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만든 세계 속 광전사가 되었다-73화 (73/425)

073. 불의 정령왕 (2)

아틸라의 눈이 커졌다.

‘이게 시나리오라고?’

[ 첫 번째 임무 ]

[ 불의 정령왕 이프리트를 제압하십시오. ]

[ 단, 소멸시켜선 안 됩니다. ]

‘소멸시키면 이쪽도 곤란하지.’

이프리트의 몸에서 팔과 다리 같은 것이 돋아났다.

그 사이로 활화산처럼 불똥이 튀어 올랐다.

날아드는 불티를 아틸라는 무휼을 들어 막았다.

“슈시아!”

슈시아는 아틸라의 의도를 알아챘다.

서둘러 하디드와 에산, 그리고 펀치를 데리고 대피했다.

그 모습을 확인한 아틸라가 이프리트에게 돌진을 시전했다.

[ 돌진(突進) ]

아틸라의 신형이 눈 깜짝할 사이에 이프리트에게 도달했다.

정령왕답게 이프리트는 돌진 디버프를 저항했고.

‘기대도 안 했다.’

아틸라는 무휼을 쥔 손에 빠득 힘을 주었다.

“야, 야만전사야!”

바토리는 당황했다.

이프리트는 자신에게 트라우마가 있다.

그것을 이용하면 한계가 명확한 지금의 몸으로도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

그러나 그건 바토리의 착각이었다.

‘바토리는 이프리트를 이전의 정령왕 수준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아니다.

지금의 이프리트는 전임자보다 훨씬 더 위험한 존재다.

‘빌어먹을. 난데없는 전투라니.’

불의 정령은 평범한 날붙이로는 벨 수 없다.

더구나 상대는 불의 정령을 대표하는 정령왕, 이프리트.

그러나 불평과 달리 아틸라는 임무 메시지를 본 순간부터 웃고 있었다.

[ 임무 완료 시 특별한 보상이 주어집니다. ]

무려 정령왕을 제압하는 임무.

상당한 보상을 제공할 터다.

그리고 아틸라의 손에 쥐여진 무기는 평범한 날붙이가 아니었다.

[ 대마법병기 ]

힘차게 그어진 무휼이 이프리트의 다리를 베었다.

퍼어엉! 이프리트의 다리가 깊숙이 쪼개졌다.

‘오.’

아틸라는 내심 놀랐다.

만티코어와의 전투에서 축성의 인장을 사용한 이후, 무휼의 성력은 더욱 강해진 듯했다.

후어어어어!

불꽃의 외침과 함께 이프리트의 몸이 기우뚱 기울었다.

그러나 불의 정령왕답게 녀석은 순식간에 불길을 일으켜 상처를 수복했다.

- 네놈은 뭐냐! 인간!

자세를 바로잡은 이프리트에게서 불의 채찍이 쏘아졌다.

아틸라는 무휼을 휘둘러 그것을 절단했다.

이프리트가 놀란 목소리로 외쳤다.

- 성검!

아틸라는 방어 태세로 전환했다.

[ 방어력이 20% 증가하고, 공격력이 20% 감소합니다. ]

이프리트를 상대로 방어력 증가는 별 의미가 없다.

그러나.

[ 모든 마법과 독, 상태 이상에 대한 저항력이 10% 증가합니다. ]

마법 저항 10퍼센트 증가는 컸다.

태세를 전환한 것만으로 아틸라는 피부를 찌르는 화염의 열기가 다소 누그러지는 것을 느꼈으니까.

아틸라는 오른손의 무휼을 왼손으로 옮겨 쥐었다.

[ 보조무기 숙련도가 20% 증가합니다. ]

성력을 머금은 무휼의 검신이 더욱 강한 빛을 뿜었다.

그것을 이용해 아틸라는 이프리트의 공격에 대항했다.

퍼엉! 펑! 퍼퍼펑!

한편 바토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아틸라가 이프리트와 근접전을 펼치고 있었기에, 그리고 이미 상당한 마력을 소모한 탓에 바토리는 더 이상 공격을 이어 갈 수 없었다.

아틸라가 서둘러 이프리트에게 달려든 것엔 그 이유도 있었다.

- 낡은 성검 한 자루로 감히! 성역 안의 정령왕을 상대할 수 있을 줄 아느냐!

이프리트의 말대로다.

아틸라에게 이프리트는 상당히 껄끄러운 상대.

‘형체가 없는 놈이니.’

물리력을 행사하는 전사로서 이프리트를 상대하는 일은 칼로 물 베기에 가깝다.

불정령의 반지 또한 조금의 도움도 되지 않았고.

그나마 무휼을 지니고 있기에 일정량의 타격을 입힐 수 있었지만, 그마저도 이프리트는 금세 수복했다.

‘이곳은 이프리트의 성역.’

녀석에게 불의 신전이란, 자신의 몸을 거의 무한정으로 치유할 수 있는 ‘마르지 않는 샘’이다.

‘결국 바토리의 도움이 필요하겠지.’

그러나 아틸라는 바토리의 도움을 최소화한 채 이프리트를 제압할 생각이었다.

‘현자의 돌이 지닌 억제의 힘이 위험한 상황은 막아 줄 테지만.’

세상에 ‘절대로’라는 것은 없다.

저 정신 나간 할망구가 언제 돌을 내던지고 폭주할지 모른다.

다행히 아틸라에겐 묘안이 있었다.

‘이프리트는 바토리의 등장에 크게 놀란 상태다.’

녀석은 후계자 시절 바토리와 리베르에게 된통 당했다.

특히 리베르보단 바토리에게 아주 처참하게 짓밟혔을 것이고, 그건 녀석의 몸 깊숙이 트라우마로 자리 잡혔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라는 건 그리 쉽게 사라지는 게 아니지.’

여기서 아틸라가 자신을 위협할 만한 존재라는 걸 추가로 보여 줘야 한다.

그래야 녀석이 ‘최후의 수단’을 꺼낼 테니까.

[ 만티코어의 심장 ]

아틸라는 품에서 만티코어의 심장을 꺼냈다.

꿀꺽 삼켰다.

[ 화염 저항력이 크게 상승합니다. ]

[ 만티코어의 지옥불과 동일 레벨의 화염에는 100% 저항할 수 있습니다. ]

당연한 말이지만 만티코어의 지옥불은 이프리트의 화염에 미치지 못한다.

‘완벽한 저항은 불가능.’

그러나 아틸라는 방어 태세를 통해 10퍼센트의 화염 저항력을 가지고 있는 상태다.

그리고.

[ 화속성에 대한 관통력이 10% 증가합니다. ]

이 버프와 무휼의 조합이라면 이프리트에게 유의미한 타격을 가할 수 있다.

[ 모든 효과는 10분 동안 지속됩니다. ]

쇄도하는 불의 채찍을 가르며 아틸라는 지속적으로 이프리트를 타격했다.

[ 방어구관통(x2) ]

[ 대상의 방어력과 회복력이 20% 감소합니다. ]

이프리트가 동요하기 시작했다.

바토리의 등장에 이어, 보잘것없게만 보였던 인간 전사가 상당한 실력을 보이고 있었던 것.

- 인간! 넌 전사가 아니라 마법사인가!

아틸라의 기이한 능력에 이프리트는 그렇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렇다 해도 인간 전사 하나쯤은 언제든지 잿더미로 만들 수 있다.

다만 그러지 못하는 이유는.

저만치에서 바토리가 사나운 눈으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기 때문이었다.

- 둘 다 한꺼번에 불태워 주마!

그리고 아틸라가 예상했던 일이 시작됐다.

[ 불의 정령왕 이프리트가 동맹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

이프리트.

녀석은 이제는 정체가 밝혀진 관조자 콤비와 드라콘 이스메니오스에게 처참히 당한 뒤, 비슷한 처지에 놓인 이들과 동맹을 맺었다.

‘누굴 부를 거냐. 이그니스? 샐라임? 아니면 설마 피닉스?’

누가 등장하든 쉽지 않다.

이프리트는 불의 정령왕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불의 정령 중 최강의 존재는 아니다.

그때 아틸라의 머릿속에 무언가 떠올랐다.

끼아옹! 마음을 읽은 것처럼 펀치가 달려왔고, 아틸라는 펀치의 입안에 손을 넣었다.

“키헤엑! 안에 꽁꽁 숨어 있으라며!”

덜미가 붙잡혀 튀어나온 도롱뇽에게 아틸라는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고는 소환진이 생성 중인 이프리트의 가슴을 향해 던졌다.

“꾸에에에엑!”

- 드, 드라콘 이스메니오스!

이프리트는 크게 당황했다.

그리고 녀석의 당황은 아틸라가 주입한 ‘어떤 명령’이 도롱뇽의 몸을 통해 소환진 너머로 진입하게 만들었다.

‘제발 나와라!’

지금은 이런 도마뱀 꼴이 되긴 했지만 도롱뇽의 전신은 광룡 드라콘 이스메니오스.

아틸라의 명령에 의해, 도롱뇽은 소환진 너머에서 자신에게 가장 걸맞은 상대를 불러낼 것이다.

그리고 그건 적중했다.

찢어지는 비명을 울리며 이프리트의 소환진에서 무언가 솟아올랐다.

도롱뇽을 닮았지만 훨씬 커다란 불도마뱀.

바토리는 한눈에 그것을 알아봤다.

“샐러맨더?”

샐러맨더의 아가리가 벌어지며 불의 숨결이 쏟아졌다.

아틸라의 입이 길게 찢어졌다.

날아드는 불벼락을 향해 도롱뇽의 가장 강력한 스킬을 시전했다.

[ 포식(捕食) ]

콰르르르르르륵!

[ 불의 숨결을 포식했습니다. ]

[ 환수, 도롱뇽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

[ 환수, 도롱뇽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

그것만이 아니었다.

[ 포식의 주인 ]

[ 근력이 1% 상승합니다. ]

[ 근력이 3% 상승합니다. ]

[ 근력이 2% 상승……. ]

도롱뇽이 포식할 때마다 아틸라의 근력이 계속해서 상승했다.

- 드, 드드 드라콘 이스메니오스!

그제서야 도롱뇽을 발견한 샐러맨더가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늦었다.

[ 포식의 권능이 지속됩니다. ]

[ 대상, 샐러맨더의 심마력(心魔力)을 포식합니다. ]

[ 환수, 도롱뇽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

[ 환수, 도롱뇽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

[ 포식의 권능이 ‘2레벨’로 진화합니다. ]

[ 포식의 권능이 더욱 강력해집니다. ]

- 사, 사사사 살려 줘! 끄아아아아아……!

[ 대상, 샐러맨더가 도주를 시도합니다. ]

[ 대상, 샐러맨더가 간신히 도주에 성공했습니다. ]

그렇게 샐러맨더는 종적도 없이 사라졌다.

볼록해진 배를 두들기며 도롱뇽이 말했다.

“맛도 읍다. 끄어어어억……!”

이프리트는 석상처럼 굳어 있었다.

바토리의 등장과 아틸라의 기이한 능력만으로도 크게 놀란 상태였는데 저 무시무시한 광룡까지 나타나다니.

심지어 포식의 위력으로 봤을 때 작아진 몸집과는 별개로 여전히 강력한 모습.

“어이, 뭐 하냐 촛불. 위대하고 지고하신 이몸 드라콘 이스메니오스 님에게 꾸벅 절을 올리지 않고.”

촛불.

드라콘 이스메니오스가 이프리트를 얕잡아 부르는 말.

분노한 이프리트의 몸이 크게 부풀어 올랐다.

그리고 말했다.

“아 넵. 오셨습니까 드라콘 이스메니오스 님. 헤헤헤…….”

아틸라도 놀랄 만큼의 태세 전환이었다.

* * *

[ 임무를 완료하였습니다. ]

[ 보상이 주어집니다. ]

[ 불정령의 반지가 한 단계 진화하여 이름이 변경됩니다. ]

[ 이프리트의 반지 ]

‘오.’

[ 짧은 시간 이프리트를 소환해 함께 싸울 수 있습니다. ]

원작에서는 없던 기능이 생겼다.

저 ‘짧은 시간’이란 게 얼마큼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소환된 이프리트가 어느 정도의 힘을 발휘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수치에 불친절한 시스템이군.’

[ 소모품입니다. ]

[ 사용 가능 횟수는 이프리트의 데미지에 따라 달라지며, 사용 기한이 끝난 반지는 원래의 주인인 이프리트에게 되돌아갑니다. ]

소모품이라는 것이 다소 마음에 들진 않지만.

어쨌든 반지의 능력을 사용하면 일시적으로 마법사와 같은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이건 엄청난 메리트다.’

게다가 그냥 정령도 아니고, 무려 불의 정령왕 이프리트가 아닌가.

바토리와 도롱뇽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지금은 쭈글이가 되어 있지만 정령왕은 반신의 영역에 접어든 존재.

그 반신이 지금 열변을 토해 내고 있었다.

“아이고 드라콘 이스메니오스 님, 이거 정말 신기한 무기입니다요. 대장장이의 신인 제가 보기에도 이런 물건은 처음입죠. 암요. 아무래도 미지의 세계인 동방의 물건이 아닐까 하는데 뭐 확실하진 않고요, 헤헤헤…….”

“대장장이의 신? 웃기고 자빠졌네. 네놈이 무슨 신이냐. 하찮은 미물 촛불 주제에.”

“아이고 지당하신 말씀입니다요. 제가 그만 실언을 헤헤……. 요놈의 주둥이! 요놈의 주둥이!”

정말로 촛불처럼 몸집이 작아진 이프리트는 도롱뇽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고 있었다.

왠지 오토 녀석을 보는 것 같다.

“……아버지.”

“……아무 말 말거라.”

그간 숭배해 마지않던 이프리트의 찐따 같은 모습을 하디드는 애써 부정했다.

그저 묵묵히 용아귀를 수리했다.

“어이 촛불. 뭐 쓸 만한 물건 없냐?”

“쓸 만한 물건이라면…….”

“내 주인, 아니 저 야만 미물이 쓸 만한 것 말이야.”

도롱뇽이 귀엣말로 속삭였다.

‘크험험! 쟤가 내 따까리이자 호위인데, 좀 더 강해져야 내가 편하지 않겠냐!’

‘아 그렇군요! 음, 어디 보자. 뭐가 있을까 뭐가 있을까…….’

고민하던 이프리트가 적당한 게 떠오른 듯 화륵! 불손가락을 튀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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