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만든 세계 속 광전사가 되었다-110화 (110/425)

110. 귀살 (3)

콰아앙!

포탄처럼 날아든 용아귀가 여관 주인의 목을 자르고 문설주에 박혔다.

그 갑작스러운 상황에 오토가 다시 한번 놀라 외쳤다.

“뭐, 뭐, 뭐요 갑자기! 왜 사람을 죽이고 난리…… 흐에에에엑!”

오토의 경악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머리 없는 몸뚱이가 오토를 향해 마구 식도를 휘둘렀던 것이다.

“시, 시벌! 이거 뭐야! 목이 잘렸는데도 움직인다아아아!”

기겁한 목소리와 달리 오토는 능숙하게 검을 뽑아 대응했다.

그 사이 달려온 아틸라가 짐승처럼 튀어 오르는 여관 주인의 머리통에 무휼을 박았다.

“뭐긴 뭐야. 악귀지.”

머리통을 식당 바닥에 내리꽂은 아틸라가 그것을 밟았다.

콰지직! 머리가 박살 나며 뇌수가 터졌다.

“아틸라!”

아틸라에 이어 식당으로 난입한 카스피가 표창을 던졌다.

그것은 아틸라를 노리고 달려드는 또 다른 악귀의 눈에 적중했고, 양눈을 부여잡으며 울부짖는 녀석의 목을 아틸라는 완력으로 잡아 뜯었다.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카스피가 중얼댔다.

“뭐,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이거…….”

조금 전까지 식당 주방에 머물러 있던 여관 주인과 급사.

그들이 돌연 악귀로 변했다.

아틸라는 잘린 급사의 머리통을 용아귀로 으깼다.

그 와중에도 머리는 어떻게든 아틸라를 공격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이윽고 악귀의 생명력을 완전히 꺼뜨린 아틸라가 말했다.

“방심하지 마라. 악귀는 머리를 완전히 파괴해야 죽는다.”

오토와 카스피가 꿀꺽 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행은 뒷문을 잠그고 2층으로 올라갔다.

투숙객들은 머리가 뜯긴 처참한 몰골로 죽어 있었다.

“여관 주인의 짓이로군.”

아틸라는 커튼을 열어 창밖을 살폈다.

어느새 밖은 아비규환이었다.

짙은 어둠이 내려앉은 거리엔 악귀와 인간들이 쫓고 쫓기는 레이스를 하고 있었다.

“사, 살려……!”

“괴물……! 괴물이……!”

“끄아아아아아!”

악귀는 인간을 증오한다.

그들은 인간을 섭취함으로써 자신들의 이루지 못한 갈망을 채울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리고 결코 채워지지 않는 갈증에 몸부림치며 끊임없이 인간을 사냥한다.

‘놈들이 악귀로 변한 건 직전에 벌어진 일이다.’

그러지 않았다면 놈들은 인간에 대한 강렬한 식탐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아틸라의 눈이 가늘어졌다.

‘아니, 어쩌면.’

아틸라는 조제프의 경우를 떠올렸다.

그는 악귀로 변해 마을을 떠난 뒤 다시금 인간으로 돌아와 도적이 되었다.

그때는 그저 돌연변이라 치부했었지만.

‘메피스토펠레스. 설마 새로운 변종을 만들어 낸 건가.’

저 악귀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탄생했다기보다는 그 편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인간과 악귀의 경계를 넘나드는 자들.’

그것이 악귀 자신의 의지로 가능한 건지.

아니면 그들을 악귀로 만든 시술자의 의지로 가능한 일인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귀찮은 일이 벌어졌다는 것만은 분명하군.’

패영전의 악귀는 인간과 쉽게 구분되는 존재다.

악귀가 될 뻔한 테헤누트나 조제프의 예에서도 알 수 있듯, 그들은 누가 봐도 인간과는 괴리감이 느껴지는 외모를 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아틸라의 가설대로 인간의 모습과 악귀의 모습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자들이라면.

‘놈들을 찾아내는 일이 쉽지 않게 된다.’

식당에 죽어 나자빠진 여관 주인과 급사.

아틸라는 인간이었을 때의 그들에게서 악귀의 기운을 발견하지 못했었다.

그때 창밖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도망치던 주민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겨, 경비대가 왔다!”

“살았어! 이제 살았다고!”

“어서 저 괴물들을 무찔러 주십시오!”

말을 탄 기사들이 악귀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악귀 중 몇몇도 주민에 대한 추격을 멈추고 기사들에게 달려들었다.

끼에에……! 끼에……! 까드드드득!

악귀는 인간보다 강하다.

그러나 기사 역시 평범한 인간과는 궤를 달리하는 강자.

게다가 개별적으로 행동하는 악귀와 달리 기사들은 진을 갖춰 악귀들을 상대했다.

“모두 침착해! 한 마리씩 차근차근 공략해라!”

기사들은 일대일로 악귀와 맞서지 않았다.

두셋씩 조를 이뤄 악귀를 상대했다.

하나둘 악귀가 쓰러졌다.

그러나 머리가 파괴되지 않은 악귀는 전투불능 상태가 되지 않았고, 끈질기게 기사들에게 덤볐다.

잠시 후 긴 창과 방패를 든 보병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방패병은 방패를 들어라!”

“창병대! 방패벽 뒤에서 놈들을 섬멸한다!”

“우와아아아!”

콰앙! 악귀들이 방패벽에 부닥쳤다.

방패와 방패의 틈새로 창날이 쏘아졌고, 그것에 꿰뚫린 악귀들이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굴렀다.

아틸라는 조금 감탄했다.

‘역시 부유한 대도시답군. 기사들의 실력도 출중하지만 병사들 역시 잘 훈련되어 있다.’

아틸라는 그들을 돕지 않았다.

악귀의 숫자가 그리 많지 않았고, 병사들의 전투력을 보아 쉽게 악귀들에게 당할 것 같지는 않았다.

아틸라는 약간의 찝찝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라일이 돌아오지 않았다.’

물론 영주의 성에서 편히 쉬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마탑의 마법사는 어느 왕국에서나 준 귀족 취급을 받았으니까.

하지만.

‘난 영주를 만나 보고 오지. 악귀 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하니까.’

라일은 분명 영주를 만나고 돌아오겠다 말했다.

게다가 이렇게나 악귀들이 날뛰고 있는 상황에 라일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건 이상했다.

“야만전사야.”

“거리의 악귀들은 병사들에게 맡긴다.”

카스피가 놀란 얼굴로 물었다.

“뭐야 아틸라. 저들을 돕지 않겠다고?”

“리옹의 경비대는 강하다. 저 정도의 악귀는 충분히 막을 수 있어.”

“그럼 우린…….”

“영주의 성으로 간다.”

아틸라는 굳이 1층으로 내려갈 것도 없이 활짝 창을 열었다.

그때였다.

“저, 저게 뭐야!”

악귀를 상대하던 병사들 속에서 경악성이 떠올랐다.

지금껏 개별적으로 방패벽을 두들기던 악귀들이 뒤로 물러나 군집하고 있었다.

밀착된 놈들의 몸이 녹아들며 하나의 거대한 형상을 일궈 내기 시작했다.

“으힉! 저, 저게 대체 뭐요! 아틸라 님!”

메시지가 떠올랐다.

[ 시나리오가 시작됩니다. ]

[ 귀살(鬼殺) ]

‘귀살?’

아틸라의 눈이 꿈틀댔다.

오랜만에 등장한 새로운 시나리오.

이것으로 확실해졌다.

악귀들의 출현은 간단히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또한.

‘악귀만으로 끝나지 않을지도 모르겠군.’

시나리오 네임은 귀살(鬼殺).

악귀를 제외한 다른 귀신들도 등장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 첫 번째 임무 ]

[ 리옹에 출몰한 악귀들과, 그들의 우두머리를 처치하십시오. ]

[ 파괴된 악귀의 머리 (0/36) ]

[ 파괴된 우두머리의 머리 (0/1) ]

‘서른여섯 마리? 게다가 우두머리라면.’

[ 임무 완료 시 특별한 보상이 주어집니다. ]

아틸라의 시선이 하나로 합쳐지는 거대한 악귀를 향했다.

‘저놈인가.’

[ 이 임무엔 시간제한이 존재합니다. ]

[ 남은 시간 44:59 ]

창밖으로 뛰어내리며 말했다.

“저거 잡고 간다.”

* * *

여러 마리의 악귀가 하나로 합쳐진 거대한 괴물.

그것은 눈으로 보기 힘들 만큼 끔찍한 모습이었다.

“으으…….”

“저건 말도 안 돼…….”

인간의 두 배를 넘는 키.

완전히 응고되지 않아 걸쭉하게 흘러내리는 피부.

심지어 팔다리는 여러 개의 팔과 다리가 밧줄처럼 꼬인 모습이었고, 풍선처럼 부푼 배의 표면엔 악귀의 얼굴이 무작위로 박혀 있었다.

끄끄끄……!

키헤에에엑……!

그것들 하나하나가 저마다 소름 끼치는 소리를 내며 톱날 같은 이빨을 드러내고, 혀를 날름댔다.

“저, 저런 것과 싸우라고……?”

그 기괴한 모습에 병사들은 전의를 상실했다.

아무리 잘 훈련된 병사들이라 해도, 저런 상식을 벗어난 괴물과 싸워 본 적은 없었다.

물론 조금 전 상대하던 악귀도 인간의 형상을 벗어나긴 했다.

하지만 눈앞의 괴물 정도는 아니었다.

키헤에에에에엑!

괴물이 달려들었다.

바지에 오줌을 지리면서까지도 병사들은 자리를 이탈하지 않았다.

괴물을 쓰러뜨리기 위함이 아니었다.

‘으어어어어……!’

‘우, 움직일 수가……!’

악귀의 포효는 병사들을 경직시켰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공포.

쿵쿵쿵쿵쿵! 전차처럼 달려든 악귀의 주먹이 방패벽을 내리쳤다.

콰앙!

그 일격에 다섯 명의 병사가 피떡이 되어 죽었다.

불구가 된 자도 상당했다.

“대, 대열을 유지해라! 방패를 들어!”

기사들이 지시를 내렸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이히히힝! 말들도 괴물의 포효에 기겁을 하며 날뛰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두 번째 공격이 병사들을 강타했다.

퍼거거거걱!

이번엔 일곱이었다.

단 두 차례의 공격에 열두 명에 달하는 병사가 신음 한 번 내지 못하고 고깃덩이로 화했다.

그러나 악몽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었다.

두 팔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린 괴물이 세 번째 공격을 준비했다.

“으아아아……!”

“트, 틀렸어……! 우린 죽을 거야! 모두 죽을 거라고……!”

“크흑……! 엄마……! 아버지……!”

병사들의 마음은 이미 무너졌다.

살아남은 주민들도 차례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지옥에서 솟아 올라온 듯한 괴물.

저런 괴물을 상대할 수 있는 자는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그때였다.

파카앙!

어디선가 날아든 거대한 도끼가 괴물의 팔에 박혔다.

우드득! 괴물의 팔꿈치가 기묘한 각도로 꺾였고, 그곳으로 뛰어오른 거구의 사내가 포탄처럼 주먹을 뻗어 도끼날을 강타했다.

뻐걱!

괴물의 팔이 절단됐다.

바닥을 구르고 일어선 사내의 손엔 어느새 처음의 도끼가 들려 있었다.

사내의 머리 위로 거대한 주먹이 내리쳐졌다.

정수리에 눈이 달리기라도 한 것처럼 사내는 몸을 회전하며 도끼를 추켜올렸다.

세로로 쪼개진 주먹을 흔들며 괴물이 비명을 질렀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사내는 갈라진 괴물의 팔을 향해 돌진했다.

양손으로 도끼를 쥔 채 마구 난도질했다.

퍼걱! 퍽! 퍽! 파드득! 콰직! 쿠우웅!

눈 깜빡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십여 개의 조각으로 절단돼 흩어지는 육편.

그 광경을 만들어 낸 도끼가 이어 도달한 곳은 여러 개의 악귀 얼굴이 부조(浮彫)처럼 드러난 괴물의 배였다.

악귀의 얼굴들이 사납게 울부짖었다.

그러나 차례로 도끼의 희생양이 되어 몸에서 분리됐다.

“저, 저게 무슨……!”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가……!”

병사와 주민들은 넋 놓고 그 광경을 보고 있었다.

괴물의 배에서 내장인지 무언지 모를 것들이 흘러내렸다.

머지않아 두 다리마저 잘렸다.

쿠웅! 머리와 몸통만 남은 괴물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기다렸다는 듯 사내는 도끼를 휘둘러 괴물의 목을 절단했다.

키헤엑……! 키헥……! 크르릅……!

잘린 괴물의 목이 피거품을 뱉었다.

사내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도끼의 옆면으로 괴물의 머리통을 마구 내리쳤다.

병사와 주민들은 숨도 쉬지 못한 채 그 모습을 바라봤다.

이윽고 사내의 도끼가 움직임을 멈췄다.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뭉개진 머리통을 밟고 선 사내가 희미하게 고개를 갸웃했다.

* * *

아틸라는 약간 당황한 상태였다.

그의 눈이 다시금 상태창을 확인했다.

[ 파괴된 악귀의 머리 (7/36) ]

[ 파괴된 우두머리의 머리 (0/1) ]

‘이놈이 우두머리가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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