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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세계 속 광전사가 되었다-109화 (109/425)

109. 귀살 (2)

“좋았어 영주 나리! 지금껏 저걸 보고 살아남은 놈은 없었다고!”

참나. 같이 여행 좀 했다고 편들기냐 카스피.

아틸라는 오토의 검세를 노려봤다.

과연 필살기라 불릴 만한 공격.

‘카스피의 말은 과장되지 않았다.’

미카엘 급 실력에 도달하지 못한 대부분의 전사는 막아 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오토의 상대는 미카엘 정도의 경지는 아득하게 넘어선 전사.

아틸라!

“이, 이런 미친!”

오토가 경악의 외침을 뱉었다.

용아귀가 허공에서 기묘한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한 번 보고 따라 하는 거요!”

그 말대로였다.

아틸라는 오토의 필살기 제비꼬리를 똑같이 흉내 내고 있었다.

오토가 보였던 것보다 더욱 빠르고.

날카롭게.

쌔애애애앳!

마치 거울을 보는 듯한 동작.

그러나 자신이 펼쳤던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진 아틸라의 기술에 오토는 할 말을 잃었다.

콰앙!

쇄도한 용아귀가 검을 강타했고,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오토의 몸이 지면에 박혔다.

흙먼지를 날리며 널브러진 오토는 미동조차 없었다.

아틸라가 던지듯 말했다.

“죽었냐.”

“아……, 안…… 죽었소……!”

눈을 뜬 오토가 꿈틀꿈틀 몸을 움직였다.

녀석. 맷집도 꽤나 좋아진 모양이네.

“이……, 이런 시부럴……. 내 필살기가…….”

“필살기는 개뿔.”

가까스로 몸을 일으킨 오토는 망연자실한 얼굴이었다.

오토를 똑바로 응시하며 아틸라가 말했다.

“봤냐?”

“……뭘 말이우.”

“방금 내가 했던 거.”

“내 필살기를 한 번 보고 따라 한 거 말이우? 아니 지금 그거 자랑하려고……!”

“그딴 허접한 기술 따라 하는 게 무슨 자랑거리가 되냐.”

무심한 대꾸에 오토는 부아가 치밀었다.

‘빌어먹을 그럼 왜 따라 한 거요! 짜증 나게! 사람 갖고 노는 것도 아니고!’

그러나 아틸라 정도의 전사에게 제비꼬리를 흉내 낸 일이 자랑거리가 될 수 없다는 것은 오토 역시 알고 있었다.

그래서 물었다.

“그, 그럼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요.”

“봤으면 기억해라. 반복해서 연습해.”

그제서야 오토는 아틸라의 말뜻을 알았다.

아틸라는 자신을 놀리려고 기술을 따라 한 게 아니었다.

제비꼬리가 완성형에 도달할 수 있도록 모범답안을 제시한 것이다.

“그, 그럼 처음부터 그리 말하면 될 것을. 하여간 어린놈의 새끼가 못된 심보는 여전…….”

“뭐?”

“아, 아무 말도 안 했수!”

부리나케 검을 챙겨 달아나는 오토의 뒷모습을 아틸라는 물끄러미 쳐다봤다.

그리고 조금 전, 자신을 향해 쏘아지던 오토의 첨예한 눈빛을 떠올렸다.

아틸라의 입가가 위를 향했다.

오토는 영웅의 면모를 개화하고 있었다.

‘자, 그럼 이번엔.’

아틸라가 공터로 나온 것엔 본래의 목적이 따로 있었다.

그의 눈이 카스피를 향했다.

용아귀를 겨누며 말했다.

“네 차례다. 카스피.”

카스피의 눈이 커졌다.

그러나 잠시 후 무기를 들고 아틸라 앞에 마주 섰다.

식당에서 들고 나온 고기를 으적으적 씹으며 오토가 투덜댔다.

“염병 빌어먹을. 오랜만에 만나자마자 이게 뭔 지랄들인지.”

별빛 가득한 하늘 아래 아틸라와 카스피가 서로를 노려봤다.

아틸라가 말했다.

“귀살의 힘에 대해 알고 싶다고 했나.”

카스피의 입술이 히죽 미소를 그렸다.

“역시 너도 알고 있는 거야? 아틸라.”

아틸라도 웃었다.

“혼신의 힘을 다해 덤벼라. 그러면 알게 해 주지.”

“정말 그래도 되겠어? 이래 봬도 나, 상당히 강해졌다고. 방금 전 영주 나리 정도를 상상했다간 아무리 아틸라라도 큰 코 다칠 걸?”

아틸라는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바람처럼 몸을 날려 용아귀를 휘둘렀다.

카스피의 사슬낫이 그것을 비껴 막았다.

정면으로 부닥치면 힘에서 밀릴 것을 알고 있었기에, 카스피는 사슬낫으로 전해진 힘을 이용해 그림처럼 회피에 성공했다.

“역시 빠르고 강하네. 아틸라.”

카스피가 거리를 벌렸다.

사슬낫을 주무기로 사용하는 카스피는 원거리 공격이 유리하다.

‘그렇게 둘 수 없지.’

놓칠세라 아틸라가 카스피를 추격했다.

그러나 카스피는 이미 1급을 넘어 특급(特級)의 경지에 도달한 살수.

속도로만 보자면 아틸라보다 느린 상대가 결코 아니었다.

채앵!

거리를 벌린 카스피가 사슬낫을 뻗었고, 아틸라가 방어했다.

그 순간 사슬낫이 뱀처럼 용아귀의 날을 포박했다.

아틸라는 용아귀를 끌어당겼다.

촤르르륵!

카스피의 몸이 사슬낫과 함께 아틸라에게 끌려들어 왔다.

그러나 그건 카스피의 노림수였다.

당겨지는 힘에 자신의 주력을 더해 카스피는 엄청난 속도로 아틸라에게 접근했다.

‘지금이야!’

카스피의 몸이 빙글 회전했다.

자신의 등이 아틸라를 향하는 순간 카스피는 표창을 던졌다.

파캉! 무휼이 그것을 막았다.

카스피는 혀를 내둘렀다.

‘막아 냈다고?’

타깃의 허를 찌르며 보이지 않는 손동작으로 표창을 투척했다.

이 방법으로 카스피는 자신을 노리던 수많은 암살자들을 처리했었다.

‘역시 대단하네 아틸라. 하지만.’

코앞까지 근접한 카스피를 향해 아틸라는 무휼을 뻗었다.

그 순간 퍼엉, 카스피의 몸이 사라졌다.

하싸씬의 절기, 소멸!

‘호오.’

어느새 용아귀를 포박했던 사슬은 말끔하게 풀려 있었다.

차르륵, 아틸라의 목에 사슬이 감겼다.

그러나 착각이었다.

무릎을 굽혀 사슬의 포박에서 벗어난 아틸라가 질풍처럼 몸을 돌렸다.

고양이처럼 자세를 낮춘 카스피가 거기 있었다.

“더는 도망 못 친다. 카스피.”

무휼이 뻗어졌다.

이런 초 근접전에선 짧은 무기가 유리하다.

그리고 카스피는 더 이상 이 공격을 회피할 여유가 없다.

‘소멸은 연이어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니까.’

그 순간 카스피의 몸놀림이 변했다.

미끄러지듯 몸을 비튼 카스피가 무휼을 회피했다.

가히 인간의 몸놀림이 아니었다.

아틸라의 눈엔 마치 형체가 없는 검은 불꽃이 돌풍에 흔들리는 것처럼 보였다.

‘이것은.’

아틸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는 카스피의 눈동자는 검은자위와 흰자위의 구분이 없었다.

길게 찢긴 눈구멍.

그 안에 자리 잡은 새빨간 안구가 핏물처럼 출렁이고 있었다.

아틸라의 입이 길게 찢어졌다.

‘귀안(鬼眼).’

귀살자들이 지닌 특별한 능력 중 하나.

그것이 카스피의 몸에서 발현했다.

‘역시 귀안을 먼저 각성한 건가. 카스피.’

원작과 마찬가지의 결과.

오토가 소리쳤다.

“바, 바, 바로 저거요! 살쾡이 암살자가 저 눈깔만 떴다 하면 우릴 노리던 살수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져 버렸소!”

그럴 만도 했다.

귀안은 귀살자가 지닌 능력 중 상당한 고급 기술이다.

‘언뜻 슈시아의 직관과 비슷하지만.’

직관과 달리, 귀안은 오직 전투에만 초점이 맞춰진 스킬이다.

저 눈을 발현한 자는 상대의 공격 동선을 사전에 간파할 수 있다.

이유는.

‘상대의 공격이 미리 보이기 때문이지.’

다시 말해 귀안은 전투 중 아주 짧은 미래를 엿보는 기술이다.

귀안을 시전한 자는 상대의 공격 동선이 잔상처럼 눈에 그려진다.

극히 짧은 순간이지만, 극한의 민첩성을 지닌 자라면 그것만으로도 많은 공격을 예측해 방어하고 회피할 수 있다.

‘카스피라면 조건을 갖췄지.’

그뿐만이 아니다.

귀안을 발현하면 시전자의 민첩성이 큰 폭으로 상승한다.

귀안의 능력을 보조하기 위해 저절로 몸이 반응하는 것이다.

‘지금의 카스피가 직전의 스피드를 넘어선 것으로 그것은 증명된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원작의 카스피가 바토리마저 위협할 정도의 초특급 살수로 거듭나게 되는 이유 중 하나다.

부웅! 파캉! 촤르르륵……!

아틸라의 파상적인 공격을 카스피가 회피하고, 막았다.

살수는 전사에게 약하다.

그래서 살수가 전사를 상대하려면 상대가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기습해 단번에 숨통을 끊어야만 한다.

‘그러지 못하면 이후 전사의 시간으로 접어들게 되니까.’

그러나 지금의 카스피는 달랐다.

“흐응 카스피. 제법이로구나.”

“바, 바토리 아가씨도 보셨소? 살쾡이 암살자가 오히려 반격하고 있소!”

오토의 말대로였다.

카스피는 아틸라의 공격을 방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기습적인 반격을 노렸다.

그녀의 움직임은 살수의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전사에 가까웠다.

이유는 귀살자의 탄생 배경에 있었다.

‘귀살자란, 귀신을 죽이는 존재.’

먼 옛날 크리엘도라 대륙에 악귀를 비롯한 여러 귀신들이 활개치던 시절.

귀신을 사냥하던 일족이 있었다.

스스로를 ‘귀살의 일족’이라 칭한 그들은 보통의 인간은 지니지 못한 특별한 능력을 발휘해 귀신들을 멸하기 시작했고.

이윽고 귀신들이 대륙에서 사라질 무렵, 연기처럼 종적을 감췄다.

‘귀살의 힘은 본래 인간을 사냥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귀살은 인간을 지키기 위한 힘.

그들의 전투법은 귀신을 죽이는 것에 특화되어 있다.

‘카스피는 귀살의 일족이면서도 살수의 전투법을 배웠다.’

먼 옛날 귀살자들은 예상하지 못했다.

귀살의 힘은 살수의 방식을 접목했을 때 더욱 강력하게 변모한다는 것을.

바로 지금처럼.

피윳.

카스피의 신형이 흐릿해지더니, 사라졌다.

전사처럼 저돌적이던 그녀의 움직임이 살수의 것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귀안을 발현한 특급 살수의 움직임은 아틸라로서도 쉽게 막아 낼 수 없는 것이었다.

‘쉽게’는 말이다.

사륵.

카스피의 신형이 아틸라의 사각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카스피는 웃었다.

그녀의 감각이 말하고 있었다.

아틸라가 자신의 위치를 특정하지 못했다는 것을.

카스피의 손에 단검이 쥐어졌다.

‘이건 막지 못할걸. 아틸라.’

두 자루 단검이 아틸라를 습격했다.

하지만 맞지 않았다.

상대의 몸이 일순 흐릿해지는가 싶더니 단검을 회피한 아틸라의 얼굴은 카스피의 앞에 있었다.

카스피의 눈이 커졌다.

‘어, 어떻게!’

끔찍한 통증이 카스피의 어깨를 강타했다.

가까스로 피했을 거라 생각했지만 아틸라의 공격은 그녀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몇 번의 추가 공격이 카스피의 몸을 가격했고, 어느새 카스피의 몸은 바닥에 누워 있었다.

“아야야……. 아파…… 아틸라…….”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카스피는 키득키득 웃었다.

처음부터 이길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투에 임하며, 어느 순간부터는 내심 승리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었다.

“역시 강하네……. 아틸라는…….”

아틸라가 카스피에게 손을 뻗었다.

손을 맞잡은 카스피가 몸을 일으켰다.

아틸라는 만족했다.

‘이 시점에서 귀살의 힘을 지닌 카스피를 조우한 건 좋은 징조다.’

메피스토펠레스의 숨결이 닿은 악귀.

강력한 사령술을 지닌 파우스트와 소환마귀.

‘카스피는 분명 큰 힘이 될 것이다.’

“거 끝났으면 어여 들어가 먹고 마십시다! 아직 술과 고기가 잔뜩 남았소! 으헤헤헤!”

오토가 낄낄대며 달려가 뒷문을 열었다.

그러고는 기겁하며 소리쳤다.

“시, 시, 시벌 깜짝이야! 왜 이런 곳에 기척도 없이 서 있는 거요!”

열린 문 앞엔 여관 주인이 구부정한 자세로 서 있었다.

원래도 큰 덩치였던 여관 주인은 조금 전보다 두 배는 커다랗게 보였다.

빛을 등진 그의 손엔 넓적한 식도(食刀)가 쥐여 있었다.

주르륵, 걸쭉한 핏물이 식도의 날을 타고 흘렀다.

아틸라가 외쳤다.

“비켜! 오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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