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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세계 속 광전사가 되었다-69화 (69/425)

069. 숨겨진 퀘스트 (2)

드라콘 이스메니오스.

아니, 도롱뇽.

녀석은 정식 환수가 되며 어떤 특별한 스킬을 개방했었다.

바로 광룡 드라콘 이스메니오스만이 지닐 수 있는 특별한 권능.

[ 포식(捕食) ]

그러나.

[ 포식의 권능이 ‘1레벨’만큼 개화합니다. ]

[ 동족 중에서도 가장 하위종에 해당하는 대상에게만 스킬을 시전할 수 있습니다. ]

아쉽게도 제한이 걸려 있었고.

[ 아울러 ‘1레벨’의 양만큼만 포식이 가능합니다. ]

그동안 포식 가능한 대상을 조우한 적이 없었기에 1레벨이 얼마큼의 양인지도 알 수 없었다.

그러던 중 만난 것이다.

‘만티코어는 넓은 범위에서 보면 용족에 속한다.’

용족은 쓰러뜨린 동족을 먹는다.

그럼으로써 상대의 힘을 흡수해 더욱 강해질 거라 믿는다.

이유는.

‘드라콘 이스메니오스의 권능, 포식 때문이지.’

동족을 잡아먹는 미치광이 드래곤.

그 이명은 거기서 유래했다.

드라콘 이스메니오스가 상대를 포식하는 광경은 다른 용족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 주었고, 그들이 동족을 잡아먹도록 만들었다.

만티코어가 도롱뇽을 발견하자마자 잡아먹으려 눈이 돌아갔던 것도 같은 이유.

그리고.

포식의 권능을 개화한 도롱뇽이.

콰르르르르륵!

만티코어의 지옥불을 포식하기 시작했다.

- 서, 설마! 그렇게 보잘것없는 몸이 되었음에도 권능을 유지하고 있단 말인가!

만티코어가 정신의 목소리를 터뜨렸다.

[ 지옥불을 포식했습니다. ]

[ 환수, 도롱뇽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

[ 포식의 권능이 지속됩니다. ]

[ 대상, 만티코어의 심마력(心魔力)을 포식합니다. ]

고작 1레벨의 포식이었지만 스킬 자체가 워낙 사기급.

- 마력이! 나의 마력이……!

만티코어가 요란하게 몸을 흔들었다.

펀치와 슈시아가 안전한 곳으로 대피한 것을 확인한 아틸라는 무휼의 성력을 개방했다.

[ 방어구관통 ]

무휼을 휘두르자 녀석의 입에서 분수처럼 피가 솟았다.

그 와중에도 포식은 계속되고 있었다.

[ 환수, 도롱뇽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

[ 환수, 도롱뇽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

[ 환수, 도롱뇽의 레벨이…… ]

‘저레벨이라 그런가 팍팍 오르네.’

상대를 죽이지 않았는데도 레벨이 오른다.

이것만 봐도 포식이 엄청난 스킬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키헤엑! 맛도 드럽게 없다!”

이윽고 만티코어의 목에서 도롱뇽이 튀어나왔다.

[ 포식이 종료되었습니다. ]

[ 숨겨진 퀘스트, ‘만티코어의 심마력을 포식하라’가 완료되었습니다. ]

‘역시.’

히든 퀘스트는 이거였다.

그렇다면 남은 건.

‘달콤한 보상의 시간!’

[ 보상이 주어집니다. ]

[ 포식의 주인(主人) ]

‘포식의 주인?’

[ 환수, 도롱뇽이 포식할 때마다 주인의 근력이 일시적으로 상승합니다. ]

[ 상승하는 근력 수치는 환수의 포식 레벨과 포식량에 비례합니다. ]

‘뭐라고!’

어마어마한 스킬이 나왔다.

1레벨의 포식이 이 정도의 위력을 자랑한다.

그와 비례하는 근력 상승량이 얼마일지는 모르나, 그 역시도 평범하진 않을 것이다.

‘얼마나 오를지가 궁금하긴 한데.’

아틸라는 덥석 도롱뇽을 손에 쥐었다.

“꾸에엑! 놔라! 배 터진다!”

모든 스킬이 그렇듯 포식도 연이어 사용할 수 없다.

아틸라는 도롱뇽을 펀치에게 던졌다.

“빌어먹을 또……!”

날아오는 도롱뇽을 펀치가 날름 삼켰다.

그 사이 만티코어의 입에서 탈출한 아틸라는 눈에 띄게 왜소해진 상대의 몰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뭐야. 뼈만 남았네.”

과장된 말이었지만 만티코어는 확실히 이전과 달랐다.

언뜻 봐도 체중이 삼분의 일은 줄어든 모습.

- 빌어……먹을……!

만티코어가 날개를 움직여 몸을 띄웠다.

아틸라가 내버려 둘 리 없었다.

“어딜 도망가려고.”

용아귀는 거의 고철 상태로 변해 있었다.

아틸라는 무휼만을 쥔 채 만티코어의 어깨 위로 올라갔다.

서둘러 달려 꼬리부터 잘라 냈다.

- 끄아아……! 내려가라! 인간!

만티코어의 몸이 하늘로 솟으며 순식간에 지면이 멀어졌다.

놀란 바토리와 슈시아의 얼굴이 점처럼 작아졌다.

- 이대로 바닥에 떨어뜨려주마!

만티코어가 거칠게 몸을 흔들었다.

아틸라는 녀석의 갈기를 붙잡아 버티며 마구잡이로 무휼을 꽂았다.

- 성력이 담긴 무기!

무휼의 위력은 상당했지만 길이가 짧은 것이 단점이었다.

그것으론 만티코어의 거대한 몸에 치명상을 내기 힘들다.

그러나 아틸라에겐 생각이 있었다.

[ 성검, 무휼의 공격이 적중했습니다. ]

[ 축성의 인장이 발동합니다. ]

축성의 인장.

성스러운 힘을 지닌 무기로 공격에 성공할 때마다 아틸라의 몸에는 성력이 쌓여 간다.

- 버러지 같은 놈!

하늘로 날아오른 만티코어는 무휼을 막아 낼 길이 없었다.

아틸라는 네 다리가 닿을 수 없는 사각에 있었고, 하나뿐인 꼬리 역시 무참히 잘려 버렸으니까.

“날아오른 게 너의 가장 큰 실수다.”

아틸라는 계속해서 무휼을 휘둘렀다.

만티코어는 어떻게든 상대를 추락시키려 몸을 흔들었지만 아틸라는 악착같이 버텨 냈다.

그리고 마침내.

때가 되었다.

[ 축성의 인장 발동 효과가 한계치에 도달했습니다. ]

아틸라는 무휼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타리엘이 언월도에 주입했던 엄청난 성력을 떠올렸다.

‘그때의 타리엘은 제대로 성력을 쌓지 못했다.’

아틸라가 공격 대부분을 막아 냈었기 때문.

그러나 지금의 아틸라는 다르다.

만티코어의 등에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무휼을 꽂았다.

우우우웅.

무휼이 진동을 시작했다.

검신에서 폭발적인 기운이 뿜어졌다.

화산처럼 발산된 기운이 재차 무휼을 뒤덮으며 무휼의 검신을 길게 늘였다.

- 뭐냐! 네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이……!

만티코어는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길게 변한 무휼의 날이 녀석의 목을 깔끔하게 절단했기 때문이다.

콰드득.

소음은 짧고 조용했다.

경악의 눈을 뜬 만티코어의 머리가 아래로 떨어졌다.

날개를 늘어뜨린 몸통도 추락을 시작했다.

‘이런 높이에서 떨어지면 아무리 나라도 죽겠지.’

아틸라는 주르르 몸을 미끄러뜨렸다.

만티코어의 척추에 무휼을 꽂았다.

그것을 등받이 삼아 몸을 고정한 뒤 양팔로 날갯죽지를 잡았다.

‘잘 되려나.’

되든 안 되는 하는 수밖에 없다.

날갯죽지를 쥔 손에 불끈 힘을 주었다.

그 반동으로 만티코어의 양날개가 활짝 펴졌다.

‘됐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아틸라는 행글라이더처럼 날개를 조종할 수 있게 되었다.

잘린 목에서 솟구치는 핏물이 시야를 방해했지만 금세 적응됐다.

동료들이 있는 곳을 가늠하며 날개의 방향을 틀었다.

‘보인다.’

저 멀리 지붕이 뜯겨나간 파울루의 집이 보였다.

그곳을 향했다.

“야, 야만전사야!”

“아틸라!”

지독한 불안에서 안도감으로 바뀌는 두 여인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만티코어의 몸이 고원에 처박혔다.

* * *

바토리가 때맞춰 두른 보호막 덕에 아틸라는 큰 부상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만티코어와의 과열된 전투 때문인지, 아니면 추락의 충격 때문인지 온몸이 쑤셨다.

투덜대면서도 아틸라는 해야 할 일을 마쳤다.

[ ‘만티코어의 심장’을 획득했습니다. ]

아틸라는 만티코어의 몸에서 심장을 적출했다.

이건 트롤의 심장 이상으로 희귀한 아이템.

“펀치.”

펀치가 달려와 그것을 삼켰다.

그리고 아틸라는 깨달았다.

‘오.’

만티코어를 쓰러뜨리며 레벨업한 덕분인지, 펀치의 인벤토리는 2개에서 3개로 늘어나 있었다.

‘좋군. 아주 좋아.’

레벨업할수록 인벤토리가 늘어날지 모른다는 가정이 현실이 됐다.

‘그렇다면 여기서 더 늘어날 수도 있겠지.’

만족한 아틸라는 멍한 얼굴로 자신을 보는 슈시아에게 말했다.

“뭘 그렇게 보고 있냐.”

슈시아는 도리도리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고는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물었다.

“너, 정말로 인간이 맞나.”

무슨 소릴 하려나 했더니.

아틸라는 그냥 피식 웃었다.

바닥에 떨어진 용아귀를 집어 들었다.

바토리가 다가와 말했다.

“날이 많이 상했다. 제대로 된 수리가 필요할 것 같구나.”

그러고는 빤히 아틸라의 얼굴을 쳐다봤다.

“네 말대로 했느니라.”

“뭐?”

“네 말대로 했단 말이다.”

“뭔 소리야.”

“보호막 마법밖에 사용하지 않았느니라.”

응?

그래서 뭐 어쩌라고.

“해 줄 말이 있지 않느냐.”

바토리는 잔뜩 기대하는 표정으로 아틸라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이렇게 가까이서, 그것도 자신을 반히 올려 보는 바토리의 얼굴을 본 적이 있었던가.

아틸라는 저도 모르게 바토리를 한참 동안 마주 봤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건만, 그녀의 입에 미소가 걸렸다.

“대답이 되었느니라.”

그러고는 총총거리며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이었다.

뭐야. 대체 왜 저러는 건데.

그때 문을 박차며 파울루가 뛰어나왔다.

“혀, 현자의 돌이 완성됐다! 내가 만들었어! 내가 만들었다고!”

그러더니 휘둥그레진 눈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뭐야.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운석이라도 떨어진 거야? 그 날개 달린 사자 시체는 또 뭔데.”

* * *

“만티코어가 소멸했다.”

“그것도 완전 소환체가 된 만티코어가.”

“그것이 가능한 일이란 말인가.”

“전사 아틸라가 지닌 힘의 ‘추정 한계치’를 다시 한번 수정해야겠군.”

“바토리가 손을 쓴 것은 아닌가.”

“그럴 가능성은 적다.”

“만약 바토리가 왼팔의 마력을 사용했다면 회생 불가 상태에 빠졌을 터.”

“그렇게 되었다면 그녀의 관조가 가능해져야 한다.”

“그러나 우린, 여전히 그녀를 관조할 수 없다.”

“그녀의 주변 인물만을 어렵사리 엿볼 수 있을 뿐.”

“그렇다면 결론은.”

“바토리는 힘을 사용하지 않았다.”

“전사 아틸라의 곁엔 엘프가 있었다.”

“그 엘프는 약하다. 만티코어 사냥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결국 전사 아틸라, 그 혼자의 힘이란 말인가.”

“마귀왕 만티코어를 쓰러뜨리는 인간 전사라니.”

“광전사 카르타고 이후로 처음 있는 일이 아닌가.”

“어쩌면 더욱 강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더더욱 그를 제거하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

“카르타고를 그리했던 것처럼.”

“그에겐 더욱 재밌는 선물을 준비해야겠군.”

* * *

서리나무숲에 생명의 보석을 돌려주는 임무는 슈시아가 맡았다.

“……보석이 좀 작아진 거 같은데?”

“그 정돈 금세 회복될 거다.”

미심쩍어하며 떠난 슈시아가 돌아올 때까지 아틸라와 바토리는 파울루의 고원에 머물기로 했다.

파울루에겐 리베르의 구슬을 연구할 시간이, 바토리에겐 현자의 돌로 왼팔의 마력을 복구할 시간이 필요했다.

“이런 물건이 있었다니. 흐응, 넌 정말 알면 알수록 신비로운 존재로구나 야만전사야.”

바토리의 왼팔은 상당히 회복되었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인간의 몸.

관조자로 돌아가지 않는 이상 힘의 한계는 명확하다.

“돌을 항상 지니고 다녀야 하는 게냐.”

“그래. 현자의 돌이 너와 오르피나의 힘을 연결하는 역할을 할 거다.”

‘왼팔의 붕괴도 막아 줄 거고.’

현자의 돌의 가장 큰 역할은 다름 아닌 ‘억제’다.

크라켄과의 전투 때처럼 바토리가 필요 이상의 힘을 쓰는 일은 앞으로 없어야 한다.

물론 바토리에겐 말하지 않았다.

‘말 안 들을 가능성이 농후하니까.’

그것도 모른 채 바토리는 미소를 머금었다.

“그렇구나. 확실히 그런 것 같구나.”

관조자 시절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힘.

그럼에도 바토리는 만족한 듯했다.

“이제야 네 발목을 잡지 않을 수 있겠구나. 야만전사야.”

소녀처럼 환히 웃는 바토리의 얼굴을 얼마간 바라보던 아틸라는 시선을 돌렸다.

슈시아는 달이 바뀐 뒤에야 돌아왔다.

“귀찮은 일이 생겼다. 뭐, 별일 아닐 수도 있고.”

“뭔데.”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슈시아가 답했다.

“타리엘이 샤를 아인하르트와 겨루고 싶다며 전쟁에 참여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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