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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세계 속 광전사가 되었다-74화 (74/425)

074. 저주의 발키리 (1)

이프리트가 입을 벌려 무언갈 토해 냈다.

도롱뇽이 물었다.

‘이게 뭔데.’

‘제 정수가 담긴 숫돌입니다요. 보아하니 힘깨나 쓰는 야만전사 같은데, 종종 이 숫돌로 무기를 갈아 주면…….’

“뭘 속닥거리고 앉았냐.”

아틸라의 목소리에 도롱뇽은 화들짝 놀라 등 뒤로 숫돌을 숨겼다.

하지만 눈치 좋게 대기하던 펀치가 빼앗았다.

“아 곰탱이 너 진짜……!”

펀치는 잽싸게 아틸라에게 숫돌을 넘겼다.

도롱뇽이 변명하듯 주절댔다.

“크흠! 안 그래도 이몸이 직접 하사하려 한 물건이다! 그 물건에 대해 설명을 하자면……!”

“숫돌이네.”

[ 이프리트의 숫돌 ]

[ 날붙이에 사용하면 일정 시간 절삭력이 상승합니다. ]

[ 공기 저항이 감소합니다. ]

‘공기 저항 감소?’

[ 화(火)속성이 추가됩니다. ]

[ 이프리트의 반지와 함께 사용하면 효과가 더욱 증대됩니다. ]

‘호오.’

그것만이 아니었다.

[ 망가진 날붙이를 일시적으로 수리할 수 있습니다. ]

수리 기능까지.

그렇다면 용아귀가 다시 망가져도 약간의 유예가 주어진다는 뜻.

급박한 상황에선 그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 소모품입니다. ]

[ 사용 가능 횟수는 무기의 종류와 사용량에 따라 달라집니다. ]

‘빌어먹을. 역시 수치에 불친절해.’

그럼에도 아틸라는 만족했다.

그 정도로 숫돌은 훌륭한 아이템이었다.

“수고했다 도롱뇽.”

“아 뭘. 이런 걸 가지고. 그…… 앞으로도 열심히 하라고. 하하하하……!”

도롱뇽이 어색하게 아틸라의 종아리를 툭툭 건드렸다.

그러고는 이프리트를 데리고 쏜살같이 자리를 벗어났다.

* * *

“꾸에에엑……!”

“캬학!”

“끄어어……!”

그간의 레벨업을 믿고 펀치에게 덤빈 도롱뇽이 흠씬 두들겨 맞으며 내는 비명이었다.

그동안 아틸라는 도롱뇽의 스킬을 살폈다.

이번에 몇 차례 레벨업을 하며 도롱뇽은 상당히 유용한 스킬을 개화했다.

[ 마법 저항의 오러 ]

[ 모든 마법에 대한 저항력이 5% 상승합니다. ]

원래는 도롱뇽 혼자에게만 적용됐던 오러.

그것이.

[ 10미터 반경 안에 위치한 파티원 모두에게 적용됩니다. ]

파티원에게 적용되도록 확장됐다.

그뿐만이 아니다.

물, 불, 대지, 바람.

각각에 특화된 오러를 켜면 수치는 10퍼센트로 상승한다.

‘대신 모든 마법에 대한 저항력은 사라지지만.’

예를 들어 바람 저항의 오러를 켜면.

[ 마법 저항의 오러가 해제됩니다. ]

[ 바람 저항의 오러 ]

[ 바람 마법에 대한 저항력이 10% 상승합니다. ]

반경이 고작 10미터라는 것이 아쉽긴 했다.

그러나.

‘레벨업을 할수록 반경은 넓어지겠지.’

아울러 저항력 또한 함께 상승할 확률이 높다.

아틸라는 만족의 미소를 머금었다.

“크흑……! 흑……!”

울음을 터뜨리는 도롱뇽의 등을 펀치가 쓰다듬었다.

그러고는 입을 벌려 꿀꺽 삼켰다.

“잘 감시해 펀치. 저놈 자꾸 쓸데없는 생각하는 것 같으니까.”

끼아옹! 펀치가 답했다.

“출발한다.”

짧은 휴식을 마친 뒤, 아틸라는 다시 낙타에 올랐다.

바토리와 슈시아도 낙타의 등에 올라탔다.

세 마리 낙타가 고요한 사막 위를 걸었다.

“말끔하게 고쳐졌구나. 야만전사야.”

용아귀를 말하는 것이었다.

아틸라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이프리트의 망치와 모루를 이용해 하디드는 용아귀를 완벽하게 수리했다.

아니, 원래의 것보다 더욱 견고해진 것 같다.

‘과연 인간 최고의 대장장이답군.’

불의 신전에서 나오자마자 하디드와 에산은 마을로 돌아갔다.

아틸라와 바토리의 전투 실력에 놀란 것인지, 아니면 도롱뇽에게 쩔쩔 매는 이프리트에게 실망한 것인지 그들의 표정은 참 복잡미묘했다.

“이제 발키리의 힘을 얻으려 갈 셈이더냐.”

아틸라 일행은 북동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래야지.”

“카스피가 우릴 쫓아오는 것 같지가 않구나.”

아틸라는 짐작 가는 것이 있었다.

‘단주의 눈과 하싸씬의 자객들이 카스피를 추격하고 있겠지.’

이전의 카스피는 그것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틸라의 일행이 됐지만.

지금의 카스피는.

‘귀살의 힘을 각성했다.’

귀살자(鬼殺者).

크리엘도라 대륙에 존재하는 신비로운 일족의 하나로.

원작에서의 카스피가 하싸씬의 초특급 살수가 되고, 파문 후에도 엄청난 성장세를 이룰 수 있게 해 준 뒷배경이다.

즉, 카스피는 라시드의 친딸이 아니다.

“야만전사야. 너 역시 알고 있었겠지. 카스피의 비밀을.”

아틸라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카스피는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는 것 같구나. 쉽지 않을 터인데…….”

바토리의 말대로다.

아무리 카스피가 힘을 각성했어도 아직까지 제대로 된 귀살(鬼殺)을 발휘할 수는 없다.

그리고 그 정도로는 결코 하싸씬의 단주를 상대할 수 없다.

‘쓸데없는 생각 하기는. 차라리 이참에 샤를에게 가면 좋을 텐데.’

아틸라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러고 보니 녀석은 무얼 하고 있을까.

* * *

“아인하트르 백작이 아스투리아 왕국의 절반 이상을 삼켰다는군.”

“뭐? 내가 듣기론 엄청난 수의 마귀가 아인하르트 백작령을 습격했다고 하던데?”

“이 친구 이거 언제 적 이야길 하고 있나. 아인하르트 백작이 마귀들을 처리하고 브뤼노를 집어삼킨 게 한참 전일세!”

“그러고 보니 나도 들은 말이 있네. 아인하르트 백작이 무적자 타리엘 페살라스를 쓰러뜨렸다고 하는군.”

“뭐라고? 그, 그게 사실인가!”

“들려온 소문일 뿐이니 뭐. 진위 여부는 당사자들만이 알겠지.”

“허허. 이 친구들도 참. 진짜 놀랄 일은 따로 있네.”

“응?”

“뭐가 말인가.”

“아인하르트는 백작령일세.”

“그렇지.”

“반면 아스투리아는 공후백작령이 모인 왕국이고.”

“그게 뭐가 어쨌는데.”

“알아듣기 쉽게 좀 말해 보게.”

“다시 말해 이번 전쟁은 왕국 대 왕국이 아닌, 일개 백작령과 왕국이 정면 승부를 벌이고 있다는 걸세. 그곳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거지, 아인하르트 백작은.”

“오……!”

“듣고 보니 그렇군!”

“게다가 마귀들마저 물리친 뒤 아스투리아와 격돌한 게 아닌가. 그간 피해도 상당했을 테고, 군사의 수에서도 엄청난 차이가 날 것 같은데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 거지?”

“그러게나 말일세.”

“허. 거참 대단하군.”

“듣기로는 마법사의 도움이 상당했다고 하던데.”

“아, 들었네. 그 ‘전장의 사신’이라 불리는 마법사 말이로군.”

“나도 들은 적 있어. 그 이름이 뭐라더라…….”

“제롬 아그리피나.”

“맞아맞아. 그런 이름이었지.”

“아무튼 이대로라면 아인하르트가 아스투리아를 집어삼키는 건 시간문제야. 새로운 왕이 탄생할 거라고.”

“그야말로 패왕의 등장인가.”

“머지않아 대륙 전체에 피바람이 불걸세. 내 말 허투루 듣지 말라고 다들.”

주점에서 떠드는 사내들.

후드를 눌러쓴 남녀가 구석에 앉아 그것을 듣고 있었다.

술병을 들이켜며 남자가 말했다.

“아틸라 님에게 가는 게 꺼려진다면 금사자에게 도움을 청하는 방법도 있수.”

“…….”

“우리가 도움을 준 적도 있지 않수. 그리 박대하진 않을 거요.”

“가려면 영주 나리 혼자 가.”

“에잇, 고집불통 살쾡이 같으니. 댁 따라다니다간 내 목숨이 열 개라도 부족할 지경이오!”

“잘만 싸우던걸 뭐.”

카스피가 킥킥대며 웃었다.

오토도 피식 입가를 올렸다.

“뭐, 죽을 뻔한 위기를 몇 번 넘기니 좀 강해지긴 한 것 같수.”

“겸손하긴. 그 정도면 이미 고수의 반열인걸.”

오토가 솔깃하여 물었다.

“그, 그럼 아틸라 님에게도 한 방 먹여 줄 수 있겠수? 내 평생의 소원이오!”

“죽고 싶으면 해 보시던가.”

“……내가 말을 말아야지.”

“아틸라는 이미 인간을 벗어났어. 이기려면 반신급 괴물은 되어야 할걸.”

“괴물이라면 살쾡이 암살자도 마찬가지 아니요?”

파우스트의 노이어를 상대하며, 그리고 하싸씬의 자객들을 처리하며 오토는 카스피의 진면목을 봤다.

“……그 귀살자라는 건 대체 뭐요?”

“나도 몰라. 하지만.”

‘카스피. 너에겐 특별한 힘이 숨겨져 있단다.’

“바토리라면 알고 있을 거야.”

* * *

며칠 후, 아틸라 일행은 후마이야 왕국의 어느 으슥한 산속을 걷고 있었다.

연금술사 파울루를 만나기 위해 찾았던 키다리 산보다도 음침한 이곳의 모습에 바토리는 영 내키지 않는 얼굴이었다.

“이런 곳에 발키리의 힘이 있다는 게냐.”

“그래.”

슈시아가 물었다.

“발키리의 힘이란 대체 뭐지?”

“알고 있지 않나. 먼 옛날 파우스트를 쓰러뜨렸던 전장의 신궁들에 대해.”

“그런 걸 묻는 게 아니지 않나.”

사실 파우스트의 세력 대부분을 섬멸한 건 바토리 혼자의 힘이다.

발키리는 그런 바토리를 보조한 것에 지나지 않지만.

그렇다고 발키리의 힘이 약하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엘프에겐 비전이 있다. 여러 일족으로 갈라진 구분을 뛰어넘어 ‘엘프’라는 종족 모두에게 주어진 능력이.”

쉽게 말하면 종족 특성.

“그런데?”

“그 비전 중 하나가 사라졌다. 가장 강력하고, 엘프를 엘프답게 만들어 주던 특별한 힘이. 마치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슈시아의 눈빛이 깊어졌다.

아틸라가 하는 이야기는 어머니인 아이리스에게서도 들은 적이 없는 것이었다.

“……그것이 발키리의 힘이라는 건가.”

“그래.”

비전을 가로챈 건 파우스트.

녀석들은 메피스토펠레스의 사악한 마력을 발휘해 대륙의 특별한 힘을 수집하고 있다.

“그런데 잃어버린 그 힘을 어떻게 되찾겠다는 거지?”

대답 대신 아틸라는 슈시아를 밀쳤다.

슈시아가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졌다.

“무, 무슨!”

차앙! 날카로운 소음이 공기를 울렸다.

그런데 이상했다.

분명 길고 예리한 것이 용아귀와 부닥쳤지만 주위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여기 있어라.”

아틸라는 전속력으로 달렸다.

바토리와 슈시아가 무어라 외쳤지만 무시했다.

예고 없이 출현한 적은 두 여인에겐 불리한 상대다.

스스스스슷!

희미한 그림자가 달아나는 모습이 보였다.

아틸라가 아니었다면 감각하지도 못할 만큼 먼 거리에서.

시이이잇!

그림자가 흔들리는가 싶더니 재차 공격이 날아왔다.

아틸라는 짐승 같은 민첩성을 발휘해 그것을 피했다.

‘제법이군.’

쉴 새 없이 발을 움직였다.

나무와, 바위와, 들풀 위를 달렸다.

그러나 상대의 속도도 그 못지않았다.

아니, 더욱 빨랐다.

‘역시 이런 곳에선 따라잡을 수 없는 건가.’

그러는 사이 보이지 않는 공격은 수차례 더 날아왔다.

마법과 비슷하지만 다른, 물리적인 힘을 지닌 무형의 빛에너지.

‘따라잡는 것만 해도 벅찬데. 빌어먹을.’

게다가 공격은 아틸라의 몸이 막 공중에 떠오를 때라든지, 지형지물을 피할 때처럼 허점이 드러나는 순간을 노리며 날아왔다.

상대와의 거리가 점점 더 벌어졌다.

그러자 여유를 찾은 상대는 더욱 집요하게 아틸라를 공격했다.

‘그렇게 나오겠다 이거지.’

아틸라의 오른팔 근육이 팽팽하게 부풀었다.

용아귀를 움켜쥔 그것이 활시위처럼 등 뒤로 당겨졌다.

[ 이프리트의 숫돌을 사용합니다. ]

[ 절삭력이 상승합니다. ]

그리고.

[ 공기 저항이 감소합니다. ]

그 순간 날아드는 빛줄기를 보며 아틸라는 입가를 찢었다.

그래. 받아쳐 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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