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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세계 속 광전사가 되었다-98화 (98/425)

098. 패왕의 반격 (3)

바토리를 타격하려던 샤를은 측면에서 느껴지는 살기에 눈을 돌렸다.

‘곰?’

공중으로 뛰어오른 새끼곰이 자신을 향해 앞발을 휘두르고 있었다.

끼아오오옹!

자그만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우렁찬 외침.

그것이 바토리의 정신을 깨웠다.

바토리는 보호막을 둘렀다.

카아앙! 샤를의 검이 보호막에 가로막혔다.

“펀치야!”

바토리가 펀치를 끌어안았다.

보호막에 가로막혔던 샤를의 검이 회전하며 펀치의 목을 노렸기 때문이었다.

“괘, 괜찮은 것이냐 펀치야!”

그 순간 날카로운 소음이 등 뒤를 울렸다.

오싹한 소름이 덜미를 장악하는 것을 느끼며 바토리는 달렸다.

이렇게나 근접한 거리라면 전사는 마법사에게 위협이 된다.

게다가 상대는 아틸라에 버금가는 실력자!

“도망칠 수 있다고 생각하나. 바토리 에르제베트.”

샤를의 검이 보호막을 깨뜨렸다.

왼팔의 마력을 끌어내려던 바토리는 그것을 보류하며 재차 보호막을 둘렀다.

샤를의 검에 다시금 신력이 둘러졌다.

바토리도 왼팔의 마력을 개방했다.

츠카카캉!

조금 전보다 더욱 강력해진 마멸의 칼날이 샤를에게 쏘아졌다.

금빛으로 화한 샤를의 검이 칼날과 부닥쳤다.

그러나 이번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과연. 제롬이 인정한 마법사.’

샤를은 조금 전처럼 정면으로 부딪치지 않았다.

맞닿은 검이 비스듬히 흘려졌고, 회전을 머금은 그의 신형이 탄환처럼 전진했다.

“너! 너는 또……!”

보호막을 뚫고 밀려든 샤를의 손이 바토리의 왼팔을 붙잡았다.

타오르던 왼팔의 마력이 갈무리됐다.

애초부터 그의 목적은 마멸의 칼날을 부수는 것이 아니었다.

“이제 어찌할 셈인가. 바토리 에르제베트.”

의지를 잃은 핏빛 칼날이 허공에 녹아들었다.

붉게 변했던 공기가 원래의 무색으로 돌아갔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고요가 찾아왔다.

“……샤를 아인하르트.”

바토리는 왼팔의 마력을 개방하려 했다.

하지만 샤를의 신력이 그것을 억제했다.

“소용없다.”

샤를의 눈빛은 평온했다.

그러나 그가 파멸의 힘을 억제하기 위해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을 바토리는 감각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조금 더 샤를과 힘 싸움을 하기로 했다.

펀치의 입에서 투명하게 몸을 바꾼 도롱뇽이 기어 나오는 걸 감지한 것이다.

“흐응 글쎄다. 과연 소용없는 일일까.”

허공이 재차 붉어지며 사라진 줄 알았던 마멸의 칼날이 고개를 내밀었다.

제아무리 샤를이라도 바토리의 마력을 완전히 봉쇄하는 건 불가능.

샤를도 그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바토리의 팔을 놓지도, 그렇다고 공격하지도 못하는 첨예한 대치 상태에 빠져 있었다.

‘틈을 보이면 당한다.’

빈틈이 드러나는 순간 핏빛 칼날은 무참히 자신을 도륙할 것이다.

바토리 역시 마찬가지.

마멸의 칼날을 운용하는 순간 샤를의 검이 그녀의 심장을 꿰뚫을 것이다.

먼저 손을 쓰면 상대를 죽일 수 있지만.

동시에 자신도 죽음을 맞게 된다.

‘여기서는 기다린다.’

샤를은 예정된 지원을 기다렸다.

살금살금 기회를 엿보는 도롱뇽에게서 무언갈 기대하는 바토리처럼.

- 도롱뇽아. 내 친구 도롱뇽아.

- 무슨 방법이 없겠어?

펀치의 의식을 들은 도롱뇽이 머뭇거렸다.

밖으로 나오긴 했지만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 시대의 인간들은 원래 이렇게 강한가? 야만 미물 말고도 이런 괴물이 또 있었다니.’

- 방법을 찾아봐.

- 내 친구 도롱뇽아.

‘빌어먹을 곰탱이가 이럴 때만 친구래! 저걸 나더러 어떻게 하라고!’

아틸라는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펀치와 도롱뇽을 바토리에게 붙여 두었다.

그러나 주인과 떨어진 환수들은 자신의 힘을 온전히 끌어낼 수 없다.

‘어떻게 한다.’

도롱뇽은 고민했다.

슬그머니 샤를의 얼굴을 올려 봤다.

그리고 경직됐다.

‘뭐, 뭐뭐뭐 뭐야……!’

샤를의 푸른 눈.

그것이 자신을 똑바로 내려 보고 있었다.

그는 도롱뇽의 존재를 처음부터 눈치채고 있었던 것이다.

‘이, 이젠 정말 방법이 없다! 곰탱아!’

길지도, 그렇다고 짧지만도 않은 대치가 이어졌다.

그리고.

먼저 웃은 건 샤를 쪽이었다.

“왔군.”

거친 발소리.

저 멀리서 달려오는 아틸라의 모습.

그 안의 검은 눈동자는 죽일 듯이 샤를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나 샤를의 말이 뜻한 건 아틸라가 아니었다.

퍼어어엉!

화살처럼 날아온 불덩이가 바토리의 보호막을 타격했다.

바토리의 눈이 커졌다.

‘이건……?’

거의 동시에 쇄도한 냉기의 회오리가 달아오른 보호막을 뒤덮었다.

그러자 투명했던 보호막이 희뿌연 형상을 갖췄고, 뒤이은 불의 창날이 그것을 산산이 깨부수며 바토리의 옆구리를 타격했다.

“……!”

바토리는 신음 한번 내지 못하고 나가떨어졌다.

시체처럼 늘어진 바토리.

그것을 확인한 샤를이 아틸라를 돌아봤다.

“너도 온 건가. 아틸라.”

샤를의 입가가 올라갔다.

아틸라를 향해 전력으로 질주했다.

“펀치!”

주인의 말뜻을 알아들은 펀치가 바토리에게 달렸다.

아틸라는 생각을 정리했다.

정면으로 돌진해 오는 샤를.

저만치에서 거리를 재고 있는 제롬.

‘일단, 샤를과의 전투에만 집중한다.’

[ 이프리트의 반지 ]

아틸라의 반지에서 붉은 광채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등장했다.

- 이번엔 또 누굴 상대하라는 것이냐! 인간!

불의 정령왕, 이프리트가.

“저, 저것은!”

제롬이 놀라 외쳤다.

이프리트를 상대하기 위해 서둘러 주문을 읊었다.

‘역시 본체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힘이군.’

이프리트의 능력치를 보며 아틸라는 혀를 찼다.

그러나 일정 시간 제롬을 막아 줄 정도는 될 것이다.

“이, 이 곰은 갑자기 어디서!”

“도마뱀도 있다!”

제롬을 수호하던 기사들은 거대화한 펀치와 도롱뇽에게 맡겼다.

그리고.

파캉!

샤를의 검과 아틸라의 도끼가 부닥쳤다.

“왜 날 방해하는 건가. 아틸라.”

두 개의 날붙이를 사이에 두고 샤를이 물었다.

아틸라가 송곳니를 드러내며 으르렁댔다.

“날 방해하는 건 너다. 샤를.”

“내가 널 방해한다고?”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짓던 샤를이 검을 찔러왔다.

아틸라는 회피하고, 반격했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검무 속에서 샤를이 말했다.

“네 마법사를 다치게 할 생각은 없었다.”

“지랄. 불덩이 처맞고 널브러진 쟨 누군데.”

“그러지 않았으면 내가 당했을 테니까.”

“애초에 바토리를 습격한 건 너다.”

“생포할 생각이었다. 생각보다 저항이 심했지.”

아틸라도 예상하고 있었다.

샤를은 자신을 동료로 삼길 원한다.

‘그런 상황에서 바토리를 다치게 하는 일은 피하고 싶었을 테지.’

또한 아틸라는 샤를의 부대를 상대하며 불필요한 인명 피해를 삼갔다.

샤를 역시 그것을 알고 있다.

“아틸라.”

왜 자꾸 불러. 무섭게.

“지난번 내걸었던 조건. 기억하고 있겠지.”

“물론.”

“지금의 대결로 하고 싶군.”

그럴 줄 알았다.

“조금 더 힘을 키운 뒤에 덤비는 게 좋을 텐데. 샤를.”

아틸라가 입가를 찢었다.

샤를도 웃었다.

* * *

수 분 전.

노르드 병사들을 향해 쏘아진 제롬의 불덩이가 바토리의 보호막에 연이어 막힐 무렵.

드워프들은 활로를 찾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라그나!”

선두에 선 건 역시 라그나.

아군이 공포에 질린 와중에도 그는 바토리를 믿었고, 계속해서 방패벽을 두들겼다.

그러던 중 보호막의 저지를 받지 못한 불덩이 하나가 아군 진영을 타격했다.

‘어떻게 된 건가.’

라그나는 당황했지만 이내 평정을 되찾았다.

불덩이 공격이 성공한 탓에 아군 진영은 더욱 흔들렸지만, 그건 적군 역시 마찬가지였다.

“됐다! 마법이 성공했다!”

그들은 흥분했다.

제아무리 샤를과 피핀에게 훈련된 병사들이라 해도 그들 대부분은 구 아스투리아 왕국의 병사들.

따라서 완전한 아인하르트의 병사라기엔 아직 무리가 있었고, 그들의 흥분이 만들어 낸 틈새를 라그나는 파고들기로 했다.

천둥벼락으로.

콰아앙!

라그나의 몸이 방패벽 안을 파고들었다.

그 충격에 방패병들이 사방으로 나가떨어졌고, 나머지 드워프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라그나가 활로를 뚫었다!”

“모두 달려!”

드워프들이 틈새를 뚫고 들어가 도끼를 휘둘렀다.

그 뒤를 노르드 병사들이 악착같이 쫓았다.

무슨 연유에선가 불덩이는 더 이상 노르드 병사들을 타격하지 않았다.

* * *

샤를을 돕기 위해 불덩이 공격을 멈추고 말을 달린 제롬은 바토리에게 공격을 명중시키는 데 성공했다.

시간차를 두고 거의 동시에 쏘아지는 이 기술은 바토리에게 배운 것.

제롬은 이것을 ‘투 핸드’라는 이명에 걸맞게 한층 더 발전시켰다.

‘샤를 님의 도움이 없었다면 실패했을 테지.’

평소의 바토리라면 결코 허용하지 않았을 공격.

그러나 그녀는 쓰러졌다.

그래서 제롬은 이프리트와의 대결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불의 정령왕 이프리트인가. 아틸라는 또 언제 저런 소환술을…….’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이프리트가 불의 망치를 휘둘렀다.

제롬의 손끝에서 강력한 방어 마법이 펼쳐졌다.

* * *

아틸라는 샤를의 실력이 생각보다 큰 폭으로 상승했다는 것을 직감했다.

‘뭐야. 나도 그동안 놀지 않았는데.’

크라켄을 쓰러뜨린 후 처음으로 조우하는 둘.

그간의 실력 상승폭은 샤를이 앞서는 듯했다.

‘젠장. 타리엘과 싸워서 그런 건가.’

분명 그것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당시의 타리엘은 샤를보다 강자였고, 녀석을 쓰러뜨리며 샤를은 몇 단계는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었겠지.

‘여기서 지면 끝장이다. 영원히 따라잡을 수 없게 될 거야.’

아틸라가 경험치를 얻어 레벨업하고, 스킬을 획득해 더욱 강해지는 것처럼.

샤를 역시 다른 등장인물과는 판이하게 다른 방식으로 강해진다.

‘게다가 녀석의 신력은 바토리마저 압도하지.’

아틸라는 샤를이 바토리를 제압한 방법을 예상할 수 있었다.

녀석의 특별한 피.

그 가공할 힘이 개화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틸라는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샤를에게 신력이 있다면.

자신에겐 권능이 있다.

[ 원작자 권능이 개방됩니다. ]

[ 용력(勇力) ]

아틸라는 방어 태세로 전환했다.

[ 방어력이 20% 증가하며, 공격력은 20% 감소합니다. ]

샤를과 검을 맞대 본 결과, 여전히 힘은 자신이 앞섰다.

원작자 권능, 용력으로 공격력 감소분은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

또한 이어질 다른 방법으로도.

[ 보조무기 숙련도가 20% 증가합니다. ]

용아귀와 무휼을 쌍수로 들었다.

샤를의 신력을 방어할 수 있는 무기는 용아귀가 아닌 무휼이다.

게다가 무휼의 발동 효과는.

[ 방어구관통이 활성화됩니다. ]

[ 대상의 방어력과 회복력이 10% 감소합니다. ]

[ 이 효과는 2회까지 중첩됩니다. ]

샤를의 방어력을 20퍼센트까지 감소시킨다.

그리고 이것은 방어태세로 전환하며 감소된 공격력을 완벽하게 만회할 수 있다.

물론 전사의 외침은 아까부터 시전해 둔 상태.

샤를의 얼굴이 굳어졌다.

아틸라가 스킬을 발동할 때마다 기묘한 감각에 휩싸인 것이다.

‘녀석은 대체…….’

불길한 기운을 떨쳐 내려는 듯 샤를은 신력을 개방했다.

황금빛으로 감싸인 그의 검이 아틸라를 급습했고, 아틸라는 무휼을 마주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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