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만든 세계 속 광전사가 되었다-92화 (92/425)

092. 카자르 용병단 (2)

성 위에서 외치는 적의 고함을 들으며 아틸라는 입꼬리를 올렸다.

“뒤처지지 마라. 이대로 성벽까지 달려!”

“우오오오오!”

아틸라의 외침에 드워프들이 목청껏 화답했다.

보에몽은 다소 불안한 모습이었지만, 그를 제외한 나머지 다섯 전사는 아주 신이 난 얼굴이었다.

‘아틸라와 함께라면 지지 않는다.’

‘인간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실력의 전사.’

‘크누트 이후로 이렇게나 믿음직한 선봉 전사는 처음이로군.’

성벽 위에서 화살이 쏘아졌다.

어둠을 틈탄 기습이었지만 아틸라의 발달된 시력과 감각을 속일 순 없었다.

“화살이다! 방패를 들어!”

“호우!”

라그나를 필두로 드워프들이 방패를 꺼내들었다.

그러고는 서로의 어깨를 붙이며 방패벽을 생성했다.

“이대로 성벽까지 돌진! 방패로 가려지지 않는 부분은 알아서 도끼로 막도록!”

“너나 잘 막으라고 라그나!”

“음핫핫핫핫하!”

드워프들이 킬킬대며 다른 손으로 도끼를 들었다.

양손도끼를 즐겨 사용하는 드워프들의 방패는 그다지 크지 않지만 경도만은 상당하다.

무려 드워프 강철로 제작된 물건이었으니까.

아틸라도 방패를 꺼냈다.

그의 방패는 드워프들의 것과 달리 나무로 제작된 것이었고, 엄청나게 컸다.

‘자비에 녀석. 좋은 걸 갖고 있군.’

원래 이것은 한층 강인한 방패벽을 생성하기 위해 두어 명의 병사가 힘을 합쳐 운용하는 특수 방패.

그러나 아틸라에게 이 정도 크기와 무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파팟! 파파파파팟!

날아든 화살이 드워프들의 방패를 가격했지만 모두 튕겨났다.

도끼에 맞고 반사되는 것도 있었다.

몇 발은 드워프들의 몸을 스쳤다.

이마에서 주륵 핏물을 흘리며 골든핑거가 외쳤다.

“음핫핫핫하! 이거 대가리에 빵꾸 날 뻔했잖아!”

선두를 달리던 아틸라의 방패는 고슴도치처럼 변해 있었다.

강력한 힘을 머금은 화살 몇 발은 방패를 뚫고 들어와 팔에 박혔지만 큰 상처는 아니었고, 그래서 아틸라와 드워프들은 몸을 숙이고 방패를 추켜들며 전진을 계속했다.

그 모습을 본 성 안의 적병들이 몸을 떨었다.

“화, 화살이 소용이 없잖아!”

“저 거대한 방패를 혼자 힘으로 들고 달린다고?”

“빌어먹을! 화살을 더 쏴!”

“드워프 놈들의 방패를 봐! 화살을 모조리 튕겨 내고 있다고!”

그럼에도 그들은 화살을 쏘는 것 말고는 상대를 견제할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몇 차례 더 화살비가 쏟아졌다.

아틸라 일행은 지금까지와 같은 방법으로 그것들을 막아 냈고, 이윽고 성문 앞에 도달했다.

“성문을 부숴라. 난 위로 간다.”

“뭐, 뭐라고?”

“펀치. 아래에 있어.”

보에몽이 말릴 틈도 없이 아틸라는 성벽을 기어올랐다.

위에서 병사들이 고함쳤다.

“카자르다! 카자르가 성벽을 올라오고 있다!”

“쏴라! 절대로 올라오지 못하게 해!”

“바위를 굴려!”

“몸을 날려서라도 막아!”

커다란 바위가 굴러떨어졌지만 아틸라는 표범처럼 민첩하게 회피했다.

이어 틈조차 보이지 않는 화살의 소나기가 쏟아졌다.

아틸라는 왼손으로 방패를 들고, 오른손과 두 다리만으로 성큼성큼 성벽을 올랐다.

“저런 괴물 같은!”

“뭐가 저리 빨라!”

“기름이다! 기름을 가져와!”

펄펄 끓는 기름솥에서 기름이 부어졌다.

아틸라는 그것을 냄새로 알았다.

기름을 방패로 막는 것엔 한계가 있다.

생각할 것도 없이 방패를 내던졌다.

퍼엉!

머리 위로 던져진 방패가 기름솥을 타격했다.

기름솥을 들고 있던 병사가 기름을 뒤집어쓰고 비명을 질렀다.

“눈! 내 눈이이이이!”

기름 파편을 맞은 근처의 병사들도 죽는소리를 냈다.

아틸라의 몸에도 기름이 튀었다.

따끔따끔한 통증이 어깨와 등을 자극했지만 아틸라는 쉬지 않고 성벽을 올랐다.

이제 방패는 없다.

서둘러야 한다.

“기름을 더 가져와! 기름……!”

고래고래 외치던 병사는 끝까지 말을 잇지 못했다.

성벽을 오른 아틸라가 그의 턱을 주먹으로 갈겨 버렸기 때문이다.

“으힉! 카자르다! 카자르가 올라왔다!”

“막아! 놈을 성벽 아래로 떨어뜨려!”

소리치는 병사들을 향해 아틸라가 히죽 웃었다.

가장 가까운 적병 무리를 향해 몸을 날렸다.

퍼거걱! 병사 세 명이 성벽 너머로 추락했다.

“끄아아아아!”

“살려 줘!”

아틸라는 저만치 보이는 방패를 주워 또 다른 적병 무리에게 던졌다.

부드득, 뼈 부러지는 소리를 내며 적병들이 고꾸라졌다.

아틸라는 허리춤의 도끼를 꺼내들었다.

‘역시 손에 착 감기는군.’

용아귀처럼 크진 않지만 이건 보통의 물건이 아니다.

라그나가 소지하고 있던, 드워프 장인의 도끼!

“그럼 시작해 볼까.”

달빛에 젖은 아틸라의 신형이 성벽 위를 달렸다.

베고, 피하고, 자르고, 막고, 걷어차고, 잡아 던졌다.

필요 이상으로 적들이 몰려들면 멀리 보이는 타깃을 향해 돌진을 시전했다.

퍼퍼퍼퍼펑!

길목에 있던 병사들이 돌진의 힘에 분수처럼 튕겨났다.

아틸라는 신이 났다.

용아귀와 무휼 이후로 이렇게나 힘 조절 없이 휘두를 수 있는 무기는 처음이었다.

‘역시 드워프의 손재주란.’

용아귀와 무휼은 펀치의 인벤토리에 넣어 두었다.

눈에 띄는 외형을 지닌 그 무기들을 사용한다면 자신의 존재가 더욱 빠르게 샤를의 귀에 닿을 테니까.

“서, 성문이 뚫렸다!”

“막아! 놈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해!”

아래쪽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좋아. 라그나가 성문을 돌파했군.’

아틸라의 입가가 올라갔다.

제아무리 단단한 성문이라도 드워프 강철 도끼 여섯 자루가 숨 쉴 틈 없이 찍어 댄다면 결국은 부서진다.

게다가 아틸라는 성벽을 기어오르며 양동 작전을 펼쳤다.

그만큼 성문의 경비는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

“서, 성문이 뚫렸다고?”

“그럼 우린……!”

성벽 위 병사들의 사기가 급속도로 저하됐다.

무기를 버리고 도망치는 놈들도 보였다.

전의를 상실한 적군을 도륙하며 아틸라는 달렸다.

그러나 아인하르트 군엔 겁쟁이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더 이상은 못 간다! 카자르!”

용감한 병사 몇이 목숨을 걸고 덤벼들었다.

하지만 아틸라에게 아무런 타격도 입히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졌다.

바들바들 몸을 떨며 그들이 중얼댔다.

“크허어억…….”

“괴물……. 저건 정말 괴물이다……!”

언젠가부터 아틸라의 앞을 가로막는 병사는 없었다.

계단을 뛰어내려갔다.

저 아래로 보였다.

마구잡이로 도끼를 휘두르며 성 안으로 진입하는 여섯 명의 드워프와.

“호우호우!”

“가자고! 라그나!”

그들에 대항하며 튀어나오는 아인하르트의 기사들이.

“막아라!”

“상대는 고작 여섯!”

“진을 갖춰 에워싸고 침착하게 처리해라!”

기사들의 명령에 병사들이 일사불란하게 드워프들을 에워쌌다.

기사의 날랜 검이 드워프들을 노렸다.

드워프들은 도끼로 맞받아쳤다.

끼아옹! 펀치도 앞발을 휘둘렀다.

그렇게 피 튀기는 전투가 시작됐다.

“괘씸한 땅딸보 드워프 녀석들! 내가 누구인 줄 아느냐!”

한발 늦게 적장으로 보이는 자가 전투망치를 휘두르며 나타났다.

얼핏 봐도 아틸라 이상의 덩치를 지닌 거구.

‘저 녀석은.’

아틸라는 훌쩍 계단 아래로 뛰어내렸다.

“내가 바로 황금바위산의 드워프들을 때려잡은 거인 전사! 아인하르트의 인간 괴수! 핏물과 육편의 전투망치!”

지면에 착지함과 동시에 돌진을 시전했다.

“그 이름도 유명한……!”

파앙!

폭풍처럼 휘두른 아틸라의 도끼질에 적장의 목이 날아갔다.

* * *

아인하르트 진영 서부 전선.

“드워프 용병이라고?”

샤를은 고개를 갸웃했다.

“일전에 모두 처리하지 않았나.”

“그랬지. 그런데 동부 전선에 추가 병력이 도달한 모양이야. 이번엔 꽤나 정예들인 것 같고.”

피핀이 답했다.

샤를은 무언갈 골똘히 생각하는 얼굴이었다.

“내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생각해?”

“아니. 허락한다면 내가 가 보겠어. 궁정 마법사와 함께.”

“제롬과?”

샤를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피핀과 제롬은 요즘 왕국의 이인자 자리를 놓고 보이지 않는 기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왜 샤를. 무슨 문제라도 있어?”

“그런 건 아니고.”

샤를은 생각했다.

어쩌면 이번 일이 피핀과 제롬이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상대를 받아들일 수 있는 기회가 되지는 않을까.

싱긋 웃으며 답했다.

“좋아 피핀. 너와 제롬에게 동부를 맡기지.”

* * *

자비에는 요즘 입이 귀에 걸려 있었다.

카자르가 이끄는 드워프 용병단.

그들은 불패의 전적을 자랑하며 적들을 압살했다.

이젠 카자르가 나타났다는 말만 들려도 도망치는 적들이 생겨날 정도였다.

그리고 부관은 오늘도 놀라운 소식을 가지고 돌아왔다.

“이, 이번에도 성을 탈환했다고?”

자비에의 입이 헤벌쭉 벌어졌다.

“그렇습니다. 심지어 단 한 명의 부상자도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역시. 역시역시! 내가 사람 보는 눈은 틀리지 않았어!”

자비에가 기대에 찬 얼굴로 외쳤다.

“이 기세라면 정말로 아인하르트 놈들을 국경 밖으로 몰아낼지도 모르겠군!”

“그런데…….”

부관의 얼굴이 어두워진 것을 본 자비에가 물었다.

“보고할 것이 남았나.”

“아인하르트의 대규모 병력이 몰려오고 있다 합니다.”

“대규모라고? 그렇다면 드디어 샤를 아인하르트가 직접!”

자비에의 몸이 파르르 떨렸다.

물론 샤를 아인하르트를 유인하겠다는 계책은 카자르가 처음부터 밝혔던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그리 빠른 시일에 이뤄지지는 않을 거라는 말 역시, 카자르는 했었다.

“그건 아닙니다. 듣자 하니 샤를 아인하르트의 오른팔인 피핀 에드발이 이끄는 군대라 합니다. 그리고…….”

“그리고?”

“궁정 마법사를 대동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자비에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아인하르트의 군대가 이렇게나 승승장구하며 북진할 수 있었던 이유.

물론 샤를 아인하르트의 빼어난 지휘력과 무력이 주효했지만.

‘궁정 마법사, 제롬 아그리피나.’

그의 가공할 마법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전장에서 마법사의 존재는 그야말로 절대적.’

게다가 제롬 아그리피나는 보통의 마법사가 아니다.

그의 손짓 한 번에 수백의 병사가 잿개비가 되어 사라진 사건은 이번 전쟁의 유명한 일화.

그 무시무시한 살육자가 이곳으로 오고 있다.

“제아무리 카자르 용병단이라도 제롬 아그리피나를 막을 순 없을 것입니다.”

부관의 말이 맞다.

카자르와 드워프들이 아무리 강력한 무력을 지녔다 해도, 기본적으로 전사는 마법사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게다가 대장군 피핀과 그가 이끄는 기사단의 보호를 받는 자라면 더욱더.

자비에는 한탄했다.

“어찌하여 우리 진영엔 마법사 한 명이 없단 말인가.”

* * *

바토리는 어느 높다란 나무 꼭대기에 앉아 있었다.

마력으로 강화된 그녀의 시선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리는 군마의 무리를 향했다.

“야만전사야. 네 말이 맞았구나.”

아틸라가 말했었다.

자신과 드워프들이 연이어 적들을 섬멸하면 분명 피핀이 나타날 거라고.

궁정 마법사가 된 제롬과 함께.

“흐응.”

로브 자락을 휘날리며 말을 달리는 제롬을 보며 바토리는 웃었다.

“그간 제법 실력을 키운 모양이렷다. 애송이 제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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