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만든 세계 속 광전사가 되었다-129화 (129/425)

129. 서리거인 (2)

이전에도 말했듯 예티는 보통 단독 행동을 한다.

이유는 예티가 주로 활동하는 지역에서는 녀석을 위협할 만한 천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고.

또한 산맥 초입에서 살고 있는 서리곰이 예티가 가장 좋아하는 먹잇감이기 때문이다.

즉, 예티는 그저 자신의 편의를 위해 단독 행동을 하는 종이다.

두 마리의 예티가 함께 움직인다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라는 이야기.

그것을 증거하듯 서리곰의 동굴에 나타난 예티는 두 마리였다.

처음부터 두 마리였는데 서리나무 엘프들이 사실 확인에 소홀했던 것인지.

아니면 혼자인 예티의 곁에 다른 예티가 방문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굳이 알 필요도 없다고 아틸라는 생각했다.

[ 도발의 외침 ]

동굴에서 나타난 예티가 발키리들을 발견할 것을 우려해 아틸라는 놈에게 도발의 외침을 시전했다.

녀석이 고개를 갸웃하며 아틸라에게 달려왔다.

아틸라는 태세를 전환했다.

[ 방어 태세 ]

첫 번째 예티의 주먹이 날아왔다.

갑작스러운 습격을 당한 녀석은 상당히 화가 난 것처럼 보였다.

예티의 주먹을 막아 낸 흑철방패가 찌르르 울렸다.

아틸라는 감탄했다.

온몸의 뼈가 진동하는 강렬한 일격도 그랬지만.

그 일격을 온전히 받아 낼 수 있는 흑철방패의 견고함은 더욱 대단했다.

‘역시 골든핑거로군.’

원작에서도 골든핑거는 머지않아 황금바위 최고의 대장장이가 되는 자다.

아틸라는 두 마리 예티가 퍼붓는 주먹질을 흑철방패로 막았다.

그 완벽한 방어에도 예티의 가공할 공격력은 아틸라의 체력을 소모시켰다.

반면 회복되는 체력도 있었다.

[ 치유의 바람 ]

전투가 시작되자마자 줄지어 올라온 파티 요청을 아틸라는 한꺼번에 수락했다.

그와 동시에 엘프의 종족 특성 ‘치유의 바람’이 아틸라의 몸을 치유했다.

파티에 속한 엘프 중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닌 치유의 바람만 적용되었으며, 당연하게도 그건 슈시아의 것이었다.

‘대단하군. 치유의 바람을 이 정도까지 발전시키다니.’

잠시 후 펼쳐질 그녀의 활약을 기대하며 아틸라는 전사의 외침을 시전했다.

[ 모든 공격대원의 근력과 체력이 10% 상승합니다. ]

전사의 외침은 공격대원 모두에게 적용됐다.

지난밤 아틸라는 ‘야수 사냥꾼의 외침’과, 루이제의 구울 군단을 쓰러뜨리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심판의 외침’은 파티원에게만 적용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스킬 레벨이 달랐던 것이다.

그러나 아틸라는 걱정하지 않았다.

‘한 마리도 아닌, 두 마리의 예티다. 놈들을 쓰러뜨린다면 분명 다른 스킬도 업그레이드가 될 테지.’

39인의 발키리들은 전신을 감싸는 엄청난 활력을 감각했다.

발키리들은 이것이 예티를 공격하기 위한 첫 번째 신호라는 것을 알았다.

“1진. 움직인다.”

슈시아가 말했다.

그녀를 포함한 7인의 발키리가 소리 없이 전진했다.

그들은 아틸라의 파티에 포함된, 가장 뛰어난 실력을 지닌 발키리들.

두 마리 예티를 동시에 상대하는 아틸라의 뒷모습을 보며 슈시아는 꿀꺽 침을 삼켰다.

생각지도 못한 예티 한 마리가 추가된 상황이지만, 아틸라에게선 당황한 기색이 느껴지지 않았다.

‘침착해라 슈시아. 작전의 변동은 없어. 아틸라는 안정적으로 두 마리 예티를 붙잡아 두고 있다.’

슈시아의 1진은 뒤이을 신호를 기다리며 조금씩 더 전진했다.

아틸라는 파티원들이 일정 범위로 다가온 것을 직감했다.

다시 한번 스킬을 시전했다.

이번엔 야수 사냥꾼의 외침이었다.

[ 야수(野獸)를 상대로 관통력이 10% 증가합니다. ]

슈시아를 포함한 1진의 발키리들은 자신의 몸을 휘돌던 활력이 다른 종류로 치환된 것을 감각했다.

그것을 신호로 1진의 발키리들이 마력 화살을 겨누었다.

그러고는 당황했다.

“슈시아 님.”

“어, 어느 쪽을 겨냥합니까.”

본래 아틸라가 구상했던 작전은 예티 한 마리를 사냥하는 것.

그러나 지금 예티는 두 마리였고, 그래서 발키리들은 둘로 나뉜 타깃 사이에서 방황했다.

슈시아는 다시금 아틸라의 등을 바라봤다.

아틸라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두 마리 예티를 잡아 두는 것에 집중하고 있었다.

슈시아는 깨달았다.

‘아틸라는 믿고 있는 거다. 나를. 그리고 내가 지닌 직관의 힘을.’

슈시아의 눈이 보랏빛으로 변했다.

두 마리 예티를 노려봤다.

그리고 슈시아는 두 마리의 예티 중 아틸라에게 더욱 강한 적개심을 드러내는 개체를 찾아냈다.

“오른쪽이다.”

슈시아의 활이 우측의 예티를 겨누었다.

1진의 발키리들도 같은 타깃을 조준했다.

슈시아의 마력 화살이 쏘아져 나갔고, 뒤이어 나머지 여섯 발키리들의 화살이 활시위를 떠났다.

우측의 예티가 비명을 질렀다.

몇 발의 마력 화살이 놈의 몸을 관통했고, 몇 발은 가죽에 꽂혔으며, 몇 발은 빗맞거나 튕겨져 나갔다.

발키리들은 놀랐다.

‘화살의 관통력이.’

‘더욱 상승했다.’

명확한 이유는 몰랐다.

다만 그것이 전사 아틸라가 지닌 특별한 이능이라는 것만은 분명했다.

슈시아가 한쪽 손을 들어 올렸다.

“대기.”

슈시아는 직관의 힘을 발휘하며 지속적으로 예티들을 살폈다.

조금 전의 공격 때문인지, 지금은 오른쪽보다 왼쪽의 예티가 아틸라에게 더욱 강한 적개심을 보이고 있었다.

오른쪽 예티가 아틸라를 공격하는 와중에 틈틈이 자신들을 노려보는 것이 느껴졌다.

슈시아가 다시금 활시위를 당겼다.

“이번엔 왼쪽이다.”

7인의 발키리가 마력 화살을 날렸다.

화살에 맞은 왼쪽 예티가 슈시아와 발키리들을 노려봤다.

그러나 그뿐이었고, 놈은 아틸라를 향해 다시금 주먹을 내뻗었다.

퍼걱! 퍼거억!

한편 아틸라는 예티의 맹공을 막으며 뼈가 부서지는 듯한 통각을 경험하고 있었다.

‘우두머리 서리곰보다 더욱 세군.’

당연한 말이었다.

예티는 서리곰의 천적.

제아무리 우두머리 서리곰이라도 예티보다 강할 순 없다.

또한 아틸라는 만족했다.

예상과 달리 예티는 두 마리가 나타났지만, 슈시아는 자신의 능력을 사용해 멋지게 위기를 극복했다.

‘확실히 대단하다. 원작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했어.’

본래 아틸라의 계획은 한 마리의 예티를 자신이 확실히 붙잡고, 어그로가 튀지 않는 범위 내에서 발키리들이 최대한의 공격을 퍼붓는 것이었다.

예티는 지금의 아틸라가 단독으로 쓰러뜨릴 수 있는 괴수가 아니다.

‘놈은 서리곰을 넘어서는 단단한 가죽을 가지고 있다.’

그것을 뚫고 놈에게 유의미한 상처를 입히려면 발키리의 마력 화살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

또한 발키리들이 예티 사냥에 적극적으로 기여해야 보다 많은 경험치를 획득할 수 있으리라는 건 자명한 일이다.

그런데 예티는 두 마리였고, 아틸라는 두 마리의 예티까지는 자신이 어떻게든 붙잡을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아울러 슈시아의 판단력과 직관이 지금의 돌발 상황을 충분히 헤쳐나갈 수 있으리라 믿었다.

아틸라의 판단은 적중했다.

슈시아는 직관의 힘으로 예티의 어그로를 확인하고, 관리했다.

머지않아 후방에서 대기하던 나머지 발키리들도 지원사격을 나섰다.

“2진 준비!”

“왼쪽을 겨누어라!”

“이번엔 오른쪽이다!”

“쏴라!”

슈시아의 지휘는 훌륭했다.

그러나 어린 발키리들은 아직 미숙했고, 그래서 그녀의 지휘를 완벽하게 따라 주지는 못했다.

간혹 발생하는 예티의 돌발 행동도 발키리들의 실수를 부추겼다.

그럴 때마다 아틸라는 휩쓸기와 도발의 외침으로 어그로를 당겼다.

그렇게 순조롭게 예티의 체력을 갉아 내고 있던 어느 순간, 이변이 발생했다.

우어어어어어!

좌측의 예티가 자신의 가슴을 두드리며 포효했다.

그러고는 아틸라를 무시한 채 발키리들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어그로가 튀었다!’

어린 발키리들의 실수였다.

“슈시아!”

아틸라의 외침에 슈시아의 눈빛이 변했다.

발키리들을 향해 웅혼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나를 신경 쓰지 마라! 지금부터 모든 발키리는 아틸라의 타깃에 집중한다!”

달려오는 예티를 향해 슈시아가 마주 달렸다.

그녀의 활에서 다섯 개의 마력 화살이 쏘아져 예티의 몸을 관통했다.

성난 예티가 슈시아를 향해 주먹을 뻗었다.

나비처럼 날아올라 주먹을 피한 슈시아의 활에 또다시 다섯 개의 마력 화살이 생성됐다.

그것이 예티의 덜미를 습격했다.

우어어어어!

머리끝까지 화가 난 예티가 슈시아를 추격했다.

거대한 덩치와 달리 예티의 발은 표범처럼 빨랐다.

그러나 슈시아의 바람 걷기도 그 못지않았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시작됐다.

슈시아는 아슬아슬 예티와의 거리를 유지하며 활을 쏘았다.

달리며, 공중에서 회전하며, 때론 눈벌에 미끄러지며, 그렇게 곡예와도 같은 몸놀림을 펼치며 슈시아의 마력 화살이 예티의 몸을 관통했다.

“대, 대단해!”

“역시 슈시아 님이야!”

그 모습에 어린 발키리들이 감탄했다.

그러나 잠시였다.

그들은 슈시아의 명을 잊지 않았다.

아틸라의 예티를 향해 폭풍처럼 화살을 날렸다.

파파팟! 파파파파팟!

발키리들의 환호와 달리 슈시아는 상당히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그녀의 도주와 회피는 위태로웠다.

아틸라는 그것을 알았고, 그래서 어서 빨리 눈앞의 예티를 쓰러뜨리고 슈시아를 도와야 했다.

그는 결정을 내렸다.

흑철 방패를 갈무리하고 무휼을 뽑아들었다.

아틸라는 방어 대신 회피를 택했다.

‘이러면 어린 발키리들의 지원 사격을 받기 쉽지 않겠지만.’

아틸라가 방패를 선택한 건 방어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더 큰 이유는 움직임을 최소화해 어린 발키리들의 타깃 조준을 돕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지금은 슈시아가 위급한 상황이다.

눈앞의 예티를 쓰러뜨리는 것이 먼저다.

‘문제는 놈의 가죽이 너무 단단하다는 건데.’

다행히 예티의 몸엔 마력 화살에 맞은 상처가 남아 있었다.

그것을 노려 차근차근 무휼의 성력을 쌓았다.

[ 방어구관통(x2) ]

[ 대상의 방어력과 회복력이 20% 감소합니다. ]

태세를 전환했다.

[ 파괴 태세 ]

그 순간 발키리들의 화살이 일제히 예티의 몸에 박혔다.

방어구관통으로 상당량의 방어력과 회복력을 잃은 예티의 어그로가 일순 발키리들에게 튀었다.

아틸라를 무시한 채 놈이 달리기 시작했다.

놀란 발키리들이 비명을 질렀다.

아틸라가 소리쳤다.

“펀치!”

[ 거대화(巨大化) ]

거대화한 펀치가 예티에게 달려들었다.

성난 예티의 주먹이 펀치에게 쏘아졌다.

아틸라는 예티의 발목을 향해 무휼을 던졌다.

퍼걱! 날아간 무휼이 예티의 발목에 꽂혔고, 덕분에 펀치는 가까스로 예티의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아틸라는 왼손에 흑철방패를 들었다.

예티에게 달렸다.

“도롱뇽!”

“아, 알았다고!”

투명화로 대기하던 도롱뇽이 예티의 발목을 깨물었다.

[ 강인한 송곳니 ]

녀석의 강인한 송곳니는 무휼에 상처 입은 예티의 근육을 파열시켰다.

예티의 몸이 아주 잠시 느려졌다.

그 틈을 이용해 아틸라가 예티의 어깨로 뛰어올랐다.

퍼거걱!

휘두른 흑철방패가 예티의 목에 꽂혔다.

방어구관통, 그리고 파괴 태세로 향상된 공격력과 보조무기 숙련도가 거대한 흑철방패를 무시무시한 파괴력의 무기로 바꿔 놓았다.

예티가 비명을 지르며 몸을 뒤틀었다.

도롱뇽은 악착같이 놈의 아킬레스건을 물고 늘어졌고, 펀치의 주먹은 예티의 얼굴과 목을 마구 후려쳤다.

그럼에도 예티는 예티였다.

녀석이 발을 크게 휘두르자 도롱뇽이 대포알처럼 날아갔고, 벼락처럼 내리친 주먹은 우지끈, 펀치의 어깨를 주저앉게 만들었다.

아틸라의 눈에 핏발이 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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