬캬! 다섯 번째 온다! 살쾡이 미물!”

“얼른 먹으러 가자고 도롱뇽! 아하하하하!”

그새 신이 난 카스피가 다섯 번째 플라이웜과,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추락하는 여섯 번째 플라이웜을 향해 말을 달렸다.

연이은 포식에 흥분한 도롱뇽이 악어처럼 입을 벌렸다.

* * *

그로부터 얼마 전.

다섯 번째 플라이웜의 등에 웅크린 아틸라는 도롱뇽이 네 마리의 플라이웜을 별 탈 없이 포식한 것을 확인했다.

‘좋아. 잘 하고 있군 도롱뇽.’

아틸라는 도약 스킬의 쿨타임과, 앞서 날아가는 플라이웜이 사정거리에 도달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는 저 멀리 선두를 나는 비행체와 그 위에 올라탄 인영을 주시했다.

먼 거리와 안개구름 탓에 명확하진 않았지만, 선두의 비행체는 플라이웜과 다소 다른 실루엣을 지니고 있었다.

‘플라이웜이 아닐지도.’

도약의 쿨타임은 금세 돌아왔다.

목표물과의 거리를 계산하던 아틸라가 바토리의 허리를 끌어당기며 재차 도약을 시전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 플라이웜이 지면으로 낙하했다.

이제는 시키지 않아도 바토리가 알아서 다음 플라이웜의 발목에 붉은 마력의 실을 감고, 끌어당겼다.

그렇게 아틸라와 바토리는 여섯 마리의 플라이웜을 거쳐 일곱 번째 개체의 등에 올라탔다.

그리고 아틸라는 확인했다.

자신이 짓밟았던 모든 플라이웜들이 몸에 화상을 입고 있었다는 것과.

예상했던 대로, 선두의 비행체는 플라이웜이 아니라는 것을.

‘와이번.’

그랬다.

중위종의 대표격인 용족, 와이번.

녀석은 플라이웜보다 훨씬 강력한 힘을 지닌 것은 물론이고, ‘뇌 없는 용족’ 또한 아니다.

그런데.

‘느낌이 좀 이상한데.’

형태는 와이번이 맞았지만 묘하게 달랐다.

아틸라는 와이번과, 녀석의 등에 올라탄 인영을 자세히 살펴봤다.

붉은색 망토.

같은 색의 복면.

그제서야 아틸라의 기척을 느낀 것인지, 아니면 플라이웜 몇 마리쯤 사냥당해도 상관이 없었던 것인지 복면의 인영이 뒤를 돌아봤다.

그의 목에서 불길한 기운이 일렁거렸다.

아틸라는 그것을 알아봤다.

‘목걸이?’

목걸이의 중심엔 검은 보석이 박혀 있었다.

그것에서 발하는 기운 탓일까, 아틸라가 올라탄 일곱 번째 플라이웜의 몸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앞을 날던 여덟 번째 플라이웜이 빙글 뒤를 돌았다.

모양새를 보니 이쪽을 공격하려는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아틸라는 도약 스킬을 이용해 단숨에 와이번에게 접근하려 했지만 할 수 없었다.

쿨타임이 돌아오지 않았기도 했고, 또 와이번은 도약을 시전하기엔 다소 먼 거리에 있었다.

“걱정 말거라. 내가 와이번을 격추해 떨어뜨리겠다.”

“필요 없다 할망구. 녀석은 사로잡아야 해.”

그 말에 바토리가 크게 당황한 얼굴로 아틸라를 돌아봤다.

“어째서……?”

“어째서냐니. 저놈이 적마탑을 습격한 놈이라면 이유를 물어야지. 일당이 더 있는지 확인도 해야 하고.”

“그게 아니라……!”

“뭐가.”

“왜, 왜 이름을 불러 주지 않는 것이더냐! 왜 호칭이 다시 할망구가 되었느냔 말이다!”

“뭐?”

“아까처럼 다시 불러 주면 안 되겠느냐.”

애원하는 듯한 눈으로 바토리가 아틸라를 바라봤다.

그제서야 아틸라는 자신이 바토리를 이름으로 불렀었다는 것을 기억했다.

‘당겨! 바토리!’

‘꽉 잡아라 바토리.’

‘바토리! 한 번 더 간다!’

아틸라가 무어라 변명하려는 순간 여덟 번째 플라이웜이 아틸라가 올라탄 일곱 번째 플라이웜의 덜미를 물었다.

반응할 겨를도 없이 부드득! 일곱 번째 플라이웜의 머리가 몸에서 분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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