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만든 세계 속 광전사가 되었다-99화 (99/425)

099. 신력 VS 권능 (1)

신의 가호를 받는 자.

다시 말해 신의 흥미를 끌어 그들의 주시를 받게 된 자를 패영전 세계관에선 이렇게 부른다.

‘화신(化身).’

이 화신들을 더욱 자세히 주시하기 위해 신은 그들의 몸 안에 강력한 표식을 새겨 넣는데.

이것이 바로 우리가 신력(神力)이라 칭하는 힘이다.

그리고 샤를이 뿜어낸 황금빛 신력이 의미하는 건 패영전의 전사신 중 최강이라 불리는 존재.

전쟁의 신, 아레스!

‘빌어먹을. 역시 가공할 힘이로군.’

샤를의 검에 담긴 신력과 맞닿은 순간 아틸라는 몸 안에서 천둥이 치는 감각을 맛봤다.

‘하지만 버틸 만해.’

그랬다.

바토리의 마력마저 억누른 샤를의 신력을 아틸라는 견뎌 냈다.

거기에 더해 반격까지.

파앙!

무휼의 날이 샤를의 어깨를 베었다.

아니, 벤 줄 알았지만 놀라운 속도로 검을 끌어당긴 샤를이 방어에 성공했다.

확실히 눈앞의 샤를은 이제껏 본 중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경지.

‘하지만.’

질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샤를의 무력과 아레스의 신력은 대단했지만 자신에겐 용력과 무휼이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권능이.

‘심안.’

상대의 정신이 자신에게 집중되었다는 것을 확신한 아틸라는 심안을 시전했다.

예상대로 그것은 성공했고, 아틸라는 샤를의 심중을 낱낱이 확인할 수 있었다.

‘내 머릿속을 읽고 있기라도 한 것인가.’

샤를은 기묘한 감각이 전신을 감싸는 것을 인지했다.

그것을 증거하듯 상대가 자신의 공격 방향을 완벽하게 예측하고 대응하기 시작했다.

- 아틸라.

- 정말 신비로운 사내다.

- 따라잡았다고 생각하면 더욱 멀리 사라지는군.

그렇지는 않다고, 아틸라는 생각했다.

단순히 무력으로만 비교한다면 샤를은 자신에게 밀리는 전사가 아니다.

‘반 수 정도는 내가 앞서는 것 같지만.’

그러나 그 정도는 결정적인 차이가 되지 못한다.

간단한 실수 하나로 충분히 뒤집힐 수 있다.

하지만 아틸라는 조금의 실수도 저지를 생각이 없었다.

‘녀석 또한 그럴 테니까.’

게다가 샤를은 플레이트 아머를 걸치고 있다.

갑옷 위를 가격한다면 웬만한 공격으론 치명상이 될 수 없다.

그것은 샤를이 지닌 강력한 무기 중 하나였고 아틸라에겐.

‘고맙다. 그걸 입고 있어 줘서.’

다른 상대처럼 힘 조절을 하며 때릴 필요가 없는 고마운 장비였다.

‘힘껏 갈겨도 죽지는 않을 테니까.’

아틸라는 입을 찢어 웃었다.

자신과 맞상대할 수 있는 인간을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그의 몸에선 아드레날린이 솟구치고 있었다.

기분 좋게 심장이 뛰었다.

그런 몸 상태가 전해지기라도 한 것처럼 샤를의 신력도 더욱 강성해졌다.

“간다! 아틸라!”

황금빛 검신이 벼락처럼 쏘아졌다.

아틸라는 무휼을 뻗어 막았다.

그때였다.

[ 시나리오의 주인공과 조우했습니다. ]

[ 주인공과 원작자의 두 세계가 충돌을 일으킵니다. ]

샤를과의 첫 번째 대결 때 생성됐던 메시지.

그것이 다시금 눈앞에 떠올랐다.

‘젠장. 그럼 또……!’

불길한 예감은 적중했다.

첨예한 두통에 아틸라의 얼굴이 구깃구깃 일그러졌다.

[ 원작자 보호 프로그램 발동 ]

[ 전지적 권능 코드를 입력합니다. ]

[ 원작자의 뇌내 충격이 크게 완화됩니다. ]

두통이 잦아든 아틸라는 샤를을 주시했다.

전과 마찬가지로 그에게선 특별한 변화를 감지할 수 없었다.

‘가만. 전엔 이러고 나서 심안을 획득했었는데.’

생각은 들어맞았다.

[ 새로운 태세가 개방됩니다. ]

[ 파괴(破壞) ]

‘파괴?’

[ 태세, 파괴(破壞)는 방어 태세에서만 전환 가능합니다. ]

[ 주무기와 보조무기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

‘방어 태세에서만 전환? 그럼 방어 태세의 업그레이드 버전인가.’

[ 방어 태세로 향상된 방어력 20%를 포기하고 10%의 방어력이 추가로 감소하는 대신, 공격력이 30% 증가합니다. ]

[ 모든 마법과 독, 상태 이상에 대한 저항력이 10% 추가 증가합니다. ]

[ 보조무기 숙련도가 10% 추가 증가합니다. ]

아틸라의 눈이 부릅떠졌다.

‘이게 말이 돼?’

믿을 수 없는 효과다.

무휼의 힘을 최대한 뽑아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방어 태세.

그것의 최대 약점인 공격력 20퍼센트 감소가.

[ 공격력이 30% 증가합니다. ]

다시 30퍼센트 증가한다면.

‘오히려 10퍼센트 증가잖아!’

그뿐만이 아니다.

각종 저항과 보조무기 숙련도가 10퍼센트 추가 증가.

즉 기본 태세인 검투 태세와 비교 정리하면.

‘방어력 10퍼센트 감소.’

‘공격력 10퍼센트 증가.’

‘각종 저항력 20퍼센트 증가.’

‘보조무기 숙련도 30퍼센트 증가.’

방어력 10퍼센트 감소라는 디버프가 있긴 하지만 그것을 무시하고도 남을 만큼 엄청난 효과였다.

‘쌍수로 걍 찢어발기라는 거군.’

아틸라는 웃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 파괴 태세는 시전자의 체력을 초당 2퍼센트씩 감소시킵니다. ]

체력 수치가 붉게 점멸하며 감소하는 것이 보였다.

‘초당 2퍼센트 감소라면.’

50초 뒤엔 체력이 완전히 바닥난다는 이야기.

그러나 아틸라는 걱정하지 않았다.

‘50초면 차고 넘치지.’

샤를 녀석을 묵사발로 만들기엔.

[ 파괴 태세에 돌입합니다. ]

아틸라는 태세를 전환했다.

* * *

아틸라와 맞붙은 순간 샤를은 여전히 자신의 힘이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아틸라의 몸 안에서 정체불명의 힘이 계속해서 발현되고 있었다.

‘신력인가.’

샤를은 마음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 저건 신력과는 다른 힘이다.’

아틸라와 힘을 합쳐 싸웠을 때 몸 안을 충만하게 만들던 특별한 기운을 떠올렸다.

지금 아틸라에게서 느껴지는 힘은 그것과 비슷한 종류의 것.

‘녀석은 대체…….’

샤를은 신력을 더욱 강하게 개방했다.

접전이 시작됐다.

‘이 정도 차이는 기술과 경험으로 압도할 수 있다.’

샤를은 자신의 기술과 전투 경험이 아틸라에 뒤지지 않는다 확신했다.

‘그것은 분명한 사실.’

아틸라 역시 수많은 전투를 치르고 강력한 괴물들을 상대해 왔지만.

최전방에서 대전쟁을 이끈 샤를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게다가 인간을 쓰러뜨린 경험은 압도적으로 샤를이 많았다.

‘그 차이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숨 쉴 틈 없는 접전 중에 아틸라가 웃었다.

그것을 본 샤를은 더욱 매섭게 검을 찔러들었고, 무휼이 그것을 막았다.

그리고 이변이 벌어졌다.

“크윽……!”

아틸라의 얼굴 표정이 일그러졌다.

자신의 검을 막아 낸 충격 때문이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첫 대결에서도 아틸라는 저런 증상을 보였었다.

하지만 그건 잠시였다.

‘저건……!’

아틸라의 몸 안에서 강렬한 변화가 일어났다.

자신을 향한 아틸라의 입이 악마처럼 찢어졌다.

위험을 직감한 샤를은 심장의 신력을 모조리 끌어냈다.

파아아앙!

황금빛 신력이 눈부신 곡선을 그리며 쇄도했다.

샤를 자신이 느끼기에도 더할 나위 없이 강력한 공격.

큰 소리로 외쳤다.

“막아 보아라! 아틸라!”

마주 쏘아진 무휼이 샤를의 검을 막았다.

아니, 막은 것을 넘어 부러뜨릴 것처럼 압박했다.

‘어떻게 이런……!’

샤를의 신력은 강했다.

그러나 지금, 형편없이 뒤로 밀리고 있었다.

‘이럴 수가……! 지금껏 한 번도 밀려 본 적이 없던 나의 신력이……!’

예상치 못한 전개에 샤를은 당황했다.

그래서 눈앞의 상황을 제대로 판별하지 못했다.

그의 신력은 무휼의 성력에 밀린 것이 아니었다.

“내 힘에 밀린 거다.”

나직한 음성과 함께 샤를의 팔이 머리 위로 튕겨났다.

검신을 휘감은 황금빛은 여전히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지만.

아틸라의 용력이 그것을 억지로 밀어냈다.

“인간의 완력으로 신력을 밀어내……?”

“신력이 뭐 별거 있나.”

아틸라가 송곳니를 드러냈다.

비어버린 샤를의 가슴팍으로 용아귀를 휘둘렀다.

그러나 샤를은 역시 샤를이었다.

휘리릭.

샤를이 공중제비를 돌며 용아귀를 회피했다.

아틸라의 완력에 밀려난 반동을 역이용한 놀라운 곡예.

‘이런 미친.’

착지한 샤를이 다시 자세를 잡았다.

샤를은 전투 방식을 바꿨다.

신력을 믿고 정면으로 들이대는 대신 스피드를 활용한 공격을 펼친 것이다.

‘젠장. 아까 끝장을 냈어야 했는데.’

인정하긴 싫지만 샤를의 스피드는 아틸라보다 앞섰다.

물론 극히 미세한 차이긴 했다.

그리고 아틸라에겐 그것을 만회할 수단이 남아 있었다.

[ 이프리트의 숫돌 ]

[ 날붙이에 사용하면 일정 시간 절삭력이 상승합니다. ]

[ 공기 저항이 감소합니다. ]

공기를 가르는 무휼의 소음이 변했다.

샤를도 즉각적으로 그것을 간파했다.

‘이건 또 무슨……!’

반 수 정도 앞섰던 속도가 대번에 따라잡혔다.

공기를 베는 소음이 날붙이 부딪는 소음으로 변했다.

그때마다 용력에 밀린 샤를의 몸은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진동했다.

‘나는…… 또……!’

샤를은 이를 악물었다.

이번엔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아틸라는 강했다.

전투하며 점점 더 강해졌다.

크게 외쳤다.

“질 것 같은가! 아틸라!”

그 순간 샤를의 잠재 능력이 개방됐다.

싸울수록 강해지는 그의 특성.

아틸라도 그것을 느꼈다.

심안으로 확인된 샤를의 능력치가 비약적으로 상승하고 있었다.

‘더 강해지기 전에 끝을 내야겠군.’

무휼을 뻗었다.

샤를이 그것을 피했다.

아틸라조차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속도.

‘뭐지. 설마.’

샤를의 능력치를 재차 확인한 아틸라는 경악했다.

전체적으로 상승하는 듯 보였던 그의 능력치는 어느 순간부터 민첩 스텟만을 증가시키고 있었다.

샤를의 본능이 현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능력치를 상승시키는 데 집중했던 것.

‘괴물 같은 자식.’

샤를의 스피드가 다시금 아틸라를 압도했다.

아틸라는 샤를의 공격을 제대로 확인할 수조차 없었다.

상대의 어깨가 흐릿하게 변했고, 황금빛 광채가 뱀처럼 쏘아졌다.

팡! 파앙! 콰아앙!

아틸라의 몸이 연이어 타격됐다.

안개처럼 피보라가 일었다.

마무리를 지으려는 듯 샤를의 검이 폭풍처럼 쇄도했다.

‘젠장 이건.’

도저히 피하거나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때였다.

- 이렇게 또 당하다니! 고작 인간 따위에게!

이프리트의 외침이 들린 순간 아틸라의 머릿속에 무언가 떠올랐다.

본능처럼 검투 태세로 전환했다.

이프리트를 쓰러뜨린 뒤 자신을 공격하려는 제롬의 모습을 확인했다.

‘이프리트. 저 동네북 새끼.’

그렇게 생각하며 아틸라는 웃었다.

제롬을 향해 돌진을 시전했다.

그 순간 샤를의 눈엔 아틸라의 모습이 증발한 것처럼 보였다.

‘더 빨라졌다고?’

믿을 수 없는 속도였다.

마법처럼 아틸라의 모습이 사라졌다.

샤를의 자세가 기우뚱 무너졌다.

마무리를 확신한 혼신의 일격이었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어디로 사라진 건가!’

샤를은 고개 돌려 아틸라를 찾았다.

그러나 찾을 수 없었다.

저만치 바닥에 쓰러진 제롬이 보였다.

자신을 향해 필사적으로 무어라 외치고 있었다.

‘……!’

제롬의 입모양을 읽은 샤를은 섬뜩한 기운을 느끼며 고개를 들었다.

자신을 향해 수직 낙하하는 아틸라가 거기 있었다.

“아틸라……!”

“아쉽게 됐군. 샤를.”

압도적인 충격이 샤를의 머리를 강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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